〈 56화 〉56화
“이 암퇘지... 시..시러 이리오지마!!”
“가지가지 하는구나?”
“윽! 나...나도 모르게...”
정말 나도 모르게 스위치가 올라가버린 듯 했다. 지연이를 이토록 이뻐하다니!! 물론 좋았지만... 특히 지금 얼굴을 붉히며 현준이 뒤에 숨는게 뭐랄까? 무언가 마음을 꿈틀거리게 하는 듯 했다.
“그..그럼 갈게~ 지연이두 잘 있어. 나... 지연일 꼭 데리러 올테니까.”
눈물을 한방울 흘려주며 지연이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이제는 정말 될되로 되라는 심정이다. 지연이를 자유롭게 해줄려면 준후를 유혹해야만 했다. 현준에게 먼저 하자고 한 이후 그 마음의 빗장까지 풀린 마당이다. 결국 아무것도 꺼릴게 없어져 버렸다. 그래. 인정하기로 했다. 이제 정말 여자아이가 되버린걸... 몸도... 그리고 마음까지도...
“그래. 새롭게 사는거잖아? 언제까지나 멈춰있을수만은 없어. 나도... 즐겁게 살고 싶으니까...”
지연이의 무사함이 내 마음을 움직여버린 듯 했다. 게다가 섹스의 즐거움까지 알게 되버렸다. 더 이상 나 자신만의 울타리를 유지할 수 없었다. 아니 유지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그래도 너무 힘들었어. 으으~ 현준이 정력... 끝내줬지.”
정말 뭘 어떻게 개조하면 정력이 그따위인지... 한두시간이 기본. 서너시간정도는 해야 직성이 풀리는 현준이었다. 다만 내 체력이 더는 버티지 못했을 뿐이다. 솔직히 나보다 현준이가 더 전신의체인 것 같은 기분이다.
“벌써 집이네... 준후한테 혼나면 어쩌지?”
요즘들어 별다른 말도 없이 나다니곤 해서 그런지 조금 걱정이었다. 게다가 너무 늦은시간이지 않는가? 유라집이었다면 유라가 연락했을테지만... 그것도 아닌데 늦어버렸다. 솔직히 걱정이다.
“여~ 늦었네? 어디서 남자라도 꼬시고 있었어?”
“윽! 그..그럴리가!”
물론 현준이와 한창 섹스를 했긴 하지만... 별로 꼬신건 아니다. 되려 내가 유혹당한거 같지만서두... 뭐 현준이정도면 섹스상대로 꽤 쓸만하지 않던가? 준후와 비슷한 정력의 소유자니 말이다.
“헤에~ 그럼 어디서 뭘 하고 왔는지 말해줄 수 있어?”
“그건... 흥! 내..내가 너한테 뭐든 말해주고 다녀야만 하는 거야? 나..나도 자유의사가 있다구! 네 인형이 아냐...”
매번 이렇다. 금세 화내고 토라지는 나. 이전 정말 여자아이가 되버리고 말았다. 인정했지만 그래도 서글픈건 어쩔 수 없었다.
“흐응~ 몰랐어? 넌 내 인형인걸~ 이 머릿속의 칩으로 잔뜩 야하게도... 심지어 옷을 벗게도 만들 수 있다는걸...”
“윽! 그..그런짓 하면... 미워할거야. 그런짓 하지 않아도 나... 네가 원한다면... 으으.”
부끄러웠다. 사실 준후가 원한다면 벗을 의향도 있다. 어차피 유혹해야할 상황이라면 먼저 다가서는게 좋지 않겠는가? 다만 솔직히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다. 여전히 남의 앞에서 벗는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흐응~ 벌써 한판 하고 온 것 같은데... 이번엔 누구였을까? 킁킁~ 이정도 정액냄새라면... 역시 현준이구나? 현아 넌 역시 음란한거같아. 몇 번 만났다고 벌써 그녀석이랑 그렇게 사이좋아진거야? 처음엔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였잖아?”
“으으.. 그래! 했다. 했어!! 그게 뭐 잘못이야? 나..나도 남자랑 섹스정도는 할 수 있다구!! 너보다 현준이가 백배 더 맘에 든단말야! 너.. 넌! 매번 날 이리저리 가지고 놀잖아? 좀 상냥하게 대해줄 수는 없어?! 없냐구!!”
그동안 쌓인 화를 풀 듯이 속사포같이 말을 내뱉었다. 울분이 차올라 있어서 그런지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그리고 주륵주륵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말 서럽게 울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말 더 이상 참아내기 벅찬 기분이었다.
“으음.. 그래? 뭐 미안하다고 해 줄게. 사실 정말 미안한 일도 있고... 숨기려고 했지만... 네 상태를 보니 그만 숨겨야 겠어.”
“흑흑.. 뭐..뭔데 또! 훌쩍..”
“아아. 네 여동생... 누군지 모르는 녀석들에게 탈취당했거든. 애써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어. 아마 우리 기업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기술력을 가진 곳에서 탈취한거 같아. 쯧~ 그런 쓸모없는 녀석을 탈취하다니 모를 일이라니까? 혹시 현아 넌 누군지 알겠어? 그 탈.취.해간 녀석이 누군지...”
무언가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니 사실 눈치채도 별 수 없었다. 아무리 바보라도 지연이를 탈취할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곧바로 인정할 수는 없었다. 인정하면 분명 더 심한 벌을 내릴테니 말이다.
“그..그걸 내가 알 리가 없잖아!! 너야말로 지연이 치료해 준다면서 이게 무슨 일이야!! 타..탈취라니!! 지연이 얼른 찾아내!!”
눈물을 훔친 후 그렇게 소리질러 맞상대했다. 하지만 의심의 눈빛은 거두어지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준후도 딱히 그 증거를 들이미려 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흐응~ 뭐 믿어줘야겠지? 근데 어쩌나... 스파이로봇. 사실 너에게 하나 붙여놨거든... 게다가 이번건 특별히 제작한거야. 전파방해 따위 전혀 받지 않을정도로... 기술과 노력을 다했거든. 그래서 알 수 있었어.”
“도..도대체 뭘~!!”
“뭐. 네가 아니라면 아닌거겠지. 그래... 아참~ 내일 현아 네 몸을 조정해야 하거든. 연구실로 필히 오길 바랄게.”
정말 불안했다. 도대체 왜 증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러는걸까? 아니면 또 무슨일을 벌이려는 걸까? 혹시 내가 현준이랑 잔걸 알고 저러는걸까? 아니면 내 마음이 여자아이처럼 변하는걸 알고 저러는건가? 도대체 모르겠다. 준후의 마음을...
“으응.. 아..알았어.”
결국 지연이의 일도 그리고 내 배신도 대충 넘어가 버렸다. 마치 그따위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하아~ 정말 모르겠어. 준후 저녀석의 마음... 대체 나보고 어쩌라는거야!!”
문을 닫고 나가는 준후를 바라보며 버럭 소리지르고 내 방으로 투다닥 달려 올라갔다. 그리고 침대에 엎드려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지연이의 일도 그렇고 준후와의 일마저 어긋나는 듯 했다. 유라와 윤하 언니를 보고싶었다. 내 마음을 안정시켜줄 그 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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