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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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강실장- 그러니깐 자신의 이름을 강원우라고 소개한 이 친구는 처음부터 이런 일을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는 이곳의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따뜻한 미소를 지닌 사람이었다. 물론, 그래봤자 일반 사람들보다 십억분의 일만큼 미소 

            짓지만- 

            “오늘부터는 외출하셔도 됩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옷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막 샤워실에서 나와 침대에 다시 숨죽이고 누워 있었다. 식사를 가져다 놓고, 그가 

            한걸음에 다가와 촤르륵- 객실 커튼을 열었다. 

            창 밖으로 뭐가 있는지는 며칠 전에 사실 확인했었다. 도망갈 여지라도 찾기 위해서 아무도 없을 때, 나는 몇 번이나 커튼을 

            열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절망했다. 

            이곳은 무려 6층이나 되는 높이였고, 나는 다른 공포증은 없지만 고소공포증이 있었던 것이다. 그 높이에서 뛰어 내리거나 

            한참 떨어진 다른 건물로 몸을 날릴 정도로 나는 운동신경이 뛰어나지도 못했다. 

            그 이후로는 커텐을 늘 쳐 놓고 지냈다. 행여 옆 건물에서 누군가 여기를 보게 될까봐 겁이 나기도 했고, 이곳에 납치된 

            이후로는 절대 햇빛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인간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가장 멋진 무기는 바로 절망이다. 강서준은 나를 날마다 절망에 빠뜨리는 최고의 빠른 길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외출한다고 해 봤자, 분명히 너네 놈들이 따라 붙겠지.” 

            씁쓸하게 되내이자, 강원우가 맑은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일주일 넘도록 여기서 지내는 동안,  저 문 안으로 들어온 

            딱 두 사람의 타인 중 하나다. 하나는 강서준- 나머지 하나는 강원우- 

            하나는 내 생명을 단축이라도 시키려는 듯, 오직 범할 목적으로만 들어왔고, 나머지 하나는 놀랍게도 그런 내 생명을 

            연장하려는 듯 식사를 늘 들고 들어왔다. 

            “그렇게 야만적이지 않아요. 

            언제든지 나가실 수 있어요.“ 

            “............??...........” 

            그가 가져다 놓은 깨끗한 셔츠를 들어 올린다. 아마 이 사내도 이 곳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숨이 턱턱 

            막혔다. 날마다 나는 내가 아닌 듯 변해간다. 지나친 긴장감과 고통, 그리고 철저한 감금 - 어쩌면 세뇌하듯 길들이는 

            동물적인 행위, 그런 것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버티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적응하던지, 아니면 죽던지- 

            미치기 일보직전이었지만, 아쉽게도 나는 죽을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서준이 녀석은 은협에 대한 응징의 의미로 나를 안는 

            것이고, 내가 호락 호락 안길 의지가 없어보였기 때문에 협박을 가하는 것이다. 

            외출을 해도 된다는 오랜만의 허락에, 어쨌든 질끈거리는 허리를 일으켰다. 옷을 챙겨 입고 겨우 밥을 몇 술 뜨자, 그 

            때까지 아무런 말도 없던 강원우가 친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청바지 뒷 주머니에 보면 지갑이 있어요. 

            돈은 필요할 만큼 넣어두었으니 사용하셔도 됩니다.“ 

            내가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여기서 망쳐지는 댓가- 화대처럼 지급된 지갑의 수많은 돈들과 내 가족같은 은협이 녀석을 지키는 

            것- 단 두 가지 만으로 나는 보상받을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그리고 원우가 웃었다. 

            그가 나보다 두 살이나 많다는 것을, 나는 며칠 전에야 들었다. 그렇다면 서준보다는 세살이나 많은 나이다. 

            그러나 그는 늘 깍듯했고 또한 가장 친절했다. 

            “중요한 것은, 저녁 7시가 될 때까지 돌아오셔야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친절한 사람이라고 해도 협박하는 방식은 둘이 서로 닮아 있었다. 내가 7시까지 이곳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했다. 은협이 다친다. 그것은 은협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나 역시 다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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