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 (15/38)

            5. 

            7시가 되기 전에 나는 칼같이 돌아왔다. 그런 쪽으로도 역시 나는  엄격한 편이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맨손으로 

            성공해야 하는 이 삶에서, 지켜야 하는 것들을 지키는 방법이 있다. 

            냉정해지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 

            “외출은 좋으셨습니까?” 

            강원우가 입구에서부터 나를 맞이하며 물었다. 나는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내가 갇혀 있는 곳이 어딘지를 똑똑히 알았다. 그곳은 

            강남에서도 가장 멋뜨러지고 화려한 건물의 6층. 즉, 밖에서 보면 그것이 절대 비밀 요정이라고는 꿈에도 모를 정도로 잘 

            꾸며진 건물이었다. 

            “그냥 호텔인줄 알고 묵는 투숙객도 많습니다.” 

            친절한 남자, 강원우가 엘리베이터에 동승하며 말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상대방의 기분을 풀어주는 성격인 것 같다. 

            말없이 내가 벽에 기대자, 그는 이내 정색을 하고 안색부터 살폈다. 

            “얼굴 빛이 안 좋네요.” 

            당연하지. 

            얼마나 혹사당하는데. 

            “확실히 서준이 형님이 악랄한 면이 있죠.” 

            서준이 형님? 

            안 그래도 어린 나에게 꼬박 꼬박 존댓말 하는 것도 거슬리는데, 더 어린 서준이 녀석에게 형님이라니..기가 차며 내가 

            웃자, 상대방은 유연한 태도로 나른하게 덧붙였다. 

            “규칙입니다. 이곳에서는 서열이 높은 쪽이 형님입니다.” 

            그렇다면 서준이 서열이 높다는 의미고, 서열이 높을 뿐이라면..서준은 아무래도 이 조직의 총수는 아닌 것 같다. 은근히 

            머리 속으로 계산하는 사이 6층에 도착했다. 

            “오늘은 서준이 형님이 못 오십니다.” 

            강원우가 문을 열어주며 덧붙인다. 그 자식이 오든 안 오든 나랑은 상관없었다. 그런 의미로 싸늘하게 쳐다보자,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부드럽게 웃는다. 

            아무래도 그의 말처럼 ‘이곳’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자기 스타일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 

            “강원우씨.” 

            나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객실에 들어서며 냉정하게 잘라말한다. 그렇다면 이 쪽에서도 마이 스타일대로 움직여 주고 싶다. 

            “나에게는 존댓말 쓰지 마세요. 

            저는 그 쪽 사람도 아니고, 이 일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고.. 

            그런 격식있는 말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아요.“ 

            그러자 강원우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조금 난감한 듯 머리를 쓸어 올리며 역시 자기 할 말만을 하고 있다. 

            “기분이 안 좋으신 게 당연해요. 

            윤은협씨와는 그냥 단순한 친구 관계라고 들었습니다.“ 

            “알면서도 납치한 그 새끼가 나쁜 거 아닙니까?” 

            문을 닫고 나가려던 강원우는 그 말에 잠시 흠칫 놀란 듯 멈췄다. 내 쪽에서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데 새삼 놀라는 

            것도 웃긴다. 그러나 강실장은 조금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셨나보네요.” 

            “..........??........” 

            “서준이 형님은 이 일과 별로 상관없습니다. 

            다만, 큰 형님이 하도 화를 내셔서요. 

            강은협씨가 큰 형님 하시는 사채에 손을 많이 댔는데, 

            한번도 제 때 완납한 적이 없어서.. 

            이 기회에 제대로 버릇 고쳐 놓으라고 화를 불같이 내셔서.............“ 

            “.........-!!!!...........” 

            당연히 강서준은 조직 내의 실력자 이긴 했지만, 큰 형님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서준의 오래되고 해 묵은 복수심을 자극하는데 썩 괜찮은 빌미였던 것이다. 비록 서준이 시킨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녀석은 어느 정도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견딜 수 없다. 

            나는 강원우의 등 뒤로 날카롭고 잘라 말했다. 

            “그 새끼..언젠가는 내가 갈아먹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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