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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일본은 얼핏보면 섬나라이기에 인구수도 적고 좁을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한국이 99,720㎢인데 비해 면적이 377,915㎢, 인구는 1억 2천 정도로 넓고 사람이 많은 곳이다. 물론 동아시아 최고의 치안을 자랑하기도 했던 일본이었지만 그 치안체제가 무너진 지금, 대피소는 종종 자기들끼리만 살겠다고 무리를 만든 강도들에게 습격당하기도 했다.
원래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자기들은 어떻게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쪽이 늘 있으니까... 어쩌면 그쪽이 현명한 것일지도 모르지. 과거, 방사능 유출이 있었을 때도 허용 방사능의 표준 기준치까지 올리면서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던 일본 정부는 이번에도 첫 번째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가 도쿄에 나타날 때까지 그 일을 숨겼으니까.
대체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강도가 되어 무기를 잡고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이들이 대피소에서 얌전히 군의 지원만을 기다리는 쪽보다도 삶의 의지가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서우님은 언제 능력자가 된 걸 알게 되셨어요?"
좀비 죽이는 게 질려서 좀비 한번 따먹어볼까, 새로운 느낌일까 고민하다가 뒤에 있던 좀비한테 물렸을 때요.
"어...그게.."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어 서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앞 뒤를 잘라 먹고 대답했다.
"..좀비한테 물렸을 때 알게 되었어요. 감염이 안 되서 신기했는데 그 다음엔 이런 능력까지 생겼더라고요."
"그러시구나...."
별 말 아닌데도 에리가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서우의 말을 경청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옥상 문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더니 사촌 동생이라던 츠부미가 이쪽을 향해 막 뛰어오기 시작했다. 13살 쯤 되보이는 아이가 빨라봐야 얼마나 빠르겠는가 싶었는데 아이는 무언가에라도 쫓기는 듯 급박하게 달리다가 어느 순간 쾅, 하고 넘어졌다.
"츠부미!"
옆에 있던 에리가 깜짝 놀라 그쪽으로 달려가 츠부미를 끌어안았다.
"왜, 왜 그래. 츠부미? 무슨 일이야?!"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당황하며 서우도 그쪽으로 슬슬 걸어갔다. 혹시 좀비의 습격인가? 그럴 리는 없을 텐데.... 그리 생각하는 순간 옥상문으로 마악 들어온 남자를 본 서우는 사태를 대충 파악했다.
"미친놈.."
"케, 케이스케 씨?....."
"젠장.."
"언니...언니이이...! 저, 저 사람이 우리 방에 갑자기 들어오더니, 흐윽.. 흑.. 흐어엉..!"
아이가 엉엉 울음을 터뜨리며 옷을 꼬옥 감싸쥐었다. 앞섬이 거의 다 찢겨서 덜렁거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언뜻언뜻 손자국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시선을 돌려 남자를 자세히 보니 어제 자신을 경계하던 대피소의 남자 중에 하나였다.
나이는 먹을 대로 먹은 것처럼 보이는데 자기 나이 5분의 1도 안 되어 보이는 여자애를 강간하려고 한 건가? 기가찬 서우가 그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비쥬얼이 따악 일본 AV나 망가에 자주 출몰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 딱 그 느낌."
오피스 물에서는 회사 사장, 학교물에서는 학교 교장, 중세물에서는 돈 많고 부유한 공작... 저 상태에서 좀 마르면 학교 수위 같은 느낌으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매[실제로 자매는 아니지만 귀찮으니 묶어버리기로 했다.]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3일만에 만난 소라에게 좋다고 달려들기도 했고 어제도 신나게 즐기긴 했지만 그래도 털도 안난 뽀송뽀송한 로린이는 건드리지 않는 법. 케이스케인지 게이스케인지 모를 중년의 부푼 앞섬을 보며 서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다, 다...당신도 어차피 데려온 그 여자랑 신나게 즐기던데 이것가지고 왜 그래?!"
"뭐?"
밖에서 관음했나 보네 이 새끼가? 분명히 저 시든 걸 붙잡고 신나게 쳤을 거란 생각을 하니 서우의 시선에 절로 혐오가 어렸다. 그것을 보고 또 탄력을 받은 것인지 남자는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일본인의 종특인가.. 애니에서도 꼭 궁지에 몰리면 소리부터 지르고 보던데..... 잠깐 오타쿠 같은 생각을 하던 서우는 생각을 접었다.
"밖으로는 나오지도 않는 관리자 놈만 해도 밤마다 여자들 불러재끼는데... 이제까지 우리들이 번갈아 가면서 보초를 서고 여자들을 지켰어, 그러면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닌가?!"
"...일본어는 왜 이렇게 욕이 없냐. 아우 씨발, 해줄 욕이 없네."
한국어로 잠시 주절거리면서 일본어 욕을 생각해 보았지만 한국 욕 특유의 그 강함을 살려줄 말이 딱히 없었다. 게다가 애초에 일본어를 경어로만 배워서 반말이나 거칠게 말하는 것도 하지 못했다. 결국 될 대로 되라 싶은 서우는 앞으로 걸어가 케이스케의 텐트를 냅다 발로 걷어찼다.
"입 찢어졌다고 아무 말이나 다 내뱉으면 되냐, 이 엄마 없는 놈아?"
"우억!!"
텐트는 깊게 함몰되었다. 안의 올챙이들을 알 상태에서 부숴버릴 생각인지 아니면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서 안에서 개구리로 만들어 버릴 작정인지 서우는 꾹꾹 그것을 즈려밟기 시작했다.
"한 것도 없는 놈들이 꼭 말은 많아요. 뭘 해줬는데? 여기에 좀비들이 올라오길 하냐 뭘 하냐, 입구부터 존나 튼튼해서 저 멍청한 새끼들은 여기 너희들이 있는지도 몰라요. 짱박혀서 군이 가져다주는 음식이나 꾸역꾸역 쳐먹으면서 어디서 부심질이야?"
"크어어억, 어어억!! 사.. 살려주세, 용서해 주십....."
"아, 한국어가 막 튀어나가네... 음, 조용히 하세요. 독일의 형법으로 다스려줄 테니."
품 안에서 잭 나이프를 꺼내던 서우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놈이 피 질질 흘리면서 소리지는 것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좀비에게 던져버려 완벽하게 증거 인멸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나이프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 서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랬더니 저에게 인정이라도 베풀 것이라고 생각했나 머리를 땅에 조아리기 시작했다.
"요, 옹서해 주십시오..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
"눈 감아보세요."
"예...?"
"까맣지요? 아무 것도 안 보이지요?"
"네.. 네...."
"그게 네 미래예요."
머리를 잡아서 일으킨 다음 서우는 그대로 남자를 바닥에 질질 끌었다.
"히이익!! 살려줘, 살려줘어어어엇!!!!!"
무슨 짓을 할까 짐작을 했는지 케이스케가 미친듯이 버둥인다. 그때였다. 이제까지 제 언니의 품에 안겨 달달 떨고있던 츠부미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느, 능력자님! 그만 두세요! 그... 그러시면 안 돼요...."
"츠부미!"
어려서 그런가, 마음이 약하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에리가 츠부미를 확 끌어당겼다. 단호해 보이는 시선... 서우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에리를 보며 웃었다.
"에리 씨 성격 마음에 드네요."
강해보이는 눈빛이 마음에 쏙 들었다. 저도 모르게 입가를 씰룩이던 서우는 발버둥치는 케이스케를 끌어당겼다. 마지막 발악이었는지 난간을 잡고 놓질 않았는데 그 모습이 가소롭기 그지 없었다.
"...인생은 실전이야 좆만아."
"우아아아악!!!"
말하는 것과 동시에 서우는 케이스케를 휙, 밖으로 던져버렸다.
운이 좋다면 저 상태로 즉사할 것이고 운이 나쁘다면 좀비들에게 뜯어 먹히다가 죽겠지, 될 대로 돼라고 생각하며 쭈욱 기지개를 폈다. 왠 잡놈이 끼어들어준 덕에 호감도[?]가 상승했을 거라 생각하니 나름대로 뿌듯했다.
여기에 마무리로 케이스케의 비명소리는 츠부미의 정서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그럴 듯한 말까지 덧붙혀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자 에리가 묘하게 존경심까지 섞인 시선으로 저를 보고 있어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이거 나쁘지 않네, 서우는 혼자 중얼거리며 둘을 방으로 데려다 주고는 대피소의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아, 그런 일이.."
서우에게 대들 수도 없고, 어린 여자애를 강간하려고 했다고 하니 다른 이들도 딱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던 탓이었다. 그리고 케이스케가 말했듯, '밖에는 나오지도 않고 여자만 부르는 관리자' 도 시크하게
[잘하셨습니다. 폐를 끼쳤습니다.]
라는 쪽지를 문 밖으로 보냈다. 대체 어떤 놈이길래 안에서 쳐박혀서 여자만 부른담... 그리고 여자들이 또 낼름낼름 들어가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대체 누가 들어가는 걸까... 스윽 주변을 훑어보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관리자랑 했음' 이라는 표시가 나올 리도 없으니.
"아직 대낮인데 왜 이렇게 졸리냐......"
잠을 설쳐서 그런가, 하품을 하며 서우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마악 씻고온 듯한 소라가 자신을 보며 눈을 깜빡이는 것이 보였다. 어디서 받은 것인지 커다란 와이셔츠 하나를 입고 있었는데, 당연한 듯이 밑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에리가 오기 전까지 즐겁게 밤을 반추하며 질겅질겅 씹고 있었지... 그 생각이 든 서우가 그 앞으로 다가가자 소라가 손을 마구 저으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이 왠지 모르게 슬슬 벽으로 몰고가는 맛이 있어 되려 더 즐거워졌다.
"아, 안 돼요! 안 돼!"
"뭐가 안 되는데요?"
"모,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H 하려는 거잖아요!"
"아, 들켰다.
"어어어..어제도 했으면서 또 하게요?! 이제 아프단 말이에요!!"
하긴, 그렇긴 하겠지. 큭큭 웃으며 서우가 소라의 어깨를 잡았다.
"알겠어요. 넣지는 않을 테니까 뒤 돌아봐요."
"뒤, 뒤...뒤 돌면 넣을 거면서?! 믿을 것 같아요?!"
"스읍, 절 믿어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꺄하!"
소라가 바둥이다가도 결국 힘을 이기지 못해 몸을 돌리고 벽에 손을 짚었다. 동시에 허벅지 사이에 무언가가 쑤욱, 들어왔다.
"뭐, 뭐하시는 거예요? 흐익-"
"허벅지로 하는 거 몰라요? 다리 좀 오므려 봐요."
소라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리를 좁히자 무언가가 쓸리듯이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했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에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키자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다음 순간 안쪽으로 손이 들어오지만 않았더라도 아마 소라는 확 쏘아붙히려 들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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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다음편은 아마도...
그나저나 용기를 달라고 했더니 쿠폰을 주셨군요!
쿠폰 ㅎㅇㅎㅇ.
다음에 업뎃할 때는 짐승 같은 3참으로 만나뵙겠습니다 ㅃ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