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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위험했어. 죽는 줄 알았네."
허리를 툭툭 두드리며 서우는 방금 전을 회상하며 고개를 젓고는 방으로 돌아갔다. 결국은 둘다 지쳐서 이제 그만! 하고 떨어진 다음 방에서 나와, 어떻게 살기는 했지만.. 정말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고 생각하며 서우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정말 무시무시한 여자였다.
마지막에는 얼떨결에 우정물[?] 비슷한 느낌으로 끝냈을 정도니까. 운동장 대신 방바닥에 땀 범벅으로 서로 사이좋게 드러누워서, 멍하게 하늘 대신 천장을 보며, 서로 싸운 자국 대신 전신에 물고 뜯은 자국을 남긴 상태로-
'하아... 하하하....'
'흐후후후.......너, 제법하는데?'
'....유리 씨야 말로.. 진짜 장난 아니네요. 이런 적은 처음이야.. 신세계를 맛 본 기분입니다.'
'우후후♥ 아직 어린 주제에 말야...너도 제법인데?'
'이렇게 멍하게 누워서 천장만 본 게 얼마 만인지... 늘 끝나면 담배 먼저 물었는데......'
'이래서 모모까지 상대할 수 있겠어?'
'..오늘은 그냥 물러가겠습니다.'
'날 상대하고 힘이 남으면 그때 모모를 노리라구?'
"..여자는 40대가 되면 성욕이 끓어 넘친다더니....아래는 진공 청소기고 윗 입은 흡착기네."
벽에 붙어있는 거울로 목을 쳐다보니 흥분된다고 얼마나 세게 물고 빨았는지 시뻘갰다. 그 뿐이니가, 등은 벅벅 긁어 놓았는데.. 어떻게 자가치유 능력으로 재생은 되겠지만..
"담배필 힘도 없다.....으아, 어지러워."
아직도 어질어질한 눈앞을 한번 쓸어내리며 서우는 어두운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에서는 소라가 윗도리만 입은 채로 잠들고 있었고...서우는 말없이 구석에 떨어져 있던 모포를 소라의 몸 위에 덮어주고, 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눈을 감았다. 목욕탕에서 제일 뜨거운 탕에서 한 4시간 정도를 연속으로 담그고 있었던 것만 같았기 때문인지 눈을 감자마자 잠에 들었다.
지나치게 노곤했기 때문일까, 서우는 평소에는 꾸지도 않던 과거를 회상하는 꿈을 꿨다.
[후헤헤헤, 부인. 여기는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데 그런 섭한 말씀을...]
[아아, 거기만은 안 돼요. 안 돼.]
[어디 좀 더 볼까? 쿠후후후......]
그렇게 말하며 경수는 냄새나는 입을 벌려..
"..아.. 뭐라고 쓰지......."
서우는 아주 멀쩡하게 생긴 오타쿠였다. 집 밖으로는 나가는 일은 가끔 식료품을 사러, 혹은 좋아하는 만화책과 라노벨 신간이 나오면 사서 나가는 것, 가끔 몸이 미친듯이 간지러울 때 사냥을 하러가는 일 뿐이었다. 딱히 하는 일은 없었고 유일한 수입원은 집에 틀어박혀 소설 사이트 '치아라' 의 유료 연재란인 꼬불레스에 소설을 연재하며 돈을 벌었다. 그것도 전부 야설. 나름대로 코멘트는 많이 달렸기에 서우는 슬슬 코멘트를 훑어보았다.
[니가고자:ㅎㅇㅎㅇ 이거 완전 ㅆㅆ하네요. 담편 부탁]
[밍자까: 님 이거 경고 드실 듯;;;;;경고 조심하세요.]
[파일JO 킬러 JJO:ㅍㅍㅆㅆ 파파솔솔! 나의 하반신이 부릉부릉 달린다!!]
[자벳흐:철자, 철자로 가버렷! 집으로 가버렷!]
뭐, 다행이 짭짤했기에 서우는 나름대로 우아한 삶을 살 수 있었다. 미친듯이 달려드는 멧돼지를 쏴죽이고 가끔은 뒷돈을 찔러주고 사냥해서는 안 되는 것들도 사냥했다. 그렇게 자신의 살인병과 같은 욕구를 채웠다. 그러했었다. 하지만 그걸로도 채워지지 않는 욕구는 어쩔 수 없었다.
죽이고 싶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서 덤비는 것을 찍어 누르고 싶다. 쥐면 부러질 것 같이 가냘프고 여린 것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좋으니 강력한 것, 갓 잡은 연어마냥 펄떡이는 목을 쥐어 숨통을 끊고, 흔적도 남지 않도록 찢어버리고 싶다. 굴복시키고 싶다.
"....어? 미친. 풉!"
평소 같은 생각을 하며 타자기를 바라보다가 뭐라도 사탕이라도 까 넣자는 생각으로 입 안에 무심코 털어넣었던 것은 콘돔이었다. 진짜 정신을 놓았었구나, 그 생각을 하며 서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후 그러한 욕구는 좀비가 나타남으로써 일시적으로 해방되었지만 그것도 능력자가 된 이후로는 다시 쓸모없게 되어버렸다.
이젠 영영 없는 건가, 같은 능력자들을 쳐죽이러 가는 것 외에는 그 쾌감은 느낄 수 없는 건가, 꿈속에서도 그 생각에 괴로워 하던 서우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몸이 펄쩍 뛰었다. 그렇게 현실로 돌아왔다.
"흐앗?! 뭐, 뭐야 이거?!"
소라의 비명소리에 확 정신이 들어, 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 전체에 지진이라도 난 듯이 진동이 크게 울리고 있었다. 그 순간-
"그어어어어어어!!!!"
서우는 활짝, 창을 열었다. 그 순간 다시 한번 굉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 그리고 서우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저게 대체..?!
"이... 이게 무슨 소리예요? 어떻게 된 거야?!!!"
처음에는 그것이 좀비 떼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시뻘건 무언가의 덩어리였다. 그것이 건물을 세게 내리치고 잡아 흔들고 있어, 이미 1층은 완전히 붕괴된 듯 보였다. 그 순간 다시 한 번의 진동, 벽에 붙어있던 액자가 소라에게로 떨어졌다. 서우는 재빨리 소라를 끌어당겼다.
"아...!"
"안전한 곳에 숨어 있어요."
서우는 재빨리 창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해서 가까이에서 보게된 좀비의 그 덩어리의 실체는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도, 돌연변이 좀비? 돌연변이가 왜 저런 모습을..."
무덤덤한 서우조차도 말을 더듬을 정도로 좀비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아니, 충격을 넘어 기가막힐 지경이었다. 저 정도로 큰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사람 네 명을 세로로 합친 것 같은 크기의 좀비, 아니 괴물에 가까운 것이 미친듯이 대피소를 내리치고 있었다.
좀비들은 벽을 넘어서까지 사람의 온도를 감지하지 못하지만 돌연변이들은 감지능력이 천차만별이었고 저것은 벽 너머의 체온까지 감지할 만큼 능력이 뛰어났던 것이다.
"...가족들 원수라도 갚으러 왔냐......."
눈을 찌푸리며 더욱 자세히 살펴 보니 그것은 좀비의 몸이 뭉쳐져 있었다. 마치 사람 모양으로 만든 찰흙을 또다시 사람 모양으로 이어붙힌 것마냥.
"방사능을 얼마나 빨아재낀 거야...? 후쿠시마 산인가? 아니면 중국산?!"
어떻게 저런 모습이? 서우는 고개를 좌우로 크게 흔들었다. 지금은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다행이 해는 중천에 떠 있었고, 와이어도 자유자재로 뻗어나왔다. 어떤 놈일지는 모르지만 이제까지의 돌연변이들과 별 차이 없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순간 서우는 그 돌연변이에게 한 대를 강력하게 얻어맞고 저 멀리로 날아갔다.
"웁, 크어......쿨럭, 쿨럭."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끔찍한 느낌, 서우는 벽에 등을 박으며 피를 한움큼 토해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내장이 뭉그러지고 척추가 내려 앉았겠지만, 능력자의 신체인지 서서히 그게 자가치유되는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서우는 끄응,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돌연변이는 서우를 발견한 이상 그를 집중적으로 노릴 생각인지 엄청난 스피드로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또 다시 그 철퇴 같은 주먹이 눈앞을 스쳤다.
"....!"
하지만 이미 한 번 맞아본 주먹, 뒤로 휙 빠진 다음 와이어를 뽑아 좀비의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달려들던 좀비를 와이어로 감싼 뒤 그대로 돌연변이의 엉덩이를 향해 날렸다. 이내 쑤컥! 하는 소리와 함께 좀비가 정확히 정 가운데에 파고 들었다.
"구르르륵!!!"
"딜도로 전립선 맞고 홍콩이나 가라!!!!"
움직임이 영 불편해진 모양인지 돌연변이가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엉덩이에 박혔던 좀비는 몸에 흡수당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 시뻘건 덩어리는 이내 더 커졌고, 확실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점점 더 인간에 가깝게....
"저 놈이 엉덩이로 좀비를 먹네.... 으학!"
밥을 엉덩이로 먹고 더 빨라진 것인지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좀비가 손을 뻗었다. 그때 총소리가 들리더니 돌연변이는 다시 손을 걷으며 괴상한 목소리로 크게 포효했다.
"서우님! 힘내십시오!!!"
"지원사격하겠습니다, 힘내세요!"
대피소를 나름대로 지키는 남자들이 밖으로 나와서 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것까진 나름대로 고마웠는데..
"저희가 뒤에서 돕겠습니다!..... 으아아악!!!"
"젠장, 쏴!!"
"아악!!!!! 카츠라, 여기... 여기 좀 도와줘어어어어엇!"
".......잔망스러운 새끼들."
주변에 저 돌연변이 하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건가, 그들은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자잘한[?] 좀비들에게 쫒기기 시작했고 서우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린 다음 돌연변이를 향해 와이어를 뻗었다. 좀비를 죽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목을 절단하는 것. 느리기 때문에 둔할 테니 목에 매달려서 머리를 썰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입에 묻은 피를 닦던 서우는, 자신의 입꼬리가 찢어져라 위로 올라가 있던 것을 깨달았다.
"......"
오래 의아해 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돌연변이가 그 두꺼운 손을 내민 그 순간에 서우는 그대로 끌려갔고, 그 무시무시한 악력에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대로 정신이라도 나간 것마냥 웃음이 질질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하.... 하하."
그렇게 좀비에게 몸이 뒤틀리면서, 서우는 크게 웃기 시작했다. 저 멀리에서 마악 좀비를 다 죽이고 서우를 구한 답시고 총질을 하기 시작하는 남자들이 놀라는 것 따윈 상관없었다. 서우는 목이 찢어져라 웃었다.
"하하하하, 와 씨발.....존나 죽인다!!!!"
그리고 그렇게 웃던 끝에, 품에 있던 검으로 좀비의 손가락을 끊어 탈출하면서 뒤틀린 어깨를 맞추었다. 아니, 사실은 그런 것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저 몸이 움직이는대로 움직여 몸을 치료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뭔가 그 전보다 강해져 있다고. 그리고 다시, 예전 같은 기쁨을 되찾았다고.
마음의 한 구석에서 다시 불이 붙은 살육에 대한 기쁨이 지글거리고 있었다.
".....그래, 이래야 재밌지. 이래야 살만하지.."
좀비 사태가 처음 벌어졌을 때, 좀비를 끌고와 잔인하게 죽였을 때처럼 서우의 아랫도리는 뜨겁게 흥분하고 있었다. 기쁨에 손이 덜덜 떨릴 것만 같았다.
"꿈은 이루어진다.."
그렇게 잠시 히죽히죽 웃던 서우는 문득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는 한껏 텐트를 친 저의 아랫도리를 내려다 보았다.
"..미친, 이러고 어떻게 싸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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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을 뙇.
+)
민영모님이 짐승 다음편을 안 올리시네여. 재촉이 피료하당. 밍자까님 대사 가져다 쓰게 해주신 거 허락 감사합니당 하하핳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