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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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쓸데없이 고개를 쳐들었던 아래를 진정시킨 서우는 곧바로 돌연변이에게 달려들었다. 그래서 자신의 다리로 다 감기도 힘든 목으로 뛰어들었는데, 그 순간 뭔가 빨판 같은 것이 다리에 엉겨붙기 시작했다.

"으?!"

돌연변이의 살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문어의 빨판과 비슷한 것은 흡사 거머리라도 되는냥 다리를 척척 감기 시작했다. 재빨리 와이어로 끊었지만 그것은 끊임없이 재생되며 몸을 감아들었고 슬슬 허벅지 위로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씨,  씨발?"

왠지 그 모양새는 야 게임과 야 애니의 단골 소재인 그것과 너무나 닮아, 금방이라도 끝에서 뭔가의 끈적하고 질척한 액체를 뿜으며 인체 개조를 할 것만 같아 오싹, 소름이 끼쳤다. 촉수의 끝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분명히 냄새나 느낌으로 봐서 피였지만, 서우는 왠지 모르게 99퍼센트의 확률로 최음제일 것만 같다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촉수물 꺼져!!!!!!!"

욕과 함께 그 순간 발휘된 초인적인 능력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그렇게 뒤로 몸을 물리긴 했지만 난간에 서서 보니 옷이 완전히 타들어간데다가 다리에서도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거머리처럼 감긴다고 했더니 피를 쪽쪽 빨아댄 것이다. 그 때문인지 묘하게 정신도 혼미해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심장은 거세게 뛰고 있었다.

죽이자, 죽여야 한다. 가서 완전히 토막내 버려!

손에서 와이어를 여러갈래 뻗은 서우는 달려가면서 돌연변이의 다리 한 쪽을 세게 긁었다. 다리가 그대로 꺾이긴 했지만 그 순간 화악, 피가 튀겼고 서우는 간신히 그것을 피하며 밑으로 슬라이드 했다. 하지만 현실이기에 영화나 게임처럼 슬라이드를 해면 아무런 데미지가 없는 게 아닌지라 온몸이 긁힌 서우는 찢어진 옷을 돌연변이의 얼굴로 던지고 그곳을 날아서 차, 그것을 쓰러뜨렸다.

"쿠어어!!"

다리가 잘린 돌연변이가 뒤로 넘어가자마자 서우는 와이어를 뽑아 몇 번을 빠르게 내리쳐 좀비의 목을 끊었다. 그렇게 해서 머리가 잘린 상태로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자, 옆에서 다른 자잘한 좀비들과 싸우고 있던 일본인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서우도 묘하게 안도하면서 뒤로 물러나는데, 그때.. 잘려진 머리가 공처럼 뛰더니 서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큿?! 이 미친......!"

시뻘건 입을 쩌억 벌리며 노란 이를 물처럼 고인 침 사이에서 드러내던 것은 어느 순간 총알과도 같은 빠르기로 서우를 노렸고, 서우는 재빨리 그것을 와이어로 감싸 건물을 향해 던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다가오기 전에 건물 벽에서 으깨진 것을 갈라버렸다. 아무리 스릴감에 미쳐있는 서우라 해도 갑자기 그렇게 흉악하게 생긴 것이 달려들면 놀라기 마련이었다.

"후우, 와.....씨바...씨발....."

기쁠 때도 씨발, 슬플 때도 씨발, 아플 때도 씨발, 놀랐을 떄도 씨발이라고 하는 것이 한국인이라고 했던가.

저도 모르게 흐른 땀을 닦고서, 서우는 일본인들에게 기름을 부탁했다. 그리고 그 잔해에 불을 질렀다. 금방이라도 서로 떨어진 몸과 목이 다시 꿈틀거려 건물을 내리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몸에 이어 고기 썰리듯 칼집이 난 머리와 목으로 간 서우는 기름을 사정없이 뚫린 입과 목에 쳐바르곤 시뻘겋게 벌어진 입에도 부었다. 그 순간

"끄루....르......쿠.... 쉬익, 쉭..."

"그냥 곱게 좀 뒤져라, 새끼가 존나게 말이.. 어........?" 

"........"

서우는 무심코 움찔했다가 바로 뒤로 물러섰다. 방금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하지만 기분 탓이려니 생각하며 서우는 그 입에 마지막 불씨를 피우는 라이터를 집어넣었다. 이내 화악, 하고 머리가 타올랐고 모양이 완전히 망가졌어도 사람의 몸으로 구성된 것이기 때문일까, 오징어 타는 냄새 같은 것이 코끝에 맡아졌고 연기에 눈꺼풀이 끈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눈을 부비적 거리던 서우는 안으로 들어가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에 제 몸을 내려다 보았다.

"......."

바지 밑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슬라이드 하다가 다친 것도 있고 이것저것 상처가 났기 때문인지 피가 줄줄 흘러 지나온 길에 자국을 길게 남긴 것이다.

".....생리라도 한 것 같네."

소라를 떠올리며 서우는 대피소 안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모두 영웅을 보듯 눈을 반짝이고 있었고, 어제의 그 유리와 모모는 서우를 보고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에리가 서우의 다리를 보고 작게 비명을 질렀다.

"서, 서우님... 다리가...."

그제야 서우는 다리가 몹시도 쓰라려 오는 것을 느꼈다.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왠지 남이 찝어주니 한 방에 느껴진달까, 거기에 여러 대 돌연변이에게 쥐어 터지기도 했기 때문인지 금방이라도 뭔가를 토해버릴 것 같았다. 가뜩이나 아침이라 빈속이긴 했지만 처음, 배를 강하게 얻어 맞았을 때의 충격이 여전했다.

"..우..........."

갑자기 올라오는 위액에 서우는 입을 가리고 근처에 있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어떡해.. 괜찮으세요?"

속에 남아있던 약간의 잔해와 위액, 그것이 피와 함께 입에서 후두둑 떨어졌다. 등을 토닥이는 손은 에리, 작고 여린 손이 등에 닿는 것은 상당히 흥분되는 일이었지만, 속이 너무 쓰려서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결국 속에있는 것을 전부 비워낸 서우는 절뚝거리며 다시 로비로 나왔다.

 아까 밖에 나와있던 남자들이나 나나, 모르는 여자 세 명이 그에게 약과 수건 같은 것을 내밀었다. 나나는 의료적 지식이라도 있었는지 몸이 어떻냐고 뭔가 묻는 듯했는데, 서우는 그 말은 하나도 듣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하지만  기분만은 최근의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온몸을, 몸속을 망치로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아팠지만 서우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걸면서 눈을 감았다.

"....어어..?"

그러다가 일어났을 때에는, 소라와 함께 쓰던 방이었다. 그새 고쳤는지 나무판자가 붙혀진 천장을 보던 서우는 눈을 깜빡이다가 자신의 팔에 뭔가 딱딱한 것이 닿아있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 내  팔을 베고 자고 있기라도 한 건가? 서우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 있던 건 나나였다.

"......."

닿은 것은 나나의 가슴이었다. 나나가 엎드려 자면서 자신의 가슴을 팔로 짓누르고 있던 것이었다. 언뜻 나나의 손을 보니 소독약이 묻어있고 지저분한 것이 나나가 저의 몸에 난 상처를 치료하고 나서 경과를 지켜보다가 그대로 잠든 듯하다.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도 남색이고....

선택지가 있었다.

1) 손을 빼낸다.

2)그냥 가만히 있는다.

3)H.....는 불가.

물론 좋아서 가만히 있는다는 아니었다. 괜히 손을 빼냈다가 깨기라도 하면, 어딜 만져? 어딜 만져욧! 하는 소리를 들으며 만질 것도 없는 자기 가슴을 만졌다고 나나가 파닥댈 것 같아서였기 때문이었다.

'어쩌나.. 그냥 이대로 있을까....'

잠깐 망설이던 서우는 그래도 가슴이니 어디냐고 생각해 가만히 잠든 척 있기로 결심했다.

'뭐, 괜찮네?'

게다가 자신은 자고 있는 사람이고 자기가 기댄 것이니 뭐라고 하진 않겠지. 그런 생각으로 서우는 눈을 감았다 뜨며 나나를 관찰했다. 그 순간, 손가랏 사이에 묘한 게 닿았다.

"우웅...."

뒤척이는 나나, 다시 한번 손가락 사이에 뭔가가 닿았다.

'...노, 노브라인가?'

다시 한번.

'..노브라다.'

하긴, 좀비 사태가 벌어지는 이런 상황에 일일히 속옷을 다 신경쓰는 것이 이상한 것이겠지.... 브라 같은 것을 차지 않아도 딱히 처질 것도 없는 가슴이기도 하고. 그런데 위만 안 입은 건가, 혹시 아래도.. 서우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몸 상태가 안습이었다.

'으음, 뭔가 건포도......'

다시 닿았다.

'건포도? 아니야. 건포도라기엔 좀 작은데. 뭐랄까, 코코볼 같은 것이....'

빈유지만 그래도 나름 기분이 묘한 상황이어서 서우는 저도 모르게 살짝 긴장을 했다. 게다가 소녀틱하고 귀여운 얼굴, 로린이는 건들지 않는다는 주의지만 그래도 로리적 환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어서 은근히 마음 한 구석이 기뻐졌다. 저번에 얼핏들은 말로는 나나의 나이가 22살이라던가. 일본은 한국과 달라서 18세만 넘으면 성인이니...

'괜찮은데..'

이게 바로 합법 로리! 그런 생각을 하며 서우는 자신의 손등과 손가락에 닿는 AA 건전지 사이즈의 가슴을 마음껏 만끽했다. 그때, 몸을 부비던 나나가 자기 입으로 억눌린 신음을 뱉어냈다.

"후웅..."

"......."

"흐음, 응...."

한번 비비기 시작하더니 정확히 그 끝을 손가락 사이에 비빈다. 자면서도 나름 느끼고 있는 건가,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손을 빼버리면 왠지 100퍼센트 깨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에 서우는 고개를 돌리며 모른 척하기로 했다. 예상대로 나나는 10분 뒤 잠에서 깨어나 꺄악!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로 물러났다.

나름 아쉽다고 생각하며 서우는 다시 눈을 감았다.

============================ 작품 후기 ============================

빨리 20회까지 선작이 무럭무럭 쌓이고 진행이 되어서 님들을 멘붕 시키고 싶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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