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14 / 0198 (14/198)

0014 / 0198 ----------------------------------------------

짐승

손이 도넛이 된 타카키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서 한술 더 떠 서우는 문을 잠궜다. 저기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자기 동료들이 구해주던지 굶어 죽던지 알아서 하겠지.

'뭐, 전자 같은 일은 없으려나.'

"자, 가자. 츠부미."

"네.."

츠부미도 두 번이나 그런 일이 있다 보니 그때처럼 말리지 않았고 서우는 츠부미를 데려오는 내내 열변을 토해냈다.

"츠부미야."

"..네, 서우님."

"넌 귀여우니까 조심해야 돼, 알겠지?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고, 남자들 조심하고. 그러다가 왠 변태한테 끌려가서 당해도 지금은 어디에 신고할 곳도 없어, 상황이 안 좋은 건 너도 알잖아."

"네.. 네에...."

"그러다가 엄한 놈 만나서 임신.....아니다. 여기까진 알지 않아도 돼, 넌 소중한 책속의 아동이니까."

다시 서우는 이것저것 집어주었다. 남자가 이런 낌새면 도망가라, 이렇게 하면 이렇게 해라.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코에 손을 넣고 지저분해도 그대로 위까지 쑤셔 올려라. 등등의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제자에게 가르치듯 열렬하게 전수해 주었다. 

실제로 츠부미가 전부 알아들었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츠부미는 마구 고개를 끄덕였고, 서우는 나름 뿌듯하게 츠부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의 머릿결이라서 그런지 머리카락이 가늘고 아주 보드라웠다.

"알았지? 내가 한 말은 다 새겨 들어. 그리고 일단 남자들은 믿지 마. 그건 여자들도 마찬가지지만, 같은 여자끼리면 힘의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잖아, 일단. 네가 더 컸을 때 이야기지만...... 대피소 안에서 남자가 네 근처에 오면 바로 도망 가, 알겠어? 그래야 오늘 같은 일이 또 없으니까."

"하, 하지만 그럼 서우님은.."

"아."

서우는 저가 하고 있던 말이 모순적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이것은 마치 에피메니데스가

[님들! 크레타 사람들은 다 거짓말쟁이예여. 신뢰 노노해.]

[근데 님아.]

[넹.]

[님도 크레타 사람이잖아여, 지금 장난?]

[올 ㅋ]

이것이 바로 모순 paradox. 서우는 고개를 젓고 바로 말을 정정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네!"

"....남자 중에서는 나만 믿으라구. 알겠지?"

"서우님만요?"

"그래, 나는 적어도 털도 않난.............."

"...예? 털이요?"

서우는 잠시 입을 꾹 다물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아니야. 난 어린애들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

"...그럼 어린애가 아니면요?"

쓸데없이 섬세하군. 서우는 잠시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적당히 둘러댔다. 아무리 짐승 같은데다가 정신줄을 놓친지 오래인 서우여도 츠부미의 어린 강아지 같은 눈을 보니 [핡핡, 난 짐승. 로린이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잡아먹지] 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어린애가 아니여도 안 돼지.... 그러니까 다른 남자들이 다가오면 그냥 무조건 도망 가. 그냥 오지도 말라고 해. 그 이유는 넌 아직 몰라도 되는 거야 좀 나중에 알아도 돼요."

"예, 예에..."

"네가 작고 어리니까 여기선 제일 만만하다구."

츠부미는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는 그제야 츠부미가 자신의 손가락을 꼭 쥐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말 그대로 꼬옥, 그리고 보는 눈은 이제 동경하는 선배를 넘어서 뭔가 더 있는 것 같은...

'으음....귀여우니까 좋기는 한데..'

서우는 머리 위에 뭔가 창이 하나 뜨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띵동! 츠부미가 당신을 아버지처럼 생각합니다.]

'육아는 사양인데.. 좀 놔라.'

은근슬쩍 손가락을 빼려고 했는데 츠부미의 힘이 제법 강했다. 자기 손도 다 잡지 못하고 손가락 세개 정도를 꼭 잡고있는 것을 보니 왠지 빼기도 뭐하고.

"윽.."

별 수 없이 안으로 들어오는데 츠부미의 동그란 눈이 저를 빤히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 눈이 말하는 건 [궁금한 게 있어요!] 같은 아이의 눈.

"...왜."

"있지요. 서우님은, 왜 저한테 말을 높혔다 낮혔다 하세요?"

"....일본어를 잘 못해서."

그 소리에 츠부미가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웃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작게 꿍얼거리며 서우가 뒷 머리를 벅벅 긁고는 츠부미와 식당까지 함께 걸어갔다. 마악 음식들이 차려져 식탁에 놓여지기 시작하고 있었기에, 서우는 식탁에 바로 앉고 츠부미는 언니를 도와주겠다며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대피소를 구한 영웅인 덕에 음식의 양이 다른 사람보다 많았고, 방금 전의 상황이 나름대로 급박했던 탓인지 서우는 앞에 놓인 음식을 빠르게 집어먹었다. 다들 손으로 그릇을 들고 먹는 상황에 혼자 테이블에 그릇을 내려놓고서 먹는 것이 왠지 뻘쭘할 만도 한데, 서우는 혼자 깨끗하게 그릇을 비우고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서우 씨 어디 가세요?"

언제 옆에서 먹고있던 것인지 소라가 들고있던 그릇도 내려놓고 서우를 올려다 보았다. 서우는 말없이 픽 웃으며 소라의 부들부들한 머리를 눌렀다.

"기다려요. 나중에 선물들고 갈게요."

"네?"

그날 나머지 일본군인들도 똑같이 그 공터에 갇힌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나름 전리품으로 그들의 명찰을 떼어온 서우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서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몸도 제법 회복했겠다, 묘하게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전투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살육이었지만 그 특유의 흥분이랄까.

'나름의 선물[?]도 있고, 이만하면 간만이기도 하고...'

나름 기대심을 가지며 걸어가던 도중이었다. 복도의 코너에서 서우는 정확히 모모와 마주쳤다.

"..모모 씨?"

그날, 유리의 방에서 나온 후로는 처음이었다. 이 근처에 욕실이 있는 것인지 모모도 막 씻고 나온 모양새였는데 축축하게 젖은 머리가 뺨에 달라붙어 있었다. 거기에 유리와 같은 것을 쓰는 것인지 풍겨오는 냄새가 얼추 비슷하다. 생긴 건 완전히 딴 판으로 생겼으면서.

유리가 타고난 색기가 흘러넘친다면 이쪽은 아무 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가씨 같이 생겼다. 살짝 동그란 얼굴이라거나, 일렁이는 듯한 커다란 눈, 손으로 집어서 만든 것 같은 앙증맞은 코.. 그때 본 가슴은 크기보다는 손에 딱 잡히기 좋은 미유 크기의 가슴이어서 꽤나 보기가 좋았다. 

한 순간이었지만 깊이 눈에 새겨두었던 모양을 생각하며 서우는 웃음을 삼켰다. 저도 모르게 웃었더니 모모는 갑자기 와락 쏘아 붙혔다.

"왜, 왜 그렇게 웃으세요?!"

뭔가 묘하게 씩씩 거리는 분위기에 서우는 그제야 그날의 일을 제대로 기억해냈다. 자신이 오기 전에 유리와 잔뜩 즐기고 있지 않았던가. 손놀림이 좋았으니 분명히 잔뜩 흥분하고 있었을 텐데 그걸 자신이 중간에 채가면.... 서우는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 좋게 아무도 오지 않은 것을 보며 모모의 어깨를 잡고 슬쩍 벽에 밀었다.

서우는 정신이 없던 상황에서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유리를 정신없이 범하고, 그 반대로 정신없이 먹히고 있을 때 모모가 그 모습을 보면서 흥분하고 있었던 것을. 위기 상황에 성욕을 억누르는 것은 남자 뿐만이 아니다. 여자들 또한 성욕은 마찬가지로 존재하고, 기껏해야 남자보다 더 적거나 이성이 그것을 막는 것 뿐이니까.

그러니 레즈 플레이를 즐기고 있던 모모 또한 마찬가지겠지. 거기에 분명 만족하지 못해서 잔뜩 안달이 났을 터였다. 유리가 아무리 절륜하다고 한들, 구멍으로 여자를 만족시켜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때 봤던 모모 씨 몸이 생각나서요."

"뭐, 뭐라구요? 꺄앗!"

"아아, 그래. 딱 이 정도 크기였구나..."

소라와 하려던 것도 잊고 서우는 모모의 양 가슴을 손으로 쥐며 부드럽게 그러쥐다가 세게 힘을 주었다. 모모의 목에서, 힉- 하고 새된 비명이 튀어나왔다.

"무슨 짓이에요... 이... 이런, 어디에 다리를 넣는 거예욧!"

"여기."

"으하앗!"

은근슬쩍 무릎을 벌려진 가운 사이에 넣고 아무 것도 입지 않은 다리 사이와 허벅지 안쪽을 슬슬 비비기 시작하자 모모의 반항이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이 정도의 반항은 서우에게 잇어서는 우스운 것일 뿐이었다.

"쉬이, 가만히. 손가락이나 혀로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

이제까지 내내 고개를 돌리고 있던 모모가 그 말에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서우는 복숭아처럼 붉게 물든 모모의 뺨을, 혀를 길게 내밀어 핥았다. 

"히익!"

"아무래도 혀나 손가락보단 이게 낫지 않겠습니까."

"....으....!"

모모의 고운 손을 끌어당겨 서우는 자신의 물건으로 슬슬 가져갔다. 모모는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더 붉히며 고개를 저었지만 계속되는 자극에 머리가 멍해져 반항을 할 수가 없었다. 서우는 그렇게 점점 더, 안쪽 욕실로 모모를 몰아붙혔다.

"뭐.. 뭘하시려고! 이거 놓으세....우웁!"

볼을 감싸쥐고 그대로 입술을 삼키자 놀랐는지 파- 하는 소리와 함께 모모의 입술이 열렸다. 방금 양치를 하고 온 것인지 키스하는 느낌이 꽤나 상쾌했다. 

============================ 작품 후기 ============================

이제 복숭아를 먹을 때가 되었다.

쿠폰 감사합니다. 쿠쿠쿠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