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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얼떨결에 노스카와 우드와 함께 방으로 들어온 서우, 다행이 그가 하는 말은 상당히 간단했다. 대피소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도쿄로 갈 테니 따라와 달라는 것이었다. 도쿄는 최근 방어벽을 세우며 좀비를 막고 있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돌연변이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그러니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것을 도와준다면 그에 따른 포상을 하겠다는 제안이었는데, 서우가 받아들일 이유는 전혀 없었으나 문득, 방에 두고온 유부녀에게 전해줄 가방 생각과, 가끔은 좀 조용한데서 자고 싶다는 생각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뭐, 나쁜 제안은 아니네요. 알겠습니다. 그래서, 언제?"
"내일 모레쯤 움직일 예정이네, 여기로 차가 두 대 올 거야. 그 차에 나눠타서 도쿄까지 되는 거지."
"그렇군요.. 괜찮네, 그거."
서우가 그 제안에 수락한 이후, 노스카와 우드가 데려온 군인들은 잠시 대피소에 머물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는 동안, 유리는 대놓고 그에게 추근덕거렸지만 노스카와 우드는 대놓고 자기는 유부남이라며 그녀의 유혹을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이었는지 유리는 얼빠진 표정을 하다가 다리를 동동 굴렀다.
"짜증나아아아아아앗!!!!"
유리의 분노섞인 절규를 어쩌다 보니 바로 옆에서 듣게 된 서우는 가볍게 귀를 막았다.
한번 잡히면 껍질까지 쪽쪽 빨려 먹혀, 역으로 강간당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걸 모르기 전에는 무시무시하게 농염한 유리의 유혹을 거절하다니.. 정조관념이라고는 나나의 가슴만큼도 없는 서우로써는 상당히 신박한 일이었다.
"흥!! 능력자가 온다길래 기대했더니 뭐야."
"....도쿄로 가서 많이 드세요. 일본은 대부분이 남자 능력자라면서요."
"응, 그럴려고."
그렇게 말하며 심드렁하게 자기 귀를 후비던 유리는 휙, 서우를 노려보았다. 무심코 서우가 움찔하자 유리는 붉은 입술을 씰룩이며 웃었다.
"약속 잊지 마."
"....잊을 리가요."
"후후."
서우의 가슴을 장난스레 쿡 찌르고는 유리는 뒤를 돌아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마 저 상태로 내일까지 나오지 않겠지. 저런 모습만 보면 뭔가 강력한 성격과 어울리지 않게 히키코모리 기질도 있는 듯 싶었다. 방에 틀어박혀서 도무지 나오질 않으니까. 그런 유리의 뒤태를 보다가 서우는 다시 시선을 돌려 약속장소인 3층으로 올라갔다.
거기에서는 밑에서 한가롭게 앉아있는 군인들이 보였는데, 지금 온 일본군들도 그제 왔었던 군인들과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노스카와 우드의 바로 옆에서 서우를 경계하고 있는 이들은 군기가 바짝 선 것이 저들과는 확실히 격이 달라 보였지만 저쪽은 아마, 사람이 없어서 긴급하게 투입된 잉여 자위대 병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해이해 보였다.
"야, 야 조용히 해. 저 놈이 우리쪽을 보잖아."
'병신아, 다 들린다.'
서우가 여자 아이에게 손을 댄 군인을 병신으로 만들고 다른 놈들까지 연대책임이라며 박살냈다는 말을 하니 얌전히는 있지만 발정이 나서 지들끼리 조용히 쑥덕거리고 있었다. 거기에 아마 일본의 능력자인 노스카와 우드가 있다는 것이 자신감을 한 몫 보태고 있는 것 같았다.
"혼자 딸이나 칠 것이지, 새끼들이...."
담배에 불을 지피며, 서우는 밑을 슥 내려다 보다가 제 것을 물고 앞 뒤로 움직이고 있는 나나의 머리를 슬슬 쓰다듬었다. 약이 풀리고 난 그날 밤도 나나는 서우를 찾아와 자고있는 소라 몰래 다리를 벌릴 정도였으니까.
"나나 씨가 이렇게 밝힐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크큭."
서우가 웃으면서 나나의 머리를 쓰다듬자 나나는 마치 강아지처럼 입꼬리를 올려 웃다가 다시 윗 부분을 입에 물고 혀를 꾸욱 눌렀다.
"츄우, 춥. 어, 어때요 서우님? 나나, 잘하죠?"
이미 나나의 속옷도 입지않은 아래가 젖어들고 있다는 것을 안 서우는 발가락을 내려 슬쩍, 그 밑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아무도 오지않는 3층에서 나나의 입에 잔뜩 싸지른 서우는 개운하게 묶고있던 방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그리고서 잠시 방에서 졸고 있자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방에 들어올 것은 소라밖에 없었다.
"저어, 도쿄로 간다는 게 사실이에요?"
"내일 차가 온다고 하던데요."
"저, 정말요?... 다행이다........"
소라가 한숨과 함께 자리에 주저앉았다. 서우가 있어서 내내 안심하고 있던 소라였지만 저번, 돌연변이의 습격 때문에 내내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도쿄에 가족들은 있어요?"
"예? 예에.. 부모님이 계세요."
"잘 됐네요."
그러고 보니 소라와 하지 않은지 꽤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서우는 아직 현자타임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해서 심드렁하게 소라에게서 시선을 돌리는데, 티셔츠 너머로 보이는 소라의 가슴이 심하게 두드러져 눈을 떼기가 조금 힘들었다.
"...아무 것도 안했어요?"
그 물음에 소라가 확 얼굴을 붉히다가 몸을 돌렸다. 생략된 부분이 많았지만 저도 그게 무엇인지 알았는지 소라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너, 너무 더러워져서 세탁했는데 그게 하나 뿐이라.. 티 많이 나요? 뭐라도 걸쳐야 하나..."
"이거라도 걸치고 있어요."
서우가 제 윗도리를 휙 벗어 소라에게 던져주자, 소라는 어리둥절하게 윗옷을 받고 눈을 꿈뻑였다.
"밑에 발정난 놈들 또 있는데 저번처럼 무슨 일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당한 후에 내가 되갚아줘봤자 뭐하고."
딱히 별 감정을 실고서 말한 것도 아닌데, 소라는 격하게 감동받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서우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해서 가슴 베개라도 은근히 해주길 바랐지만 무리였고 결국 무릎 베개로 대신한 서우는 소라의 푸근한 체취를 맡으며 낮잠에 빠졌다.
*
"해서, 그 능력자는 만나 보셨나요?"
"그래, 하지만 13호를 해치운 것치고는 별 거 없더군. 다만 회복능력은 경이로운 것 같다. 듣기로은 내장이 파열되어 피를 토할 정도였다고 했는데 그새 회복해서 군을 건드리고 여자까지 후리고 다닐 정도야."
노스카와 우드는 무심코 가슴팍 안에 넣어두었던 시가를 입에 물려다가, 앞에 있는 상대가 담배 연기를 전혀 맡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품에 넣어두었다.
"미안, 하네다. 네 앞에서 하마터면 담배를 피울 뻔했구나."
"뭘요, 깜빡하실 수도 있지요. 그나저나 그 '서우'의 능력은요?"
"빛이 있으면 그걸 흡수해서 와이어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군. 능력 자체가 매우 강력해.. 하지만 사용 시간이 짧은 것 같아. 한 시간 반 정도를 사용하고는 내리 몇 시간을 쉬었다고 하니까."
"그럼 혹여나 난동을 부리면 그대로 제가 제압할 수 있겠군요. 그 시간만 버틴다면.."
"하지만 일단은 도쿄를 구하는 게 먼저다. 헌데 자국에서도 좀비 퇴치에 빠진 자가 왜 일본으로 온 것인지... 쯥. 우리 편에 도움만 된다면 아무래도 좋지만... 그나저나, 춥지도 않니? 그런 슈트 하나 입고서."
밤이라 꽤나 쌀쌀한데도 몸매 라인이 딱 드러나는 슈트 하나만 입고있는 하네다를 보며 노스카와는 걱정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하네다는 반대로 고개를 저었다.
"제 능력이 그런 형태여서 그런지 별로 추위도 못 느끼겠더라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다면야 뭐.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저 놈은 경계해야 할 것 같구나. 혹시 한국에서 우리쪽에 간첩으로 보낸 것일 수도 있고, 우리가 알고있는 정보를 캐러 왔을 수도 있으니 정보 유출은 최대한 삼가해야 한다. 이번 돌연변이 문제와 무시히메에 대한 이야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이건 수 많은 연구 끝에 겨우 알아낸 고급 정보니까. 한국이 덕을 보게할 수는 없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직 저쪽은 제가 온지 모른다고 하셨지요?"
"그래, 절대 그 놈에게 능력을 들키거나 하면 안 돼. 계속 웃고 있고 그놈에게 들키지 않게 일단은 작전대로 따라줘."
노스카와의 말에 하네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쥐어주는 운전병에 어울리는 복장을 받았다.
============================ 작품 후기 ============================
후기에 쓸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