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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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서우를 놀라게 하고,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면 안 돼. 네가 능력자라는 걸 들키면 안 되니까.... 절대 그 놈에게 들키지 마! 계속 웃고 있고 그 놈이 뭔가 시키면 하는대로 일단은 따라줘.'

하네다는 천천히 노스카와가 한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곱씹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후 차에 탄 그녀는 모자를 꾹 누르며 운전대를 잡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서우를 보았다. 무언가 굉장히 태평하게 옆에는 당당하게 여자까지 끼고 느릿느릿 오고 있었는데, 능력자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그저 지극히 멀쩡하게 생긴 백수 같았다. 

"뭐야, 저건..."

물론 몸은 단련되어 보였고, 좀비가 달려들면 언제든 도륙낼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위압감 도한 있었지만, 마음 먹는대로 모든 것을 얼릴 수 있는 하네다에게는 왠지 모르게 서우는 우습게 보였다. 여자이지만 이 능력 덕에, 일본 능력자 중에서도 상위를 차지고하고 있는 하네다가 아니던가.

'여자를 끼고왔다더니.. 우습군.'

입술을 삐죽이던 하네다는 비웃음 석인 표정을 지으며 서우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시선을 앞으로 고정했다. 이내, 자신이 탄 경차에 노스카와가 타려 하다가 서우에게 누가 어디에 탈 것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서우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에리 씨랑 츠부미가 저쪽 차에 탄다고요? 소라 씨도?"

"그럴 생각인데, 왜?"

저쪽 차에는 군인들도 좀 타고 있지 않은가? 츠부미에게 있었던 두 번의 강간 미수 때문에 서우는 썩 마음이 좋지 못했다. 서우가 표정을 굳히는 것을 보자 노스카와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차는 4인승... 하지만 노스카와가 타면 뒷좌석은 완전히 꽉꽉 차버리겠지... 그리고 저쪽도 위험하고.'

"노스카와 씨가 저쪽 차에 타고 소라 씨랑 같은 차를 타고 싶은데요."

그 말을 들은 하네다가 아니, 저 놈이?! 라고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그랬다간 자신들의 계획이 완전히 들통나 버린다. 따라가는 동안 둘이 은근히 서우의 속내를 캐볼 생각이었데..

'설마 눈치챈 건가?!'

심드렁하게 자기 할 말만 하는 서우 앞에서 노스카와는 심하게 당황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왜 나를 저쪽 차에 보내려는 건가? 이 여자와 같이 타고 싶다면 내가 앞 좌석에 타고, 자네가 뒷 좌석에서...."

"아, 저 앞에 앉아야 되거든요."

"아니, 왜?"

"멀미해서요. 그리고 피곤해서 의자 뒤로 눕히고 자고 싶어서.."

".....뭐?"

"..왜요?"

그런 케케묵은 미신 같은 민간요법을 믿는단 말인가!

'이 무슨, 선풍기 틀어놓고 문 닫고 자면 죽는다는 말 같은......'

게다가 앞좌석에서 의자를 뒤로 눕히고 안전벨트를 하고 자다가 차가 물체와 부딪치기라도 하면 경추가 부러지고 복부가 압박되어, 하반신 마비.. 심하면 사망까지 간다는 것을, 전 세계적 인기프로 이승탈출 넘버원에서 누누히 설명했으며, 그걸 모르더라도 기본적인 상식이건만... 노스카와는 가볍게 혀를 내둘렀다.

"거기에 저기엔 좀비 바이러스만큼 위험한 여자애가 있어요."

"뭐?!"

"....왜 그렇게 놀라세요? 장난이에요. 그 뭐냐... 어린애인데 강간을 벌써 두 번이나 당할 뻔한 여자애가 있어서."

"아, 그...  츠.. 츠부미인가 하는 여자애 말이군. 알겠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어... 책속의 아동은 그 어느 것보다도 보호해야지.. 자네 뜻대로 하게."

"뭘 좀 아시는군요. 저희 나라에 오셨다면, 국가윤리기관 여성부에서 환영받으셨을 겁니다."

일단 찔리는 게 있는 노스카와로써는 서우의 뜻에 따라주기로 하고, 하네다에게 가볍게 신호를 보냈다. 하네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서우와 소라가 차에 타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짧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서우는 하네다에게서 시선을 떼지않아, 하네다는 뭔가 불안하게 차를 운전하며 앞으로 가는 완전무장한 군용차량의 뒤를 따라갔다. 

이들이 타고있는 차는 언뜻 보면 보통의 경차처럼 보였지만, 좀비들이 메달릴 수 없도록 특수코팅이 되어 있었고 차량 또한 왠만한 힘으로는 찌그러지지도 않을 정도로 튼튼했다. 게다가 좀비들의 시선을 먼저 끄는 건 앞에 가는 거대차량이기 때문에, 이들이 타고있는 차는 앞의 차보다 훨씬 안전했다.

'..대체 왜 나를 자꾸 쳐다보고 있는 거야?!'

하네다는 심란하게 운전대를 잡으며 주변을 불안하게 살폈다. 어느 순간 뒤에 타고 있던 소라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으며, 서우는 대놓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혹여 자신을 의심하는 것일까 싶어 하네다는 불안해 하고 있었지만 서우의 속내는 오직 하나였다.

'...예쁜데....?'

차를 열고 들어오자마자 서우는 제법 놀랐다. 대피소에 있는 여자들도 예쁘더니, 심지어 운전수마저 예쁠 줄이야? 엷은 갈색 머리는 짧게 커트가 되어 어깨 위로 올라와 있었지만, 그게 더 여자의 고양이 같은 날카로운 얼굴형을 돋보이게 해주었고, 몸매도 왠지 모르게 단련된 것처럼 보여, 두터운 옷 위에서도 언뜻 보이는 라인이 훌륭했다. 분명 저 두터운 운전복을 벗기면 눈부신 라인이 드러나겠지.

거기에 화장도 하지 않았으면서 피부는 빛이라도 나는 것처럼 깨끗했고, 거기에 전형적인 고양이 상인 얼굴인지라 서우의 취향에 직격타를 날리는 것과 같았다. 모자로 가리고 옷깃을 세워 얼굴을 가렸지만, 여자에게는 말 그대로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렸다.

'와, 씨발. 진짜 장난 아니잖아...?"

그리고 왠지 모르게 하네다를 본 순간 서우는 심장이 쿵쿵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하네다가 능력자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전혀하지 못하고서, 그런 신체작용 때문에 괜시리 하네다가 더 예뻐보여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내내 눈을 떼지 못하다가 한참 뒤에야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이마를 꾹꾹누르던 서우는, 소라가 잠든 것을 보다가 하네다에게 말을 걸었다.

"그쪽은, 그냥 직업이 운전수인 건가요?"

"예? 아... 네. 운전수입니다. 운전수..... 군에서 일하고 있죠."

"이름이 어떻게 돼요?"

"하네다 유이입니다."

"그래요...?"

갑자기 서우가 말을 걸 것이라고 예상치 못한 하네다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지금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노스카와가 말을 트면 적당히 거기에 편승하며 정보를 캐내보려고 했는데, 노스카와가 없으니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일단은 작전상 후퇴, 말을 아끼며 최대한 튀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서우는 하네다를 전신스캔한 것도 모잘라, 꾸물거리며 피어오르는 욕구에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운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뭐 어떻게 할 수도 없으니 결국 의자를 뒤로 눕히고 서우는 바로 잠에 들었다.

그 모습에 안도하면서 하네다는 다른 손으로 문자를 보냈다.

[어떡하지요? 캐내는 건 무리일 것 같아요. 이 녀석이 절 자꾸 쳐다보고 있고... 눈치챈 건 아닌 것 같은데.]

[일단은 조용히 있어. 앞으로 한 시간 정도만 더 가다가, 잠깐 쉴 겸 3 대피소에서 차를 멈출 거니까.]

[알겠습니다.]

하네다는 한숨을 쉬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때, 갑자기 자기 허벅지 쪽으로 손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더니 그 위를 쓰다듬고,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갔다.

"힉?!"

더욱 더 당황하는 찰나, 서우의 두툼한 손이 하네다의 얇은 허벅지 사이로 쑥! 하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깊숙한 안쪽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서우는 아직도 눈을 감고 있었고, 마치 잠결에 무엇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제집 드나들 듯 그 사이를 손으로 문지르기 시작하자, 결국 참다 못한 하네다는 소리를 빽 질렀다. 너무 화가난 나머지 하얬던 얼굴이 온통 붉어져 있었다.

"저기요!!!!"

".....네?"

"어, 어디에 손을 대시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잡고 확 빼버리자, 서우가 손이 얼얼하다는 듯 잠시 손을 문지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실례."

"....!"

실컷 자기 허벅지를 더듬어 놓고도 그 말 하나로 끝내는 것에 열이 확 뻗친 하네다는, 무심코 서우의 손을 얼릴 뻔했다. 아마 옆으로 돌아 누웠던 서우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지만 않았더라도 그리했을 것이다.

"....뭐지?"

".........."

"..기분 탓인가."

노스카와에게 일단은 정체를 숨기라는 명을 받았던 하네다이기에, 태연하게 운전을 하자 서우는 잠시 꿈지럭 거리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고 잠에 들었다. 이상한 부분에서 무신경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하네다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더 달린 뒤에, 차는 드디어 대피소에 도착했다. 그 대피소는 다른 대피소와 다르게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여기저기 움직이는 군들을 위한 대피소로써 쉬는 곳이 아닌 창고 같은 개념이었다. 주변의 상황을 살펴보아 좀비가 없다는 것을 판단한 일행은 그곳에서 차에 기름을 채우고 식량을 채워넣은 뒤, 차에서 내리지 말고 30분 정도를 쉬고 간다는 말을 서우가 타고 있는 차에도 전했다.

============================ 작품 후기 ============================

시골 다녀오겠씁니다. U_U 하루 자고올 듯요.

반전어린 후기는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하하.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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