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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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그렇게 휴식 명령이 내려진 후, 하네다는 버릇처럼 차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능력자인 그녀에게 좀비가 위협이 될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심코 밖으로 나간 하네다는 앞에 있는 차량으로 걸어가다가,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재빨리 다시 경차를 향해 달렸다.

'내, 내가 무슨 짓을! 저 녀석이 눈치라도 채면 어쩌려고! 흐아아아앗!'

그렇게 바로 달려가 문을 확, 여는 순간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에 하네다는 몸을 뒤로 물리고 미친 듯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우웁! 크..후우!!!"

"어??"

담배에 심한 거부반응이 있는 하네다가 폐에 들어갔던 담배 연기를 전부 토해낼 듯이 쿨럭거리기 시작하자, 서우는 당황하며 담배를 바로 반대쪽 창문으로 던지고 밖으로 나가, 하네다에게로 걸어갔다. 

"콜록, 콜록! 가.. 가까이 오지 마세요!"             

하지만 되려 그것이 서우의 몸에 남아있던 담배 냄새를 맡게해 준 꼴이었는지 그녀는 손을 미친 듯이 저으며 서우를 밀어내곤, 다시 경기를 일으켰다. 그렇게 거의 5분 정도를 눈물을 쭈욱, 뽑을 정도로 기침하던 하네다는 겨우 몸을 일으켰고, 본의 아니게 그렇게 하네다를 만든 서우는 묘한 죄책감이 들었다. 

"저.. 괜찮아요?"

괜찮을 리가! 하네다는 금방이라도 서우를 얼려버릴 심산으로 쳐다보다가, 그래도 자신이 나간 것에 대해 어영부영 숨길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담배 연기 못 맡아요?"

"예?... 예. 전혀."

그렇게 대답하고서는 하네다는 옆에 있던 물을 마시고, 주변을 한번 스윽 살폈다. 서우는 걱정인지 뭔지, 묘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고, 소라는 언제 잠들었는지 정신도 못 차리고 쿨쿨 잠들어, 깨어날 것 같지 않았다. 이내 얼마가지 않아 서우도 바로 잠들었고, 하네다는 결국 아무 것도 캐낼 수가 없었다. 

결국 하네다는 다시 노스카와에게 문자를 했다.

[이 자식 완전히 뻗었어요!]      

[...두 시간만 버티자. 그러면 거기서 하루 묶고 갈..]    

"어?"

"저, 저건...!"

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함께 하네다도 핸드폰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그 둘이 동시에 쳐다본 곳에서는 좀비들에 떼를 지어 뛰어오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물론, 차의 속도를 좀비가 따라잡을 리 만무하지만 어느새 앞에서까지 좀비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하네다는 재빨리 앞 차와 거리를 적당히 벌렸다. 앞 차에 무슨 일이 생겨, 뒷 차와 부딪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차에 달린 무전기에서 노스카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가 많기는 하지만 어차피 잔챙이들 뿐이니 뒤에 적당히 따라와라.>

"알겠습니다."

서우는 잠시 하네다와 무전기를 번갈아 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밖을 스윽 내다 보았는데, 과연 그 말대로인지 돌연변이들도 딱히 보이지 않았고, 다들 보통의 평범한[?] 좀비였다. 

해서 서우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접고 다시 자리에 태평하게 누웠다. 하지만 그런 평화는 채 5분도 되지 못해, 덜컹-하고 들린 차로 인해 깨져버렸다.

"...미친."

서우는 바로 사태를 파악하고 나지막하게 욕을 중얼거렸다. 어디서 뛰어온 것인지 어느 순간 돌연변이는 차를 그대로 들고 있었고, 금방이라도 던질 기세로 차를 뒤흔들고 있었다.

"꺄하아아아!"

소라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서우는 의자를 뒤로 확 눕히고, 동시에 차 윗 부분을 와이어로 그대로 잘라버렸다.. 물론 품에 바로 끌어안은 것은 소라였다.

'아깝기는 하지만...'

하네다가 깜짝 놀랄 정도로 예쁘다고 하긴 하나, 보기 좋은 것이 꼭 맛도 좋으라는 법은 없는 법. 괜히 모험을 할 이유도 없는데다 나름 살을 맞댄 정도 있고, 검증된 소라[!]가 아깝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뭐니뭐니 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슴이.

그리 순간적으로 판단한 서우는 바로 소라를 제 몸에 밀착시켰다. 뭐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소라는 바로 서우를 꼭 끌어 안았고, 그 덕에 더 편해진 서우는 잘려진 윗 부분에 어퍼컷을 날렸다. 이미 잘려진 덕인지 경쾌한 소리와 함께 윗 부분은 가볍게 떨어져 나갔고 그와 동시에 서우는 위로 튀어나갔다. 

"으하, 아? 서... 서우 씨?!"       

"나중에 가슴 베개나 해주세요."      

"뭐, 뭐라구욧?!"       

"꼭."        

"어, 어떻게 이런 상황에 그런 말을 해요!"    

"이야, 말랑말랑하겠네!"      

"변태!!!"    

이 상황에서도 태연한 서우는 아무 것도 들지 않은 듯한 날렵한 몸놀림으로 돌연변이의 머리를 걷어차고, 앞으로 달려 잠시 멈칫해 있었던 앞 차에 올라탔다. 서우가 올라탄 것을 봤는지 위쪽이 덜컹거리더니 이내 작은 문이 열렸고 거기에서 노스카와의 얼굴이 쑥 튀어나왔다.

"하, 하네다는?!"

"손이 세 개가 아니라서.... 아, 살아있네?"

지금은 멸망한 한국 에바랜드의 부엉이 요새라도 타는 듯이 차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하네다를 지켜보던 서우는 새삼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느끼며 노스카와를 돌아보았다.

"왜 안 나오세요?"

"...차의 방어장치를 전부 풀어야 밖으로 나갈 수 있어.. 그게 아니면 문은 여기 밖에 없네."

"여기로 나오시면 되잖아요."

"젠장! 어깨부터 껴서 못 나가겠다고!! 부탁이니 하네다 좀 구해주게!"

노스카와의 외침과 다르게 사실 하네다 본인은 지금 무척이나 태연했다. 서우가 소라를 들고 튀어나갈 것은 예상한 일이었고 그러니 여기서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문제였다.

'..문을 열고 그냥 도망칠까? 그닥 높은 높이도 아닌데..'

다른 능력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하네다에게, 이 정도 돌연변이는 얼린 후에 그대로 도망치면 그만이었지만 그렇게 되었다가는 자신이 능력자라는 것이 들켜버릴 테니 일단 상황을 본 후에 튀어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차가 반 바퀴 뒤집혔고, 유리창에 귀를 대게 되었다.

"쿠어, 크르르르륵!!"

동시에 좀비가 차를 마구 치고 있었지만, 지능이 없는 탓에 구멍이 난 곳으로 손을 넣어 헤집거나 하진 않았다. 차가 워낙 튼튼한지라 구겨지지도 않았고..

'그나저나, 그 자식....이 차가 얼마나 비싼데 문을 열고 나가는 것도 아니고 윗 부분을 뚫어? 젠장.'

하네다는 무심코 이를 빠득 갈다가 마침 적절하게 바닥과의 위치가 낮아진 틈을 타, 문을 열고 비명을 지르는 척하며 앞에 있는 차로 달려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때, 차 문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않았더라도 그리 했을 것이다.

쿵쿵쿵쿵!

쿵쿵!

"....?!"

"나랑께, 문 좀 열어보랑께."

"네?"

ならんけ. むんじょんよろぼらんけ!

하네다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눈을 꿈뻑꿈뻑 거리기만 하자, 서우는 그제야 제가 한 말의 실수를 깨닫고 말없이 문을 뜯어 열었다. 

"..아, 아니. 문 좀 열어 달라고요."

"이미 뜯었잖아요!"

"......갑시다."

"으악?!"

말없이 하네다를 끌어당긴 서우는 그대로 뛰어내려 앞으로 달렸다. 하지만 그 순간, 이미 주변은 돌연변이들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 새벽에 다음 편 올리겠습니다ㅎㅎ

가족여행 다녀왔어요. 하하하하. 요망한 사촌 남녀동생들 같으니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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