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22 / 0198 (22/198)

0022 / 0198 ----------------------------------------------

짐승

                                                                                                                          "후아......"

위기일발의 상황임에도 서우의 머리속에 든 생각은 단 한 가지였다.

                                                                   '''

'돋네, 돋네. 돋아올라.'

한쪽 팔로는 여자를 안고 좀비에 둘러 쌓이다니..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원래 이런 경우라면 살 두둑하게 찐 흑형이 전기톱을 들고서 라고 소리쳐 주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하며 서우는 혀를 끌끌찼다. 돌연변이가 저를 포위하며 다가오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서.

                                         

"쿠르르륵...!"

"구어어어어어어!!!!"

"새끼가 변신할 시간도 안 기다려 주네."

변신은 커녕 혼자 생각만 하고 있었으면서, 하네다를 잠시 벽쪽으로 민 서우는 그대로 손에 와이어를 여러겹 감싸, 아가리를 쩌억, 벌리고 달려온 좀비의 입을 그대로 쭈욱! 오징어 찢듯이 찢어버렸다.

"아, 이거 즉석으로 해봤는데 괜찮네.. 피도 별로 안 튀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잔해를 발로 걷어차서, 달려오는 좀비를 넘어지게 한 서우는 다시 하네다를 안아들었다. 얼떨결에 하네다는 서우의 단단한 승모근에 팔을 두르고 말았는데,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속으로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런 것은 일본 능력자 중, 역왕이라고 불리는 노스카와 쯤은 될 듯한 악력이었다.

물론 자신의 능력을 쓴 탓이었지만, 짐승과 같아 무는 힘이 인간의 10배 이상은 강해진 돌연변이의 입을 그대로 찢어 버리다니? 게다가 정확하게 상대의 눈을 노리고 들어오는 광속성의 와이어는, 눈으로 쫒기 힘들 정도의 속도였다.

'..물론 내 얼음공격의 앞에서는 막히겠지만-' 

역왕 노스카와라면, 하네다는 철벽의 하네다라고 불리웠다. 그것은 아무리 작업을 걸어도 하네다가 넘어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붙혀진 별명이었지만, 동시에 하네다의 얼음벽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 하네다는 그런 얼음벽을 마음대로 몇 개씩 세울 수 있는데다 그 하나하나가 방탄유리와도 가까웠다.

그런 생각에 빠져있던 하네다의 몸이 갑자기 슥, 하고 들렸다. 

'뭐지? 벗어나려는 건가?'

"꽉 잡아요."

                                          

앞으로 좀비무리가 달려 오자마자 서우는 앞에 있는 돌연변이의 왼쪽 종아리부터 다른쪽 허벅지까지를 잘라 버리고, 좀비가 무너지는 순간 바로 위에 올라타서 그대로 높이 도약했다.

                             

"핫?!"

                                 

곧바로 추락할 것이라고 생각한 하네다의 예상과 달리 서우는 마치 인간의 한계를 넘은 듯 뛰어올라,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서우는 그대로 또 앞에 있는 돌연변이의 머리를 밟았고, 그렇게 밟고 밟아 바로 차 위로 올라탔다. 그 덕에 좀비들이 미친듯이 쫒아오기는 했지만, 그 순간 차가 출발했고, 순식간에 시속을 60km 이상까지 끌어올린 덕에 좀비들은 그 속도를 따라올 수가 없었다. 

                                     

소라는 이미 안으로 들어간 탓에 차 위는 둘 뿐이었는데, 서우는 좀비와 멀리 떨어지자마자 옆에 있는 하네다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왜 그러세요?"                    

"무슨 훈련이라도 받았어요?"                                          

"에..예?!"                          

"별로 놀라지도 않고, 방금 차가 그렇게 빨리 출발했는데 밀리지도 않고..."              

"우, 운전병이라도 일단은 기본 적인 훈련은 받았으니까요!"                

"...아아."                                                                                                                    

급하게 한 말인데도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었고, 서우는 별 생각을 하지 않은 채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차 안으로 쏙 들어갔다. 값나가는 차가 걸레짝이 되었다는 것에 노스카와는 가볍게 멘탈이 붕괴된 것처럼 보였지만, 하네다의 안전한 귀환에 안심했다.

                        

"...어떡하죠?"                  

".....이렇게 된 거 일단 잘 됐다고 생각하자. 젠장...무시 히메가 여기에 있어서 이쪽으로만 공격이 올 거라고 생각했더니.."          

"예외사항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일단 좀 지켜보죠."                        

                                             

하네다와 노스카와가 의미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저를 지켜보든 말든, 서우는 소라의 공격[?]에 정신이 없었다. 자신을 그렇게 꼭 안고 구해준 것에 감동먹은 탓인지 소라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달려들어 와락! 서우를 끌어안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흐엉, 허어엉... 흐엉...."                            

"......."                    

"고마워요.. 정말 고맙습니다...."

                                                                      

어깨가 축축하게 젖는 기분은 썩 좋지 않았지만 푸근하게 닿는 가슴의 기분이 좋아서, 서우는 등가교환이에 이 정도면 싼 것이 아닌가 하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서우는 울음을 멈추고 얼굴을 떼는 소라의 눈물을 나름 다정하게 닦아주었다. 그렇게 훈훈한 시간을 가지긴 했지만, 차안에는 하네다와 서우, 소라가 앉을 곳이 없어서 나란히 뒷 부분에 끼어 앉아야만 했다.    

                                                              

헌데 아무래도 자리가 좁다 보니 결국 몸을 이리저리 옮기던 서우는, 소라를 덥썩 들어 제 무릎에 앉혔다.

                                                                      

"....힛?!"

"이렇게 앉으면 소라 씨도 편하고 저도 편하잖아요. 이렇게 갑시다."

"아, 안 무겁죠?"

                                                                      

...무겁다고 하면 화낼 거면서, 서우는 그 말을 꾹 삼키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서 다시 또 한참을 있는데, 소라가 움직이는 것이 은근히 묘한 감촉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다 보니 한쪽 팔로 소라의 허리를 감고있기도 하고.... 소라가 슬쩍 움직이면 그게 허벅지, 정확히는 그 사이에서 비벼지는 것이..

"...."

서우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것은 소라에게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조금씩 꿈지럭 거리던 소라는 어느 순간 움직임을 뚝, 멈추었다. 그리고 묘하게 긴장한 듯 뻣뻣하게 굳어 그대로 또 몇 분이 지났다. 어울리지 않게 어색한 공기...게다가 하네다는 앞에 있는 운전석으로 가겠다며 갑자기 걸어가 버렸고, 그렇게 모두가 등을 돌리고 의자에 앉아있는 차 안에서 서우와 소라는 동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사람들도 피곤한지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이 깨있는 사람도 얼마 없었고.. 

'...하는 것도 스릴 있겠는데. 습...'

나름대로 최적인 상황에, 서우는 은근히 제 혀를 핥으면서 닿았던 손을 좀 더 깊숙히 넣었다.

"..왜, 왜 그래요?... 꺄핫!"

"우악! 왜 이래!"

"뭐, 뭐야?!"

"아.. 죄송합니다. 이쪽 부근은 길이 거칠어서 모두 조심해 주세요. 화장실에서 볼일보고 계셨던 분은 특히 죄송합니다."

방송에서 하네다의 밋밋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대로 길이 험한 탓인지 바닥이 미친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흔들리는 차에 사람들이 깨어나는 데다가, 한다고 치고 생각해 보면 소라가 소리를 작게낼 리가 없으니 그것도 문제였다. 여기서 H하고 있다고 모두에게 알려줄 수도 없고... 결국, 서우는 파고들었던 손을 떼고는 소라를 슬쩍 옆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왜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멋쩍게 머리를 긁고 일어난 서우는 소라를 한번 돌아보다가, 정확히는 얇은 옷 위로 언뜻 비추는 거유를 눈에 익혀두고 간이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차의 맨 뒤에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어, 미는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화장실 앞에 쭈그려 앉아있는 에리와 딱 눈이 마주쳐 버렸다.

"..여기서 뭐해요?"

"아, 서우님.."

뭔가 버림받아서 상자에 집어 넣어진 다음 [이름은 에리, 데려가 주세요] 라는 느낌이랄까. 그 불안한 눈을 보자니 서우는 방금 전까지 소라의 몸을 스캔하고 해결하려던 생각마저 사라져 버렸다.

============================ 작품 후기 ============================

선추코쿠 감사합니다.

쿠폰은 받으면 언제나 가슴이 바늘로 푹 찔리는 기분입니다.

어허, 어서 다음 편을 올리지 못할까? 같은 느낌.

=ㄷ=;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