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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여기서 뭐해요?
그리 말한 이후로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는가? 서우는 에리의 옆에 나란히 쭈그려 앉게 되어 소라와 말을 주고받게 되었다. 화장실 앞, 그 좁디 좁은 차량의 흔들리는 복도에서 나란히 등을 기댄 채로..
"츠부미는요? 자리에?"
"예? 예... 그 애는 지금 자고 있어요. 유리 씨가 돌봐주고 계세요."
"유리 씨가요?"
"네.. 아, 서우님은 알고 계셨어요?"
"음, 뭘요?"
"유리 씨가 관리자셨다는 거요... 전 몰랐거든요."
"예에, 어쩌다 보니..... 그런데 츠부미를 유리 씨가 맡아주고 계시다고요?"
"네, 유리 씨가 츠부미를 전부터 많이 귀여워 해주셔서..."
...유리가 밝히는데다 남자의 정기를 쪽쪽 빨아먹을 뿐, 평소에는 옆에 모모를 옆에 끼고 사는.. 한 마디로 레즈에 가까운 유리. 거기에 자기는 대 놓고 놀면서 은근히 모모는 아까워하는 듯한 기색이 있었다는 것을 서우는 문득 기억해 냈다. 그리고 츠부미가 무려 두 번이나 강간을 당할 뻔했다는 것을 떠올리곤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
'..나이도 별로 안 많아 보이는데도 대놓고 영계를 밝히는 끼가 있었는데... 설마 츠부미를 쪽쪽 빨아먹을 생각을 하는 건..'
서우의 머리속에서 여러 장면이 재생되었다.
'후후, 우리 츠부미.."
'유, 유리 씨...? 왜.. 왜 이러세요?..... 이러지 마세요..'
'우후훗♥ 많이 컸구나? 얼굴은 이렇게 어리면서 몸은 이렇게 성숙하다니, 호홋!'
'어디를 만지시는 거예요!... 흐아아아아아----------'
잠시 그런 생각을 했던 서우는, 두 사건 때 유리가 서우에게 우호적이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서큐버스 급의 음녀여도 지킬 선을 지키겠지... 어린 여자애인데.'
혼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던 서우는 옆에서 들려오는 에리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에, 뭐라고요?"
"....서우님이 부럽다구요.."
"어? 왜요?"
"능력자시잖아요. 이런 세상에서도 혼자 살아남으실 수 있으니까.. 그게 참 부러워요."
그건 그렇긴 하지, 서우는 저가 말해놓고도 참 쓸데없는 것을 물었다는 생각에 입가를 씰룩였다. 서우라는 남자에게 있어서 지금의 이 세상은 완벽한 놀이공원에 가까웠다. 무법지대가 넘쳐나는 세상, 원하는 쾌감들을 손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 무법지대의 혼란스러움이 지겨워질 즈음이면 적당히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되는 일이었다.
이 세상이 만족스럽다. 미치도록 만족스럽다 못해 사랑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이런 사랑스러운 세상의 진정한 지배자는 포식자로 등극한 좀비가 아니다, 돌연변이도 아니다. 능력자 또한 아니다. 그 능력자의 약점을 쥐고 통제하려하는 정부도 아니다. 그 무엇으로도 붙잡을 것이 없는 능력자, 바로 서우 같은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그러니, 이 세상의 지배자로써, 양껏 채우고 싶은 모든 욕심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차려놓은 밥상처럼, 다 벗겨 눕혀놓은 여자처럼 완벽하게 상이 벌려져 있는 것이다.
"......"
은근히 드러난 에리의 목선을 보며, 서우는 이를 가볍게 혀로 쓸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때와 지금은 같은 기분이었다. 에리에게 왠지 모르게 손을 댈 수 없는 느낌.... 뭔가 거슬리는 이 느낌만 없었다면 이미 화장실로 에리를 끌고 가서 약을 먹이든 말든, 적당히 요리해 먹었겠지만..
하지만 서우는 이 느낌 또한 나름대로 즐기기로 했다.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고 성욕이라면 어디서든지 풀 수 있기 때문에.
"음?"
잠시 시선을 떨구었던 에리가 그 토끼 같은 눈망울을 올려 에리를 빤히 올려다 보았다. 뭔가 바라는 게 있는 모양새라고 생각했는데, 서우는 그제야 저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꺼내 손에 쥐었던 담배의 존재를 깨달았다.
"아, 실수로 꺼낸 거니까..."
"...저, 저도 하나 주시면 안될까요?"
"에리 씨 담배 피워요?"
"아, 아니요. 근데..... 그냥, 한번 피워보고 싶어서. 한 번도 안 피워봤거든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의 작은 일탈 정도로 생각한 서우는 담배 한 개피를 건넸다.
"자요."
"에... 어... 음........"
에리는 저가 말해놓고도 망설이다가 담배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담배 물어요. 불 붙혀 드릴게요."
"이, 이르케요?"
에리가 담배를 문채로 입술을 쭉 내밀었다. 거의 복화술에 가까운 발음에 서우는 큭큭 웃으며 숨을 살짝 들이키라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담배에 불을 붙히자, 연기가 들어갔는지 에리가 어색하게 입을 벌리며 연기를 뿜었다.
"후, 후어. 뭔가 이상한 기분이네요."
"목으로만 피지 말고, 쭉 연기를 들이켰다 뱉어요. 그렇게 피는 거예요."
"....서우님이 무슨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음, 연기를 쭉 들이켜 보세요."
"......."
토끼처럼 눈만 뻐끔거리던 에리가 다시 담배를 물고, 연기를 쭉 들이켰다. 하지만 연기를 바로 뱉어낸 게 아니라 그대로 들이키기만 해서 속이 쓰린지 몸을 앞으로 숙이고 미친 듯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모양새였기 때문에 서우는 말없이 에리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콜록, 콜록... 으아...써....."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잔뜩 기침을 하던 에리는 겨우 진정이 되었는지 숨을 헐떡였지만, 가슴이 쓰린지 그 부근을 쓱쓱 문질렀다.
"에리 씨는 피지 마요. 몸에도 안 좋고, 피부에도 안 좋고.."
"그런데 서우님은 왜 피세요..?"
"예전에는 잘 안 피웠는데 능력자가 되니까 왠만한 상처는 순식간에 나아 버리더라고요."
"엣? 정말요?"
"그래서 피워요."
저번, 돌연변이와 싸웠을 때의 일이었다. 배를 얻어맞아 피를 잔뜩 토해, 분명 내장이 어떻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숨 자고 나니 몸은 평소와 같이 돌아와 있었다. 그 전에도 재생능력이 좋았지만 그 싸움 이후 확실히 능력은 상승해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더 상승해 나가는 것을 서우는 느낄 수 있었다.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한참 에리와 이야기 하던 서우는, 에리가 자리로 돌아감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차의 맨 뒤편으로 향했다. 바람이 슬슬 느껴진다 싶었더니 그쪽에 작은 환풍구가 있는 듯해, 거기에서 담배를 필 생각이었는데.. 거기엔 노스카와가 있었다. 그 큰 몸을 어울리지 않게 좁은 공간에 끼고서, 잠복이라도 한 듯한 모습으로..
"아, 자.. 자네도 담배피러 왔나?"ㅑ
"예, 여기 환풍구가 있는 것 같아서."
서우가 그 근처에 서 벽에 등을 기대자 노스카와는 몸을 부비며 좁은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뭐, 좁은 곳을 좋아하나 보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서우가 담배를 입에 무는데, 노스카와가 전자담배를 입에 물었다. 하네다가 담배 연기를 극도로 싫어하며, 맡지 못하기에 그나마 냄새가 없는 전자담배를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자 담배를 처음 보는 서우로써는 조금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게 뭐예요? 시가 같지는 않은데...."
"응? .전자담배 처음 보나?"
"예? 아.... 그게.........."
서우는 전자담배와 노스카와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담배에 불을 붙힌 후, 연기를 깊게 들이키며 입을 열었다.
"일본인은 역시 뭐든 전자를 좋아하는군요."
"응?"
"여자도 전자계집, 남자도 전자상놈, 담배도 전자담배."
"....뭐어?!"
"별 말 아닙니다. 아하하하, 일본쨩은 전자쨔응을 스키다요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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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월의 마지막. 짐승의 정산금액이 쿠폰까지 합쳐서 부디 8만원을 넘겼으면 하는 수줍은 바람입니다.허헛. 3월달에는 더 분발하겠습니다! 한 달 동안 짐승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U_U
+) 짐승은 pc 확대 축소 [110퍼]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