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25 / 0198 (25/198)

0025 / 0198 ----------------------------------------------

짐승

"쿠어!!"

                             

와이어로 구멍을 낸 서우는 곧바로 그 안에 손을 넣었다. 다른 이라면 생각하지 못할 방식이었지만, 서우에게는 가능했다. 그 구멍에 손을 넣은 서우는 양손으로 척추를 잡았고, 그대로 발에 힘을 줘서 뛰어 올랐다. 정말인지 무시무시한 도약이었다.

"...저, 저게 대체....! 넌 돌고래냐!!!!"

말 그대로 피와 함께 척추가 승천하는 것을 본 노스카와는 기가 막혀 하면서도 앞에 있는 좀비의 안면을 으스러뜨리며 옆으로 던졌다. 그렇게 잠시 뛰어오르던 서우는 안전하게 자리에 착지하고 다시 앞으로 뛰어나갔다. 주체할 수 없이 튀어오른 피로 이미 온몸이 축축해, 갯벌에라도 빠진 듯 질척해 비린내에 코가 아릿할 정도였지만 서우는 한숨 대신 입을 씰룩거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옷 버리지 뭐.'

조끼 안에 넣어두었던 군용단검을 손에 쥐고 일자로 손을 쭈욱 뻗어, 눈에서부터 다른쪽 눈까지를 꿰뚫었다. 그 상태로 몸을 360도 돌리면서 와이어를 여러 갈래로 뿜어내자 마치 믹서기에 갈리듯 얼굴 속이 썰려나갔다. 그렇게 싸울 수록 서우는 몸이 뭔가 터득하고 있음을 느꼈다.

"크하아아!!"

가슴팍에 와이어를 박아넣고 그대로 가슴을 일자로 갈랐다. 뒤에서 돌연변이가 아가리를 들이대기 시작해, 정면으로 서우는 거기에 뛰어 들어 입을 찢어 발기고, 입이 너덜거리는채로 손을 뻗었지만 서우는 곧바로 손가락을 잘라버렸다. 그 모습을 보자 서우의 머리속에 느낌표가 하나 떴다.

"노, 노스카와 씨! 이거 보세요!"

"뭔데 그러나?"

"또라이에몽!!!!!!!"

"지금이 그런 말을 할 때인가?!"

내츄럴 애니 덕후였던 서우였기에 재밌다며 낄낄 웃던 서우는 다시금 팔을 뻗는 좀비의 머리의 반을 잘라버렸다. 너무나 깔끔하고 깨끗하게 잘렸음에도 피는 분수처럼 솟아, 높게 솟구쳤다.

"...초.. 초사이다인!"

"그럴 시간에 한 마리라도 더 베!"

큰 몸집 때문인지 묻은 피를 땀으로 다 닦아내는 노스카와는 좀비 두 놈의 얼굴을 맞잡아 부싯돌을 맞부딪치 듯 수십 차례 찧어 안면을 으깬 뒤에 다른 좀비들을 향해 투척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서우는 갑자기 건성건성, 다리가 으깨진 좀비를 보며 인어공주 드립을 치고 있으니 환장할 노

릇이었다.

'능력자로써의 책임감이 없는 건가?! 그나마 좀 있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것은 이제까지 잤던 여자들의 자궁속에 두고온 서우라는 것을 노스카와가 알 리 없었다. 결국 노스카와의 고함소리와, 점점 더 더워지는 날씨에 서우는 다시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때, 또 느낄 수 있었다.

강해진다.

계속해서 더 강해지고 있다. 처음부터 충분히 강했다고 생각한 몸이 그 이상으로 강해지고 있다.

"큭!"

주먹을 마구 휘두르는 돌연변이에게 목을 얻어맞자 숨이 턱 막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뒤로 물러나 숨을 고르자 저절로 치유되는 것이 느껴졌다. 뛰어오는 좀비의 얼굴에 피 섞인 침을 퉤, 뱉은 서우는 녀석을 걷어참과 동시에 힘을 얻어 앞으로 올라, 양 손의 와이어로 두 눈을 찔렀다. 

확실히 좀비를 죽일 때마다 강해진다. 마치 게임에서 레벨이 상승하는 것처럼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이 이제는 선명할 정도로 확실히 느껴졌다. 그렇게 미친 듯이 좀비를 베어내던 서우는, 줄줄 흘러내리던 땀을 닦으려 머리가 문어처럼 크게 부풀어 오른 돌연변이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쿠르륵, 끄르르그극!!!!"

"시끄럽다, 새끼야...."

손이 귀까지 밖에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제 귀를 미친 듯이 긁는 돌연변이, 어찌나 서우를 잡으려고 용을 쓰는지 제 귀를 완전히 뜯어, 무언가가 그 안에서 꿀렁꿀렁 쏟아지고 있었지만 서우는 태연하게 다리로 돌연변이의 머리를 꼬옥 감싸고 위에 앉아, 그나마 깨끗한 왼쪽 손등으로 눈앞을 닦았다. 속눈썹에 피가 묻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그건 노스카와도 비슷한 듯 보였다. 

"이봐! 다친 곳은 없나?!!"

"아, 예에- 괜찮습니다!"

폐 건물을 미친듯이 내려치는 돌연변이들을 밑에 두고 노스카와도 땀과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그떄, 뒤에서 총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차 안에서 군인들이 나와 돌연변이와 좀비들을 공격했다. 그 덕에 일이 더 수월해져, 타고 있던 돌연변이의 머리를 그대로 수박처럼 쪼갰지만 이후, 한계라는 것을 느끼고 서우는 한숨과 함께 손을 딱 거두었다.

"왠지 좀 길어진 것 같은데..."

"응? 이제 못하겠나?"

"이제 좀 무리네요. 먼저 가서 쉬겠습니다-"

"그래, 잘 빠져나가 보게!"

와이어의 사용 시간은 한 시간 반, 미친 듯이 쓰면 두 시간까지 어떻게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후 몸 상태가 엉망이었기에 한계는 늘 지키고 있었다. 손이 천천히 타는 듯한 그 고통이 몇 시간 내내 이어졌을 때는 정말인지 끔찍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 사용 시간마저 조금 더 길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기분 탓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이후 시계를 보았을 때 분명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1시간 50분 정도가 지나 있었으니, 적어도 10분 정도는 늘었다는 이야기였다. 

'...뭐, 이제 능력을 쓴지도 꽤 됐고, 여기와선 한국의 몇 배 이상 썼으니까.'

차에 올라타면서 서우는 머리를 툭툭 털어냈는데, 그때까지 모르고 있던 사실은 서우는 그제야 깨달았다.

"끼, 끼야아아아아아아악!!"

"서, 서우님..."

"서우씨.......!"

..아무도 서우에게 말을 해주지 않앗던 것이다. 노스카와는 멀리 있어서 그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군인들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으며 서우도 그와 비슷했다. 머리를 툭툭 털 때마다 어디의 누가 쏟은 것인지 뇌수 같은 것이 비듬처럼 떨어졌고, 그와 함께 피가 후두둑, 후두둑. 서우가 걸을 때마다 길을 남기기 시작했다.

좀비의 피=감염. 이런 생각이 있기에 사람들은 다들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고, 서우는 한숨을 쉬었다. 방금 전까지 목숨을 걸고 싸워주었건만 이런 대접인가... 하는 섬세한 생각은 아니었다. 씻을 생각에 피곤했기 때문이다.

"아, 일단 수건이랑 물 좀 주실래요? 밖에서 대충 씻고올 테니까."

하지만 그리 말했음에도 사람들은 쉽사리 서우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답답함에 서우가 앞으로 나서려는데, 하네다가 수건과 물, 그리고 군복을 건넸다. 

"옷은 이것 밖에 없어서요. 자위대 군복이지만 입으세요."

"아, 고마워요."

서우는 일단 하네다가 건네는 것을 받긴 했지만 속으로는 내심 신기해 하고 있었다. 여자는 주춤거리며 다가오지 않을 것이고 남자가 마지 못해 한참 후에야 건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쩄거나 물건을 받은 서우는 밖으로 나와, 차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그 위에서 몸에 물을 뿌리고 세수를 하며 피에 절은 겉옷을 일단 던지고 군복을 입다가 저 혼자 낄낄거렸다.

"미친... 크, 크하하.. 자위대래... 자위대.......큭큭."

아주 오래 전, 일본 자위대에서 야동을 보다가 기밀을 유출한 사건을 떠올리며, 서우는 한참을 웃다가 피에 절은 옷을 차 밑으로 던져버리고 나머지 물을 차 위에 뿌려 흔적을 지운 뒤 차 안으로 들어왔다. 서우가 차 안으로 들어갈 때 즈음, 군인들도 안으로 들어오고 노스카와도 똑같이 자신과 같이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여, 여기.. 걸레 좀 가지고 와, 하나 더....."

"우욱......"

"토할 거면 밖에서 해!"

"죄, 죄송합니다..."

아직 차 안에서는 아직 서우가 남긴 잔해를 치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 몸 속으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걸 알 텐데도 다들 머뭇거리는 것이 꼴사나웠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저가 치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서우는 그 사이를 지나쳐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거기까지 가는데에 모두가 슬슬 서우를 피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그런 것에 상처받을 만큼 섬세하지 않았다.

"....음..?"

막 자리로 돌아간 서우는 그 자리에 소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것은 에리였다.

"다, 다친 곳은 없으세요?"

"에?... 아, 네."

"아... 다행이네요....."

에리는 안도한 듯 미소짓고는 주머니를 뒤져 손수건 하나를 건넸다. 낡은 손수건이었는데, 서우가 의아한 듯 되묻자 에리가 뺨을 가리켰다.

"여기, 피가 아직 묻으셔서..."

"어, 여기요?"

"아, 아뇨 거기가 아니라..."

"그럼 여기?"

"아니, 그 밑.... 잠시만요."

에리가 발꿈치를 들더니, 서우가 손에 들었던 손수건을 들고 뺨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다들 피를 좀비의 피를 두려워 하며 물러나고 있었기에 서우는 나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머리를 자리에 앉아 머쓱하게 시선을 밖으로 돌렸고, 잠시 후에는 소라가 왔기 때문에 에리를 보지 못했다.

좀비의 피를 닦은 손수건을 제 입에 넣는 에리를.

============================ 작품 후기 ============================

이번달에 정산금액이 좀 좋으면 친구 병원비로 쓰라고 돈 조금이나마 주고 싶네요. 아니면 그걸로 친구 맛있는 걸 사주던가 ㅠ_ㅠ. 으흑흑흑흐긓ㄱ흑ㅎ 어훙헝ㅎ아어러우엉ㅇ엉어, 왜 친구에게 그런 병이..... 친구니까 이겨낼 수 있어서 그런 병이 찾아온...건 무슨 암 씨발 개 잣 같은 새끼 뻐큐머거 두번머거 고영욱 같은새끼 ㅡㅡ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