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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언니?"

"어..? 어, 츠부미...."

"언니 여기서 뭐해?... 화장실?"

"아, 응..."

에리는 그제야 겨우 손수건을 입에서 떼고, 그것을 화장실의 휴지통에 집어 넣은 다음 츠부미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돌아가면서 몇 번이고 아쉬운 듯 그 손수건을 바라보고 말았다.

                            

*

              

도쿄로 가던 중, 대피소에서 잠시 차를 멈추게 되어 그곳에서 일행은 하루 잠들게 되었다. 서우는 저번 대피소에서도 그랬 듯이 소라와 같은 방을 쓰게 되어, 소라와 간만에 할 생각으로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소라와 있던 방에서 잠시 씻으러 나왔을 때......

          

"후후훗,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에.. 예?"

"잊었으면 여기서 바로 이걸 으스러뜨려 버리겠어."

"......!"

"어서 잊지 않았다고 말해."

"어떻게 잊겠습니까."

           

'착한 아이네.' 유혹하듯이 그리 말하면서 장난스레,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서우의 아랫도리를 덥석 쥐어오는 유리를 만났다. 

             

"마침 저쪽 차에 아무도 없거든? 게다가 1인용 침대도 하나 있지."

           

유리의 붉은 입술이 위로 휙 올라가며 씰룩거렸다. 그리고는 혀로 제 입술을 핥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가까이 오자 눈가의 주름이 꽤나 보였지만 그게 되려 몹시도 자연스러워서 유리의 묘한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아름다운 얼굴 보다는...

        

"음후후, 살짝 옆으로 휘었구나?"

당연히 유리가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만약 그렇게 한다고 해도 저가 쉽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서우는 가볍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정말인지 유리는 현대판 써큐버스라고 불리워도 손색이 없었다. 여기에서 눈 색만 노란색이거나 박쥐날개만 달렸다면 완벽할 것 같은 느낌. 결국 그 농염함에 서우는 완벽하게 넘어가 버렸다.

"그때 보니까 힘 좋더라? 좀 안고 가봐."

"아, 안 돼요."

"왜?"

"아들 키가 쑥쑥 자라서요."

"뭐어? 아하하하하! 하핫!"

깔깔거리던 유리가 가볍게 서우의 팔을 치며 먼저 앞서 나가자 서우가 조금 뒤뚱거리면서 따라 들어갔다. 제 3의 다리가 없다고 혼자 나풀나풀 걸어가는 모습이 조금은 얄미웠지만, 결국 그렇게 유리와 함께 서우는 그 차로 들어갔다. 전투에서부터 없지않아 흥분한 것이있어 해소하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후우, 흐극!! 하으아아아앗♥! 앙!! 기, 기분 좋아앗.... 아, 안까지 더 들어왔어!!"

그렇게 막상 차 안으로 방으로 들어간 서우는 제가 한 마리의 말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유리는 방으로 들어와서 능숙하게 서우를 밀어 넘겨뜨리자마자 키스로 대놓고 혼을 빼놓았고, 그 다음엔?

"아후읏!!"

위에서 격렬하게 제 몸을 타고 허리를 흔드는 유리는 거칠게 말을 다루는 기수 같이 몸을 흔들었고, 서우는 격렬하게 차오르는 사정감을 애써 참으며 그에 맞춰 허리를 흔들어 주었다.

"으하, 하우우우웅!!"

위에서 출렁이는 커다란 가슴이 절경이다 못해 너무 커서 조금은 위압적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즐거워 할 틈도 없이 황홀한 늪 같은 내부가 쭉쭉 빨듯이 그것을 감싸, 서우는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때도 생각했듯, 흡착기 같은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왠지 그때처럼 지지 않겠다는 이상한 승부감이 들어, 유리의 골반을 콱 잡았다.

"힉! 으우웅....! 너, 너어..."

"흐, 왜요.."

"더, 더... 대단해진 것 같아, 후우..! 전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하웃!"

"...아, 그래요? 그럼...."

유리의 몸에 힘이 빠진 틈을 타, 서우가 바로 일어나, 그대로 유리를 밑에 콱- 하고 깔았다. 얼떨결에 서우의 탄탄한 허리를 종아리로 감싸게 된 유리는, 당황해서 입을 뻐끔거렸다. 저번에도 이렇게 넘어가지 않았던가, 하지만 알았다 한들 유리가 막을 방법은 없었다. 이것은 순전한 서우의 힘이었으니까.

"꺗, 꺄앗! 비켜어엇! 내, 내가 위에 올라탈 거거든!"

"에이 뭘, 이제 좀 지쳤죠? 이제 그냥 얌전히 누워 계세요-"

"하으그극....!  후우, 후웅... 힛!"

바닥에 유리를 찍어누를 듯 미친 듯이 박던 서우가, 갖가지 자세로 몸을 돌리다가 마침내 사정했을 때, 유리의 등에는 바닥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일자로 줄이 여러 개 가 있는 육감적인 등을 거울로 보면서, 서우와 유리는 킥킥 웃었다. 그 뿐 아니라 워낙 격렬하게 하다 보니 몸 곳곳에 여러 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저번과 다른 점이라면 유리가 완전히 축 늘어졌다는 것, 서우는 저번 보다는 훨씬 몸이 가볍다는 것이었다.

"흐응, 봐."

"뭘요?"

"저번에는 다리 덜덜 떨면서 나가더니, 지금은 아니잖아."

"그땐 어렸고요."

"뭐어? 한 달도 안 지났거든? 아하핫!!"

유리가 뒤로 넘어갈 듯 웃으면서 손에 닿는 서우의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 어쨌든 그렇게 잠시 필로우 토크[?]를 나누던 둘은 유리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남으로써 멎었다. 그렇게 지쳐 있었으면서도 회복은 저리 빠르니, 젊었을 때는 어땠을지... 서우는 그 생각을 하며 웃음을 터뜨리다가 옷을 주워입는 유리에게 물었다.

"젊었을 때는 더 하셨겠네요."

"응?"

"아뇨, 지금도 이 정도인데 젊었을 때는 어쩌셨을까 하고....포식자 셨겠네."

그리 말하고는 서우도 옷을 주워 입는데 유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서우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유리를 올려다 보았다.

"젊었을 때는 냉동참치였어, 이혼한 전 남편이 나보고 냉동참치라고 했다니까."

"헤에.."

"그러다가 나중에야 좀 알게된 거지, 아무튼 그 놈한테 위자료 좀 두둑하게 뜯어냈어, 그쪽에서 먼저 바람을 폈거든."

"해피엔딩이네요?"

"당연하지."

나름 스펙타클한 이야기를 태연하게 말하면서 유리는 밖으로 나갔다. 그 육감적인 뒷태를 잠시 돌아보며 휘파람을 한번 불던 서우는 뒷처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화장실로 곧바로 들어가 간단하게 손을 닦고, 세수를 한 다음 뒷처리에 썼던 휴지들을 버리려 휴지통을 열었는데...

"...손수건?"

아까 에리가 건넨 손수건이 쓰레기통 안에 있었다.

'아아, 그 다음 바로 버린 건가..'

낡기도 낡았지만 좀비의 피가 묻었으니 버리지 않을 리는 없겠지.. 그리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는 서우의 눈에, 피가 뭔가 굉장히 연하게 묻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한번 물로 세탁하기라도 한 것처럼..

"....빨다가 안 지워지니까 버렸나?"

그 빠는 것이 다른 의미의 빠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서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밖으로 나갔다. 서늘한 밤 공기가 썩 나쁘지 않아서, 철망이 쳐진 안쪽을 슬슬 걸어다녔다. 주변에 빛이 없어서인지 달빛이 요요하게 주변에 쏟아지고 있었다. 이따금 좀비 몇 마리들이 멀리서 걸어다니는 것이 보였는데, 심심했던 서우는 달빛을 토대로 와이어를 뻗어, 멀리 있던 좀비들을 젓가락으로 찌르듯 쿡, 쿡 찌르기 시작했다. 

"...하하, 병신 새끼."

다리를 찌르자, 괴성과 함께 뒤를 돈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 것도 없으니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다시 서우가 낄낄거리는 순간, 철창에 무언가 쾅! 하고 부딪쳤다. 

"그륽, 그르극...."

"억 씨발."

서우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자, 좀비가 철장에 미친 듯이 얼굴을 부볐고, 서우는 곧바로 와이어로 천천히 녀석을 도륙냈다. 낮에 전투가 너무 길었고, 빛이 직접적으로 서우의 옆에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순식간에 도륙낼 것을 몇 초에 걸려 도륙을 낸 후에 서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그만 들어갈까.."

그리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대피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조그마한 인영이 서우가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마치 배를 잔뜩 곪은 어린아이처럼.

"배고파.. 후으, 흐... 배고파......"

..

끼이이익.

쿵.

"음, 흐음. 음-"

유명 애니 에반게이ANG의 주제가를 흥얼거리며 서우는 어두운 대피소의 계단을 올랐다. 그렇게 혼자 애니 주제가를 흥얼거리는 서우는, 이미 한때 모 사이트 애니 갤러리의 네임드라고 불리울 정도로 덕력이 충만했던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인지 에반게이ANG 코믹스 10권의 키스씬은 가히 환상적이었지....'

그때의 감동을 회상하며 마악,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입이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했다.

"아, 식후빵을 깜빡했네."

그렇게 주머니를 뒤지던 서우는 제 주머니 안에 곱게 들어있던 담배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멈칫했다.

"...어디서 흘렸나?"

흘릴 곳은 기껏해야 자기가 다녀온 곳 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차가 있는 곳을 갔던 서우는 담배가 거기에 없음을 깨닫고 밖으로 나와 방금 전에 갔던 철장 근처로 향했다. 이제 담배가 있을 곳은 그곳 밖에 없었다. 다분히 귀찮다고 생각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서, 너털너털 잘 구겨지지 않는 군화까지 구겨서 신고 다리를 끌며 걸어가던 서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

그것은 이제까지 받아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섬뜩하기도 했고,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도 했다. 긴장되어 손에 땀이 젖기도 했으며 묘하게 기쁨과도 같은 마음이 솟는 것을 느꼈다. 그 기묘한 흥분에 서우는 낮게 한숨을 내쉬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거기에서....

"....에리 씨?"

좀비 앞에 쭈그려 앉아서, 좀비의 피를 제 손에 묻혀 정신없이 빨아먹고 있는 에리를 보게 되었다.

"어...?"

얼마가지 않아 에리는 서우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뭔가 몽롱해 보이는 눈은 탁해보였고, 그리고 입가는 온통 시뻘건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추해 보이지도, 더러워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뿐.. 그렇게 둘은 잠시 그렇게 침묵을 지키며 서 있었다.

이후, 먼저 말을 연 것은 서우였다.

============================ 작품 후기 ============================

결말은 게임이었다!

이런 거 절대 아니니 안심하세요.

현실입니다.

게임판타지였어도 재밌었을 거야, 라는 생각은 가끔 하지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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