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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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흠."

대피소에서 다시 떠나 또 차 안, 이제 도쿄에 도착하기가 하루 정도 남은 시점에서 서우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 예전에 제가 썼던 야설을 넘기고 있었다. 

<아아, 주인님...>

<후흐흐.. 나름 괜찮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입 안에 들어있던 것을 뱉어내자, 그것을 내려보던 남자는 픽, 웃으며 밑 부분을 툭툭 발로 걷어차면서 몸에 박혀있던 호스를 슬슬 발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호스안에서 이제까지 안에 들어있던 하얀 물이 꿀럭거리며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남자는 피식 웃다가 반쯤 벌어져 있던 구멍에 정체모를 액체가 들어있는 통을 들었다. 그리고는-

<아, 아앗! 그런...... 아, 안 돼요! 그런 곳에 넣으면..!> 

      

지독한 향기에 어지러운 듯 떨리는, 그리고 제발 거기에만 넣지 말아달라는 듯 애원하는 것을 무시하며 남자는 끝끝내 그 통에 들어있는 액체를 전부 밀어넣었다. 

         

<꺄으....아아, 아아앗!!! 안 돼, 제발... 제발 제대로 된 구멍에 넣어주세요, 주인님..... 흐아악!>

<입 다물어, 걸레 같은 것아. 너에게서 나는 세제 냄새에 눈을 뜰 수가 없다구... 어서 입을 닫아!>

<흐아, 후아아앗! 안 돼.. 이대로 가다간.... 망가져 버려어어어엇!>

<...기껏해야 중고 주제에..... 아니, 중고여서 겨우 이 정도에 망가지는 건가? 습->

<꺄으아, 흐익, 힉!!... 제발, 제바아아알....!>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너 같은 건 망가져도 다시 사면 그만이야. 아아, 마침 좋은 물건이 나왔군... 기껏해야 10만원  안팎인 너랑은 비교도 안 되는 걸?>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떠오른 새로운 -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 살려주세요.. 이런 건.. 싫어어어....!!>

<이 녀석이 새로 들어온다면... 그때는 좀 상냥하게 대해줘 볼까....후후후... 후하하하하!>

광기에 차 미소지으면서 남자는 뚜껑을 세게 닫은 채 빨간 버튼을 눌렀다. [세탁시작]

제목: 아침 9시의 빨래 타임. [feat. 드럼 세탁기]

저자:서베트. 

"아무리 봐도 존나 병신 같이 잘 쓴 것 같아... 역작이다, 진심."

어쩌다 보니 자리 하나를 두고 옆에 앉게 된 서우와 노스카와, 서우는 예전 자신이 썼던 병신 맛 야설을 심심풀이로 읽고 있었는데, 그런 서우를 보던 노스카와는 분위기를 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여러가지 에러사항이 생겨 제대로 알아보지는 못햇지만 일단 노스카와가 온 이유는 '서우가 왜 일본에 왔는가' '그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였다.

능력자 = 구원인 세상, 능력자 탄생의 비밀만 알아낸다면 좀비 사태는 순식간에 진압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한 명이라도 더 능력자를 찾아내고 싶어서 중국에서는 능력자들의 유전자, 혹은 정자를 이용해 아이를 만드는 일을 암암리에 뒤에서 하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퍼지고 있었다. 그런 판국에 한국의 능력자가 덜컥, 일본에 오다니? 

"음, 이보게. 서우."

"네?"

...그 이유가 단지 소리를 라이브로 듣고 싶어서, 실사판 미연시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온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노스카와는 사뭇 진지하게 서우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자네는 한국에서 능력자 검증은 받았나?

"예...? 능력자 검증?"

"음? 안 했나?"

"...아! 그거요?...으음....."

"몇 등급 정도 나왔나?" 

서우는 잠시 눈동자를 위로 데굴데굴 굴리다가, 한참 뒤에야 말을 이었다.

"......글쎄요, 기억 안 나는데요.. 뭐 평타치 정도 되려나, 노스카와 씨는요?"

"나도 중간 정도 가더군. 8명 중에.."

"일본은 한국의 두 배였지요, 참.."

"인구가 한국의 3배인 것에 비하면 적은 거지, 한국이 많은 거야."

"아아, 그렇네요."

정부가 자신에게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꺼렸던 서우였지만 능력자 검증을 받으면 더 이상 터치하지 않겠다기에 서우는 검증을 받은 적이 있었다. 서우는 잠시 그때의 일을 회상해 보았다.

<자, 이 장치를 착용하시고 이걸 잡아당기시면 됩니...꺄아!>

<부숴졌는데요?.... 너무 약한 거 아닌가?>

<........>

<새로 안 줘요?>

<아, 네..넷!>

이후 당황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의아해 하다가, 의미없이 이상한 공간에 앉아 뛰라는대로 뛰고 걸으라는대로 걷고 앉아있다가 와이어로 홀로그램들을 차례로 맞추고 잘랐고, 그렇게 3일이 지나고 나니... 정부에서 자신을 미친 듯이 잡으려 하기 시작했다.

[서우님,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서우님의 능력이라면...]

[원하시는 모든 조건을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물론 전부 귀찮아서 걷어차고 온 길이었다. 돈도 여자도 얼마든지 내어주겠다고 했지만 그때의 서우는 완벽한 2D 성애자였기 때문에 3D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에야 다시 방향을 틀어 3D로 완전히 정착했지만....

               

'..음, 나중에 한국으로 가면 적당히 정부 요구 좀 들어주고 꿀 좀 빨까? 그때 내민 조건이 꽤 짭짤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서우는 밖을 내다 보았다.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능력이 한국 4명의 능력자들 사이에서 당시 2위였으며 1위와 그다지 큰 차이도 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 덕에 지금 사라진 서우를 찾으려 한국이 발칵 뒤집힌 것도 모르고, 서우는 태평하게 도쿄에 가면 어떤 여자가 있을까 하는 지극히 태평한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전혀 기억 안 나는가?"

"중요하지도 않은 건 별로 담아두지 않는 타입이어서요."

중요한 거라고 확 태클을 걸 뻔한 것을 참으며 노스카와는 의자에 기댔다. 다시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는 서우를 보자니, 별종도 이런 별종이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대로 가다간 아무런 정보도 캐내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노스카와는, 차라리 대놓고 물어보자고 생각했다.

"자네, 왜 일본에 왔는가?"

"....-오카 짓타라고 아십니까."

"..모르겠는데?"

"재일교포로써 한국 남자들의 꿈이자 귀감이 되는 존재죠."

"그, 그래?"

"일본 분 앞에서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뭐랄까, 일본 내에서 가장 열렬한 항일 운동을 벌이시는 분이랄까... 자기가 들어갔던 모든 자리에 태극기를 펼치시는 분이죠."

"....."

"그 분의 업적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있자면, 마치 항일운동 영화를 보고있는 듯한..."

그런 대단한 놈을 자신이 모를 리가? 노스카와는 열심이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그런 사람은 아무리 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사람을 이기러 왔습니다."

"...?!"

서우에게서 이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무언가의 투지에 노스카와는 당황하다가 서우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린 틈을 타서 손에 들고있던 기기로 그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그러자 첫 줄에 딱, 하고 뜨는 이름.

[남자 av배우]

..무심코 기기를 놓치고 말았다.

*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기기를 떨어뜨리신 거예요?... 완전히 금 갔네.."

"...미안, 너무 충격을.....받아서.."

"흠...?"

"대체 서우, 그 놈은 무슨 놈인지...!"

"그 녀석이 뭐라고 말을 했길래요?"

"..녀석은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진심 같아 보인다구..."

"...노스카와님? 말씀 좀 해보세요. 무슨 일이었길래요?"

"아아, 너한테는 차마 말할 수가 없구나."

한숨을 푹 쉬던 노스카와는 자리에 주저앉으면서 머리를 마구 쓸어내렸다. 그 모습을 의아한 듯 바라보던 하네다는 별 수 없이 그의 옆에 주저앉았다.

"그나저나 하네다..... 무시히메는?"

"얌전해요. 그리고 자기도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고.... 하지만 도쿄로 돌아가면 어디로든 일단 숨으려 들겠죠. 그 사촌동생이 있으니까 더 조심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 츠부미인가 하는 여자애 말인가? 그 앤 어때? 그 애도 뭔가 있는 건..."

"아, 그 애는 아니예요. 군인들이랑 몇 번 트러블이 있었길래 혹시나 했더니... 그냥 그 놈들이 제일 어리니 만만해 보여서 손을 대려고 했던 것 같더군요, 쓰레기 같은 자식들."

"그래.... 그나저나 서우, 그 놈이 없었다면 바로 무시히메를 생포할 수 있는데..."

노스카와는 에리의 사진과 프로필이 적힌 종이를 번갈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무시히메가 있으니 가는 길이 만만치가 않겠구만, 가뜩이나 도쿄 주변에는 좀비도 많은데...... 그나저나, 서우가 무시히메와 친하다는 건 또 무슨 소린가?"

"사람들 말을 들어 보니까, 츠부미를 몇 번 구해준 것도 있고... 이 일 저 일 겹쳐서 꽤 친한 것 같던데요."

"...골치 아프네, 최대한 녀석의 눈에 띄지 말아야 하는데...... 도쿄가서 붙어다닌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일단 아닐 것 같아요, 그 옆에 소라인가 하는 여자 있잖아요. 아카이 소라... 그 여자가 있으니까 붙어다니진 않을 것 같은데요? 저번에도 그 여자는 바로 구했고.."

"아, 그랬지......어쨌든 일단 녀석에게는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해, 혹시.... 혹시 한국에서 온 스파이일지도 모르니까 말야. 그리고 무시히메는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도망치려 할 테니 바로 생포할 수 있도록 시선을 떼지 말아."

"예, 알겠어요."

============================ 작품 후기 ============================

일요일 00시, 그러니까 토요일 밤 11시 59에서 1분이 지나, 다음날이 뙇 되는 순간

내가 이능력자의 노쓰우드님이랑 로벨리아를 쓰시는 소이정님이랑 연참대전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기대해 주시져!

破天魔痕:님 ㅋ 건필할게여!

+)오타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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