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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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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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로 가는 길, 아무래도 그 근처이다 보니 좀비들의 밀집 구역이었고, 거기에 좀비들이 계속해서 달려드는 턱에 별 수 없이 노스카와와 서우는 차 위에 올라가 있었다. 거의 대부분은 서우가 와이어로 달려드는 좀비를 도륙냈고, 노스카와가 미리 주워온 짱돌로 좀비의 머리를 맞춰, 마치 라이플을 쏘는 것 같은 효과로 좀비들을 걷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밤에 둘은 차 위에 올라가 한가하게 좀비를 쫒고 있었는데, 그렇게 얼마나 갔는지 벌써 새벽이 되었을 즈음 도쿄로 가는 길이 얼마남지 않음을 보여주는 조잡한 이정표가 나왔다.

      

[라TO멘KYO 500km]

라멘집 간판 위에 그대로 도쿄를 새빨간 글씨로 써 놓았기 때문인지 도쿄와 라멘집이 섞여 보이는 이정표.. 제대로 남은 도시가 얼마없는데다 근처에는 도쿄 뿐이니 군이 지나가면서 조잡하게나마 이정표를 만든 듯한데, 무척이나 을씨년 스러운데다 제대로 된 방향도 나와있지 않아, 살아남은 일반인이 봤다면 대체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릴 정도의 모양새였다. 물론 일반인이 맨 몸으로 여기까지 살아올 리는 만무하지만.

             

"흠....."

이정표를 잠시 보던 서우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도쿄 간판을 보니..."

"음?"

뭔가 답지않게 아련한 시선..... 나사 몇십 개는 빠진 것에 비해 생긴 건 참 멀쩡하다는 생각을 하며 노스카와는 그의 말을 기다렸다. 이후 잠시 더 침묵을 지키던 서우는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도쿄 에이치오티가 생각나네요.."

"..이미 오래 전에 문 닫은 회사 이름을 말해봐야 뭣 하는가."

"예? 문 닫았어요..?!"

전혀 몰랐다는 듯이 서우가 노스카와를 돌아보자, 되려 그는 어이가 없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망했지, 이런 판국에 사람들이 볼 리도 없으니까..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그런 걸 보겠는가?"

"...그럼 다른 회사들도......"

"물론."

충격에 눈을 동그랗게 뜬 서우를 보며 노스카와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우라는 남자는 종 잡을 수가 없었다.

'이 녀석, 그냥 심심해서 일본에 와본 거 아니야...?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인가.'

그 생각이 이제까지 접근했던 생각 중에 가장 근접치에 달하다는 것을 알 리 없는 노스카와는 조용히 거리를 두고 서우를 지켜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뭔가 기가죽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서우가 묘한 음을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띠띠, 디 띠디디. 띠디디. 디디디."

".....뭐하는 건가?"

"띠리리, 띠딛디-"

"응...?"

고개를 푹 숙인 서우의 입에서 무언가 묘한 음이 흘러나왔다. 노스카와는 그것에 사뭇 당황했지만 잠시 후에 그 음이 무엇인지 깨닫고 화들짝 놀랐다. 

"자네..!"

"띠띠디. 띠. 띠리리리로리. 띧디디돋딛돋 돋디돋딛도딛돋. 도딛도딛. 돋돋돋띧띧띧띧. 띠닫띧닫띧닫 띠리리로리. 띠띠띠리리리로리로리리로리로리로."

"......"

"사정상 언제나 맑지는 못했지만 다른 어떤 회사보다도 맑디 맑았던 그곳을 위한 추모가였습니다. 거기에 대고 경례라도 해야 할 것 같지만 사정상 할 수 없으니..... 그런데, 노스카와 씨도 한 번에 아시는군요?"

"큼."

픽 웃던 서우는 말없이 검은빛이 도는 차의 바닥을 손톱으로 긁어 글씨를 새겼다. FBI WARING.

"하하."

혼자 웃음을 터뜨린 서우는 쭈욱 기지개를 피며, 앞을 내다보았다. 

그렇게 다음 날 해가 밝았을 때 그들은 도쿄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유리는 도쿄에 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그 말이 사실이었는지 도착하자마자 수 많은 경호원들과 함께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플랜카드까지 들고 유리를 맞이했다.

"...왜 대피소에 있었던 거예요? 그냥 도쿄로 오면 편한 생활 보장이었을 것 같은데."

차에서 나가기 귀찮다며 꾸물거리고 있는 유리와, 옆에 붙어있는 모모를 보면서 서우가 그리 묻자, 유리는 간단하게 말했다.

"그 대피소는 원래 내 집이었어."

"..그래요?"

"난 히키코모리야. 그래서 밖으로 나가는 게 싫어."

"권력자 집안의 따님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이런 상황에서도....."

"뭐, 그건 됐고. 너 도쿄로 가면 머물 곳은 있니?"

"가보고 싶은 곳은 있는데... 왜요?"

"내 경호원으로 취직하라고 하려고 했지."

"급료로 모모 씨를 주신다면 할 생각은 있는데."

옆에서 움츠리고 있는 모모를 슬쩍 보자, 모모는 고개를 돌렸고 유리는 소리내어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대피소 이후, 몇 번 기회를 노려봤지만 전혀 빈틈이 보이지 않은데다 워낙 유리의 옆에 붙어있다 보니 동선이 좁아, 결국에는 할 수가 없던 터였다.

'...복숭아 껍질만 먹고 알맹이를 버리다니.....'

아까운 마음을 아직도 저버릴 수 없어, 그리 말해보았지만 사실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있는 서우였다. 자기는 문란하면서도 의외로 모모는 단속[?]하고 있는 유리였기 때문에.

"후후, 하기 싫다는 거구나? 그럼 이거나 받아."

"어? 핸드폰은 왜요?"

"내 다른 핸드폰 번호 저장되어 있으니까 연락하라는 거지. 아, 참고로 도쿄 아니면 전파 안 잡혀."

"아.. 감사합니다."

거절할 이유는 없어 어떻게 핸드폰을 받자, 그제야 유리도 끙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모모도 그 뒤를 따랐다. 그 다음에는 츠부미를 만나게 되었는데, 유리에게 핸드폰을 받은 것을 보았는지 연락처를 꼭 받고 싶다며 방방 뛰는  턱에, 아이의 옷에 번호를 적어주었다.

"그런데, 에리 씨는?"

"에리 언니요?.... 어?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잠시만요!"

서우는 이후, 어디론가 종종 뛰어간 츠부미를 기다리다 보니 나나를 만나게 되었는데, 유리의 옆에서 일하기로 했다고 말을 했다.

"저, 저어.. 유리님이 아까 연락처를 가르쳐 주신 것 같은데..."

"아, 뭐어..."

"저도 유리님 옆에 있으니까, 저어..."

"있으니까?"

"나, 나중에 꼭 뵈요!"

심할 정도로 갈 때까지 갔으면서 나나는 묘하게 수줍어 하며 유리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이 나름대로 귀여워, 픽 웃고는 서우는 마지막으로 소라에게 걸어갔다. 버스에 타고있던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임시 피난민 대피소로 가게 된다고 하는데, 소라는 도쿄에 가족이 있는 터라 그곳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우님..."

"잘 됐네요, 도쿄에 집이 있어서."

그럼 여기서 소라와 헤어지는 건가... 나름 이것저것 정이 있어, 헤어지기는 소라와 헤어지는 것이 제일 안타까웠다. 하지만 앞으로 소라를 데리고 다닐 이유도 없고 그럴 수도 없기 때문에 여기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뭐, 나중에 또 어찌 만나게 된다면 만나게 되긴 하겠지만....... 여자랑 이 정도로 붙어다닌 적이 없어서 그런가...'

서우가 멋쩍게 머리를 긁는데, 소라가 갑자기 와락 서우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가슴에 마구 뺨을 부벼 서우는 당황하면서도 일단 소라의 등에 손을 얹어주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소라가 어디서 구한 것인지 펜 하나를 번쩍 들더니, 서우의 손을 잡아당겼다. 무시무시한 기세여서 서우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거렸다.

"왜, 왜요?"

"전화 번호 적어드릴게요...!"

"아, 아. 그런 거면 방금 핸드폰 받았으니까 여기다... 여기다가 저장해요."

서우가 핸드폰을 내밀자마자 소라가 바로 번호를 저장하고는 서우에게 내밀었다. 

"나중에라도 좋으니까, 꼭... 연락해 주세요."

"알았어요."

"꼭이요, 꼭..!"

비록 첫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여러 일이 있었고, 위험상황에서 몇 번이나 구해주었기 때문인지 소라의 마음속에는 다른 어느 감정보다 유대감이 더 컸다. 남자는 고립된 상황에서 함께있는 쪽에게 사랑에 빠질 확률이 크고, 여자는 위기상황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에게 사랑에 빠질 확률이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지 않았던가. 서우는 나름 다정하게 소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함께 차 밖으로 나왔다.

이제까지 왔던 군이 대피소 사람들의 신상을 이미 확인했는지 소라의 가족도 미리 도착해 있어, 소라는 몇 번 서우를 돌아보다가 손을 흔들고 '꼭 연락해 주세요!' 라는 말을 하고는 종종 걸음으로 그쪽으로 달려갔다. 잠시 그 뒷 모습을 보던 서우는 다시 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라?"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에리와 츠부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둘을 기다리는 가족도 보이지 않았고.. 차 안을 살펴보았지만 어디에도 그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단지 분주하게 누군가를 찾는 듯한 사람들과, 하네다.. 그리고 노스카와만 보일 뿐.

"...뭐, 어련히 잘 갔겠지?.. 연락처도 줬고......."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는 아쉬운 마음 투성이었지만, 어디에서도 그 둘이 보이지 않아 서우는 별 수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혹시, 한국에서 오신 서우님 되십니까?"

============================ 작품 후기 ============================

노쓰언니는 저를 이길 수 없습니다.

제가 더 젊거든요.

도발이다!!!!!!!!!!!!!!!!!!!!!!!!!!!!!!!!!!!!

...근데 허리가 아프네요. 미리 병원을 다녀와야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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