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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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그렇게 공원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잠시 낮잠을 자던 서우. 하지만 두 시간도 자지 못한 채 주변에서 들리는 몇 개의 묵직한 발자국 소리에 저도 모르게 눈이 떠졌고, 한숨을 푹 쉬며 주변을 둘러보자 떡 보기에도 양아치 같아 보이는 몇 놈들이 몹시도 지저분한 각목 비슷한 것을 들고 서우의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귀찮음에 서우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지만 발소리를 들어 보니 세 명에서 네 명 정도인 듯하였다. 아니, 확실히 네 명이었다. 

".....귀찮은데...."

[대답이 없다. 단순한 시체인 것 같다.]

게임 시스템 메시지를 떠올리며 부디 그냥 지나가주길 바라며 다시 눈을 감는 순간, 서우의 허벅지 옆, 벤치 위로 각목이 세게 내리쳐졌다. 결국 그 소리에 완벽하게 잠이 깬 서우가 눈을 치켜뜨자, 네 명은 이미 서우의 사방을 완벽하게 포위한 후였다.

"자는 척하는 거 봐라? 어느 지역에서 굴러온 새끼냐, 응?"

"이렇게 큰 가방을 들고서 이런 곳에 있으면, 뭐야. 털어달라는 거냐?"

그들은 예전에는 도쿄로 상경한 대학생들이었지만 다른 지역들이 좀비들에 의해 무너지고, 그러다 보니 도쿄에 가족이 있는 이들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하자 집 주인들은 도쿄로 상경했던 이들을 운이 좋으면 물건으로 바꿀 수 있는 종이 쪼가리나 다름없는 돈을 쥐어주고는 내쫒아 버렸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자연스레 도시의 부랑자이자 양아치가 되었고, 겨우 도쿄로 올라왔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메는 이들을 약탈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좀비를 퇴치하는 것만 해도 힘이 들었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사회에 맞는 제대로 된 치안 유지를 해주지 못했고, 이들은 그런 망을 교묘하게 피해 계속해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이 새끼 봐라? 쫄았나 보네, 계속 고개만 숙이고 있고...."

"어디서 올라왔냐? 야, 고개 들어 보라고.. 사람 말은 제대로 들어야 할 거 아냐?!"

"키킥, 그만해 아베. 이 새끼 바지에 오줌 지릴라. 하여튼 간만에 병신 새끼 하나 잡았네. 허우대만 멀쩡하게 생겨서는."

"그나저나 이 새끼 가방 한 번 두둑한데? 코이즈미, 왜 저번에 우리 여자 한 명 털어서 꽤 괜찮았지 않았냐? 요번에는 얼마나 가려나...."

"가방 까봐."

애초부터 시비를 걸려, 아니 묵직한 서우의 가방을 털 생각이었는지 그들은 비실비실 웃으며 지들끼리 웃고, 서우를 도발하듯 담배를 훅훅, 피고 있었다. 그러다가 담배 연기를 서우의 얼굴에 훅- 불어 끼얹기 시작해, 매우 화가나는 상황이었지만 서우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귀찮다는 생각과, 자신을 미행하고 있을 인간들이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물론 자신이 아닌 상대들을 말이다.

하지만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 없을 테네 그들은 나서지 않을 테고, 서우는 나지막히 한숨을 쉬었다.

"자국민 안전은 스시랑 바꿔먹었나..."

서우가 이 순간에도 숨어있을 미행자들이 있을 곳을 돌아보며 푹, 한숨을 쉬자 그 모습에 열이 확 뻗친 무리 중 아베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는 각목을 서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그 순간, 몸을 슬쩍 앞으로 뺀 다음 정확히 가랑이를 향해 날린 서우의 니킥이 아베의 영 좋지않은 곳을 향해 날아갔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고통이 전신을 할퀴었다.

"훕, 끙...끄헝...어-......허으어..............!"

"아, 아베!...... 이, 이 새끼가?!"

서우의 뒤에 있던 코이즈미가 냅다 서우의 목을 졸라 헤드락을 시도했지만 서우에게 씨알도 먹힐 리 없었다. 서우는 다리를 쭉 내밀어 앞에있던 녀석의 배를 밟고 몸을 그대로 한 바퀴 돌렸고, 그와 동시에 벤치에 코이즈미의 안면을 내리 찍었다. 너무나 순식간의 일이어서 나머지 두 명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자 서우는 손에서 쭉, 길게 와이어를 뽑았다.

"내가 누구게."

"....허, 허억.....억. 서, 서....설마."

"설마가 아니라 서우다 병신아."

"흐, 후아... 오아아아악!!!"

양손에서 여러 갈래로 뻗은 와이어를 두 놈의 얼굴 앞까지 가져가자 녀석들이 도망가지도 못한 채 그대로 주저 앉았다. 그 중에 아까 오줌을 지릴 거라며 낄낄 거리던 녀석은 이미 회색 바지를 축축한 검은색으로 진화시키며 바닥을 적시고 있었고, 다른 녀석은 나름대로 심장이 약한지 게거품을 물며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참으로 한심한 광경이었다.

"쯧쯔, 어딜 새끼들이 나대길 나....."

"이 새끼가!!!!!!"

".....아야."

빡! 하는 소리와 함께 서우의 고개가 목례하 듯 앞으로 굽혀졌다. 그 상태에서 뒤를 돌아보자 코이즈미가 덜덜 떨면서 반으로 똑, 하고 부러진 각목을 들고 있었다. 서우는 가만히 제 머리를 만져 보았다. 뒤통수를 맞은 것은 너무나도 오랜만이어서, 서우는 무심코 고등학교 때의 일을 떠올렸다.

<좆 병신 새끼가 벽돌들고 설치네, 지랄 말고 그거 내려놔라 병신아.>

고등학교 때부터 싸움에 자신이 있던 서우는, 교내에서도 악질이라 불리던 녀석과 싸우게 되었는데 결국에는 압도적인 실력차로 서우가 이기게 되었다. 그랬더니 녀석이 본관 공사중에 남아돌던 벽돌을 들고 저를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보며 기가 막혔던 서우는 녀석을 미친 듯이 비웃었다. 지금 같으면 비웃는 것도 귀찮다고 바로 교실로 들어갔겠지만 그때는 나름 젊음의 혈기가 있었던 때였기 때문이었다.

<왜, 새끼야. 그걸로 찍게? 찍어봐라 씹새야, 찍어 보라고.>

<..........>

<찍어 보라니까? 찍지도 못할 거면 왜 드는데? 병신 새끼, 아주 똥을 싸라. 똥을 싸.>

녀석을 비웃으며 뒤를 도는 순간이었다. 그때까지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으로 서우를 지켜보던 녀석은 갑자기 서우에게 달려들어 벽돌로 통수를 내리쳤던 것이다. 

<꺄악! 서우야!>

<꺄아앗!!>

<저... 저, 미친 새끼.....!>

싸움을 구경하던 아이들 중, 평소에 저를 좋아한다며 졸졸 쫒아다니던 계집애의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그것도 눈앞이 어질해지자 금세 사라져 버렸다. 뒤통수가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지독히도 뜨끈했다. 휘청거리면서도 서우는 제 머리를 손으로 만져본 다음 눈앞에 가져가 보았고, 녹은 치즈마냥 끈적한 피가 기분 나쁜 비린내를 동반하며 손에 묻어나온 것을 보았다.

<......존나, 진짜 찍네....우... 하....... 씨, 씨브아알....>

그때의 서우는 보통의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 강렬한 충격에 그대로 기절해 버렸고, 머리에 피가 철철 나는 것을 본 녀석은 도망가다가 경찰에 붙잡히고 소년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후 녀석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되어 복수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생각하니까 개빡치네."

이제는 흉터도 제대로 만져지지 않는 뒷 머리를 슬슬 만지다가 서우는 코이즈미의 두 다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크, 하으어.... 끄아아아. 허업. 헉!!!!!"

남자이기 때문에, 그 고통을 서로 알기 때문에 차마 하지 못한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거침없이 발로 짓누르기 시작했다.

"달 가치도 없는 걸 달고 다니네. 소믈리에 새끼."

"사, 사...끄허우, 으..살려주......후억!"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걸 장착해 놓고 아프긴 개뿔."

누르다 못해 뭉게는 듯한 그 광경과 끔찍한 비명소리에 지나가는 사람이 밖으로 나오면서 그 모습을 보긴 했지만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을 보며 감히 다가가지 못했고, 서우는 마지막으로 축구선수 매씨가 0:0 상황으로 후반 3분 남았을 때 기적적으로 골을 넣는 듯한 세기로 코이즈미의 아들을 걷어찼고, 그 일격에 결국 그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거품을 물며 기절하고 말았다.

"그는 존나 작은 아들이었습니다...... 자, 그럼 아이템을 주워볼까."

서우는 쓰러진 녀석들의 주머니를 탈탈 뒤져 총 20만엔과 빵, 과자와 담배.. 그리고 라이터를 챙겼고 그들이 메고있던 가방을 뒤져 이것저것 다른 물건들을 챙겨서 느긋하게 자리를 떴다. 자리를 뜨기 시작하자마자 미행하는 이들이 뒤를 쫒아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서우는 그들에게서 득템한 과자를 입에 털어넣으며 역을 향해 걸어갔다.

전철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운행하고 있었는데, 아키오가 사는 곳이 도쿄에서도 외곽, 즉 중심부에서 가기에는 먼곳이었기  때문에 서우는 전철을 이용하기 위해 역으로 가서 티켓을 한 장 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막 어제 열차가 출발하여 적어도 6일은 기다리게 되었다.

물론 걸어가면 3일 내에 갈 수 있었지만, 일본에 처음 왔을 때처럼 제대로 길도 모르는 곳을 또 걸어가는 짓을 하고 싶지는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냥 6일을 도쿄에서 적당히 떼우기로 했다. 해서 어디를 가볼까 하며 지도를 훑어 보는데 근처에 풍속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도 아직 풍속점은 운영을 하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역시 성진국, 패기가 미쳐 날뛰고 있군."

감탄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서우는 풍속점으로 향해 보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흉악한 수위에 절망하며 돌아오고 말았다. 그렇게 날이 저물자, 어떻게 잘 곳이 없나 이리저리 돌아 다녔는데 그때마다 거리의 양아치 녀석들은 계속해서 나타났고, 강하지도 않은 녀석들이다 보니 한 명 한 명 해치우는 것에 서우는 지독히도 귀찮아졌다. 

결국 하루 정도 도쿄에서 양아치들에게 치여 피곤해 하던 서우는,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유리에게로 연락했다. 새벽녘이었는데도 얼마가지 않아 유리는 서우의 전화를 받았다.

<후후, 연락했구나?>

"재워주세요.."

<머물 곳이 없어? 능력자면 외국 능력자라고 해도 정부에서 뭔가 해주려고 했을 텐데?>

"좀비 잡아달라고 하니까 귀찮아서요, 자국에서도 귀찮아서 안했는데 다른 나라에서 할 리가 없잖아요."

대답하는 유리의 옆에서 익숙한 모모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도 제대로 분간이 가지 않을정도로 서우는 피곤했다. 두 번째에 달려든 놈들을 그냥 대충 몸으로만 해결했더니, 서우가 능력자라는 것을 모르고 패거리를 데리고 다시 몰려왔는데 녀석들이 끈질기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인지 메뚜기 같은 녀석들이었다.

죽이는 것이면 와이어로 도륙내면 금방이지만, 괜히 죽였다가 귀찮은 문제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몸으로만 해결했더니 나름대로 맷집이 좋은 녀석들이나 깡이 넘치는 녀석들이 있어, 좀비보다도 질기게 달라붙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래서 제압하는 게 죽이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는 건가....'

<서우?>

"아..... 그게, 갈 곳은 있는데 전철이 일주일 뒤에나 있어서요. 그때까지 대충 노숙하려고 했는데 왠 찌끄레기가 이리 많은지...한숨도 못 잤어요."

<도쿄 치안이 별로 안 좋긴하다고 하더라, 잠시만 기다려 집 주소 불러줄게. 찾아올 수 있어?>

"이동형 네비게이션 있으니까 어떻게 되겠죠."

<그으래, 잠깐만.>

피곤에 찌들어 미간을 한 손으로 꾹꾹 누르며, 동시에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들고 발로는 덤벼든 양아치를 바닥에 찍어눌러 비비면서, 서우는 저 멀리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했다. 오후에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낮잠에 빠졌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피폐함이었다.

============================ 작품 후기 ============================

6시에 다음편 올리고 3시간에 한 번씩 다음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연참대전!!!!!!!!!!!!!!!!!!!!!!!!!!!!!!!!!!!!!!!!!!!!!!!!

아프신 노쓰형님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승리는 제 것입니다. 지면 오함마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암튼 다음 편은 간만에 좀 제대로 된 씬이겠네여'ㅠ'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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