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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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그렇게 전철 시간까지 유리의 집에서 머무른 서우는 며칠 동안 남자라면 모두가 부러워 할만한 생활을 했다. 타입 별로, 가슴 크기 별로[!] 세 여자가 있으니 도무지 질릴 틈이 없었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 머물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서우는 슬슬 들어온 이후로 한번도 나가지 않았던 바깥을 창문을 통해 살펴보았다. 각각 다른 나무 뒤에 둘, 벤치에 대놓고 하나, 건물 근처에 하나, 지나가는 척하면서 하나.... 그리고 맞은 편 건물 옥상에 하나.

"...적어도 여섯은 되겠네."

잠시 생각하던 서우는 문득 화들짝 놀라서 다시 앞을 내다보았다. 눈앞이 무서울 정도로 선명했다. 심지어 맞은 편  건물의 벽돌에 가 있는 금마저 보일 정도였던 것이다. 전에도 시력은 좋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좋아진 시력에 서우는 제 눈을 비비다가 다시 밖을 내다보았다. 여전히 모든 사물들은 코 앞에서 보는 것처럼 깔끔했다. 

당연히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몸의 변화가 조금이지만 어색하게 느껴졌다. 다시 커튼을 치고난 다음 서우는 생각을 정리했다.

유리가 있어 집 안을 도청하거나, 훔쳐보거나 하지는 않았겠지만[어차피 도청했다고 한들 들리는 소리는...] 그들은 아예 대놓고 바깥에서 감시를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뚫고 간다면 얼마든지 길은 있었다. 사생팬 같던 한국 정부의 미행도 꿋꿋이 따돌리고 일본 가는 배 편을 구해 일본에 온 서우가 아니었던가. 서우는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다가 다시 커튼을 쳤다. 그 순간 등에 뭔가 뜨뜻한 것이 닿았다.

"어.."

"너도 커피 마셔."

"음...감사합니다."

막 일어났는지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있는 유리였다. 어제는 한참 나나와 하고있는 서우를 보면서도 피곤하다면서 그대로 잠들었기 때문에 아침에 보는 유리의 피부가 나이 답지않게 무척 뽀송뽀송했다. 그렇게 서우에게 커피를 전해준 유리는 길게 하품을 하면서 서우가 보았던 창문 너머를 쓱 쳐다보더니 다시 서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집 밖에 이상한 것들이 어슬렁 거리더라. CCTV에 계속 잡혀."

"아, 그건 제 스토커. 정부에서 보낸 것 같더라구요."

"널? 왜?"

"말하지 않았던가요? 좀비 그..."

"아아. 그래서 계속 감시하는 거야?"

"예.. 으음, 어쨌든 오늘은 한번 나갔다 와야겠네요. 몇 명이나 절 감시하나 좀 알아보기도 해야겠고."

"쯧즈, 그럴 시간에 도쿄 주변을 둘둘 감싸고 있는 좀비나 좀 어떻게 해 보지 말이야."

"도쿄 주변을 좀비가 감싸고 있어요?"

"몰랐어? 김밥 마냥 돌돌 감싸구 있다구. 아무래도 도쿄로 차들이 계속 들어왔다 나갔다 하니까 그대로 따라왔다가, 방어벽에 막혀서 그냥 멍청하게 걸어다니고 있는 모양이야. 그런데 걔중에 돌연변이가 꽤 많이 있어서 사람들 소리랑 온도를 감지하고 벽을 공격한다나.. 위험한 곳도 많다고 해, 여기는 중심부니까 뭐, 안전하긴 하겠지만."

유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서우는 이후 나나가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외출을 하자고 생각했다. 원래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타입이었지만 최근 이리저리 떠돌다 보니 집안에만 있기엔 몸이 근질근질 거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체 그동안 얼마나 저를 감시하는 인원이 늘었는지도 알아봐야 했고 그들을 살펴볼 필요도 있었다. 그래야 포위망을 잘 뚫고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서우는 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인상을 확 찌푸렸다.

"왠 놈의 비야.."

"빨래 어제 다 걷어서 다행이다.... 아, 서우님. 여기 우산이요."

"아, 고마워요."

나나가 건네주는 우산을 들고 서우는 집 밖으로 나왔다. 따라오지 않는 듯하다가 이내 제 뒤를 따라오는 걸음이 느껴졌다. 그래도 그나마 전보다는 좀 더 기척을 숨기는 것이 능숙한 편인 미행자였다. 

'그래도 어설프군?'

아마 저들끼리는 서우가 꿈에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우스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엄마 오리가 아기 오리를 이끌고 호수로 가는 것처럼 미행자들을 뒤에 달고서 서우는 슬슬 근처를 살펴보면서 들키지 않게 전철역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알아보았다. 지나가는 여자를 보는 척, 상가를 보는 척 골목길을 살펴보고, 숨을 수 있는 곳을 찾아내었다.

다행이도 몇몇, 빈 건물이 있어 급할 때는 잠시 그쪽으로 숨었다가 옥상에서 다른 건물 옥상을 향해 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녀석들을 따돌릴 루트를 찾다 보니 자연스레 도쿄 시내로 다시 나가게 되었는데. 비가 오는 도쿄는 처음 도착했을 때와 언뜻 분위기가 비슷했으나, 비가 내리기 때문인지 무척 칙칙하고 몇 배는 더 어두워 보였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여러부우우운! 이제 이 세상은 멸망하고 새로운 시대가 올 것입니다!"

"자베자베트님 믿고 천국갑시다!"

"파괴신, 카이젤리크님의 성전에 참여합시다. 카이젤리크님은 빛이자 구원이요, 절대입니다!"

"소이소이정 여신님의 추종자를 모집합니다!"

"피의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 모두 성스러운 빛을 따라야 합니다. 순결한 백합의 여신께서 우리를 새로이 잉태하사, 새로운 세상에서 재탄생 될 것입니다!"

그것은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과자가 달려진 찌라시를 뿌리며 확성기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자베자베트님 믿고 천국가세요! 자베트님은 혼을 불태워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대충 보아도 사이비스러운 복장을 갖춘 사람들, 아니면 왠지 모르게 중 2 돋는 복장과 말투를 구사하며 소리를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사이비가 판치는 법이기도 하지만 워낙 잡신이 많다 보니 그에 따라 사이비가 판이 치는 나라가 일본이었다. 한국의 사이비 종교는 전부 일본의 사이비 종교를 벤쳐마킹[?] 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한 때는 자국민만으로는 모자라서 유학생을 노려서 접근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에, 조금 멍청하게 생긴 사람이 길을 지나가면 '행복하세요?' 하고 한국에서는 도를 믿으십니까, 얼굴에 복이 많으시네요 같은 대사를 몇십 명이 잡고 묻는다고 하지 않는가. 

거기에 능력자가 생긴 후로는 능력자를 신으로 추종하며 떠받들기도 한다고 하던데.. 물론 일본의 능력자는 모두 정부의 관리를 받고있으니 저희들끼리의 열렬한 짝사랑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서우는 무심코 비웃음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놓고 서로 대립하듯 마주보고 선 두 집단이었다.

맑음과 아헤가오. 

두 집단의 앞에 선 자들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맑음 신을 믿으십시오! 맑음 신께서 모자이크로 가득한 세상을 닦아내사, 여러분을 진정한 우주의 진리로 인도할 것입니다!"

"아헤가오신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아헤가오신은 당신의 모든 죄를 대신 받고 괴로워 하사, 눈동자가 사라지고 혀가 턱까지 나올 정도로 고통스러워 하시지만 결코 죄를 없앰을 두려워하지 않으십니다!"

서우는 슬쩍 두 사이비 종교가 맹렬하게 흔드는 깃발을 쳐다보았다. 서로 기싸움 중인지 금방이라도 치고박을 것 같은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돋네."

"맑음! 맑음!"

"아헤가오! 아!헤!가!오! 아헤가오는 사랑이자 진리입니다 여러분!"

"맑음 신! 맑음 신! 맑음 신이 그대를 진실로 이끌 것입니다! 결코 아헤가오 신에게 매혹당하지 마십시오! 그의 모습은 혀를 길게 빼어 약한 자를 잡아먹으려 하는 흉악한 아귀의 형태일 뿐입니다! 맑음의 진실을 믿으사 결코 악마에게 현혹 당하지 마십시오!"

"맑음의 진실은 개뿔! 너희들이 추구하는 진실은 안 보니만 못하는 것들이다, 이단아 물러가라! 가서 너희의 진실을 닮은 불고기나 구워 먹어라 껄껄껄껄!"

"근처에 아직 운영하는 한국 식당 있다. 불고기 정식은 1000엔! 두 번 먹어라!"

"세 번 먹어라!"

"아니 저 개.... 혀를 목까지 잡아 빼주마!!"

결국 두 종교가 맞 붙으며 거리에서 싸우는 것을 보면서 서우는 픽 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꼴깝을 떨어요."

그들을 지켜보면서 쓱, 몸을 돌리려는데 갑자기 누구인가가 서우의 앞을 턱, 가로막았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는 것이 기분도 꿉꿉하여 남자라면 바로 치워버릴 생각이었으나 그 앞을 가로막은 것은 일본틱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꽤나 귀여운 여자였다.

"저기, 안녕하세요?"

"아, 예에.."

"구원의 말씀이 담겨있으니 한번 읽어보세요, 그리고 꼭 저희 교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와주시길 바랍니다. 최근의 모든 재앙은 헨타이센빠이 신께서 아직 강림하지 않으셨기 때문이에요."

"....어...."

"저희는 인류 모두가 함께 구원받아 극락으로 올라가기를 원하고 있답니다. 결코 이상한 곳이 아니예요. 꼭 와주세요!"

'...극락이라면 내가 지금 기꺼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이비 종교가 으레 그렇 듯, 먼저 접근하는 쪽은 대부분 인상이 좋은 예쁜 여자라는 법칙이 있다.  해서 서우는 얼떨결에 과자가 붙혀진 찌라시를 덥석 받고 말았다. 하지만 찌라시는 버리면 그만이고 과자는 먹을 수 있으니, 과자를 떼어 먹자마자 찌라시는 버리려고 했지만 심심하던 터라 그 찌라시를 한번 읽어보았다. 하얀 종이에 자극적인 새빨간 글씨로 쓰여져 있어 조금 눈이 아픈 느낌이었다.

[이 모든 고통은 잠깐이다. 이제 곧 헨타이센빠이 신께서 강림하시면 세상의 모든 좀비는 사라지고, 헨타이센빠이님을 믿은 자만이 극락으로 함께할 것이다. 헨타이센빠이 신께서는 모든 자에게 함께하시며...] 

".....헨타이센빠이라..."

찌라시 앞 면에는 간단한 약도도 인새되어 있었는데, 그 약도를 보며 주변을 가볍게 둘러 보니, 저 멀리서 찌라시에 인쇄된 사진과 똑같은 건물이 있었다. 잠시 그것을 쳐다보던 서우는 몇 발자국 앞으로 더 걸어갔다. 바닥은 빗물에 퉁퉁 불은 찌라시로 도배되어 있었다. 

빨간색, 그리고 위협적인 글씨체로 적힌 [인류멸망][인과응보][구원][재림][극락으로 가는 길][하늘의 문][믿는 자만 복을 받고 함께할 것이다.][그렇지 않은 자는 멸망하는 세상에 남아 지옥과 함께할 것이다.]

사이비 종교의 특징인 불안감 조성, 믿지 않으면 지옥이라는 둥의 극단적인 단어와 내용으로 세뇌하려는 내용이 가득한 찌라시를 발로 비비자, 물에 불은 탓인지 쉽게 말려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의미없이 밑을 내려다 보며 서우는 앞으로 걸어나갔는데, 문득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왠지 눈에 거슬리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사이비 종교의 찌라시가 아니었다.

[좀비 바이러스. 정말로 자연재해 같은 바이러스인가? 전세계, 거의 비슷한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번진 바이러스. 이것은 분명 어느 집단의 화학테러다!]

[아직까지 좀비 바이러스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것은 분명히 음모다!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 국민의 안전을 지켜달라!]

[정부는 무언가를 알고있으면서도 숨기고있 다! 정부는 어서 모든 정보를 깨끗하게 국민에게 공개하라! 정부의 흑막을 거두어라!]

[지금의 사태는 초기에 진압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

"......."

서우는 잠시 진지하게 그것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발로 슥 비벼버렸다.

"한국이나 여기나.. 쯧, 뭐만하면 다 정부 탓이래."

============================ 작품 후기 ============================

안녕내손모가지...녿 : 걱정 마셈

안녕내손모가지...녿 : 전 그렇게 패배했습니다

오함마자벳 : 주인공들이 대개 지는 이유는

오함마자벳 : 아니 악역이 대개 지는 이유는

안녕내손모가지...녿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함마자벳 : 주인공이 약하다고 봐주거나 이겼다고 생각할 때 지는 것입니다'ㅠ'

안녕내손모가지...녿 : 안그런당게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내손모가지...녿 : 저 술먹고 있당게!

오함마자벳 : 저는 맨날 그런 악역을 보고 비웃었지!!!!!!!!!!!!!!!!!!!!!!!!!

안녕내손모가지...녿 : 소라넷으로 오셈 내가 누드로 맥주를 먹는 걸 보여주겠어!~

오함마자벳 : 후기에 쓸 거 없으니까 이거 그대로 후기에 올릴 테야

안녕내손모가지...녿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시다고 합니다.

정말 올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방심하지 않습니다. 노쓰우드님'ㅠ'

여러분

저는 지금 제 혼을 태우고 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활하ㅗㄹ............키킥.....3시간도 못 잤어..키킥... 하루만에 52kb 써보기는 난생처음입니다. 왜 미쳤다고 비축분 ㄴㄴ한 하루만에 저지르는 연참대전에 참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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