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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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언니. 언니이...

왜 부모님한테 가지않아? 왜 부모님을 버려두고 왔어? 왜 도쿄에서 나온 거야? 왜 우리는 도망쳐? 왜, 언니는... 언니가. 언니가 저 사람 손을 잡았더니, 저 사람이 좀비가 됐어. 언니는 그걸 먹었어... 언니 왜?

                                      

"몰라... 모른다구, 나도! 오히려 내가 알고싶어!!"

에리는 히스테릭하게 빽, 소리를 지르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츠부미가 놀란 듯이 에리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소, 소리질러서 미안해.. 츠부미......"

"....에리 언니..."

"하지만 도망쳐야 해...츠부미, 언니 말 잘 들어. 우리는 도망쳐야 돼. 그렇지 않으면, 만약 우리가 잡히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실험쥐 같은 꼴을 당할 거야. 나만 그런 거라고 해도, 너는 정상이라고 해도.."

       

에리는 덜덜 떨면서 츠부미의 작은 어깨를 잡았다. 그런 그녀의 입에는 좀비의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미안해.. 우린 계속 도망쳐야 해."

"....언제까지? 언제까지 그래야 되는데?"

날 쫒는 사람들이 전부 죽을 때까지.

차마 그리 말하지 못한 에리는 그저 피 묻은 입을 닦고, 이 사이에 끼어있던 인육을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

                

"아.. 쓰읍."

잠들지 못한 탓에 전철안에서 잠들었던 서우는, 무심코 자면서 흘린 침을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굉장히 달게잔 것 같은데도 기분이 상당히 꿀꿀했다. 악몽을 꾼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무슨 꿈을 꾼 것도 아닌데 어째서인지 굉장히 마음이 꿀꿀했다. 예전에 배가 고파서 미역을 주섬주섬 주워 먹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속에서 그것이 다 불어나 끙끙거리며 소화제를 삼켰을 때의 느낌이랄까.

      

'다리를 꼬고 자서 그런가..?'

꼬여진 제 다리를 내려다 보며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갖다 붙히고는 혼자 납득하며 서우는 저린 다리를 통통 두드렸다. 그리고는 얼마나 왔는지 역을 확인하는데, 맙소사. 방금 역을 지나친 것이 아닌가?

"어억? 뭐야, 지나간 거야?!"

서우는 기가 막혀 잠시 그대로 굳어있다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주변을 둘러 보았다.

다음 역이 종점인 탓에 칸 안에는 서우와 꾸벅꾸벅 졸고있는 노인 혼자였다. 서우는 잠시 그 노인을 돌아보다가 와이어로 깔끔하게 자르고는 앞으로 밀어버렸다. 그 덕에 바람이 확, 하고 들이쳐 서우는 무심코 눈을 가렸다.

"으음, 타카코... 창문 좀 닫아주구려."

"....."

"타카코오... 춥다우."

잠꼬대하는 노인은 끙끙거리며 손을 내저었고, 서우는 바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달리는 차 안에서 뛰어내렸고, 낙법 같은 것은 전혀 알지도 못하지만 그 어느 곳도 당연하게 다치지 않은 서우는 풀숲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좀 가다 보니 금방 이정표가 나왔는데, 딱 좋게도 아키오의 집 근처에 알맞게 도착한 모양이었다. 서우는 다시 편지와 함께 아키오의 사진을 꺼내보았다.

"유부녀라... 유부녀......"

사실 이렇게 여기가지 오긴했어도 처음부터 강간을 하지 않는한 미망인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쯤은 서우도 알고있었다. 약을 먹여도 좋겠지만... 나름대로 약을 먹여서하는 것은 그닥 좋아하지 않고, 강제로하는 것도 선호하지 않는 서우였다. 소라 때는 너무 급한 나머지, 더불어 일본에 왔는데 생각대로 되는 것이 없어 화가난 김에 홧김에 한 것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금욕은 2일 이상을 넘은 적은 없지만... 그 동안 유리와 모모, 나나가 있는 그 집에서 계속해서 즐기다 보니 왠지 일주일은 금욕해도 될 느낌이랄까.

'아랫도리가 빠지지 않는 게 신기하다... 아니, 아직 좀 저린 것 같기도 하고?'

이 상태로라면 어쩌면 2주일도 못 버텨서 그 집을 빠져나와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무시무시한 테크니션의 여자 하나, 밝히는 여자 둘이면 제 아무리 서우라고 해도 힘들기 때문에.

'그래도 끝내줬지, 아아아..'

서우는 그 집에서의 일을 생각하며 큭큭 웃었다. 어차피 일본 정부가 저를 감시하려고 하고 있으니 당분간은, 혹은 꽤나 오랜 시간 몸을 숨겨둘 필요가 있었고, 잠적할 곳도 필요했다. 아키오는 메인디쉬로, 자잘한 것은 마을에서 해결해 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문득 핸드폰을 확인했더니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몇 개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키무 미요우 팀장입니다. 비상식량 대출, 최대 50kg까지! 신용대출, 고객님들을 환영합니다.☆★☆★☆★☆특별 이벤트 기간★☆ 이 문자를 받은 고객님은 최대 60kg까지 가능합니다!★☆★ 지금 빨리 전화하세요! 예약 폭증!]

그리고는 파일이 첨부된 사진 하나.

[자벳자베트님을 믿고 구원 받으세요! 밑은 자벳자베트님을 영접한 분들의 입교 이후 기적을 경험한 후기입니다.]

[도쿄에 사는 아이다 X아 [27세, 女 자매의 말씀.] 처음에는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설명을 듣고 조심스레 입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설마 이 정도로 저의 삶이 윤택해지고 구원의 빛으로 충만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저는 막혔던 코가 뚫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둥 엄청난 기적을 맛 보았습니다. 모두에게 이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전화하세요!]

[외국인 자베트 [남 24세 형제의 말씀] 설마 이런 기적을 일으켜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등에서 손이 두 개씩 자라나, 인기없는데다 폭참 후유증이라는 심각한 불치의 병을 얻은 저를 대신하여 소설도 대신 써주고 밥도 먹여주고 물도 떠다줄 줄은.... 게다가 얼마전에는 기적적으로 불치병이 나았다는 판정을 받았으니 이것이 어찌 기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자벳자베트교는 사랑이자 진리입니다. 우리 모두 입교하여 이 기적을 맛 봅시다. 글도 대신 써주고 밥도 먹여주고 잠도 재워주고 물도 떠다주는 기적이 지금 바로 일어납니다!]

"....둘 다 왠지 한국에서 많이 본 느낌인데."

서우는 두 문자를 전부 스팸처리하며 앞으로 슬슬 걸어나갔다. 이어 마을이 보였는데, 그나마 도쿄 보다는 사람들이 몇몇 밖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고 밭을 가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그런 상태에서 서우가 앞으로 나아가자 어디선가 남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서우의 앞을 막아섰다. 순식간에 사방을 그들이 둘러싼 것이다.

"누구냐?! 어디서 왔어!"

"움직이지 마라! 거기 서!"

"이런.....쯧."

치안이 극도로 좋아지지 않자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자경단이었던 것이다. 나무를 깎아만든 창을 제 앞에 들이대는 자경단은 물론 서우의 상대도 되지 않았다. 서우가 금방이라도 손에서 와이어를 뽑아낸 후, 손 한 번 까딱이면 완전히 모두의 허리를 끊을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무엇하러 그런 귀찮은 일을 하겠는가. 쫒기고 있는 처지, 가능한 쉽게 끝내고 싶었다. 그래야 어디로 가지않고 당분간 이곳에 정착할 수 있으니까.

"아, 물건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배급을 주는 사람인가?... 하지만 그 사람은 지금 마을 안에 있을 텐데!"

"아니, 아니요. 혹시 요시자와 씨라는 분을 알고 계십니까? 그 분의 물건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아내 분 성함이 아키오라고 하던데.."

서글서글한 인상의 서우인지가 그리 말하자 자경단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는가 싶더니 저들끼리 몇 번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작게 말했다 해도 물론 그 소리가 서우의 귀에 들리지 않을 리 없지만.

'요시자와라면... 거기에 아키오. 아키오 씨 남편 아닌가?'

'맞는데, 잠깐만 내가 분명 그 사람은 지방에 있다고 들었는데.... 설마...'

'아, 아닐 거야.. 세상에.....'

'맙소사, 아키오 부인은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단 저 놈의 말을 들어보지.. 사람의 이름까지 다 알고있는 걸로 봐서, 수상한 놈은 아닌 것 같아.'

'...그래.....'

'일단 그렇게 하도록 하지.'

저들끼리 충격을 받았는지 또다시 쑥덕쑥덕, 서우가 가만히 그 대화를 들은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들이 서우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이! 이보게."

"아, 예에. 예."

"그 가방에 든 거, 설마... 혹시....."

그들의 말에 서우는 짐짓 슬픈 표정을 지었다.

"....요시자와 씨의 유품이 들어있는 가방입니다." 

"요, 요시자와 씨의?"

"정말인가? 요시자와 씨가...?!"

"예... 도쿄로 오시는 길에 좀비의 습격을 받아 그만.. 그래서 제가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그 분의 집이 어디인가요?"

"세상에..어떻게 그런......."

".....이, 일단 들어와라. 안내해 주겠다."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하죠."

그를 구해주지도 않았고 그가 좀비가 채 되기도 전에 죽인 유쾌한 살인마는 그렇게 가증스러운 슬픔을 가장하며 그 마을속으로 들어왔다. 정말인지 악어의 눈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 작품 후기 ============================

아아아악

비축분 폭발함;

날아갔어요

아..

조만간 연참할 테니 봐주세여 끄흑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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