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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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마을 여러분은 전부 옥상으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곧 군대가 올 테니 너무 염려 마시고 모두 옥상으로 올라가세요! 긴급 상황입니다, 빨리 올라가세요! 방어벽이 무너져 좀비가 마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좀비가 쳐들어왔다고 원래도 놀라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 때문에 더욱 더 놀라지 않았다. 살기를 느끼고 적의 기척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서우는 어둠속에서 입술을 삐죽이다가 손을 뻗어 천천히 눈앞에서 쥐었다폈다. 어둠속에서도 선명히 보이는 조금 그을린 피부, 그 위를 동동 떠다니는 푸른 힘줄들.

왠지 비정상적으로 툭 튀어나오고, 이생한 색을 가진 것 같아 인간의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서우는 제 양팔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팔을 내렸다.

"진짜 몸이 좀 많이 달라졌네.."

서우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 묘한 진동이 아직도 가슴까지 파고들어와 쿵쿵 심장과 함께 울려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다... 강해지고 있다고는 느꼈지만 신체 능력이 이렇게 비약적으로 상승해 가다니? 

"......"

서우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제 팔을 입에 넣고, 간장게장을 빨아먹듯이 와득- 꺠물었다. 물론 아프지 않을 리 없어 슬쩍 인상을 찌푸렸지만 입을 떼고나니 팔 위로 피가 이빨자국과 함께 주르르륵 흘렀다.

"스읍."

입안으로 떨어진 피를 꿀꺽 삼킨 서우는 대충 피를 털어낸 뒤 자리에서 일어나, 라이터 대신 손전등을 챙겼다. 새벽인지라 달빛마저도 흐렸고, 분명 벽을 부술 정도의 돌연변이라면 라이터 정도의 빛으로는 어림도 없을 거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서우는 그 순간마저 눈을 비비며 담배갑을 꺼냈다.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팔도 깨물었는데 잠이 덜 깨네.... 담배 한 대 태우고 나가야겠다."

느긋하게 담배를 입에 물고, 그것을 마저 태우던 서우는 그제야 그것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 컨테이너 위로 올라갔다. 옥상에 아키오가 있나 보기 위해 손전등을 휘휘 공중에 저었더니, 옥상에 올라와 있는 아키오가 보였다.

"서, 서우님..!"

"그냥 거기 있어요. 제가 보고올 테니까."

"아..."

그리 말하자마자 서우가 앞으로 휙, 뛰어나가 담장을 밟고 다른 집을 건너서 파고들었다. 그렇게 갓길로 빠르게 담  근처로, 그리고 제 감이 느껴지는 곳으로 뛰어가자, 그곳에서 좀비들이 물 밀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미 다 옥상에 올라가 있어, 서우를 보지 못해, 서우는 그 틈을 타 앞으로 쭉 빠져나갔다. 

이윽고 담 근처에 도착하자 그 근처에 아직 담을 뚫은 것처럼 보이는 돌연변이가 그 근처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그때 보았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것이 아닌가? 게다가 녀석은... 주변의 좀비를 제 입에 넣고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다. 말 그대로 펠리칸 같은 모습이어서 서우는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녀석의 몸에 닿기만 해도 좀비가 천천히 그 몸에 달린 자잘한 촉수에 엉겨붙어 빨려들어가는 모습을 보게되었다.

"크르르......끄.................."

지능이 없는데다가 같은 좀비끼리는 물어뜯지않는 탓에 좀비는 마치 늪에 빨려들어가듯이, 반항도 하지않고 그대로 빨려들어갔고, 돌연변이의 몸을 마치 파동을 일으키듯 꿀렁거리다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물 먹는 하마도 아니고 저건 뭐.."

잠시 보고있던 서우는 손전등을 키고 옆에 있던 무성한 나무를 몇 개, 마구 잘라버렸다. 그러자 자연스레 그 입구가 사람 키 이상으로 높아졌고, 거기에 깔리기 시작한 좀비들은 버둥거렸지만 햄버거 고기처럼 끼어 나오지 못했고, 걔 중에는 한번에 머리나 척추가 제대로 깔려 죽은 것들도 더러 있는 듯 싶었다. 그렇게 일단 벽을 막은 서우는 잠시 돌연변이를 보고있었다.

분명 군이 온다고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빠른 시간에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서우는 돌연변이를 최대한 강하게 만들었다가 죽일 생각이었다. 그때와 같거나, 그 밑은 사양이었다. 더 강한 것, 더 강한 것을... 서우는 저도 모르게 제 입에 침 같은 것이 고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칠 정도로 채워지고있던 성욕에 비해 다른 욕구는 전혀 채워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 승부욕, 파괴욕. 강한 것을 이 손으로 찢어발기고 싶다는 그.....

"빨리 커져라...."

서우의 소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돌연변이는 이제 쭈쭈바 빨 듯이 양손에 좀비들을 잡고 머리부터 쭈욱쭈욱 빨아먹기 시작했다. 뼈가 갈리고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그로테스크했지만 서우에게 있어 그것은 베토벤의 음악과 같은 것이었다.

"존나 느리네.. 아, 님 제발 스겜요. 스겜. 스겜."

흘러나오는 침을 꿀꺽꿀꺽 삼키며 제 입술을 천천히 핥던 서우는, 드디어 마을로 들어가지 못하고 아직 그 돌연변이 근처에 있던 좀비가 다 사라진 것을 목격하고 손전등을 킨 채로 제 허리에 부착했다. 그리고 나서서 옷을 팔까지 걷어붙혔는데, 그때 다시 제 팔을 보게되었다. 물어뜯었던 오른쪽 팔..

작은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 상처는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서우는 그 모습을 보며 입꼬리가 찢어져라 웃은 뒤, 돌연변이를 향해 그대로 뛰어들었다.

"크어어어어!"

"?!"

와이어를 박기도 전에 돌연변이는 서우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뭔가 싶었더니 뒤통수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앞이었다. 통수를 치고서 시작하려던 서우는 허리를 뒤로 확 꺾으며 녀석의 주먹을 피했지만, 그 순간 밑에서 후두둑- 지렁이 같은 것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이 그것을 피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산이라도 된 것처럼 땅을 녹이기 시작했다.

"와, 씨발."

거기에 머리카락이 살짝 닿은 서우는 재빨리 그것을 털어냈지만 하마터면 머리카락에 땜빵을 낼뻔한 나름대로 아찔한 상황에 일단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이었다. 그 녀석이 자리에 가만히 있나 싶더니 갑자기 다리 사이에서 둥근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그러더니 이내 놈의 목이 부풀어 오르고 뭔가 꿀럭꿀럭거리기 시작하더니 입으로 다시 그 시뻘건 구형의 물체를 무는 것이 아닌가?

"..파콜로..?"

하지만 그 여유도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코앞까지 딱-하고 날아온 물체를 보고 서우는 반사적으로 팔로 방어자세를 취했다. 해서 어느정도의 방어흔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더니, 그 둥근 물체는 사람의 머리였다. 사람 머리는 몸무게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3kg 정도 되는 것이 팔을 향해 날아오니 팔이 부러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서우는 일단 뒤로 물러나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을 닦고 시야를 확보한 뒤에 와이어를 쭉- 뻗었다. 왼팔이 부러져 덜렁거리고 있어 오른손으로만 쭈욱 뻗은 채, 그나마 얇아 보이는 곳을 살폈다. 이미 몸이 인간의 형태가 아니었기에 얼굴이 어깨와 엇비슷한 넓이로 부풀고 있었고, 그나마 얇은 곳은 촉수인지 팔인지 분간이 가지않는 것과 다리였다. 

"쿠륵, 우우극....그극."

한 술 더 떠, 녀석은 그 머리를 또 뱉어낼 심산인지 울컥거리다가, 서우가 매달려있는 나무를 향해 그것을  또 발사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서우는 다시 달려들었고, 한 손으로 와이어를 뿜어 돌연변이의 다리 사이를 향해 슬라이딩하며 발목을 와이어로 묶어 잡아당겼다. 

그때 바로 와이어의 강도를 바꾸자 돌연변이의 다리가 반쯤 썰렸고, 서우는 덜렁거리는 왼손으로도 와이어를 길게 뽑아 오른손과 연결했다. 하지만 그 순간 아직 남아있던 돌연변이가 아직 반쯤 누운 상태였던 서우에게 덤벼들었다. 왼손을 휘둘러 일격에 녀석의 목을 잘랐지만, 다리가 덜렁거리던 좀비가 무릎으로 기어서 네 발로 서우를 향해 덤벼들었다.

"아, 좆 됐.......어?"

"끄흐으!"

"..너 뭐하냐."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미끄러워진 길, 좀비는 그대로 미끄러져 안면을 쾅, 하고 부딪쳤다. 제 무게 때문인지 얼굴이 완전히 망가져, 전보다 더 끔찍해진 얼굴과 코에서 피가 줄줄 흐르자 서우는 낄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앞이 제 피로 엉망이 된 탓인지 돌연변이는 제대로 앞을 보지 못했고, 지능이 없다 보니 눈을 닦는 것도 몰라 팔만 휘두르고 있어, 딱 도륙내기 좋은 상태였다.

게다가 왼팔도.... 이제 거의 다 나아가는 것만 같았다.

서우는 씩 웃으며 왼팔로 돌연변이의 이마를 그었다. 그러자 거기서 심하게 쭈욱, 흘러나온 피가 완전히 돌연변이의 시야를 가려 완전히 시야가 차단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때, 서우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제가 내밀은 와이어가 지나간 돌연변이의 이마가 보라색으로 변색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쿠르, 쿠어어어억!! 크아아---"

"..?"

뭔가 뭉글거리기 시작하던 그것은, 촉수들이 마치 물이 끓는 듯한 모양새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러더니 거대한 보라색 살덩이가 썩어서 떨어졌고, 돌연변이는 길게 포효하며 울부짖었다.

"뭐지?... 어, 어떻게 했더라?"

서우는 손을 휘휘 저으며 구르고있는 돌연변이를 향해 휘둘렀지만 그 느낌이 나지않았다. 그렇게 회초리를 휘두르듯 공중에 마구 젓던 서우는 돌연변이가 다시 일어서, 저를 향해 달려듬과 동시에 포이즌 와이어의 사용법을 익혔다.

"그래, 그래.. 이거구만. 이거야.... 괜찮은데?"

흥분감에 질겅질겅 제 입술을 깨물던 서우는 뒤에있는 나무를 밟고 그대로 뛰어올라, 돌연변이의 머리에 못을 박듯 포이즌 와이어를 내뿜었다.

*

[군대가 왔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마을 여러분은 절대로 옥상 위에서 내려오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절대로 옥상에서 내려오지 마시고 저희의 지시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제 1군, 방어벽 붕괴 구역으로, 철망을 설치했으니 하루 빨리 복구 인원을 보내주길 바란다."

전투 군인들은 방어벽 근처를 둘러싼 철조망을 세우고는 마을로 들어간 좀비를 사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다른 이들은 따로 나뉘어져 돌연변이의 사체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그것을 살펴보며 그 무시무시한 악취와 끔찍한 광경에 몇몇은 입을 감싸쥐고, 베테랑만이 남아가고 있었다.

"우, 우으으으웩.....!"

"아, 토할 거면 여기다가 하지 말고 다른 곳가서 해."

"죄송...우우우..."

"그나저나 이건 뭐야?"

"...돌연변이 같기는 한데.....전에 이런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았어? 촉수가 잔뜩 달린.."

"아아, 맞아. 이런 놈이 있긴 했지... 잠깐만........ 아, 여기 있다. 여기 사진 있네. 그런데, 왜 이 모양이지?"

"원래 돌연변이 자체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태야, 게다가 이 녀석은 주변의 좀비를 잡아 먹어서 제 몸에 흡수하는 타입이거든? 그러니까 뭐 혼자 붕괴되었겠지, 마을 사람들은 다..."

"잠깐만."

"어...? 유우리님...?!"

한 여성의 등장에 연구원들이 다 옆으로 붙어섰다. 그녀의 이름은 에다 유우리, 일본의 능력자 중 하나였는데, 같은 여성 능력자인 하네다와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힘의 차이가 나는, 명실상부히 2위에 랭크되어있는 능력자였다.

============================ 작품 후기 ============================

오늘부터 매일 짐승을 두 편을 쓰도록 노력해 볼까합니다.

ㄷㄷㄷㄷ

다음 편은 적어도 전 편을 올린 뒤 세 시간 뒤에 올릴 생각인데 몇 시가 좋을까요? 몇 시에 올려야 노출이 잘 됐다고 소문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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