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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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와 나미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서우와 아키오는 기묘한 동거에 익숙해졌는데, 이후 아직 남아있던 좀비가 아키오를 습격했을 때 서우가 도와준 덕에 둘은 꽤나 친해져 있었다. 아키오의 다른 인격은 2일에 한번 꼴로 나오기 시작했고, 서우는 그때마다 실컷 질펀하게 즐길 수 있었다. 

"후후, 일어나셨어요?"

"음...? 어엇!"

"아침은 좀 이따 먹어요, 흐힛."

"왓, 잠깐만 잠깐만!"

"꺄아- 아침부터~"

"......이건 당연한 건데...... 윽?!"

자고 일어나면 이렇게 '그녀'가 튀어나와 식사를 가져다 주면서 서우에게 덤벼들기도 했고, 서우가 잠시 집 안으로 들어오면 그때 튀어나와 서우에게 안기기도 했다. 말 그대로 그것을 위해 태어난 것만 같은 인격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서우에게 매달렸고, 그 덕에 서우도 양껏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가끔 아키오의 일을 도와준다거나, 같이 요리를 하고 빨래를 하고... 아키오 대신 어려운 일을 대신해주고 감사 인사를 받고, 이야기하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사람들이 이래서 결혼을 하나...'

어울리지 않는 생각을 하며, 거의 집에 나오지 않던 서우는 2주만에 집 밖으로 나왔다.

"아..날씨 좋네."

사실 마을 사람들은 이 마을에 서우가 머물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기에 서우는 새벽을 틈타 밖으로 나온 것이었는데,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스멀거리며 닿는 것이 썩 나쁘지않았다. 해서 간만에 몸을 풀며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나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서우는 시무라 나미와 딱 마주쳐 버렸다.

"...억."

몽유병에 걸린 채 돌아다니다가, 예쁜 좀비로 착각 당해....그만...... 서우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고개를 저었다. 나름대로 미안했기에 그냥 말없이 조용히 운동하는 행인 1 로 분장해 지나가려고 했는데.. 나미는 대놓고 서우를 불렀다.

"저기.... 처음뵙는 분 같은데. 마을 분의 가족인가요?"

"예? 아... 어, 가족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묶고 있습니다만." 

"실례지만 뭐 하나 엿쭤봐도 될까요?"

"예...?"

"아니, 별 거 아닌데요.."

나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서우는 그 모습에서 날카로운 무언가를 느끼고 침을 꿀꺽 삼켰다. 해서, 머리속으로 가만히 일본에 오기 전에 들은 일본인의 여러 종특을 떠올려 보았다.

1)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한다.

2)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심지어 친구끼리도 할 말 없으면 학교에서 만나도 잘 인사하지 않는다고 한다.

3)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많다. 통수 조심.

..

.....

4)야동 표지에 속지 말자, 야동 표지의 여배우는 남자 배우가 만지는 것이 아니라 포토샵이 만지기 때문에. 똑똑하다면 표지대신 캡쳐본을 보라.

5)일본녀들은 가슴이 다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브라의 컵 사이즈가 외국보다 자잘하게 나뉘어져, AV배우중 대부분 D컵이라고 하면 큰 A를, F라고 하면 꽉찬 B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진리는 G의......

"..........."

아무튼간 뭔가 있다. 본능적으로 그리 느낀 서우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사람처럼 웃어보였다. 그렇게 허락을 얻은 나미는 손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씨발.'

당연히 서우의 것이었다. 잠시 나미에게 제 옷을 입혀주었을 때 라이터가 하필이면 나미의 몸에 그대로 남게 된 것이었다. 서우는 그것을 보며 가볍게 현기증을 느끼다가 일단 차분하게 말 대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담배 피세요?"

"아뇨. 좀비 사태 이후로는 끊었죠."

"그렇지요..? 사실 마을 분들도 담배 피시는 분들은 안 계시거든요. 이런 사태에 담배를 어떻게 피우겠어요. 하하."

미안하지만 절대로 들킬 수 없었다. 들킨다 한들 책임을 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첫 상대랑 결혼해야 한다는 뭐 그런 판타스틱한 세계도 아닌데... 

거기에 아키오와 지내는 이 말도 안 되게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서우는 마음껏, 느긋하게 누리고 싶었다. 해서 서우는 아무 것도 아닌 척, 나미와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나미도 나름대로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어디에 사세요?"

"아키오 씨 집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마침 마당에 컨테이너 박스가 하나 있어서 거기에.."

"아아, 그렇구나."

'..이제 그만 돌아가고 싶은데 말이지...'

예쁜 여자와 이야기하는 것은 즐겁지만 영 껄끄러웠던 서우는 슬슬 몸을 물리며 바쁜 척을하려 했다. 그러자 나미도 그 기색을 읽었는지 머쓱하게 웃었다.

"앗, 죄송해요.. 바쁘신 것 같은데...."

"아, 예... 좀 심부름을 가는 중이라..."

"그래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예...그럼."

서우와 나미, 서로가 고개를 한번 숙이고 서우가 재빨리 몸을 빼려는 찰나였다.

"아, 그런데 무슨 담배 좋아하세요? 저는 레x 피우는데."

"저는 마일드...."

....말한 바로, 서우는 머리에서 가볍게 종이 침을 느꼈다.

"....마일드 식스요...?"

"헙."

"당신이구만.."

말 그대로 좆 됐다. 머리속에서 누군가가 인생은 실전이야 좆밥아라고 말하며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서우는 가볍게 현기증을 느끼며 얼굴이 사색이 되어가는 나미에게 무심코 다가가자, 나미는 위협적으로 전기 충격기를 빼들었다.

"...아."

"이 강간범...! 어떻게 나한테 그런 짓을.....! 역시 이방인인 당신일 거라고 생각했어!"

서우는 무심코 입술 끝을 세게 깨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었다.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한단 말인가..?!

"저, 저기.. 그건 고의가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사람을 강간해 놓고서...! 내가 유혹했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꺼내기만 해봐! 거의 기억하고 있다고!"

더블로 좆됨을 느끼며 서우는 식은땀을 흘렸다. 결국 서우는 땀을 뻘뻘 흘리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위기의 상황..! 하지만 그런 위기이기 때문인지 반대로 머리가 빠르게 굴러감을 느꼈다.

'씨발 안 되겠다..... 될 대로 되라.'

그렇게 서우는...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창조해내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 1단계로 보여준 것은, 손에서 생성해낸 와이어로 주변에 있던 나무의 커다란 가지를 자르고, 와이어로 그것을 잡아 당겨 손에 쥐는 것이었다.

"...어어엇...?!"

당연히 나미는 깜짝 놀라서 입을 벙긋거리며 서우와 나무를 번갈아 보았다. 서우는 차분하게 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게임 시작이다, 씨발.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능력자입니다. 이 와이어로 좀비를 죽일 수 있지요."

"느, 능력자? 능력자라고...!? 세, 세셋....세상에...!"

"예, 하지만 정식으로 등록된 능력자는 아닙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대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유롭게 행동하고 있지요."

"...!"

"그러다가 발견된 것이 이 마을, 어설픈 방화벽과 이렇게나 가까운데도 군이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워서 이 마을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능력에는 좋지 못한 리스크가 있거든요."

"...그, 그게 뭐죠?"

어느새 경어까지 쓰게된 나미를 보며, 서우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음양에 대해 알고 계시지요?"

"...예.."

"그게, 능력을 사용한 후에는 제 몸의 음양의 기가 점부 양으로 변환되는 터라 음의 기가 급격히 부족해져서... 원래는 약을 섭취하면 되지만 그때 약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해서 그렇게라도 여자의 음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저는 좀비와 싸울 수가 없거든요. 게다가 나미 씨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날 좀비의 습격이 있었다는 거.."

"...아...."

"제가 능력자라는 사실은 아키오 씨와 저만 아는 사실이었지만.."

뭔 말도 안 되는 개 헛소리였지만 능력자라는 것이 원체 미지에 둘러쌓인 존재였기에, 나미는 그 사실을 그대로 믿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해서 마을을 구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로,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은 처음에 나미 씨가 좀비인줄 알고.... 차마 여자분에게 갑자기 그럴 수는 없어, 여자 좀비에게라도 그럴려던 참인데.."

"....그.. 그런....."

'...머, 먹혀 들어간 건가..!?'

"그러셨군요.."

"예, 그렇습니다. 정말로 실수였지만 나미 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마을 분들을 어떻게든 구해야 했기에.."

그렇게 서우가 말로 나미를 구워삶는 그 순간이었다. 집 안에서 갑자기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도 한 집이 아니라 동시에, 여러 집에서..!

============================ 작품 후기 ============================

이야 신난다

서울에 밥 얻어 먹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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