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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와 나미
'조.. 좆된 건가. 진짜 레알 좆된 건가, 이 행복한 시간은 이제 여기서 빠이빠이인가....'
정말인지.... 다른 인격이 아닌 아키오와 자보고 싶었다.
상상속 맨 정신의 나미도, 생수머신처럼 밝히는 다른 인격의 아키오도 무척 매력적이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아키오. 정숙한 얼굴로 쑥쓰러워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애써 신음을 참을 것 같은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말짱 꽝이게 생겨, 몰려오며 저를 둘러싼 사람들을 보며 서우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존나 아깝다.... 진짜 아깝다, 토 나오게 아깝다. 19강 무기 꺠뜨렸을 때랑은 비교도 안 되게 눈물난다...'
이것들을 다 죽여도 아무런 소용도 없고 의미도 없으니, 답은 그냥 짐 싸들고 도망가는 것 뿐이겠지. 유리의 집으로 다시 가기도 좀 그러니 어디로 가야 하는가, 소라에게나 한번 연락해 볼까 진지하게 고민하며 서우는 저를 둘러싼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세상에... 능력자라니..."
'...어..?'
"봐, 봤어? 아까...."
"신기해.."
'뭐야, 이 분위기는.'
그리고 하나 같이 눈을 빛내며 놀라는 얼굴이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을 이방인 강간범으로는 보지않는 것 같은 시선.. 서우가 무심코 당황하는 찰나, 사람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서우에게 말을 건 것은 자경단의 대장이었다.
"정말, 정말 능력자요?"
"아.. 예."
"정말 우리 마을을 지키려고?!"
"네?"
"세... 세상에, 구원자라니....."
'뭐지, 지금 이게 어떻게 진행되는 거야? 속았냐? 너희도 속은 거냐....? 단체로?'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서우는 당황해서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정말 다 거짓말인데도 사람들은 웅성이며 그 말을 믿는 분위기였다.
"다, 다시 한번 보여주시지 않겠소?"
"허...허허."
"사실인지 한번 제대로 보고싶어요. 믿겨지지가 않아.."
"......"
서우는 말없이 와이어를 공중에 휘둘러, 다시 한번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를 베었다.
"오오오!"
사람들이 환호하는 소리에 서우는 가볍게 머리가 멍해짐을 느꼈다. 씨발 이게 뭐람.
'다 개소린데...다 속았어..'
음양이라니, 양의 기운이 너무 증폭되고 그것을 쓰다 보니 음이 부족하다니, 무슨 개소리인지도 모르겟고 방금 제 입으로 말해놓고도 잘 기억도 안 나고 이해도 안 가는 부분 투성이어서 서우는 머리가 띵해졌다.
"그런 사정이 있으셨다니.."
"역시 여기까지 오실 때부터 뭔가 비범한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오면서 요시자와 씨 유품도 전해주시고......"
"....?!"
갑자기 열성 팬이라도 된 것마냥 저를 둘러싸고 꺅꺅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서우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 나쁘지는 않지만 눈에 띄면 곤란한 일이어서 대충 정리하고 자리를 피하려 했는데, 정리는 커녕 그들이 더 들뜬 것 같았다. 한 술 더 떠서, 왠지 모르게 과부나 이혼녀처럼 보이는 중년의 여자들이 서우를 향해 이상한 미소를 실실 흘리기 시작하니....서우는 머리가 어질해졌다.
"후훗."
"후후훗. 어쩜 저렇게 잘 생겼을까."
"음기라면 나도 충만한데........흠흠."
"충만하다 못해 흘러넘쳐서 바닥에 질질 버리고 다닐 정도란 말이지."
뭔가 음흉하게 웃기 시작하며 금방이라도 제 몸을 혀로 핥을 것 같은 느낌에, 서우는 구겨진 미간 사이를 꾹꾹 문질렀다.
'...님 매너 좀.'
그 기세로만 보면 저를 덮칠 것 같은 느낌에 서우는 땀을 뻘뻘 흘리며 어떻게 겨우 그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얼마가지않아 아키오도 서우의 거짓말을 진실로 알게 되었는데, 그에 대해 서우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어 그저 그렇다고만 둘러대었다.
"...좀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상황이 복잡해졌네요. 다른 사람 눈에 이렇게 띄면, 곤란한데..."
앞에 있는 반찬을 집으며 서우는 한숨을 쉬었다. 최근 친해지게 되면서 하루에 한 끼 정도는 같은 식탁에서 먹곤 했는데....
"...네?"
"음? 제 말 못 들으셨어요?"
"아, 죄.. 죄송합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어디까지 얘기하셨죠? 마을 분들이, 어어.."
"그건 아까 얘기하던 건데..."
"네엣? 죄, 죄송해요!"
"아니, 그렇게 하실 것까지야..."
아키오는 이렇게 종종 서우를 넋 놓고 바라보고는 했다. 그것은 거의 본능적으로 아키오의 몸에 남은 그 미묘한 감정이었는데, 아키오가 그 감정에 괴로워 해 보아도, 서우는 그런 것을 눈치챌 정도로 섬세하지 않기 때문에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계란밥을 마저 입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렇게 태연자약한 서우에 비해, 아키오는 정말인지 미치다 못해 팔짝 뛸 지경이었다.
'..흐아아...... 정말 왜 이러지..?'
아키오는 저도 모르게 몽롱했던 머리를 마구 흔들면서 겨우 생각을 털어냈지만, 완전히 생각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머리가 멍해지고, 그리고 그것은 묘한 흥분과도 같았다. 이상하게 서우만 보면, 혹은 그냥 가만히 있다가도 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아 아키오는 견딜 수가 없었다. 정숙하다고는 해도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쾌감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참을 수가 없었다.
'요시자와 씨, 미안해요.. 내가 진짜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그리 생각하다가 아키오는 무심코 젓가락을 놓칠 뻔했다.
'자, 잠깐 이러면 안 된다고? 뭐가 이러면 안 돼? 뭐가?!!!! 아, 안 되겠어. 오늘 나..'
"아키오 씨?"
"예, 옛!"
"어디 아파요?"
"아... 어, 조금."
서우는 시뻘개진 아키오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그날인가 보네.'
그리 생각하며 설거지나 해줘야겠다는 태평한 생각을 했다. 결국 다시 방으로 들어간 아키오는 방안에서도 자리에 앉지 못하고 정신사납게 방 이곳저곳을 걸어다녔다.
게다가 이런 기분이면 '그녀'가 쉽게 튀어나오기 떄문에 아키오는 강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을 먹은 이후부터 그런 감정은 심해져, 결국 아키오는 침대에 누워 제 다리 사이로 손을 넣다가 황급히 놀라 정신을 차렸다.
"으하, 왜..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아, 안 되겠어. 약이라도 먹을까.."
그렇게 아키오는 수면제를 잠시 잡았지만 그것도 얼마가지 않아 놓치고 말았다. 수면제를 먹는 건 괜히 내성만 생기게 하고 약에 의존만하게 할 뿐이라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달아오르는 몸을 이길 수 없었고, 아키오는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가 겨우겨우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욕구불만 상태의 그녀가 튀어나와서, 마음껏 즐기기 시작했다.
"서우님, 저예요- 문 좀 열어주세요."
"오랜만에 나왔네요? 2일만인가."
"후후, 그래도 빨리 나온 거예요. 요즘 아키오가 이상해서...."
"아키오 씨가?"
제 위로 익숙하게 올라타는 아키오를 보며 서우가 의아한 듯이 묻자, 그녀는 서우의 어깨를 잡고 요사스럽게 제 아래를 서우의 아래에 비비며 웃었다.
"모르시겠어요?"
"뭘..?"
"아키오, 요즘에 서우 씨만 보면 헤벌레하잖아요, 몽롱해져서는 멍하니....으흥."
"....흠..? 그랬나?"
"잔뜩 발정난 것 같아요. 흐흣."
"발정이요?"
"계속 멍하게 쳐다보잖아요, 게다가 오늘도 혼자 할 뻔하다가 잤다니까요."
혼자?
그 아키오가 혼자? 그 사실에 서우는 무심코 엄청나게 흥분할 뻔하다가 겨우 가라앉히고, 일단 머리속으로 자신이 찾아서 본 이중인격에 대한 자료를 떠올려 보았다. 생각해 보니 아키오는 그녀가 무슨 짓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지만 이쪽은 아키오에 대해 전부 알고있지 않던가.
'아.. 맞다, 계단식. 계단식이라고 했지...'
한 마디로 뒤에 서 있는 인격은 앞에 서 있는 인격이 무엇을 하든 전부 보이지만, 앞의 인격은 그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자신이 이중인격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이것 때문에.... 그녀는 아키오의 모든 것이 보이지만 아키오는 아닌 것이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아키오 씨가 그런단 말이지? 게다가 발정? 혼자 해..? 쩌네......'
아무래도 제 몸으로 밤새 뒹굴기를 반복하니, 몸에 기억이라도 되는 것일까. 머리로 기억하는 것은 금방 사라져도 몸으로 익히는 것은 왠만하면 잊혀지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리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서우가 씩, 웃는 순간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허리를 튀었다. 위에 앉아있던 그녀가 높게 서고있던 아래를 엉덩이로 찍어 눌렀기 때문이었다.
"윽?!"
"흐훗♡"
"자, 잠깐 그렇게 세게 누르면.."
"에헷, 딱딱해졌네에......."
몸이 튼튼해졌다고 한들 그곳까지 튼튼해지거나, 쉴드까지 생기는 건 아니라서 중요한 아래를 불시에 가격[?] 당한 서우가 깜짝 놀라 아키오를 올려다 보았지만 그녀는 말없이 키득키득 거렸다. 당연스럽게도 그 모습에 화가나지 않아서, 서우는 그 대신 바로 위치를 확, 바꾸어 버렸다.
방금 전에 들은 말로, 대단히 괜찮은 방법이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다시 연참모드에 돌입해볼까.
끙끙
노쓰우드님이 표지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