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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와 나미
아키오는 멍하니 젓가락을 집고 있다가 입에 넣기를 반복하고 다시 멍하게 있기를 반복했다. 서우와 함께하지 않는 아침, 해서 혼자 뿐인 아침에 아키오는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마냥 몽롱하게 음식을 입에 넣다가 저도 모르게 들고있던 반찬을 허벅지 위로 떨어뜨렸다.
"으하..?!"
그것이 몹시도 뜨거워 아키오는 바로 소스라치게 놀라, 옆에 있던 행주로 집기는 했지만 아키오는 여전히 몽롱했다. 왠지 모르게 몸도 물 먹은 솜추럼 무겁고, 그것 뿐인가하면 왠지 몸도 동동 뜨는 것 같아 이상했다. 그런 기분을 털어내려 애써 고개를 흔들었지만 그런다고 생각이 지워질 리가. 결국 더 복잡한 마음이 된 아키오는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며 손에 얼굴을 파 묻었다.
"내가 왜 이러지......"
그 상태로 아키오가 한숨을 푹 쉬다가, 조금 욱씬거리는 상처가 걱정되어 치마를 걷고 열기 때문에 살짝 부어오른 허벅지를 들춰보았다. 다행이 그다지 뜨거운 음식이 아니어서 흉이 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약은 안 발라도 되겠지?
아키오는 손가락으로 흔적 위를 더듬었다. 약간 부어올랐을 뿐...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어?!"
그런데 우스운 것은, 본인도 무엇 때문에 놀라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려 아키오는 재빨리 치마를 내리고 마저 들어가지 않는 음식들을 입안으로 집어넣다가 설거지를 하려 그릇들을 죄 모았다. 그때였다. 부엌에 있는 작은 유리창에서 통통, 문소리가 들렸다. 서우였다.
"아, 서우님..."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그릇은 수돗가에서 한번 대충 씻었어요."
"예? 안 그러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아..."
"그나저나 오늘 날씨가 좋네요. 아키오 씨도 한번 나와서 슬슬 걸어보세요."
"아, 그.. 그럴까봐요.
최근 서우는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수상하게 생각할 수 있으니 거리를 두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며 자신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있었다. 사소하게 배려를 해준다고 생각해서 참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것은 변함이 없지만..
"기름기는 다 못 닦았으니까 조심하세요."
왠지 모르게 안달이 나고 조바심이 나서 저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구른다. 속이 바짝바짝타는 것 같아서 아키오는 차라리 서우가 좀 떨어져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신은 서우만 보면, 말 그대로 성욕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이런 적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까지 느껴본 적 없는 기분, 단 한 번도 없었기에 더더욱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던 아키오는 하나씩, 창문에서부터 그릇을 받아들었다. 그러던 순간, 서우의 손가락이 아키오에게 닿았다.
'흐, 히이... 서우님, 으하, 후으흐으으읏! 괴, 굉장한 곳까지 와버려어어엇!'
'꺄흐, 흐으응...!'
"....?!"
"아키오 씨?"
무심코 아키오가 창문에서 그릇을 놓치자, 서우가 받아들기는 했지만 아키오의 얼굴은 이미 더 이상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올라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서우에게서 다시 그릇을 받아들기는 했지만 아키오는 이미 지나칠 정도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뭐지? 아까 그건....'
"아키오 씨, 저번에도 그러시던데."
"예?...아....."
"어디 아프신 거 아니예요? 괜찮아요?"
어색하게 웃으며 아키오는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설거지를 마치자 마자 재빨리 방으로 들어와, 침대 위를 뒹굴거렸다. 머리속에서 누군가 세탁리다고 돌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이대로 가다가 어떻게 되 버릴 것 같아..."
그렇게 괴로워 하는 아키오는 서우가 계획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서우는 밤에 왔었던 아키오를 끌어안고 집중적으로, 생각날 만한 곳을 노려 아키오가 엉엉 울며 애원할 때까지 괴롭혔다. 그렇게 해서 말 그대로 아키오에게 각인을 시킨 것이다.
그 결과로 아키오는 서우의 손에 닿기만 해도 움찔거렸고, 서우는 그것을 보며 만족스레 미소지었다.
"다음에는 언제 나오려나.."
웃음과 함께 중얼거리며 서우는 컨테이너 박스 안으로 들어가서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원래는 마당에 나와서, 아키오가 보란 듯이 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역효과가 나서 동네의 중년 여성들을 부르는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졸지에 시간 당하는 입장이 된 서우는 방 안에 얌전히 쳐박혀 운동을 하다가, 조심스레 바깥을 살피고 골목길로 빠져나왔다.
혼자하는 운동이 대체 무슨 재미일까, 차라리 좀비라도 잡자는 생각으로 서우는 이 집, 저 집 담을 넘어 밖으로 나가, 방어벽을 간단하게 넘어버렸다.
서우에게도 나름대로 인상깊은 것이 있었으니, 신체를 강화해서 좀비를 분쇄하던 노스카와의 모습이었다. 그는 말 그대로 좀비를 찢고, 으깨고 있었고 그것은 대부분 급소를 공격하거나 잘라내 좀비를 죽이는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자....... 조금 더 손맛이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물론 노스카와는 그것이 능력인만큼 서우는 그 정도까지 올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신체 능력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향상된터라 약간은 기대할 수 있었다. 노스카와의 그것과 같은 10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30, 40.
"그럼 한번 해볼까?"
주먹에 장갑을 낀 서우는 그때 이후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드문드문 떨어져서 멍청하게 걸어다니고 있는 좀비에게 향했다. 순수함 힘으로 좀비를 상대하는 것은 처음하는 일이었다.
"크르르르륵!"
처음에 좀비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총이나 덪을 사용했고, 능력자가 되었을 때는 줄곧 와이어를 사용하며 간간히 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기껏 몸을 사용한다고 해도 주먹으로 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발은 손힘의 몇 배이므로 자연스레 발쪽을 더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어딘가로 뛰어 오른다거나 좀비를 발로 걷어찬다거나...
'그래서 하체 힘이 좋아졌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서우는 주로 관절을 이용해 좀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팔꿈치로 안면을
가격하고 무릎으로 얼굴을 찍는 둥의, 솔직히 제대로 된 기술은 아니었지만 이제까지 몸이 익혀온 여러 지식들이 자연스레 '사냥'에 가장 좋은 형태로 진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때려죽이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다.
"더럽게 질기네..."
"크륵, 크그극.."
노스카와처럼 벼와 쌀을 분리하는 것이 아닌 이상, 가격해서 목숨을 끊는 것은 힘들다. 좀비들은 마치 HP에만 몰빵하고 스태프로 바알 잡으러 가는 소서리스 같은 질김을 자랑하며 에러사항을 꽃
피우기 시작했다.
퍽. 퍽퍽퍽. 콰직, 콰직!
"크그극-끄흐!"
"이런 씨발, 뭐 없는 새끼들..... 좀 뒤져라!"
"그르르...! 쿠어어어어어어!"
"뒤져!!"
"크----"
"아, 형 제발.."
그나마 급소를 공격하면 조금 빠르게 되었지만. 그것도 반항을 막는 것이지 순수한 시간이 줄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좀비 넷의 목숨을 끊은 서우는, 가을인데도 땀을 뻘뻘 흘리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했지..?"
확실히 도움은 된 것 같지만 강해지기 위해 동료와 함께 수행을 떠난다! 같은 소년만화 정신은 쥐뿔도 없는 서우였기에, 헉헉거리며 자리에 앉아 숨을 골랐다. 몇 분 정도 자리에 앉아 쉬자 금세 호흡은 진정되었고, 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땀에 흠뻑 젖은 옷을 탁탁 털었다. 서늘한 공기가 맨살을 스치고 지나가자 그나마 시원해지기는 했지만...
"으으, 목이 타네. 타..."
깊게 숨을 들이킨 서우가, 칼칼한 목속으로 침을 넘기며 다시 와이어를 쭈욱 뻗어 벽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담 위에 올라섰을 때 느껴지는 수십 명의 인기척을 느끼고, 방화벽 앞에있던 나무로 조심스레 올라탔다.
'...?'
밑에 있는 것은 군인이었다. 그때 철수한 이후로 다신 오지 않았었는데 왜 갑자기 지금와서...? 서우는 일단 그들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았다.
"정말 그 녀석이 여기 있는 거 맞아?"
"유우리님이 그런 것 같다고 하셨으니 일단 살펴봐야겠지. 그 돌연변이는 아무래도 자연적으로 붕괴한 게 아니라 공격당한 것 같다고 하셨나봐, 근데 그걸 또 살펴 보니까 마치 날카로운 칼 같은 걸로 베인 것 같다고....그 한국 능력자의 능력이 와이어래. 그걸로 좀비를 벨 수 있다나?"
"대단한데.... 그런데 여기에 숨어있다면 마을 사람들이 모를까?"
"글쎄, 모르지. 누군가 숨기고 있을지도... 마을 사람들은 다들 모르겠다고 하던데.."
'유우리? 그건 또 누구야?'
그들은 유우리의 밑에 있는 부하들이었다. 능력자를 누가 지키겠냐고 하겠지만 부하는 필요한 법이기에 그들은 유우리의 명령을 수행해 마을을 조사하러 온 것이었다. 거기에 서우는 운 좋게 아키오의 집을 빠져나왔다가, 감시를 피할 수 있었다.
".........."
일단 서우는 그들을 마저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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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와 쌀을 분리해주마!
넌 좋은 밥이 될 거야, 크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