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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와 나미
"그나저나 그 놈은 왜 여기온 거래?"
"글쎄.. 그걸 모르겠다고 하더라. 한국도 난리인데 간첩을 보냈을 리도 없고..."
"뭐지...?"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놈이 저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것을 서우가 모를 리 없었다. 이제는 군대까지 동원해서 자신을 찾는 것인가.. 골치가 아파져 서우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군대 단위로 찾는다고 하면 답이 없었으니 한숨만 나올 따름이었다.
'나 좀 내버려 두면 안 되겠냐, 대체 왜 날 가지고 그래?'
"참, 어제 유우리님이랑 하네다님이랑 대련하는 거 봤어?"
"당연히 봤지, 야... 하네다님이 아무리 날고기어도 유우리님한테는 안 되더라, 3분 정도 갔나? 역시 대단해. 그 투명촉수 말야."
"뭐, 하네다님은 기본적으로 방어형이시니까. 게다가 유우리님 능력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그래도 여자 능력자 중에서는 두 분이 투톱이지. 유우리님이 훨씬 우월하기는 해도."
하네다?.. 게다가 여자. 서우가 자연스레 떠올린 것은 대피소에서 노스카와와 있던 하네다였다.
저들이 말하는 하네다가 성의 하네다인지 이름의 하네다인지는 모르지만, 하네다라는 이름은 서우가 아는 한 그렇게 흔한 이름도 성도 아니었다. 게다가 같은 군에 하네다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둘? 기껏해야 자위대 뿐이라, 군인도 많지않은 곳에 같은 이름의 여자가..?
"......."
서우는 하네다를 보았을 때의 느낌을 곰곰히 떠올려 보았다. 그러고 보니 돌연변이에게 잡혀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비명 하나 없었고, 마치 뭔가 곰곰히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능력자인 노스카와와도 친해 보였고... 거기까지 생각한 서우는 예전에 한국 정부에서 들은 말을 떠올렸다. 나름대로 서우도 능력자였기 떄문에 이것저것 들은 정보가 있는 것이다.
'설마 그 꼼수인가..?'
전 세계의 능력자들은 50명 정도라고 발표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보면 이상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한국이 벌써 5명. 일본은 비정상적으로 적어 8명.... 하지만 좀비 사태로 인해 전 세계의 인구는 거의 반 이상 감소되어 30억 이하로 내려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선진국에서는 그나마 재빨리 방비를 하고 격리조치를 했지만 상대적으로 후진국이나 많은 부분 개발이 되지않은 중국 같은 곳에서 사람이 많이 죽은 탓이었다.
그렇다면 천만 명 대 1명이라고 쳤을 때 적어도 300명 정도의 능력자가 있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다. 말이 1000만 명 대 1이지 반드시 나오는 것은 아니었고, 이미 죽은 사람 중에 능력자가 될 자질이 있었던 사람도 있었을 수도 있으니 적게 잡는다 쳐도 200대 초반은 되어야 했다.
공식적으로 발표난 50명 중 한국은 5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외부에 발표했을 때는 기껏해야 세 명 정도를 발표했다고 들었다. 그런식으로 일본도 능력자를 숨기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혹시나 예전에 국가적으로 빚을 진 경우가 있는 나라에서 능력자가 와줄 것을 요구했을 때, 이쪽도 적다는 등의 핑계로 줄이기 위해서라나.
'그러고 보니 미국이 존나 많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미국이 미군 보내준 것을 예로 들어 능력자를 보내라고 할까봐 숨기고 있다고 했었나.. 아, 맞다. 그래서 1위 능력자, 5위 능력자만 있는 것으로 발표하다가 갑자기 날 공식으로 껴버렸지. 귀찮게스리... 그렇게 되면 얼굴도 다 팔리잖아? 뭐 그 덕에 이런저런 상황에서 잘 넘기긴 했지만.'
서우가 1위와 별로 차이나지않는 2위라는 비장의 카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서우를 공식적으로 발표해 버린 것은 서우가 한국 정부의 말을 하나도 듣지않고 제 멋대로 행동하기 때문이었다. 나름대로 버린 자식 취급이랄까?
하지만 츤데레 같은 면이 있어, 서우가 사라지자마자 그를 찾느라 혈안이 된 한국정부였다. 물론 서우는 그런 것은 아웃오브안중이었지만.
'아무튼 일단 녀석들 말부터 들어볼까...'
여기에 있는 것이 지루한지, 군인들은 거의 농땡이를 피우는 분위기였다. 다들 팔자 좋게 나무 밑에 앉기 시작하는 것이 아무리 보아도 정예 군대는 아닌 것 같은 게, 대피소에서 보았던 느낌과 비슷했다. 그 모습에 서우는 가볍게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새끼들이 날 어떻게 보고 저런 새끼들을 보내? 그나마 노스카와 옆에 있던 녀석들은 군기 좀 바짝 들어 보이던데..... 클라스 차이 보소. 내 레벨에 맞게 알차게 구성해서 정예부대 3종 세트로 보내란 말이다!'
이상한 곳에서 격렬한 분노를 느끼며 서우가 나무 위에서 부르르, 몸을 떠는데도 녀석들은 아랑곳하지않고 저들끼리 놀더니, 갑자기 사진 하나를 꺼내들었다.
'저건..?'
매의 눈과도 같아진 서우의 눈은 간단하게 그들이 꺼낸 사진의 모습을 캐치했는데... 그것은 자신의 모습이었다. 창 밖을 내다 보고 있었는데, 옆에는 소라가 기대어 있는 모습도 찍혀 있었다.
"뭐야, 여자는?"
"그 놈이 데리고 다니던 여자라던데, 도쿄에 오니까 바로 부모에게 보냈다고 하더라고..."
"그래? 오오.. 장난 아닌데? 능력자는 이런 상황에도 여자를 끼고 다니는 건가, 난 풍속점 다녀온 게 아득해."
서우는 잠시 머리를 굴려 저때를 기억해 보았다. 소라는 주로 서우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는데, 사진을 보고 그 배경과 의자의 모양을 보니 대충 언제였는지 짐작이 갔다. 중간에 있던 대피소에 한 번 들려서 모두가 다른 차로 갈아탔기 때문에, 그때부터 서우는 소라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때 옆에서는 분명...
"하네다..."
무심코 중얼거리던 서우는, 밑에 있던 군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사진 보니까 멀쩡하게 생겼더만, 하네다님 말로는 상 또라이라던데?"
...맞나 보다. 여자치고는 높은 강도로 훈련받은 사람처럼 냉철하게 행동하는 것이 꽤나 신기했는데... 그래도 꽤나 놀라운 사실이어서 서우는 나름대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체 하네다는 무슨 능력을 사용하는 걸까, 그것이 또 꽤나 궁금한 점이었다.
얼굴도 모르지만 여자 능력자라는 유우리는 투명 촉수를 사용한다고 하는...
'역시 일본, 촉수라니..... 그럼 혹시 하네다는 백탁백탁액 능력자인가? 하얀액으로 몸을 녹이나..? 존나 좋은데?.........어, 어쩄든 날 쫒고 있으니 나도 뭔가 조사해야겠군.'
성진국이라면 충분히 그럴지도 모른다. 나름 신빙성 있는 생각이라고 느끼며 서우는 녀석들이 흩어지기를 기다렸다. 얼마가지 않아 녀석들은 길게 하품을 하고 지루한 듯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더니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우리도 이만 밖으로 나가서 교대해 달라고 할까? 귀찮은데 말이지."
"그래, 우리 다음으로 들어온 녀석들도 있잖아, 나름대로 후배인데 그 새끼들이나 시키자고."
"아, 내가 불러올게."
그렇게 말하더니 두 명 정도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다른 녀석들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명 정도가 남았을 때, 서우는 주변을 훑어보았다. 어디에서도 누군가 잠복하는 낌새는 없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서우는 와이어로 한 명을 그대로 끌어당겨 올렸다.
"흐아아아악?!!"
"요시키!"
한쪽이 나무 위로 올라오자마자 서우는 한 명을 잡고 담 위로 그대로 던져 버렸고, 옆에 있는 녀석이 놀랄 틈새도 없이 곧바로 나무 위에서 뛰어내려 뒤에서 한쪽을 끌어안았다.
"힉!"
목에 섬뜩하게 서우의 와이어가 닿자 상대는 미친 듯이 몸을 떨었다. 이미 공포분위기를 조성했기에, 서우는 협박의 정석대로 운을 떼었다.
"알고 있는 것만 다 말하면 해치지 않겠습니다."
"...네, 넵...! 뭐가 필요하십니까아...."
"당신들이 말한 하네다와 유우리에 대한 정보 전부."
남자를 뒤에서 끌어안고 협박하는 꼴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런 협박 덕분에 녀석은 재빨리 말하기 시작했다. 유우리는 일본 내 2위 능력자이며 유능하다. 투명 촉수 능력자이다. 하네다는 얼음벽을 사용하는 방어계 능력자이지만 공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둥의 이야기와, 시키지도 않은 여러 이야기까지 하고는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제가 아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왠지 조금만 더 협박하면 금방이라도 지릴 듯한 분위기여서 서우는 몸을 슬쩍 뗐다. 하지만 여전히 와이어는 목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다.. 다 말했지 않습니까."
"그래, 사실대로 말했으니 목숨만은 살려주죠, 뭐."
"가,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그 대신 천국으로."
왠지 제가 말한 대사에서 ANG? 가 떠오르는 서우였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 녀석을 방화벽 너머의 천국[?] 으로 보내버렸다. 아마 밖에 있는 좀비들에게 잔뜩 뜯길 테니 흔적도 제대로 남지 않겠지.... 나름대로 좋은 정보를 입수했다고 생각하며 서우는 일단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며 아키오의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것 또한 누군가의 계산에 의한 일이었다.
아군을 제물로 바치고, 서우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동시에 서우가 위험하다고 판단될 때 가차없이 죽일 수 없는 명목을 만들기 위한.
돌연변이의 시체를 조사하고 있던, 에다 유우리는 그 마을에 서우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그것을 확답으로 돌려받기 위해 아군을 희생시킨 것이었다. 서우가 분명 적어도 한두 명은 죽이고 정보를 캐내려 할 것임을 그녀는 예상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그 군인이 너무나 많은 정보를 나불거린 것은 그녀의 예상 밖이었지만.
그녀는 기껏해야 그들을 죽이고 가지고 있던 물건을 조사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유우리님. 오전에 보냈던 군인들 중 두 명의 신호가 사라졌습니다."
"방금 확인했다....... 역시 놈이 그 마을에 있을 것 같았어. 그래도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 양아치들을 사용해서 알아낸 확답치고는 괜찮군."
아군이라 한들 전체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희생한다. 그것이 군 내에서는 철의 여인이라 불리우는 에다 유우리였던 것이다. 그녀는 씨익 웃으며 앞에 있는 서류를 펼쳤다.
============================ 작품 후기 ============================
진짜 졸리다. 춘곤증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