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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와 나미
그 안에 적혀 있는 것은 하네다가 몰래 도촬한 서우의 사진이나, 그가 싸우는 모습, 그의 능력에 대한 데이터였다. 상당히 두터운 서류뭉치였음에도 유우리는 그것을 빠른 속도로 읽어내리며 집중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옆에 서 있던 남자 비서는 눈을 둘 곳이 없어 자연스레 저도 모르게 유우리를 힐끗힐끗 훔쳐보고 있었다.
'철의 여인이고, 얼음여왕이고 뭐고 해도.... 진짜 예쁘다.'
유우리는 몸에 거의 달라붙는 슈트 같은 것을 입고 있었는데, 그것은 정부에서 능력자 용으로 나누어준 활동복 같은 것이었다. 일반 슈트 같았지만 움직이는 것이 매우 용이했고 급소를 보호할 수 있도록 강화가 되어 있었으며 다른 여러 외부적 압력에 대한 저항도가 높았다.
남자들의 옷은 전체적으로 두툼했지만 여자들의 옷은 남자들보다 작은 여자들의 신체적 특징을 살리기 위해 몸에 달라 붙어 날렵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의상은 목의 절반부터 시작되어 발목까지를 완전히 덮고 있었기에 신체 라인을 그대로 살리고 있었다.
'좀 무섭긴 해도 비서에 지원하길 정말 잘했다.. 눈은 행복해.'
그런 옷을 입고 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습은, 남자라면 한 번쯤 침을 흘릴만도 했지만... 정작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움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서늘했다. 유우리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질만한 감정이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았다.
그 냉정함은 좀비 사태가 일어나기 전 부검의를 하면서 수 많은 시체를 보았기 때문도 있었지만 그녀의 천성이 그러했다. 아름다웠지만 여성으로서의 감성이라거나 따뜻한 감정 따위는 유우리에게서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몰래 몰래 뒤에서 그녀에 대한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군인들의 말로는 아직까지 처녀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었다.
'왠지 저 여자라면 그럴지도...'
"흠..."
"...다, 다 읽으셨습니까?"
"그래, 하네다가 아주 정리를 잘했군. 보기 편하고 정리도 잘 되어 있어."
서류를 그새 다 읽은 것인지 그녀가 그것을 탁- 하고 내려 놓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차피 이 녀석은 위험했어, 에리인가 하는 무시히메한테도 접근했던 사이라면서?"
"예. 하네다님의 보고에 의하면 꽤나 친하게 지냈던 사이라고 합니다. 데리고 다니던 여동생도 계속 구해줬다고..."
"군부에 직접 가야겠어."
"지금 말씀이십니까?"
"가서 최정예 부대를 허락 받아, 녀석을 생포하겠다. 정면으로 승부하면 녀석을 산 채로 잡을 수 없을 테니까."
제 2 능력자인 만큼 유우리의 능력은 완벽한 살인병기였다. 서우의 경우 여러 개로 와이어를 나누면 그만큼 힘이 약해지는 반면, 유우리의 투명한 촉수는 여러 개여도 힘이 일정했으며 그 능력은 서우를 웃돌고 있었다.
"뭐, 생포하다가 팔다리 하나 쯤은 나갈 수도 있겠지만."
"예?!"
해서 서우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녀 또한 죽이지 않고 상대를 제압한다는 것은 되려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최정예 부대를 앞세우고 자신이 뒤에서 서포트를 함으로써 서우를 붙잡을 계획을 세운 것이다.
"혹시 실험체로 쓰실 생각입니까? 하지만 그랬다가 한국 쪽에서 뭐라고 반발이라도 오면..."
"능력자라고 해서 치외법권이라도 있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그냥 숨기면 그만이다. 귀한 능력자를 상대로 실험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다른 나라 능력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
"그럼 가지, 저녁에는 다른 회의가 있어."
"예.."
철의 여인, 에다 유우리는 서우의 존재를 들었을 때부터 이미 그를 모르모트로 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 말하며 씨익, 웃는 유우리의 모습은 인체실험을 동물실험과 같에 여기는 잔혹한 과학자의 모습이었다. 그 섬뜩함에 옆에 서 있던 남자 비서는 무심코 땀을 흘리며 밖으로 나가는 유우리의 뒤를 따라나섰다.
한편 서우는 조심스레 돌아오는 길에 어찌된 일인지 나미의 집 앞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는데, 저녁도 아니고 낮인데도 나미는 나무에 머리를 통통 박고 있었다. 아무래도 낮잠이라도 자다가 몽유병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았는데..
"...."
다행이 그날 일은 어찌어찌 지나갔지만 졸지에 남의 집 귀한 처자를 그렇게 했다는 것이 나름대로 찔렸던 서우는 나미를 일단 깨우려고 했다. 머리를 세게 박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가기도 뭐해서 어깨를 잡고 흔들려 했는데, 그때 몽유병 환자를 억지로 깨우면 안 된다는 어디선가 들은 잡지식[?] 같은 것이 떠올라 손을 멈추었다. 해서 그대로 안고 집에 있는 사람들을 부르려고 했는데, 문은 번호를 누르는 식이라 잠겨있고, 집 안에 사람 또한 없었다.
"으어...."
"?!"
"푸우, 푸우우우..."
나미는 또다시 벽에 머리를 통통, 박기 시작했다. 잠시 망설이던 서우는 어떻게 할까 안절부절하다가 나미의 깜짝 놀랄 정도로 예쁜 얼굴이 다치지는 않게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 주었다. 별로 세게 박는 것이 아니어서 아프지는 않았고, 나름대로 손에 닿는 느낌이 꽤 좋았다. 무엇보다도 일단 예쁘니까. 이마 뿐만이 아니라 가끔 묘한 위치가 되어 손바닥에 나미의 입술이 닿으면, 이게 꽤......
'내가 무슨 생각을.. 씁.'
또 다시 닿았다.
'억. 안 돼, 안 돼.'
다시.
'........그때 한번 해보는 건데.....'
연한 복숭아빛인 입술, 젤리처럼 말랑한 것이 언뜻 입술에 닿는 것이 왠지 안달이 나서 서우는 고개를 돌리고 손 두개를 그녀가 머리를 박는 부분에 대 주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입술이 손바닥에 닿았다. 나미가 몽유병 상태에서도 있었던 일을 기억한다는 것을 고려하고, 거기에 그녀의 얼굴을 다치지 않게 배려해 주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제 욕심까지 채우는 완벽한 형태[?] 였다.
'아주 좋소.'
만족하며 서우가 그대로 있는데, 때 마침 대문이 열렸다. 나미의 부모님들이었다.
"으, 응?"
"아니 당신은..... 나미는 또 언제..?! 방문도 안 잠그고 또 낮잠 잤나 보구나...!"
아버지가 다가와서 나미를 잡아서 안고, 어머니는 어찌어찌 옆으로 다가와서 서우를 올려다 보았다. 나미의 눈과 참 닮은 그녀의 눈은 호의적인 시선으로 서우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미가 벽에 머리를 쿵쿵 박고 있자 그것을 배려하는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그것은 아버지 쪽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우가 정말 어쩔 수 없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나미에게서 음기를 흡수[?]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들은 서우의 친절함에 꽤나 감동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인간은 본디 익숙해지는 동물이라 했던가, 그것은 나라의 치안이 심각하게 좋지 않아지면서 온갖 살인사건과 사건이 일어나고, 생명을 위협당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것에 익숙해진 탓 또한 꽤나 컸다. 평화의 시대였다면 씨도 안 들어 먹히는 소리였겠지만 언제 좀비에게 물려 좀비가 되거나 잡아 먹힐지 모르는 상황이 이런 현상을 만든 것이었다.
거기에 상대가 구원자라고 불리는 능력자라는 것과 서우의 적당한 거짓말이 그것을 가능케했다.
'..부담스러운데.....'
하지만 그것은 그쪽의 일일 뿐, 목숨 위협은 느껴본 적이 없었고 느낀다 하더라도 그것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서우는 나름대로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잘 얼버무려 넘어갔다고는 해도.. 서우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다가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가벼운 운동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참 스펙타클한 일이 많이 생긴 하루였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을 때, 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쟁반과 함께 식사가 놓여 있었다. 서우는 그것을 먹기 전에 한번 집안을 살펴 보았는데, 아키오는 낮잠을 자고 있는 것만 같았다..
"...흠."
창문을 넘어서 살펴 보니 확실히 자고 있다. 그것을 보던 서우는 일단 컨테이너 안으로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씻은 다음, 군인에게서 득템[?]한 여러 물건들을 정리했는데, 그 중에는 적당한 크기의 술이 하나 있었다.
"..오오?"
간만의 술이라니, 기쁜 마음에 서우가 입구를 열어서 가볍게 혀에 가져다 대자 꽤나 씁쓸한 것이 도수가 있는 듯 싶었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기분 좋게 취기가 돈다고 할까? 술이 센 서우여서 이 정도였지, 만약 술이 약한 여자가 한 모금을 마셨다면 그대로 헤롱거릴 것 같은...
"........"
...좋은 생각이 났다.
============================ 작품 후기 ============================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오라 짐승을 읽는 모든 분들이 남자라는 절대적인 가정하에 곧 아버지 생신인데 선물 추천 부탁드립니다......저 아는 친구가, 다른 선물들 사이에 자기가 준지 모르게 몰래몰래 끼어서 아버지께 16G짜리 USB에 엄선된 야동을 넣어서 드렸는데. 저도 그렇게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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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뭐 드려야 하죠. 저 지금 진지합니다. 저번에 엄마 생일 선물을 제 없는 살림에 5만원치 해드려서, 아버지도 그 쯤 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 추천 부탁드립니다. 진짜 진지함.
+)잉여자금 3만원 밖에 업.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