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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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와 나미

"....."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뭔가 강한 것이라는 게 느껴져 서우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쿵거리는 것이 느껴져 지그시 누르다가, 아키오를 생각하고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꼭 다시 만나요. 언제......"

무심코 그리 말하던 서우는 입을 다물었다. 아키오가 요시자와와 있을 때도 기약도 없이 그를 기다렸다는 것을 알기에, 서우는 적어도 약속을 하는 것이 아키오와의 예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적어도 1년 안에는 다시 돌아올게요, 하지만 그때까지 안 돌아오면 그냥 버려요."

"예?"

"1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약속까지 어기면 쓰레기인 거지, 만약 그렇게 되면 아쉬워하지 말고 그냥 내다 버려요."

서우는 짐을 챙긴 후 바로 그 집을 나섰다. 결정한 이상 재빨리 움직이자는 생각에서 였는데, 아키오를 두고 가려니 마음이 아릴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서 뭐 잠깐만 안아보자는 것이나 그런 스킨쉽이라도 했다가는 뭣도 되지 않을 것만 같아 짐을 챙겨서,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젠장..'

마음이 지독히도 쓰리다. 그래서 부러 걸음을 빨리하며 그대로 달려나가던 서우는 문득, 벽에 머리를 쿵쿵 박고 있던 돌연변이를 발견하고는 근처에 있던 좀비의 머리를 와이어로 끊은 다음, 그대로 돌연변이의 어깨에 매달렸다.

"쿠르륵!"

최대한 체력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와이어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내버려둔 채로 그대로 유지한다면 최소 다섯 시간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우는 좀비의 머리를 잡아 돌연변이의 앞에서 흔들었다. 묘하게 팔이 안 닿는 높이에서 흔들기 시작하니 돌연변이는 짐승처럼 헥헥거리며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잡아두지 않았지만 일단 어디에 가서든 제가 살려면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서우였기에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문득 이제까지 왔던 방향으로 헬기가 한 대 지나가고 있었다. 너무나 먼 거리여서 이쪽에서도 그쪽이 보이지 않는 만큼, 그쪽에서도 제가 있는 곳이 보이지는 않겠지만.. 왠지 그것을 보며 서우는 제 가슴이 격하게 쿵쿵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왜 그런 것인가, 서우는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하네다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과 같아서, 그저 아키오에게서 떠나는 것이 아쉬워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며 서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그 안에 타고 있던 것은 하네다와 유우리였다. 하네다는 마을에 가까워지면서 이상하게 쿵쿵거리던 제 심장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그저 가슴만 진정시키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유우리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도망쳤어."

"예?"

"한 발 늦은 것 같다."

"그.. 그게 무슨 소리세요?"

놀라 저를 쳐다보는 하네다의 시선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서 유우리는 헬기를 돌릴 것과 군을 철수시킬 것을 명령했다. 그 행동에 하네다는 당황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기껏 정예군을 불러 놓고 여기까지 왔으면서 갑자기 철수라니? 항의하려 무심코 하네다가 일어나는 순간, 무언가가 제 몸을 다시 앉혀 놓음을 느끼고 하네다는 소름이 확 끼쳤다.

"...이상하지?"

"예?"

"최근에 이상하게 주변에 능력자의 위치를 대충이지만 파악하게 되었어. 너도 그렇지 않아?"

"....아."

"맥박이 빨라졌군, 그런 걸로 생각할게."

하지만 하네다의 그것이 자신보다는 예민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유우리는 그녀와 자신의 능력 차이로 예상하면서 눈을 감았다. 녀석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군대를 방어벽 바깥으로 끌고 나갔다가는 그 자체로 좀비나 돌연변이에 의해 피해가 생기고 정확하게 위치를 알 수 있는 것 또한 아니어서,  그 넓은 곳에서 사람 한 명을 찾아 헤매는 것은 손해를 가중시킬 뿐이었다.

'머리를 좀 썼군...'

정예군을 받아오느라 시간이 너무 시간이 지체되어 버렸다. 빌어먹을 윗대가리들, 그 덕에 좋은 실험체를 이렇게 코앞에서 노치고 말아디.. 입술 끝을 깨물며 유우리는 자신의 실책에 크게 분노했다. 

"여기서 돌리는 게 그나마 군비를 줄이는 일이니, 나머지는 전부 돌려 보내고. 대원 열 명 정도와 너만 잠시 저 마을에 내려가서 자료를 조사하도록 하자."

"예.. 옛!"

하지만 의아한 점이 하나 있었으니, 저쪽이 어떻게 여기서 오는 것을 알고 도주했는가, 였다. 

'설마 '서우'라는 녀석은 이쪽 위치까지 정확히 파악할 정도인 건가..?'

그리 생각하다가 유우리는 재빨리 생각을 접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이쪽의 1 능력자도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연이거나.. 누군가 정보를 누설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유우리는 비죽, 입꼬리를 올리면서 마을을 내려다 보았다. 언뜻 보기엔 차갑기만 한 눈이었지만 그 눈에서는 잔혹함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서우..반드시 잡아서 실험실에서 죽기 전까지 굴려주지.... 죽으면 그 껍질과 피까지 사라질 때까지 실험해 주겠어.'

그 생각을 하니 나름대로 분노가 사그러드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유우리는 그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받은 새로운 정보에 기가찰 정도였다.

"뭐...? 그 서우라는 놈이 사이비 종교의 교주라고? 그 헨타이센빠이인지 변태 선배인지 뭔지 하는?!"

"예.. 그게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영상이 돌아 다닌다고 합니다."

물론 서우와는 요만큼도 관련이 없는 일이었으며, 본인은 자기가 교주인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이미 그쪽에서는 서우를 자신들의 구원자, 수호자, 교주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유우리에 눈에, 능력자인 것을 이용해 일반시민들을 홀리는 행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 사례는 외국에서 이미 일어난 전례가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고, 게다가 외국의 능력자가 자국에 와서 그런 짓을 저지르고 있으니 기가찰 노릇이었다. 거기에 따르는 자국인들도 어이가 없었지만, 지나친 불안함에 의한 군중심리가 그리 만들었다면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서우가 그것을 만약 노리고 있다면.....

"위험한 녀석이다..."

유우리가 중얼거리는 것과, 앞에 내밀어진 자료를 보면서 하네다는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분명 자기가 조사한 바로는 그저 여자를 밝히고, 어딘가 성격이 능글 맞은데다가 능력자로써의 프라이드나 이런 건 눈꼽만치도 없는 녀석이었는데..? 물론 그 조사 내용이 맞았으나, 최근 급성장하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짓을 하고 있다고 하니 기가찰 노릇이었다.

'설마 그게 다 연기...?'

그렇게 생각하니 하네다는 온몸에 소름이 확 끼치는 것을 느꼈다. 대놓고 여자랑 놀지를 않나,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리지를 않나... 그렇지만 막상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면 노스카와가 좀비를 죽이러 나설 때도 귀찮다는 듯이 행동했지만, 나가자마자 신들린 듯이 좀비를 해치웠었다. 하네다는 다시금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반대로 전투본능이 샘솟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유우리도 마찬가지인 듯 싶었다.

"아무래도 엄청난 녀석을 너무 쉽게 놓아준 것 같군."

".....예... 설마 그게 다 연기였을 거라고는....."

"다시 군부로 돌아가면 윗선들에게 가서, 녀석을 추적할 부대를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어, 보통 녀석이 아니야."

"알겠습니다."

하지만 정작 두 여인의 불타는 시선을 받는 서우는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일, 두고 온 아키오에 대한 아쉬움으로 볕 좋은 날 아키오가 밖에 매단 빨래처럼 돌연변이의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아키오..."

해사하게 웃는 아키오, 언제나 아키오가 입고있던 부드러운 스웨터와 그 밑의 기다란 치마. 그 치마 밑으로 보이는 가늘 발목과 뽀얀 살, 그리고 제 취향을 쏙 빼닮은 나미. 한 마을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다기 보다는 먹었[!] 는데 그걸 그대로 두고와야 하니 가슴이 쓰렸다.

"으...씨바아아알."

한국인이라면 모름지기 기쁠 때도 씨발, 슬플 때도 씨발, 우울할 때도 씨발. 어쩔 수가 없는 일 아닌가. 다시 긴 한숨을 내쉰 서우는 앞에서 열심히 와이어를 흔들었다. 거의 두 시간 동안을 달리고 있던 차였다.

"쿠르르, 크흐....극........"

"음...?"

아무리 돌연변이라 해도 기본은 인간의 몸, 게다가 시속 30대 후반으로 쉼없이 달렸으니, 지능이 없어 고통은 제대로 알지 못하더라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지 풀썩, 몸을 꺾고는 허연 침을 줄줄 흘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사이에 피까지 질질 흐르고 있었으니, 아마 이것을 계속 타는 것은 무리일 듯 싶었다.

     

서우는 일단 돌연변이에게서 내려온 다음, 근처에 폐 건물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망원경을 꺼내, 이제까지 제가 왔던 길을 쳐다보았다. 벽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리까지 온 것 같으니, 일단 좀 더 갈 필요가 있을 텐데... 서우는 핸드폰을 켜 보았다. 

당연히 작동되지 않았지만, 자기가 따로 챙겨온 네비게이션은 충전을 잘 해둔 탓에 작동이 되었다. 

"이왕 도쿄에서 나온 거 다른 도시나 가볼까.."

    

일본의 상황은 5대 도시만이 맥을 유지하여 좀비에게서 버티고 있다... 아마 다른 도시들도 도쿄와 비슷한 모양새일 테지, 꽤 멀기는 하지만 도중에 혹시 차라도 발견한다면 수월할 것이다. 이렇게 돌연변이를 타고 가는 방법도 신박하니 좋고. 여기저기 한번 가보다 보면, 뭐라도 뾰족한 수가 생기겠지.

서우는 일단은 여기서 좀 더 벗어나기로 결정하고, 다시 미끼를 잡고서 근처에 있던 돌연변의 위로 올라탔다.

============================ 작품 후기 ============================

12시 정각에 맞춰서

다음편을 올리면 어떨까.

아,

여자애들은 나중에 다 나옵니다. 안심하세요.

그리고 후기에 리리플은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_; 매일 쪽박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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