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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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와 나미

                                                                                                                                                

                                                                                                                                                

"올, 속도 보소."

"쿠그르륵극!!! 쿠어어어어!"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좀비~ 좀비~"

          

여기까지 타고왔던 녀석보다는 어깨가 더 넓어서, 긴 다리를 놓기가 용이한데다가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크기도 큰 것이 왠지, 이 속도로 따라가서 여럿 쳐먹었을 것 같은 몸집... 뭐 제가 생각할 것은 아니어서 서우는 느긋하게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켰다.

"그러고 보니 요 근래, 게임은 하나도 안 했네, 기록 갱신이 코앞이었는데.."

아키오랑 있는 것이 훠얼씬 재미 있었으니까... 씁쓸함에 입술을 비죽거리던 서우는 게임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메뉴를 눌렀다. 그러다가 내내 위에 떠 있던 편지 모양이 눈에 듸었는데, 생각해 보니 최근에 문자를 계속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흠."

몇 통은 스팸, 몇 통은 유리에게서 온 문자, 다른 것은 츠부미에게서 온 것들이었다.

            

[나 방금 뉴스 봤는데, 너 같은 게 나오더라? 뭐야?! 사이비 종교 교주하고 있어? 그거 가끔 밖에 내다보면 많던데...]

[뭐하길래 답장이 느려?]

[궁금하단 말이야[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답장해!]

         

'답장은 지금이라도 하고 싶지만 전파가 안 잡혀서 말이지...'

          

서우는 이리저리 하늘을 향해 핸드폰을 들어보았지만 전파가 잡힐 리가 없었다. 그러다가 하마터면 떨어질 뻔한 서우는 다리로 돌연변이의 목을 세게 끌어안고서 다른 문자를 내려다 보았다.

            

[☆★☆★☆★☆★☆★비상식량대출☆★☆★☆★☆★☆★ 낮은 이자☆★키무 미요우 팀장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간단히 입교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

[지금은 11시 04분, 마감은 12시 00분, 올려야할 건 10kb 쓴 건 7kb....ㅎㅎ....ㅎ]

           

쓰잘데기 없는 문자들, 그리고 그나마 최근인 어제 온 것이....

          

"츠부미?"

                                

[답장 늦어서 죄송해요, 운 좋게 언니랑 나고야로 가게 되서 지금은 나고야예요. :D 삼촌이 거기 계시거든요. 서우님은 계속 도쿄신가요? 삼촌이 서우님을 만나뵙고 싶다고 하셨어요.]

[마침 삼촌이 하숙집을 운영하시던 분이라 방도 남으니까, 서우님이라면 얼마든지 재워주시겠대요. 혹시 가실 곳 없으면 꼭 오세요.]

        

"오.. 나이스 츠부미."

        

그런데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왜 저러지? 

그리 생각하던 서우는 자기한테는 별 일이 아니었지만 나름 츠부미를 강간의 위험에서 두 번이나 구해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 그것과 제가 능력자라는 것 떄문인가.. 그걸 생각하면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은혜갚은... 뭐더라,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은데."

                 

한참을 생각해도 '까치' 그게 기억나지 않 기억나지 않았던 서우는 츠부미의 이름을 바꿔서 저장했다. [은혜갚은 로린이]. 나고야는 그나마 다른 5대 도시에 비해 도쿄와 가까워서 어차피 나고야를 생각하고 있던 서우였다.

                

도쿄도 방어벽 끝에 항시 군을 배치하는 것도 아니니 나고야는 더욱 쉬울 것이라는 계산 하에 서우는 네비게이션에 나고야를 표시했다.

                 

능력자가 되면서 나라에서 서우에게 배급한 네비게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든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주변은 망가진 폐 건물 투성이라 서우가 숨어서 쉴 곳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돌연변이의 앞에서 좀비의 머리를 열심히 흔들었다. 

*

"쿠르륵극..."

".........."

서우는 일어나자마자 좀비기 제 다리를 물고 있는 것을 보고 기가찰 노릇이었다. 그것도 맛있다는 듯이 오독오독 제 다리를 물고 늘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상태에서 다른 다리로 좀비의 얼굴을 걷어차면서 서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몸이 뻐근했다.

어제 우연찮게 강한 돌연변이를 만나게 되었다. 이제까지 싸워왔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힘과 스피드, 커다란 입부터 들이대는 녀석을 상대로 와이어가 더 이상 나오지도 못할 때까지 싸우다가 끝내 어떻게 어떻게 죽이기는 했는데, 그 덕에 몸이 걸레가 되서 근처에 있는 폐건물로 대충 들어와서 잤더니...

"허어."

제 살을 질겅질겅 씹어먹고 있는 좀비를 보며 서우는 침을 찍, 뱉다가 제 다리를 내려다 보았다. 정말 머리가 아찔할 만큼 아픈데도 기가찼다. 아침 발기할 힘도 없는데 이게 무슨 좆 같은.. 서우는 한숨을 길게 내쉬다가 다시 한번 덤비는 좀비를 와이어로 베었다. 그 순간 배에서 심하게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생각해 보니 마을을 나설 때 제대로 챙겨온 것도 없어서, 여기에 오면서 어떻게 들린 마트 같은 곳에서 바닥에 짓눌려 있던 음식을 챙겨 먹기만 했지 제대로 먹은 적이 왠지 까마득했다. 나고야까지 이제 200km 일주일 동안 이 좀비 타고 저 좀비 타고 어떻게 겨우 여기까지 왔지만, 한동안 잘 챙겨 먹은 탓에 지독히도 배가 고팠다. 

여기까지 오면서 먹은 거라고는 비둘기 두 마리와 어떻게 가방에 있던 비상식량 정도랄까. 사람이 토해낸 파전이나 온갖 더러운 것을 먹고 자란 비둘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불에 굽고 나니 나름대로 바베큐 같은 맛이 나서 한 마리를 더 잡아 먹었다.

하지만 그것도 엊그제 일. 지금은 배고파서 미칠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갑질 소설에서 생존물로 장르변경을 하게될 정도로 배가 척추에 달라 붙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저 좀비는 제 다리를 뜯어 먹고 배 부르게 잣겠다? 기가 막혀서 서우는 저 녀석을 구워 먹을까 잠깐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인육은 사양이다. 차라리 옥상에라도 올라가서 주변이라도 둘러보자는 생각으로, 서우는 옥상 위로 올라가서 어느샌가 저 만치 높은 곳으로 올라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큰 동물원을 보았는데, 그렇게 되면 으레 근처에는 그대로 동물원에서 나온 동물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좀비들은 동물을 공격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동물들은 좀비의 악취 때문인지 공격해서 잡아 먹지 않기 때문에...

"어디 또 없나...."

비둘기로 닭꼬치를 만든다던데, 묘하게 치킨 맛이 나는 그 맛을 서우는 잊을 수 없어 이리저리 둘러보며 잡아 먹을만한 동물이 없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DEATH커버리 채널의 걸 버서스 와일드에서 보기를, 사슴 고기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그러던 와중, 서우는 거대한 새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

한국에서는 치킨집 이름으로 더 유명한 펠리칸이었다. 비둘기는 아니었지만 왠지 저것도 맛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서우가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찰나, 그것이... 앞에 있던 비둘기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그것을 꿀떡, 삼키는 게 아닌가? 

"얽."

새가 새를 잡아 먹는 장면이 나름 충격적이었던 서우는 잠시 굳어 있었으나, 녀석이 도망치려 하자 바로 목을 잡아 비틀었다. 그러자 그 거대한 부리에서 다시 비둘기가 튀어나왔다.

"꿰에에에엑!"

"...저것도 잡을까.."

열심히 도망가는 비둘기도 잡을까 했던 서우였지만, 일단은 펠리칸만 있어도 한 끼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녀석의 목을 단숨에 꺾고 털을 촤악촤악 뽑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건물 안으로 들어간 서우는 녀석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먹기 좋게 살을 분리한 다음, 적당히 불을 피웠다. 보통 펠리칸은 물고기를 먹는다고 했는데, 새를 얼마나 많이 집어 먹은 것인지 내장속에서 소화되지 않은 젤리 같은 것이 꾸물거리며 나타나, 서우는 그것을 망설임 없이 대충 밖으로 던져 버렸다. 쓰레기를 투기하든 말든, 여기에는 이제 좀비와 동물 뿐, 누가 무어라 하겠는가.

하지만 꼬챙이가 없어서 잠시 망설이게 되었는데... 귀찮음 마음에 대충 제 와이어에 꽂아 펠리칸 고기를 굽다가, 오면서 비가 내렸을 때 받아두었던 물을 다리에 뿌리며 대강 소독을 했다.

"뭐 이러다가 낫겠지.."

다리는 치킨 다리마냥 누군가 한 입 크게 베어문 것 같은 모양새여서 뼈가 비추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지만, 서우는 그닥 게의치 않았다. 어제 좀비와 싸우면서 몇 대를 얻어 터졌는지, 턱도 나간 것 같았고 내장도 뒤틀리거나 심지어 갈비뼈도 몇 개 부러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금세 낫지 않았던가, 참 신기한 능력이었다.

"......"

잠시 제 다리를 내려다 보던 서우는 갈비뼈를 꾹 눌러 보았다. 어제 이 부근이 푹 가라앉아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아무렇지도 않...

"...우와 씨발 미친, 개, 개 아파........"

겉으로 보기에만 멀쩡했지 아직 덜 나았나 보다. 서우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끙끙거리다가 겨우 허리를 피고 펠리칸 고기를 뜯었다. 누가 육식동물 고기가 더 맛있다고 했던 것처럼 맛이 닭보다 나아서 그렇게 1인 1 닭처럼 1인 1펠리칸을 해치운 서우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다리가 이 모양이니 좀비를 마주치면 곤란하다. 적당히 둘러 보다가 좀 빨리 달릴만한 돌연변이가 있으면 녀석을 타고가자고 생각해, 서우는 창에 팔꿈치를 대고 밖을 내려다 보았다.

바람이 기분 좋게 머리를 스치고 간다. 하지만 그런 평화도 잠시, 긴 비명소리가 찢어질 듯 울렸다.

"제, 제발 이러지 마세요... 갑자기 왜.. 왜 그러시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지금 왜 그러냐고 물어? 얼마 남지도 않은 식량 가지고 다 먹기도 무리야, 근데 형은 지 여자나 챙기려 들지. 남남에 도움도 안 되는 년을 왜 데리고 가자고 해?!"

"요시키, 너...."

"형이고 뭐고, 방해할 거면 다 죽여 버리겠어!! 나 혼자라도 살 테니까 둘은 여기서 그냥 뒈져!"

"아, 안 돼요!!"

들고 있는 뭘로 찌르기라도 했나보다, 남자가 제 팔을 감싸쥐고 있었고 여자는 어떻게 남자를 감싸 안으려 했지만 가능할 리가, 어떤 모습이 되나 궁금해서 서우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자, 요시키인가 하는 남자는 제 손에 들고 있는 날카로운 것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마리!"

            

그것에 둘은 얼떨결에 떨어져 이리저리 도망치기 바빴고, 결국 남자 쪽이 먼저 요시키에게 잡혔다. 뭐 그런 걸 보아도 서우가 그들을 도와줄 이유는 없었다. 서우는 그저 그것을 관전하는 느낌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똑똑하네, 그래.. 남자를 먼저 해치워야지.'

                      

하지만 그때, 여자가 제 힘이 부족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요시키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 장면이 서우는 나름 신박해서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어쨌거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제 목숨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여자는 울며불며 그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이 년이?! 이거 안 놔? 놔!! 안 그래도 죽여줄 테니 놓으라고!"

"안 돼요. 제발, 제발 그러지 마세요.....꺄학!"

"마리!... 요시키, 제발 그만 둬, 하지 마!!!"

        

필사적으로 매달려 봤자 여자의 힘은 남자보다 약하다. 이리저리 끌려다니던 여자는 결국 바닥에 제대로 내동댕이 쳐졌고, 어찌나 세게 내동댕이쳐졌는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일어나지 못하는 여자를 보고서 그는 비열하게 웃었다.

"후욱, 후... 그러게 알아서 죽여줄려고.. 왜 덤비고 난리야."

"으으..."

"어련히 죽여줄 테니 얌전히 있어, 안 그러면 그 전에 형 앞에서 강간하고 죽이는 수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제 남자를 챙기겠다고 버둥이고 있었는데, 서우는 그것을 보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괜시리 아키오가 생각나서 마음이 씁쓸했던 탓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러거니 말거니 싶었겠지만..

              

결국 서우는 그 자리에서 뛰어내렸고, 와이어를 쓸 필요도 없이 남자를 찌르려던 녀석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헉!"

            

발차기가 상대의 관자놀이로 제대로 들어간 탓에 상대는 그대로 넉다운 되어 바닥으로 쓰러졌다. 맥을 못 추고 그대로 픽 쓰러진 상대와 저를 번갈아 보며 여자와 남자의 놀란 듯한 시선이 저를 향하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서우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아직 몸이 많이 낫지 않았기 때문에, 발차기 한번을 하는데도 힘이 쭉 빠졌기 때문이었다. 다리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기도 했고.

            

"이 새끼 죽어도 상관없죠?"

"예, 예?........."

"그럼 그냥 가요. 구해줬다가 또 덤빌라."

                        

구해줬기는 했지만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아 귀찮은 마음에 대충 손을 휘휘 저었다. 잠시 여자를 챙기던 남자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 안으로 도망쳤고, 서우는 여자의 목에 걸려져 있던 십자가 목걸이가 유독 눈에 띔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둘은 차안으로 사라졌고 차는 출발했다.

        

그것을 잠시 보던 서우는 바닥에 쓰러진 녀석이 입고 있던 그나마 멀쩡한 옷을 벗겨, 탈탈 털어서 입었다. 완전히 기절했으니 근처에 있는 동물이 먹거나, 좀비에게 뜯어 먹히겠지. 혹시 뭐 더 없나해서 안쪽 주머니를 뒤져 보았더니 초코바가 하나 나왔다.

          

"호.." 

          

뭐, 나름 착한 일을 했더니 복이 왔다. 너덜너덜해진 옷이 그나마 새 옷으로 바뀌고 먹거리도 넣었지 않은가.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서우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딱딱한 바닥에 먼지 투성이었지만 배가 부르기 떄문인지 기분 좋게 잠에 빠졌다. 이후 일어났을 때는 저녁이 되어 있었고, 그때는 다리도 거의 다 나아 있었다. 그리고 갈비뼈 또한...

          

"괘, 괜히 눌렀다..."

          

정말 죽을 것처럼 아프다. 죽는다면 복상사로 죽고 말지 제 뼈 제가 눌렀다가 죽는 것은 사양이어서 서우는 필사적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녀석에게 두 대 정도 맞았더니 제대로 나갔나 보다.

          

"헉, 허억...."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아까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기분이라서 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축이고 밖으로 나가 요기할 거리를 찾았다. 마침 근처에서 펠리칸을 한 마리 더 잡을 수 있었고 그걸로 저녁까지 해치운 서우는 이제 그만 움직이자고 생각해서 적당히 걷다가, 근처에서 뜯어 먹힌 시체를 보았다. 

            

뭐, 딱히 드는 감정은 없다. 서우는 시체를 지나쳐 이리저리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근처에는 그저 좀비 뿐 돌연변이는 없어서, 그는 그냥 걷기로 했다. 마침 달도 무척 밝아서 걷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서우는 걷고 또 걷다가 날이 밝아올 무렵에 저한테 덤벼드는 돌연변이를 잡고 올라탔다.

          

그렇게 얼마쯤 갔을까? 서우는 문득, 익숙한 것이 보인다 싶어 눈을 찌푸렸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어제 만났던 둘의 차였다. 그 주변에서는 좀비들이 씨익씨익 기묘한 소리를 내며 돌아다녔고, 둘 정도는 차 밑에 완전히 깔려 있었다. 

      

"......."

              

차 안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죽었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무슨 변덕이엇는지 서우는 돌연변이의 머리를 와이어로 간단히 잘라 버리고 나서 뛰어내려 그쪽으로 다가갔다. 서우의 생각대로 차 안에 둘은 없었고, 그는 근처에 있던 좀비들을 살펴보았다. 

"크르르...."

덤벼드는 좀비들을 대충 집어던진 서우는 걔중에서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있는 좀비를 보았다. 어찌나 뜯어 먹혔는지 좀비화가 된 것이 신기했지만 이제 내장이 다 터져 흘러나오는 것이 금세 죽을 것 같았다. 서우는 일격에 와이어로 여자의 목을 잘랐다. 깔끔하게 베어 몸이 픽, 쓰러지자 떨어지는 것은 십자가 목걸이..

"금으로 된 건가?"

피로 범벅이 되었지만 여전히 번쩍이는 것을 보다가 그것을 집어 주머니에 챙겼다. 죽은 좀비에게는 쓸 일도 없을 자원, 제가 쓰는 편이 훨씬 나았다. 어디에 쓸지는 모르지만 금 같으니 적어도 어디에 쓸만한 곳은 있겠지.

이후 서우는 잠시 이리저리 둘러 보이다가 여자 못지않게 여기저기 뜯긴 좀비를 발견했다. 어깨랑 목 부분이 거의 없었고, 팔은 뼈 뿐.... 어쨌든 다행이도 가까이에 있어 그 녀석의 머리도 잘라, 서우는 나름대로 나란히 옆에 뉘여주었다.

"......."

어차피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좀비인데 저가 왜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는지, 그 자신도 의문이었지만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서우는 가볍게 어깨를 들썩였다.

"그런 의미로 차는 내가 쓴다."

서우는 여전히 좀비가 득실거리는 차로 가서 바퀴에서 좀비를 뽑아내고, 근처의 좀비를 전부 죽인 다음 차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유리창이 다 깨져있고 여기저기 푹 파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시동은 걸리는 것이 적어도 몇 km는 갈 수 있을 듯 싶었다.

운전은 오래간만에 해보는 것이지만 금세 손은 익혔던 감각을 찾아냈고, 서우는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 운전석 옆에 있었던 초코바를 찾았다. 대체 언제적 것인지 맛은 구리구리 했지만 서우는 그것을 질겅질겅 씹으며 나고야로 향했다.

*

                                                                                                                                                                                                                        

============================ 작품 후기 ============================

졸지에 생존물 찍는 서우.

펠리칸이 새를 잡아 먹는 게 너무 충격적이어서 한번 넣어봤습니다.

끙.

참, 그리고 해사하다는 있는 말이랍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이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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