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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차를 운전해 나고야로 가는 길, 그 길에서 서우는 다양한 시체를 발견했다. 미이라처럼 삐쩍 말라서 나무토막이라고 생각했던 시체, 어째서인지 퉁퉁 불어 젤리처럼 흩어진 시체.. 도망가다가 죽었는지 기괴한 모양으로 꺾인 시체.. 다른 사람이라면 역겨울만도 했지만.
"저건 튀김가루 묻힌 김말이 같네. 저건 떡볶이 묻힌 김말이..... 배고프군."
덤덤하게 시체들을 묘사하며 서우는 한 손으로 완전히 눅눅해진 초코바를 씹어 먹으며 운전을 계속했다. 유리창은 이미 좀비들 때문에 뻥뻥 뚫려 있었기 때문에 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사정없이는 개뿔, 파괴된 도로로 인해 포장되지 않은 곳으로 가는 바람에 차를 몰 때마다 모래바람이 매섭게 얼굴을 내리치고 있었다.
"퉷, 퉤.."
게다가 정체불명의 벌레까지 얼굴에 날아 오니, 아마 제가 능력자라는 신체조건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눈이나 목을 감싸쥐고 끙끙거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나마 도로가 나타나자 그쪽으로 운전을 하자 괜찮았는데, 도로 곳곳에는 망가진 차들이 놓여 있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차 형태가 심하게 찌그러지거나, 바퀴 밑에 좀비가 반쯤 갈려 있는 것을 보니 아마 여기까지 운전을 하고 오다가 습격을 당한 것 같았다.
나고야와 좀 더 가까워 지면서 종종 좀비에게 뜯겨가고 있는 사람도 발견했으나 서우가 그들을 구할 리 만무했다. 그저
"쿠르륵- 크르르르르....."
"우아아아악!"
"......."
서우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폈다. 그렇게 대부분 손을 다섯번 접었다 피면 대부분의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좀비는 지능이 없기에 노리는 부분은 대부분 튀어나온 살 부분, 그들이 몸에 하고 있는 물건이나, 차 안에 있는 것은 건드리지 않았기에 서우는 무척이나 편했다.
"크그..........."
"아, 죽었네."
괜히 가서 죽였다가는 혹여나, 혹시나- 괜히 누가 발견해 저 놈이 사람을 죽였네, 이러면 귀찮을 것 같아 좀비가 죽일 때까지 가만히 보고 있던 서우는 그제야 차에서 내려 좀비를 저멀리로 던져 버리고는 마치 이미 죽은 시체를 뒤지는 것처럼 슬슬 근처를 살펴보았다.
그렇게 서우는 그때마다 차에서 내려 가져갈 만한 물건이 있나 없나를 살펴 보았을 뿐, 그러던 도중 신분증을 하나 발견했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비상용품을 챙겨 적당히 그것들을 챙겼다.
[나고야, 여기서 직진]
이따금 보이는 이정표를 따라 나고야에 가까워 질 수록 습격이라도 받았는지 뒤집힌 차량이 여러 개 있었는데, 서우에게는 별 해당사항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한 손으로 느긋하게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하지만 나고야에 도착하기 전, 차의 기름은 다 떨어져 버렸다.
부르릉, 부릉, 부릉.
서우는 열심히 시동을 걸려했지만 아무래도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보다. 서우는 짜증스럽게 앞 머리를 흐트러 뜨렸다.
그래도 뭐 여기까지 온데다 원래 제 것도 아니었으니 서우는 별 아쉬움없이 내려서 걸어서 나고야까지 걸어갔다. 예전 도쿄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나름 군의 차량과 함께여서 별 일은 없었는데 나고야로 들어가는 건 나름대로 검문이 있을 것 같아 긴장하며 신분증의 이름을 괜시리 외우고 있었는데, 이게 웬 걸. 방어벽은 너무나도 허술했다.
"쿠크다스로 만들었나.."
와이어는 물론이고 노스카와가 나타나면 주먹으로 허물 것 같은 느낌. 벽을 손톱으로 스윽 긁어 본 서우는 가볍게 혀를 찼다.
이 정도라면 기껏해야 겨우 잔챙이 좀비만 막을 것 같은 모양새라고 할까.. 주변에는 도쿄처럼 돌연변이가 있거나 하지는 않아 그나마 괜찮아 보였지만 몇 겹의 철조망으로 만들어진 문 주변에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그나마 도쿄가 양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야?"
잠시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서우는 표지판으로 [사람이라면 저쪽 계단으로 올라오시오] 라는 말이 있어 올라갔다. 그렇게 약 2층 정도의 높이를 올라가자, 사다리 하나가 나왔고 또 그걸 밟고 1층 정도의 높이를 올라가라고 해서 올라갔더니 자기 정지하라는 방송이 들리고는 철조망이 쳐졌다.
"허.."
그래서 자리에서 정지했더니 위에서 척 보기에도 잔뜩 지쳐 보이는 노인이 나왔다.
"어디에서 오셨소?"
"도... 교토에서 왔습니다."
"도쿄요?"
"아니, 아니. 교토요."
"멀리서도 용케 오셨구려. 혼자요?"
"예."
노인은 서우를 위 아래로 훑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의심이 가득한 눈이었지만 서우의 모습이 지극히 멀쩡하자 신기하다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혼자서 여기까지......? 군인이시오?"
"차가 있어서 그냥 운 좋게 왔습니다."
"그렇군, 상처가 없나 확인해야 하니 여기에 앉아서 10분 정도만 기다리시오."
"예."
노인이 들어갔다. 그러더니 10분 뒤에 철조망이 올라갔다. 좀비로 변이되는 시간을 기다린 듯 싶었다. 그런 검문[?]이 끝나자 노인은 서우에게 그냥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하고는 제가 있던 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서우는 한 편으로는 기가 막힐 정도였다, 이게 뭐냐? 그래도 어떻게 안으로 들어오긴 했는데....
"......"
나고야의 모습은 도쿄보다도 심했다. 거리 곳곳에 부랑자들이 보였으며 그들은 도쿄처럼 괜히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기는 커녕, 온 도시가 폐허였다. 왠지 모르게 정부의 헬기를 타고 내려간 부산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할까? 그것과 비슷한 것은 아니지만..
'뭐, 부산이야 최초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지역이니...'
서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 사이를 지나갔다. 자세히 보니 이건 그냥 서울역 노숙자들 같다고 할까... 신문지를 덮거나, 옷에 넣고 자는 꼴이 영 사람 꼴이 아니어서 서우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적당히 지친 몸을 벤치에 앉혔다. 다른 벤치들은 거의 다 이미 누군가 누워 있거나 선점 중이어서 벤치 하나가 비어 있는 것은 신기할 정도였다.
'나고야에 오니까 일단 전파가 잡히는군.'
서우는 핸드폰을 켜서 전파를 이리저리 잡다가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는 츠부미의 문자에 지금 나고야- 라고 답장을 하니 바로 전화가 왔다.
"올.."
작게 감탄사를 뱉으며 서우는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굉장히 오랜만에 츠부미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지금 나고야신 거예요?>
"아, 츠부미... 어, 그렇게 됐어."
<우와아아아!>
격하게 반가워하는 목소리여서 서우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츠부미는 간단하게 자기가 있는 곳 주소를 가르쳐 주었다. 나고야는 도쿄처럼 그대로 지역이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A구역 B구역 C구역 이런 식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주로 A와 B는 원래 거주민들이 사는 곳이었고 C는 방어벽 근처로써 나고야까지 밀려들어온 피난민들의 거주 구역이었다.
"......."
해안에 밀려온 불가사리마냥 밀려온 사람들을 보던 서우는 표지판을 보면서 A구역으로 이동했다. 그곳, A구역 앞으로 가면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경비원에게 가서 [후지야마 효타]를 찾으면 정한 주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잡하군.'
서우는 뒷 머리를 벅벅 긁으며 걸어갔다. 나름대로 간만에 에리와 츠부미를 만날 것을 생각하니 기대되기도 하고.. 에리가 좀비 피를 먹었던 것이 생각도 났다. 신기한 일이었기에 그것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괜시리 들었고....
"뭐, 될 대로 되겠지."
오는 길에 주운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서우는 A구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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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사실 저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 짐승에 수위씬을 넣지 않겠습니다.
저는 방금 탕수육을 먹었습니다.
^ㅅ^
어느 게 진실이고 어느 게 거짓일까! 즐거운 만우절 되세요. 4월 1일이 생일인 학원 친구를 애도요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