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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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어, 음 안녕하세요. 에리 씨."

"엇...안녕하세요!"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났던 서우는 다시 앉기도 뭐하고, 에리한테 가서 반갑다고 호들갑을 떨거나 끌어안을 뭐 그런 사이도 아니어서 어색하게 자리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그렇게 간만에 보는 에리는 여전히 예쁘기는 했지만 뭔가 전체적으로 새하얘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척 가냘퍼진 느낌이라고 할까..? 그전에는 그래도 꽤 건강해 보이고 혈색도 돌았는데, 지금은 얼굴도 마냥 창백하고 혈색도 없어 웃는 얼굴에도 힘이 없는 것 같았다. 굳이 묘사하자면 바람빠진 풍선 같은 모양새.

'..감기라도 걸렸나?'

      

집안은 보일러라도 틀었는지 따뜻한데도 에리는 손목을 반쯤 덮고 있는 긴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는 저가 몹시도 반가웠는지 얼굴에 해사한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그 모습에 서우는 무심코, 피를 입에 묻히고 있던 에리가 떠올라 묘한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참 예뻤지...'

좀비를 먹던 피를 마시든, 이유가 궁금할 뿐 그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서우는 결국 예뻤던 것만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어쩄든 에리 또한 츠부미와 마찬가지로 저를 몹시도 반겨주었는데, 식사는 했냐면서 자기를 밑의 층으로 끌고갔다. 그래서 얼떨결에 끌려간 서우는 식탁에 앉게 되었는데.. 그런 식탁 앞에서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레 아키오였다. 거의 한 달정도 되는 시간을 계속해서 함께 지내다니, 가족이랑도 딱히 그런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지는 않겠지..'

           

연락처라도 받아왔으면 좋았을 것을, 그곳엔 전화기나 핸드폰이 없어서.. 서우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쉴 뻔하다가 밥상머리에서 한숨을 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숨을 들이켰다. 이내 제 앞에는 음식들이 하나씩 놓여졌고.. 서우는 속으로 조금 감탄했다. 게다가 얼핏 보이는 냉장고에도 음식이 가득 차여져 있고..

"드세요, 서우님. 오신다고 해서 오늘 미리 배급도 받아왔거든요."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많이 드세요!"

아키오네 배급도 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하긴 여기까지 군의 차를 얻어 타고 왔다고 하니, 높으신 분네 가족이라던 유리네 급이었다. 언뜻 살펴본 안에서는 제철과일이나 채소도 냉장고 안에 있는 듯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단 서우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서우는 오는 길에 펠리칸 두 마리, 비둘기 한 마리, 눅눅한 초코바 여러 개와 썩기 일보직전의 빵, 먹다가 차라리 좀비를 구워 먹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의 비상식량만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맛있네.."

"정말요?"

"와아, 다행이다...."

".하하."

       

한 수저 떴을 뿐인데 감동적일 수준으로 맛있어서 무심코 입 밖으로 그런 말이 새어나오고 말았다. 그떄까지 서우의 옆에서 어떤 반응이 나오나 눈을 빛내며 기다렸던 두 자매는 그제야 뛸 듯이 기뻐하며 좋아했고, 서우는 머쓱함에 어깨를 들썩이다가 식사를 계속했다. 

이후 식사를 마친 다음 서우는 잠시 근처를 둘러보겠다고 말하고 나서 A구역 안을 돌아 다녔는데, 바깥에 사람은 하나도 없었지만 거리가 전체적으로 정돈된 분위기였다.  가라앉은 기분이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냄새는 곳곳에 난다고 할까, 바깥에 걸려져 있는 빨래라거나 언뜻언뜻 보이는 애완동물이라거나..

그냥 이렇게 이 모습만 본다면 좀비 사태가 일어나기 전의 모습만 같다.

"흠."

서우는 근처를 슬슬 돌아다니다가, A구역의 끝을 훑어보았다. 철조망 너머에서는 사람들이 쓰레기장의 쓰레기들처럼 끙끙거리며 구르고 있어, 오면서 본 C구역의 모습보다도 심각했다.

"으으... 배급은 언제야 오는 거야.."

"저리 좀 가! 왜 자리도 없는데 여기로 자꾸 밀려오는 거야?!"

"내 발 밟지 말라고..!"

       

그렇게 철조망에 기대어 있는 부랑자들은 끙끙거리며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었는데, 그 광경이 썩 보기 좋은 것은 아니어서 서우는 여차하면 여기서 도망칠 수 있는 곳이나 알아보자고 생각해, 다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서는... 음, 츠부미에게 보여주기 매우 곤란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저어기, 네? 안으로 들여보내 주세요. 뭐든지 할게요."

"........"

"제발요, 네에?"

       

철망에 몸을 부비고 있는 여자들은 거의 반쯤 옷을 벗다시피 했는데, 그 옆에는 떡하니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괜히 이름 가르쳐주지 말 것, 이름 가르쳐주면 A구역 안으로 '그 이름'을 찾아서 왔다고, 가족이라고 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려 할 수도 있음.] 이게 뭔지 알 것 같아서 서우는 픽 웃음을 흘렸다. 그때 주변을 훑어보니 중년남자 한 명이 그곳을 훑어 보며  마치 창녀촌이라도 온 것처럼 누가 좋을까, 컨텍하는 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뭔지 알 것 같은 분위기여서 서우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무슨 병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이랑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가..'

       

서우는 그리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제 신체가 아무리 강해졌다고 한들, 병까지 나을지는 미지수였다. 세계 최강의 백수 손육공의 경우에도 어이없게 전립선 암으로 죽지 않았던가. 혹시 모르니 매사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특히 저 같은 닳고 닳은[?] 경우에는 더더욱, 서우는 혼자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마을을 다시금 돌아보았다.

        

철조망 때문에 사방이 막혀있긴 하지만 서우 자신이 오르지 못할 높이는 아니었고, 부랑자들이 많은 만큼 그 사이에 숨어 있으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 생각하며 서우는 거진 한 시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새 그 삼촌이 돌아왔는지 차고지에 차가 한 대 놓여 있었는데... 서우는 그 차에서 묘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

기름 냄새, 차 특유의 냄새.. 그리고.... 소독약 냄새 같은 것이라고 할까? 왠지 모르게 깊이 들이마실 수록 코를 찌르는 것 같은 냄새에 서우는 코를 막고 안으로 들어왔다. 후각이 예민해져서 좋은 점도 있는데, 이렇게 쓸데없이 예민해지니 나쁜 점도 있었다.

"뭐라고 츠부미!"

그렇게 서우가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서는 상당히 방정맞은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는데, 아마도 후지야마 효타... 서우는 그에게 다가갈 수록 약 냄새가 강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이내 천천히 후각이 마비되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그그, 그 분이 벌써 오셨다고?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잠시 산책하러 가셨어요. 금방 오신다고 하셨는데.."

"으응, 그래?!"

정말 방정 맞다. 피하고 싶다고 서우가 생각하는 순간 츠부미와 눈이 마주쳤고, 앗차 싶었더니 츠부미의 시선을 읽고 후지야마가 고개를 돌렸다.

     

"오오, 세상에... 능력자님.."

"윽."

      

이 새끼 게이 아니야?

왠지 모르게 눈이 번득이는 것 같은 후지야마의 첫 인상은 그러했다. 능력자인 것을 알고 선망의 시선으로 보는 것은 이제까지 꽤 있었는데, 이쪽은.... 뭔가 좋아서 안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 당장 침이라도 질질 흘릴 것처럼.. 게다가 은근히 몸을 베베 꼬아 서우는 절로 뒤로 물러났다. 금방이라도 엉덩이, 엉덩이를 보자! 며 제 뒤를 노릴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흐, 흐히히, 세상에 직접 만나게 되다니..."

거기에 군데군데 허옇게 새고 뒤로 휙, 물러난 헤어라인 때문인지 후지야마는 가운만 입으면 반쯤 미친 과학자처럼 보일만했다. 

'혹시 둘한테 엄한 짓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대충 둘을 훑어 보니 후지야마를 딱히 피하지도 않는 것 같고.. 에리는 여전히 힘이 없어 보였지만 웃고 있었고, 츠부미도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것이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때였다.

"이, 이이이.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서우의 앞에 내밀어진 손이 덜덜덜 떨린다. 미친 것 같다.

"아, 예에.. 안녕하세요. 서우입니다."

"아아, 서우.. 좋은 이름입니다." 

"......"

마치 제 이름을 쩝쩝거리며 음미하는 것 같은 목소리.... 불쾌했지만 서우는 그것보다 거기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방금 '소우'가 아니라 그대로 서우라고..'

이제까지 만난 모든 이들은 다 서우를 '소우'라고 불렀다. 서우라는 발음에 익숙하지 않고 잘 되지도 않고, 소우라는 것에 좀 더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쪽은 완벽하게 서우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것도 거의 한국인에 가까운 억양으로... 

상당히 이상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일단은 신세를 지게 되었고, 쫒기는 처지이니 적당히 지내자는 생각으로 서우는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능력자라는 건 어디에도 말하지 않아주셨음.."

"아, 예에! 그렇고 말고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

"여부가 있겠습니까, 히히.."

뒤가 위험할 것 같다. 서우는 얼떨결에 후지야마에게 잡힌 손을 빼내며 어색하게 뒤로 물러섰다. 상당히 예의없는 행동임에도 후지야마는 잡힌 손을 잡고 낄낄 웃으며 황송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이상하게도 서우에게 묘한 '혐오감' 같은 것을 주어, 서우는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이번달부터 수익을 열심히 올리기 위해

잦은 연참을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신작 겜판 야설도 하나 더 파서 파워하게 해볼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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