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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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그냥 그대로 웃으세요, 아시겠습니까."

"예이, 예.. 그러고 말고요, 촤하.......후힛, 힛."

"........"

공짜 와이파이를 뿜어낼 것 같은 새끼. 서우는 몸에 쫘악 돋는 소름을 겨우 털어냈다.

"많이 드세요, 서우 오빠."

"으응.."

확실히 전보다 생기가 도는 에리를 보며, 서우는 문득 에리의 말이 떠올랐다.

'.....저 녀석이 좀비를 연구하는 과학자라고...'

그래서 에리에게도 약을 주어, 좀비를 먹지않고도 살 수 있게 해주는 대신 반 송장을 만들고 있었지.. 서우는 후지야마를 쳐다보다가 그가 헤벌쭉 웃는 꼴을 보고 고개를 돌릴 뻔했다. 하지만 일단 캐낼 수 있는 자료는 캐내야겠기에 그럼 혐오감을 꾹 참았다. 

"..후지야마 씨가 좀비를 연구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오오, 에리가 그러던가요? 히히."

"정확히 좀비의 뭘 연구하시는지 궁금해서요..... 백신?"

"뭐, 그것도 있고요. 원인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죠."

"좀 물어봐도 됩니까..?"

"예에..?"

밥상머리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딱히 에리랑 츠부미도 그 이야기에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후히히, 이건.... 이거 비밀인데요. 극비여서 곤란합니다. 입을 찢어도 말할 수 없어요."

"....."

"극비예요, 극비...흐힛."

그럼 그 입을 김치마냥 쭉 찢어주마. 그리 말하고 싶었지만 일단 서우는 꾹 참았다. 그 말을 하자마자 후지야마는 앞에 잇던 밥을 게걸스럽게 퍽퍽 퍼먹기 시작했다. 서우는 그가 좀 그릇에서 입을 떼기를 기다렸다가 넌지시 말을 이었다.

"모든 사실이 극비입니까?"

"아뇨 아뇨, 그건 아니지요. 공식 발표하는 내용도 있긴 있어요."

"그럼 그거라도."

서우가 좀 깊게 파고들려는 것 같은 느낌이자 에리가 그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서우는 일단 알고 싶었기에 가만히 후지야마의 말을 기다렸다.

"뭐..돌연변이가 다른 좀비를 흡수한다거나 그렇게 해서 더 세진다거나, 혼자 붕괴를 일으키기도 하고..."

전자의 경우에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고 후자의 경우에는 그다지 쓸모없는 것이었다. 서우가 뭔가 더 없냐는 듯 재촉하자 후지야마는 끙끙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끄응..... 아, 좀비 바이러스는 100도 이상의 열에서는 사멸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요?"

"지독한 식량난으로 인해 인간의 시체이지만 좀비를 식량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헤헤, 농담입니다, 농담. 농담이야, 에리 츠부미. 후히히..."

'농담을 해도, 이 새끼가..?'

... 왠지 이야기 해줄 분위기는 아니다. 서우는 일단 둘 앞에서는 말을 조심하자고 생각하고는 마저 식사를 계속했다. 세 명은 그릇을 들고 먹고 서우 혼자 그릇을 내려 놓은 채 먹어, 다른 사람이라면 어색함에 괜히 저도 그릇을 들만 했지만 서우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혼자 그렇게 식사를 마친 다음, 제 것을 설거지했다.

*

다시 며칠이 지났다. 아키오의 집에 있을 때와 별 다를 바 없는, 다만 잠자리만 없는 일상속에서 서우는 심히 건전하게[?] 살고 있었다.

"에리, 이거."

"네?"

"저번 거 다 썩어서 버렸을 것 같아서."

"어...? 오빠,언제 나갔다 오신 거예요? 괘... 괜찮은데, 정말."

"금방 갔다오는 거니까 걱정 마."

머뭇거리던 에리는 예의 그 가방을 받아들었다.

"...서우 오빠는 너무 신기해요."

"음, 뭐가?"

"그냥... 능력자라고 해도 제가 이런 거 신기하게도 안 여기시고, 이상하게 보지도 않으시고..."

'..신기하긴 하지만 말야.' 

서우는 픽 웃으며 그것을 계기로 에리의 작고 둥그런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슬쩍 쓸어내렸다.

"신경쓰지 마."

그렇게 에리의 좀비 셔틀을 자청하고 몸이 근질근질하면 에리와 츠부미가 한 시간에 걸쳐서 하는 청소를 저 혼자 10분 안에 끝내는 기적으로 두 자매의 찬사를 받았다. 거기에 식사까지 만들어주는 결정타를 날리면 완벽했다.

"..서우 오빠는 못하시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이, 이거 너무 맛있어요!"

혼자 살다 보니까 그렇단다. 서우는 픽 웃으며 자매가 식사하는 모습을 보다가 얼마 후에 딱히 할 것이 없어서 츠부미와 함께 바깥으로 나왔다. 근처를 산책이나 하려고 했더니, 츠부미가 말하기를 마침 오늘이 배급을 주는 날이라고 해서 서우가 제가 들고 오겠다고 하자 츠부미가 따라나와 얼떨결에 그리 되었다.

"사실 밖에 좀 나가고 싶었는데 언니랑 삼촌이 위험하다구 해서요.. 많이 나가지 말래요."

"그래?"

'하긴, 강간강간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니는 츠부미는 위험할지도..'

"....."

"오빠랑 나오면 괜찮잖아요, 헤헤."

츠부미는 뭐가 그리 좋은지 서우의 손을 꼭 잡고서 베실베실 웃고 있었다. 전에는 손가락 두 개정도 잡는 수준이었는데, 아이는 잠시만 돌아보지 않아도 그새 자란다고, 나름대로 세 손가락을 잡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나저나 이렇게 무방비해서야, 그런 나쁜 일을...물론 하기도 전에 여가부의 직원 같은 서우가 적절하게 막았지만 두 번이나 겪었는데 여전히 밝은 아이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서우는 다른 한 손으로 멋쩍게 제 머리를 만지다가 츠부미를 내려다 보았다. 

편의상 자매라고 하고 있기는 하지만 친자매는 아닌 탓에 에리와 그다지 닮지는 않았다. 아무렴 어떤가, 둘 다 예쁜데.

거기에 에리가 얌전하고 사근사근한 타입이라면 츠부미는 귀요미 로리계.. 여기서 자라면 교복 로리, 하지만 좀 더 자라는 게 좋겠다. 어서어서 쑥쑥 자라라, 서우는 츠부미의 부들부들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나가고 싶으면 자주 나 따라와, 그럼 되겠네."

"정말요?"

"그럼 거짓말이게?"

작은 강아지 같은 츠부미를 보며 서우는 웃었고, 츠부미는 해사하게 웃으며 살짝 쳐진 눈을 귀엽게 휘었다. 순진하기 그지없는 그 웃음에 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차암, 삼촌이 서우 오빠를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능력자신 게 너무 멋지시대요."

"허.."

"어, 그리구 삼촌이요.."

에리한테 그 말을 들었다면 새삼스러워도 나름 기뻤겠지만 남자라면 사양이다. 물려도 기왕이면 여자 좀비에게- 무조건 여자를 추구하는 서우였다.

이후 츠부미와 서우는 A구역 앞에서 배급을 받았는데, A구역 주민은 뒷배가 있는 사람, B구역은 그냥 원래 살던 주민 C구역은 피난민이라는 말 그대로 A구역의 배급은 몹시도 넉넉했다.

"흠.."

배급받는 인원은 이미 다 빠진 탓에 줄은 없고 상당히 한산했다. 두 사람 정도 뒤에 서 있다가 앞으로 가니, 갑자기 앞에서 배급을 해주던 여자들이 츠부미를 발견하고 활짝 웃었다.

"어머, 츠부미 오늘은 오빠랑 같이 나왔네?"

"노리코 아주머니! 이쪽은 서우 오빠예요, 히... 저희집에서 같이 지내시게 됐어요."

"그래? 세상에.... 훤칠도 하셔라. 안녕하세요, 타카다 노리코예요."

이렇게 한쪽이 한쪽을 소개하면 싫어도 웃으며 인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잠시 뻘쭘하게 있던 서우가 인사를 하자, 뭐가 그리 좋은지 배급을 나누어주던 여자들이 저들끼리만 들릴 거라고 생각했는지 뒤쪽에서 수근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츠부미도 설마 저렇게 되진 않겠지..."

보송보송한 얼굴로 활짝 웃고 있는 츠부미를 내려다 보던 서우는 바로 배급품을 들었다.

"츠부미, 이거 받아가."

"어?.... 사탕이네?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조심히 들어가구.. 옆의 서우 씨도요, 호호!"

"....."

왠지 아키오의 마을에서 받았던 느낌이 여기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은.. 

"어머- 힘도 좋으셔라."

"갑자기 어디서 온 오빠래? 분명 언니라는 에리 씨 밖에 없지 않겠어?"

"아무렴 어때. 흐흠, 잘 생겼네. 팔 좀 봐. 어머머."

"저 엉덩이는 어떻고."

"?!"

배급품은 후지야마의 사회적 위치만큼이나 많았지만 서우에게는 크기만 클 뿐 별 무겁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무거운 배급품을 한 손으로 들고 츠부미와 돌아가는 모습에 그네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서우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한 손은 츠부미에게 꼭 잡혀 있으니 귀를 막을 수도 없고..

"서우 오빠? 괜찮으세요...?"

"어..응."

소름이 좌악 돋았지만 서우는 어찌어찌 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츠부미와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서우를 반겨주는 것은 요리라도 하고 있었는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에리였다. 칙칙하고 음흉한 후지야마는 외출했다고 하니 서우로서는 나름 기쁜 일이었다. 

'후지야마, 그 놈한테서는 무료 와이파이의 냄새가 난단 말이지...'

서우는 길게 한숨을 쉬다가 자리에 앉았다. 에리는 수고했다면서 배급품으로 들어온 과일을 잘라 서우 앞에 놓아주었는데... 그렇게 잘라서 내밀어준 사과 모양이 토끼였다.

'...귀엽네.'

픽 웃으며 서우는 앞에 있던 사과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갓 수확한 것마냥 신선해서 서우는 살짝 놀랐다. 제철 과일만해도 놀라운데 이런 신선도라니? 

'역시 과학자들 대우는 다른 건가...'

한국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과학자와 공돌이 공순이들을 홀대하고 있겠지? 잠시 공돌이었던 서우는 조국의 현실에 꽤나 씁쓸해 하면서 

 입 안에 퍼지는 달콤한 맛을 음미하면서 서우는 사과를 하나 더 집었다. 옆에서 에리는 열심히 사과를 깎고, 츠부미는 옆에서 귀엽게 쫑알쫑알 거리고 있었는데, 이런 모양으로 있으니... 참 묘한 느낌이었다.

더욱 더 신기한 건 에리한테는 이제 성욕도 딱히 들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사막에서 이것저것 졸지에 생존물 찍다가 설마...'

는 아니었다. 아침마다 성실하게 일어서고 있는데 그것이.. 이상하게 에리만 보면.........

엊그제의 일이었다.

[후우...]

밤에 몸이 하도 근질근질해서 에리의 좀비 셔틀도 할 겸 몸도 풀 겸, 겸사겸사 밖으로 나갔었던 서우는 샤워를 개운하게 한 다음 제 방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러다가 얼떨결에 1층, 에리의 방을 지나고 있었는데... 히터를 틀어놓았기 때문인지 살짝 열린 방문 사이에서 따뜻한 열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얼떨결에 서우는 그 안을 들여다 보고 말았는데, 그곳에서는 에리가 늘 입던 잠옷 원피스를 입은 채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다만, 그 자세가 조금 자다 보니 흐트러져, 다리가 벌려져 있었다. 그 덕에 에리가 입고 있는 하얀 속옷이 그대로 보이는 모습인 것이었다.

[.....]

서우는 낮게 숨을 내쉬고는 문고리를 잡았다.

[쯧즈, 히터를 틀어놨으면 문을 닫아야지, 감기 걸릴라.]

그리고는 그대로 문을 닫아주고, 방으로 올라오다가 그제야 화들짝 놀랐다. 지금 무슨 짓을? 그런 좋은 걸 두고 그냥 문을 닫다니? 얼씨구나 이게 웬 떡이냐 하진 못하더라도, 좋은 거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퍼가요~ 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었던가! 그런데 문을 닫고 올라와? 멍하니 방까지 들어왔던 서우는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러다가 갑자기 고자되는 건 아니야..?!'

닳고 닳은 주제에 새삼스레 고자가 될 것을 걱정하는 서우는, 우적우적 사과를 씹다가 무심코 이빨로 포크를 씹어 되려 그것을 휘게 만들고 말았다.

"!"

이제 신체능력의 상승에 대해 별로 놀랄 일도 아닌데, 이상하게 자꾸만 놀라게 된다. 서우는 완전히 휘었던 포크를 손으로 곱게 펴서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 작품 후기 ============================

아까는 실수로 신작을 습작이 아니라 여따가 올리고 말았군요. 흐엉 죄송합니다.

그리고 쿠폰 감사합니다.

한 편을 올렸을 경우 정산금액 3000원 쿠폰 1000원[?]치가 들어와 4천원 정도를 받을 수 있...그러면 하루에 두 편 올리면 8천원이 되는가, 근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정말인지 신기한데다 재밌고 오묘한 노블의 세계. 

+)그러고 보니 에반게리온Q 행사장에 친구가 갔더니, 거기의 와이파이 이름이 [카오x신] [신지는 내가--했다] [카오루는 제껍니다][레이쨩 하악하악][아스카wwww] 뭐 이런 것이었다고 하더군요.

다음에 저도 가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카오루는 내가 선점했다,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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