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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에리는 안절부절하며 서우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저어, 오빠... 안 해주셔도 돼요. 저번에 먹었으니까 적어도 한 달은 버틸 수 있어요."
"한 달 동안 비쩍 꼴아가는 걸 보라고? 나한테는 별 일 아니야, 밤 마실 갔다오는 것 정도니까 괜찮아."
"서우 오빠.."
이제는 완전히 에리의 좀비 셔틀이 된 서우는 에리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슥슥 쓰다듬다가 가방을 들고서 방 밖으로 나왔다. 아마도 마음 먹고 에리랑 하려고 작정을 했다면 아마 몇 번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우가 아무리 짐승이라고 해도, 사람인 이 상 나름대로 분위기에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 분위기는 어떤가?
아키오 때에는 아키오의 이중인격이 있었지만, 지금 에리와 츠부미, 서우의 관계란.. 후지야마만 없다면 엄마 아빠 딸 같은 느낌일 정도였다.
아니, 엄마랑 아빠라면 이런 짓 저런 짓, 각종 기상관측을 하며 오늘은 비가 내리는지 안 내리는지, 오늘은 홍수 경보가 발령 되었는지 아닌지, 가뭄이 들어서 바짝 말랐는지 아닌지 다 예측할 수 있겠지만...
<서우 오빠, 아침 드세요.>
<서우 오빠, 우리 같이 나가요. 네? 네?>
<이게 뭐예요, 오빠?>
<우와, 우와! 오빠가 만들어준 반찬 되게 맛있어요!>
<신기하다, 이 와이어.... 우와아아아아..>
<오빠 뭐 하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오빠->
처음에는 좋다고 부르라고 했으나 이제는 서우의 양심이 되어 버린 그 소리 '오빠'
그래,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빠가 여동생 둘을 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아라의 여러 사정에 의해, 노블레스에서 근친이 나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제해 버린다는 덕분에 쓸 수 없는 신의 영역, 그래서 절대로 불가능한... 그렇게 마치 에리와 츠부미가 제 여동생이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
'미치겠다, 미치겠다, 미치겠다..... 이대로 가다간 진짜.. 어, 어떻게 되어 버려어어어!!'
아키오와 떠난 이후 이어진 기나긴 금욕, 하지만 그것도 이상하게 지금에 와선 [아무렴 어때?] 가 되어 버려서 서우는 이대로 뜬금없이 자기가 고자가 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때 생각난 것이 최근 점점 더 강해지는 몸...
하나씩 하나씩 늘여보자면 내장이 파열된 것 같았는데도 다리가 먹혔는데도 쑥쑥 재생이 되었고, 돌연변이의 그 바위 같은 몸에 몇 대를 얻어 맞았는데도 끝내 어떤 치료도 없이 나았으며
....문득 서우는 동방불패가 규화보전을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고자가 되고 그리고 여자가 되었던 것을 생각했다.
"...서, 서쪽에서 해가 지는 한 절대 지지않는 서방불패가 된다고 해도 사양이다."
드물게 말까지 더듬으면서 서우는 영화에서 본 동방불패가 화장하는 것을 떠올렸다. 그 배우는 여자였지만 그래도 남자로 설정되어 있던 녀석이 수 없이 딸린 예쁜 첩들 두고 여자가 되다 못해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설정은 충격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우는 그럼에도 에리에게 무슨 짓을 한다거나, 강제로 뭘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약도 남아 있었고, 몸 부터 길들인다거나 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 뿐이었다.
"......"
그닥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서우는 제가 생각해도 인간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정말 인간적인 사람이 보면 비웃을 정도였지만, 그 몸이 강해지고 있는 것처럼 천천히...
그렇게 오늘도 서우는 담을 훌쩍, 넘었다.
"쿠어----"
어제 좀비에게 다친 김에 피를 좀 뿌려놓고 갔기 때문인지 좀비가 꽤 몰려 있었다. 좀비는 좋은 영양 공급원이죠, 서우는 벽 위에서 곧바로 뛰어내려 밑에 있던 좀비의 머리위로 뛰어내렸다.
"오늘은 너로 정했다!"
콰직, 하는 소리가 나면서 좀비는 골판지처럼 우그러져 버렸고, 서우는 주변의 좀비들을 전부 저 멀리로 쫒아낸 다음 목뼈가 부러진 좀비를 그 자리에서 잘라냈다. 어차피 씻어 먹을 거지만[!] 이왕 잘라주는 거 깨끗한 부위가 좋을 것 같아서 서우는 팔과 허벅지 위주로 좀비의 살을 잘라 가방에 담았다. 그 모습은 이미 완벽한 도살자였지만 누구도 그를 탓하거나 욕할 사람은 없었다.
강간범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좀비의 인권을 운운하며, 격리시킨 후에 백신을 찾아보자는 드립을 쳤지만 그것도 좀비가 국토의 30% 이상을 점령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찍 소리도 못하게 되어, 그때부터 이미 좀비 도살에는 이골이 났던 서우였다. 일본은 애시당초 좀비는 인간이 아닙니다- 라는 성명을 발표해서 좀비를 많이 죽이면 죽일수록 배급까지 준다고 하니, 누구도 서우를 막을 자는 없었다.
그래서 신나게- 말 그대로 신나게 좀비를 썰던 서우는 여유롭게 이어폰을 스마트폰에 연결해, 라디오까지 들었다. 물론 나오는 건 대부분 뉴스였지만.
[그게, 어떤 세력이 뒤에 있다는 말이 있어요.]
[세력이요?]
[물론 음모론일 수도 있습니다만.... 의외로 그게 현실적이거든요. 어쩌면.]
[무슨 말씀이십니까?]
[최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찌라시예요. 어떻게 이 정도로 빨리 인류가 좀비에게 제압 당할 수 있는가? 왜 아무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가?]
"크르르륵!"
휘익!
[..흠.]
[혹시 그 뒤에 어떤 세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제 말은. 거기에 갑자기 나타난 돌연변이... 그리고 능력자들... 그리고 이건 또 다른 찌라시인데요. 여기서는 이게 인류의 진화라고 말하고 있어요, 즉 능력자들을 신인류라고 표현하고 있는 거죠.]
쑤컹!
"?!"
서우가 놀란 것은 라디오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물론 좀비의 배를 쑤셨을 때 난 소리 때문이었다.
"...소리가 참..."
좀비의 배를 얼떨결에 반쯤 꿰뚫은 서우는 버둥이는 좀비를 저 멀리로 던져 버리고 가방 안에 고기 덩어리를 챙긴 채 벽을 향해 걸어갔다.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능력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능력자가 신인류라..."
[그리고 이건 다른 내용인데요, 자기가 좀비를 연구하는 기관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다고 하며 증언하는 내용입니다. 자기가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서 용기를 내어 이야기 한다..]
[양심고백인 거네요, 신빙성은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 하십니까?]
[글쎄요, 이런 경우에는 출처도 제대로 알 수가 없고 내용에 따르면 정확한 기관의 명칭이나, 그것이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정확히 밝혔다간 자신의 신상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서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적어놨구요.. 그 전문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저는 좀비를 연구하는 모 기관에서 일했던 사람입니다. 만약 공식적으로 밝힌 후라면 제가 숨는다고 해도 저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추적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밝히는 것을 이해해 주십시오. 여러분 좀비의 치료제는 없습니다, 아니 정부는 그 치료제를 만드려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못한다는 것이 맞습니다.]
"....."
[현재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은 대부분 저 같은 상황의 사람이 어떻게든 사실을 알리고자 유포한 것이 대부분 입니다. 그 사실들은 거의 진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좀비는 절대로 자연적으로 발생한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좀비 바이러스는 제가 소속되어 있던 단체의 윗 단체에서 개발해 전 세계에 유포한 바이러스 입니다. 이 일에는 이미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단체가 개입되어 있으며, 그들은 무언가를 노리고 좀비 바이러스를 유포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아무것도 모르는가, 그로인해 세계의 주요 정부인사들이 죽어 가는데도 왜 정부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느냐 물으신다면, 이것은 그 단체의 인물들이 정계에 진출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교묘하게 사실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습..]
"살만하니까 별 개소리를 다 하네."
능력자여도 정작 능력자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서우는 이어폰을 귀에서 빼고는 기지개를 쭈욱, 피었다. 서우는 이 세상이 몹시도 사랑스러웠다. 만약 저기서 말하는 단체와는 반대로 이 세상을 원래대로 돌리려는 단체가 있다면 직접 찾아가서 털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최고 포식자인 자신은 이 세계에서 지극히 평화롭고, 몹시도 즐겁다. 서우는 그런 생각에 히죽히죽 웃으며 A구역의 철조망 앞에 섰다.
"..뭐여..... 그렇게 봐도 넘을 수 있을줄 알아? 끌끌."
"?"
"여길 사람이 어떻게 넘어, 그렇게 봐도 네 놈은 안 돼. 그냥 저쪽 자리에 가서 쭈그려나 앉아, 지저분한 꼴 해서는..."
철조망에 기대어 잠들어 있던 부랑자가 마악 일어났다. 그리고는 서우를 보며 비웃자, 서우는 그 표정 그대로 그 남자를 비웃었다.
"안 되는 건 너고."
"...힉?!"
와이어를 쭈욱 뽑은 서우는 철조망에 끝에 와이어를 걸었다. 수 많은 부랑자들 사이에서 홀로 서우의 손에서 번뜩이는 줄을 본 남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우는 공중으로 뛰어오름과 동시에 사람 10M는 되는 것 같은 철조망을 간단하게 넘어 반대편으로 유유히 넘어가 버렸다.
============================ 작품 후기 ============================
노블 잘리는 거 = 씬이 계속됨 [씬씬씬씬씬씬]
짐승은 [씬 스토리스토리스토리씬씬스토리스토리]의 구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크큭.
수간, 근친상간 등 사회적 윤리 기준에 어긋나는 뭐 그런 거....... 또 다시 소설 내에 제 괴전파가 수신된 것 같다면 기분 탓입니다. 이런 게 인터넷에서 연재하는 웹소설 맛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