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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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서우는 흥얼거리며 A구역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왠지 몰라도 괜시리 즐거워, 휘휘 가방을 돌리고 있다가 담겨져 있던 좀비의 손을 떨어뜨려, 다시 주섬주섬 주워 담고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에 심심해서 다시 낀 라디오에서는 쓰잘데기 없는 내용 대신 서우가 좋아하는 일본 특유의 야한 라디오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뉴스만 주구장창 나오던 라디오였기에 서우는 이 방송이 감사할 지경이었다.

[아, 조교요.... 조교.. 그러고 보니 그거 아세요? 순수한 쪽보다 조교하기 쉽고 재밌는 건 프라이드 높은 쪽이에요. 프라이드 높은 쪽은 그냥 그걸 무너뜨리기만 하면 그떄부턴 쉬우니까. 그 포인트를 찾고 무너뜨리는 재미도 무시무시하다구요? ]

[하하하, 그러니까 진짜 조교라도 해보신 분 같이 얘기하시는데... 이거 위험한 거 아니예요? 히로 씨네 집에 가면 미소녀들이 묶여 있는다거나~]

[아니면 의외로 미소년이라거나....]

거기에 이런 유익[?]한 내용이라니! 서우는 큭큭 웃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현실은 하드디스크......]

[스, 슬프잖아요!]

[죽기 전에 해야 할 건 재산 정리가 아니라 하드디스크 정리죠.. 이쿠사 오토메 발x리라거나 토리x 라거나 커스텀 예NO 같은..... ]

[레이프 레2 라거나.]

"..나는 死야의 노래가 참 좋았지."

나름대로 자기는 스토리를 보며 게임했다고 생각하며 서우는 혼자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하지만 그런 괜찮은 기분도 딱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였다. 

집 근처에서부터 후지야마 특유의 그 이상한 냄새가 난다 싶더니 그의 차가 떡하니 주차되어 있었고, 후지야마가 정원에서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개라도 되는 것처럼 땅을 뒷발로 쉭쉭 파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일단 그와 마주치기 싫은 마음에, 마주치면 서우님 흐히, 후히히- 거릴 것이 뻔해 서우는 잠자코 그가 들어가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한참 동안 그러다가.. 뭔가를 땅에서 꺼내 들었다. 서우가 자세히 그것을 들여다 보니 그 막대 같은 것은 리모컨이었다. 

"....?"

그리고는 그 리모컨 버튼을 누른 뒤에.. 그저 벽이라고 생각했던 곳으로 갑자기 그가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호그와트도 아니고......."

잠시 멍하니 있던 서우는 그 벽과 붙어 있던 옆집을 보았다. 옆집에는 불이 꺼져 있었는데, 후지야마가 들어간 벽이 있는 부분에 창고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

서우는 제 예상이 맞다면 옆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후지야마는 저 밑에서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인데.. 문득 에리가 해주었던 말과 후지야마 본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좀비를 연구하고 있다는.. 일단 서우는 저를 기다리고 있을 에리에게 가방을 전해주기로 하고 집으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왔다. 

"아, 오빠.."

안절부절하고 있던 에리는 서우가 오자마자 눈에 띄게 안심이 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서우는 픽 웃다가... 에리가 잠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서우 오빠?"

"....?!"

에리가 의아했는지 서우를 부른다. 그제야 서우는 제가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에리를 쳐다 보았다. 이게 무슨 동정으로만 25년, 같은 짓인가? 고작 그것 좀 봤다고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려? 허- 서우는 속으로 기가찬 웃음을 짓고는 머쓱하게 가방을 내밀었다.

"어.. 나, 좀 피곤하네. 먹고 나서 적당히 네 방 욕실에라도 놔두면 내가 치울게."

"예?.. 혹시 무리하신 거 아니예요? 다치셨어요?!"

에리가 한 발자국 다가오는 순간, 달달한 샴푸의 냄새가 화악 풍겼다, 위험하다. 마악 씻고 나오기라도 한 건가, 서우는 눈을 꿈뻑이다가 무심코 뒤로 물러났다.

"아니, 아니. 그냥 좀 졸려서 그래. 내가 잔챙이한테 다칠 리가 없잖아. 하하하하."

"정말요?"

"그럼!"

거기에 전혀 저답지 않게 웃기까지 하다가 서우는 어색하게 밖으로 나왔다. 일단 제 방으로 갈 생각으로 나오다가 씻고 들어가자고 생각해 밑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내려가자마자 들려오는 인기척에 무심코 자리에서 멈칫하고 말았다. 거기엔 언제 들어온 것인지 후지야마가 있었기 때문에..

다만 후지야마는 서우를 보지 못한 듯 혼자 거실 여기저기를 움직이다가 뭔가를 챙기고는 밖으로 나갔다. 서우는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피 비린내..?'

확실한 피 비린내였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좀비에게서 나는 그 살짝은 썩은 냄새..

'그나저나 에리, 좀비 피를 먹어야 한다고는 해도 아무래도 많이 썩었을 텐데 그걸 먹을 수 있나..?'

뜬금없이 에리 걱정을 하며 위를 올려다 보던 서우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고개를 젓고, 후지야마의 뒤를 밟아 보았다. 아무래도 녀석은 뭔가 이상했다. 불쾌함도 불쾌함이었지만... 거의 본능적인 감이었다. 그렇게 후지야마의 뒤를 밟은 서우는, 녀석이 아까와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벽이라고 생각했더니, 자세히 보니 벽과 똑같이 위장하여 문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에 후지야마는 그곳에서 나왔는데, 서우는 잠시만 안을 보자는 생각으로 한번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문 하나가 있었고, 또 다시 그 안에 새로운 문이 하나 있었다. 당연히 잠겨 있지는 않았지만...2중이라니? 서우는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그 마지막 문을 열었다. 

"큭!"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비약적으로 성장한 서우의 신체가 되려 독이 된 것이었다. 코를 찌르는 것처럼 들어와 눈앞을 아찔하게 만드는 비린내, 그리고 끔찍한 광경..!

잔인한 장면을 얼마든지 보았었던 서우였다. 잘린 사람 머리를 보고도 비웃었던 적도 있었고, 그 못지않게 좀비를 방금전에도 잔인하게 죽이고 왔다. 하지만 지금 이 눈앞의 광경은 그로서도 참을 수 없는 끔찍한 장면이었다.

"이런 미친...."

서우는 제 코와 입을 가볍게 틀어 막았다. 아마 자신이 조금만 더 비위가 좋지 않았다면 그대로 토악질 해버렸을 지도 몰랐다. 서우의 눈앞에는 좀빚들이 엉켜 있었는데, 머리만 온전할 뿐 몸이 문어처럼 여러 갈래로 찢겨져 있었다.

"그르르....그어어어어어..........."

그런데도 머리를 몸에서 끊어내지 않았으니 꿈틀꿈틀 거리면서 몇 마리, 몇십 마리가 거기에 엮여 있는 꼴이.. 시각적 충격도 충격이었지만 냄새가 너무나도 지독했다.

"..대체 그 새끼는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던 거지...?"

서우는 식은땀이 맺혀 있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주변을 돌아 보았다.

코는 점차 냄새에 익숙해져 갔지만 이미 들이킨 비린내로 머리가 띵할 정도였다. 그러던 때였다. 그 좀비들의 사이에서 무엇인가가 보인다 싶었더니, 자세히 보니 그것은.. 여자 아이였다. 찢어져서 걸레처럼 얽혀 있는 좀비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옷을 입고 있는, 여자 아이.

기껏해야 제 가슴팍까지 올 것 같은 아이는 흰 옷을 입고서 구석에 웅크려 덜덜덜, 떨고 있었다. 서우는 아이의 얼굴이 제대로 보였으나, 아이는 그렇지 못한 듯 서우를 보지 못하고 그저 들려오는 소리에 불안하게 주변을 살피고만 있었다.

"너....."

그때였다, 첫번째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후지야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노리코, 노리코~ 약은 다 먹었니? 흐흠흠."

============================ 작품 후기 ============================

미연시는 개인적으로 사야의 노래만한 게 없더라구요. 진엔딩이 참, 허어....

아무튼 조만간 슈퍼한 5연참을 해보겠습니다. 아마도 하네다와 유우리 편이겠죠.

:-) 기대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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