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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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백탁의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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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는 꿈속에서 헉헉 거리고 있었다. 뭔가 엄청난 고통이 제 몸을 완전히 잡아 먹는 것처럼, 끊는 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처음으로 자신의 것을 빼앗겼다. 그 고통에 비하면 몸을 뚫리고 찢기는 고통은 우스울 정도였다. 

이가 갈린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모두 부숴버리고 싶다. 너무나도 화가 나서 속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꿈속에서도 서우는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으로 끌려가면서 자신을 애타게 찾던 사람, 저를 향해 그 작은 손을 뻗던...

"에리..!"

울고 있는 에리의 얼굴을 꿈속에서 보는 것과 동시에 서우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금방이라도 에리가 손에 잡힐 것 같았다.

"크윽!....으하...."

하지만 몸을 일으키는 순간 엄청난 고통이 온몸을 짓눌러 다시 뒤로 넘어가듯 눕고 말았다. 그렇게 다시 눕는 서우의 머리맡에 닿는 것은 딱딱한 바닥이 아닌 푹신하고 하얀 베개였다. 

"...?"

분명히 유우리에게 온몸이 찢겨져, 이후에는 기억을 잃었다. 그런데 이런 꺠끗한 침대에 링거? 자세히 보니 전신이 붕대 투성이었다. 서우는 기가 막혀서 잠시 제 몸을 내려다 보며 상황을 파악했다.

'잠깐.. 걔가 실험 드립치지 않았나?'

서우는 깜짝 놀라 팔 다리를 천천히 움직이고 목을 만져 보았다. 구속구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몸 어딘가에 폭탄이라도 설치해 놓은 거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 보기에 그런 것은 없었고, 제 몸은 묶여져 있지 않았다. 그저 치료만 되어 있던 것이다.

"이게 무슨...?"

서우는 천장과 제 몸을 번갈아서 보다가 다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일어나자 아까와 같은 고통은 없었고, 서우는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팔은 멀쩡했지만 뚫렸던 손은 붕대로 감싸져 있었고, 반대쪽 손은 멀쩡했다.

"......"

일단 정신을 차린 다음 와이어가 제대로 나오나 확인했더니, 그 순간 쭈욱 뻗어나가 천장을 푹- 찔렀다. 

"능력쪽은 일단 문제 없는 건가."

몸 상태가 좋지않은 만큼 제어가 잘 되지는 않았지만 잘 뻗어져 나오기는 했다. 서우는 와이어를 일단 거두고 배 부근을 만져 보았다. 유우리에게 쑤컥 쑤컥 쑤셔졌던 배.. 뭔가 여기저기 조금 푹푹 들어간 것 같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형태는 유지하고 있었다. 내장이 배 밖으로 쏟아진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는데.

하지만 다리는 몇 번이나 잡히고 꺾였기 때문인지 한쪽에는 깁스 같은 것을 차고 있었고 서우가 느끼기에도 나으려면 꽤나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길게 한숨을 내쉬던 서우는 마지막으로 얼굴을 만져보다가 근처에 있는 창으로 제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하네다에게 몇 번이고 걷어 차였는데도 그새 얼굴은 자잘한 멍을 제외하고는 원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누가 보면 성형이라도 한줄 알겠군."

서우는 느리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들이켰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부근이 뻐근하고 까끌까끌한 느낌이 드는 것이 영 좋지가 않다. 목 부근을 만져보자 호스 같은 것도 달려 있고, 팔에는 여전히 이것저것 꽂혀 있는 것이 많았다. 아마 제가 기절해 있는 동안 이것들이 제 생명을 유지시켜 주었으리라.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누가 저를 여기로 데려오고, 이렇게 치료를 해주었느냐... 인데. 서우가 그것을 생각하며 이곳저곳 돌아보는 찰나, 병실문이 열렸다. 

"!"

서우가 절로 긴장하며 그 문을 쳐다보는 찰나, 거기에서 아주 작고 귀여운 여성이 두더지마냥  톡-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눈을 크게 뜨고 말 그대로 활짝, 웃었다. 낮은 익은데 기억은 안 나고... 그 대신 너무 순진무구한 얼굴이 그리 웃으니 서우는 당황부터 하고 말았다.

"뭐, 뭐야..? 당신은......."

"아앗, 깨어나셨군요! 사쿠라가 2주 동안 내내 간호했답니다!"

"...?!"

"이.. 이럴 때가 아니야! 어서 의사, 의사를 불러야 해!"

뭐야, 이 년은.

서우는 일어나자마자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고통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제 옆에서 왕방울만한 눈을 반짝이며 웃는 여자를 보니 이게 뭔가 싶었다. 그러더니 벨을 열심히 눌렀고, 얼마가지 않아 의사들[?]이 안으로 들어와 서우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여긴 아직도 아프십니까? 손가락 좀 움직여 주세요."

"....."

"배는 좀 괜찮으십니까? 누르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저린데요."

이상하긴 했지만 일단 이들이 저를 해치려는 건 아닌 것 같고 되려 저를 치료해 주었으니 서우는 일단 염전히 그 말을 따랐다. 온몸이 아파서 괜히 힘을 쓰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고.

이후 의사가 나간 뒤, 방에는 여자와 서우 둘만이 남게 되었다. 능력자인 것 같지는 않지만 눈 감기 전 한번 격하게 발렸던 서우였기에 나름 그녀를 경계하려 했다. 하지만 상대는 서우가 깨어난 것이 너무 기뻐 미치겠다는 듯 자리에서 통통 튀기까지 해서 경계하기가 꽤나 힘들었다. 서우는 일단 그녀, 사쿠라에게 말을 걸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여긴... 그리고 그쪽은."

"아아아.. 저 기억 못하세요? 저, 저는.... 아, 여기는 도쿄구요. 저희쪽 신도가 서우님을 이곳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서우님은 2주 내내 의식불명이셨구요!"

"...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신도? 도쿄?.. 도쿄인 것은 아무래도 좋았지만 사쿠라가 자신을 가리키며 자길 기억하지 못하느냐고 묻는 것이 신경쓰였다. 낮은 익긴하는데 대체 어디에서.... 곰곰히 생각하던 서우는 도쿄에서 만났던, 얼떨결에 구해준 것이 되었던 사이비 종교를 떠올렸다. 그리고 저를 교주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하던...

"허."

살짝 기가 막혀서 서우는 탄식 같은 숨을 내쉬다가, 저를 보며 눈을 빛내고 있던 사쿠라를 쳐다 보았다. 

"헨타이센빠이..? 정말....... 날 교주라고 생각 한다구요?"

"예에! 서우님에게서 헨타이센빠이님의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어요, 제 감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답니다. 그날 헨타이님이 말해주셨어요, 귀인을 만날 거라구...!"

"..........."

대체 그 헨타이센빠이는 뭐길래, 자기에게서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는 건가? 서우는 왠지 알 것도 같았지만 [헨타이=변태, 센빠이=선배] 딱히 떠오르지 않아 절레절레 고개를 젓고는 사쿠라를 내려다 보았다.

사쿠라는 눈이 크고 앞니가 좀 튀어나온 전형적인 일본형 얼굴이었는데, 되려 그 튀어나온 앞니와 과하지 않게 삐져나온 덧니가 매력적인 상이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다른 신도들도 기뻐할 겁니다!"

만약 다른 때라면 서우는 자신이 교주인 종교고 뭐고 귀찮으니 집어 던지거나 사이비 종교가 예의 그러하듯 젖절하게 자기 취향인 여자와 붙어 먹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이 종교는 자신을 구했다. 

구할 정도의 능력이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설명 좀 해줄래요?"

"어떤 걸 설명해 드릴까요!"

"헨타이센빠이에 대한 것 전부."

"예!"

사쿠라는 이내 밖으로 나가더니 이것저것 많은 자료를 가져와 늘어놓기 시작했다.

서우가 뉴스에서 얼핏 봤던 대로 정부의 고위관리가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정부에서 일하거나 방송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입이 꽤나 있었으며 신도 수도 상당했다. 그것이 서우에게는 몹시도 유용한 점이었다. 거기에 군에서 군인이나 혹은 후방에서 일하는 사람도 꽤나 있어서, 서우의 정보를 입수하고 사람을 보내 서우를 구해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사쿠라가 서우를 구해온 군인들을 밤이 되었을 즈음에 불러와, 서우는 둘에게서 자신이 쓰러진 후의 상황을 들었다. 유우리와 하네다는 도쿄에 있으며, 그들의 눈을 피해 서우를 겨우 데려올 수 있어 다른 것은 얼마 알지 못한다. 그리고 에리와 츠부미는 그 둘을 따라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 말고 에리와 츠부미에 대한 일은 모르는 겁니까?"

"예?.... 아뇨, 서우님만을 겨우 구해와서........... 거기에 두 명에 대해서는 극비로 처리되어 저희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무심코 서우는 둘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에 분노를 표출할 뻔했지만 이성으로 그것을 꾹꾹 눌러 담았다. 생명의 은인이어서가 아니었다. 지금의 이런 상황은, 뜬금없고 예상치 못했지만 자신의 든든한 지원군이었기 떄문이었다.

그저 습격 당하던 이들을 얼떨결에 구해준 것이 된 것치고는 너무나도 큰 보상, 이것은 천운에도 가까웠다. 

에리가 납치당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 졌다는 것에 대한 분함... 그리고 천운에 대한 기쁨.

서우는 복합적으로 속에서 꿈틀거리는 여러 감정을 꾹꾹 누르며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저를 보며 아직도 눈을 빛내고 있는 사쿠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 대신 이제 이름은 좀 바꾸는 게 좋겠네요, 헨타이센빠이..."

"네?"

...종교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지가 않았던 탓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 사쿠라는 크게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고, 서우는 잠시 깜빡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앗차, 이 인간들의 신 이름이었지.'

서우는 말을 삼키고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짐승."

"예..? 짐승이요?"

"그렇게 바꿔요, 아.... 헨타이센빠이님께서 제게 그런 말씀을 내리셨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모두가 부르는 것은 좋지만 너무 쉽게 부르는 것이.. 어, 노여우시다고 하시는군요."

"세상에......예! 알겠습니다!"

도쿄, 아키오가 있던 마을에서도 생각했지만 왜 사람들이 이렇게 제 거짓말에 쉭쉭 넘어가는 것일까. 이런 재능이 있는줄 알았다면 한국에서 사기나 칠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서우는 사쿠라가 말해주는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여기에도 지점이 있고 최근에는 다른 작은 종교들을 저희쪽 사람들을 파견해서 이쪽으로 끌어들이구 있어요. 또 그리고....."

사쿠라는 사이비 종교를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 치고는 너무나도 밝은 모습이었다. 하는 말의 내용이나 어조, 우아한 발음에서 그녀가 무척이나 똑똑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습관처럼 웃는 것 같아서 주변이 절로 밝아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기 저기, 또 궁금하신 건 없으세요?"

그 덕에 서우 또한 저절로 기분이 나아지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속내는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 굴욕, 그리고 무엇 보다 에리와 츠부미가 그들에게 끌려간 것을 생각하니 이가 절로 갈릴 정도였다. 차라리 하네다와 싸우지 말고 도망이라도 쳤다면.. 그랬다면 적어도 에리는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서우는 입술을 질끈 깨물다가, 문득 옆에서 느껴지는 타오르는 듯한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

"와아, 그 표정 너무 멋지세요....우와아아....."

"예?"

"말 놓으셔도 돼요! 아니 놓아주세요, 서우님!"

".....반말쓰는 게 어색해서."

눈을 번쩍번쩍 빛내는 사쿠라는 두 손을 꼬옥 맞잡고 서우가 무슨 말을 하든 좋다고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서우는 그 모습에 내심 크게 당황하면서 옆에 있던 목발을 짚었다.

"엇, 걸으시려구요?"

"2주 동안 누워 있었다고 했었나...? 그래서 그런지 몸이 쑤시네요, 좀 움직여야 겠어요."

그래야 빨리 나을 것 같은 기분이니까. 아니, 조금이라도 빨리 나아야만 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유우리의 얼굴을 떠올리며 서우는 이를 바득, 갈았다.

============================ 작품 후기 ============================

현재 4참 중.

현재 정산금액은 44---

받은 쿠폰은 250

오늘 안에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4참이라 44인가 5참을 하면 55가 되는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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