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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백탁의 조교.
눈을 뜬 이후부터 서우는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어떻게 그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려 하냐고 의사들은 혀를 내둘렀지만 서우는 낮에 부지런히 운동을 하면서 다시 몸을 회복하는 것에 힘썼고, 그렇게 3일 정도가 지나자 서우는 목발을 짚지 않고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서우님의 팔다리는 끊어지기 일보직전이어서 절단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거든요. 게다가 목도 보면 아시겠지만 뭔가에 찔리셨습니다. 창 같은 것 같은데..."
의사는 이어 장기가 성한 것이 하나 없었고, 탈장이 일어난데다 과다출혈 또한 극심했다고 말했다. 거기에 나고야에서 도쿄까지 이송하는 동안 몸 이곳저곳이 세균에 감염된데다 온몸의 뼈도 성한 것을 찾아내기가 힘들 정도여서, 처음 보았을 때는 피로 떡진 거즈를 모아둔 것처럼 보였다고 말하며 이제 거진 다 나아가는 배에 약을 발라주었다.
하긴, 유우리가 이래서는 실험할 가치가 없다며 저를 그냥 좀비 밥으로 줘 버리라 했을 정도이니.. 의사는 이렇게 된 것이 신기한 일이라고, 능력자에 대한 경외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금방이라도 쇼크로 서우님의 심장이 멎을 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나고야 지부에 도착해 수혈을 하면서 소독하고 수술에 들어가려 하니 갑자기 빠르게 회복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더군요. 정말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 덕에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지요."
"......."
그건 서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말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기 배를 내려다 보던 서우는 그 투명한 촉수가 제 배를 사정없이 꿰뚫은 것을 떠올렸다.
"하마터면 내장으로 촉수물 찍을 뻔했군."
꿈틀거리는 촉수의 감촉을 생각하며 서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말인지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년을 잡을 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뚫려줄 수 있지."
의사가 나간 후 아무도 없는 병실에서 서우는 이를 부득, 갈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도륙내줄 것이다. 울부짖으며 에리가 있는 곳을 불도록 해주겠다. 분노에 눈앞이 시뻘개지는 것을 가라앉히면서 서우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낮에도 의사가 말릴 정도로 오버트레이닝을 했으니 적어도 저녁에는 충분히 쉬어주어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나가 체력적으로는 완벽하게 회복을 해서, 와이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몸은 빠르게 회복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병실에서 나오게 되자, 사쿠라는 서우가 머물 곳을 기꺼이 마련해 주었다. 교단 내에 있는 최상층의 방이었다.
"...하....."
호화롭게 꾸며져 있는 최상층의 방, 정말인지 초호화 그 자체여서 서우는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밖에서는 좀비사태가 일어났고, 부랑자들 천지가 되어 있는데...... 아아, 사는 놈은 그냥 평소대로 사는구나. 사이비 종교가 돈 버는데는 진리라더니 과연 그렇군. 서우는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곳으로 오는 길에는 사쿠라와 함께 신도들이 양 옆으로 쭉 나열되어 있는 곳을 지나왔는데, 무엇에 그리 환호하는 것인지 서우를 보자마자 환호하기 시작하는 둥 난리도 아니였다. 감각이 지나치게 뛰어난 탓에 더욱 더 크게 울리는 소리.. 서우는 아직도 귓가에서 웅웅 울리는 소리를 떨쳐내며 일단 자리에 앉고, 사쿠라가 보내준 사람에게서 유우리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서우의 명령에 따라 에리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 사쿠라가 애를 썼지만, 에리에 대한 정보는 그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말 그대로 극비여서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에다 유우리, 거주지는 도쿄 중심가에 있다고만 밝혀져 있지 자세한 건 그 측근들만이 알고 있습니다."
"그 측근들만..? 그 측근의 범위가 어디까지죠?"
"옆에서 바로 수행하는 비서, 그리고 교대하며 그녀를 집까지 경호하는 군인들입니다."
..군인인가. 서우는 교단의 사람들 중에 군인도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쪽은 제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유리했지만 적은 다수였고 이쪽은 서포트 해주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만 직접 나서는 것은 자신 혼자였다.
기회는 한 번이다. 그 한 번에 제대로 끝내야 했다. 절대로 흥분하지 말고 신중히...... 그때처럼 하네다가 나타난 것, 자신과 대등한 강자가 나타났다는 것에 흥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뛰었다가는 그때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날만 해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었다. 하네다가 혼자 왔을 리 없다는 사실 정도는..!
서우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까지 모두 유우리에 대한 분노로 변환시켰다. 반드시, 반드시 사로잡겠다..! 그렇게 하나하나, 밑에서부터 준비해 오던 서우는 드디어 기회를 잡아가고 있었다. 교원 중 한 명을 대신하여 군인으로 잠입할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서우는 전투 당시 자신이 느꼈던 것을 떠올렸다.
100퍼센트는 아니어도 80퍼센트 이상은 확실했다. 유우리는 시각을 차단 당하면 촉수를 사용하지 못한다. 그 촉수 자체가 완벽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하네다의 약점이 담배연기였다면 유우리의 약점은 시각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그것에 집중하여, 서우는 사쿠라에게 최루액을 준비해줄 것을 부탁했다.
"어떤 모양의 케이스가 필요하세요?"
"분사력이 강하고 휴대하기 편한 것으로요."
"알겠습니다!"
이내 사쿠라는 상당히 쓸만한 최루액이 들어 있는 스프레이를 준비했다. 서우는 잠시 그것을 보다가 위력을 실감하기 위해 제 눈에 직접 뿌렸다.
"으하... 미친.....!"
사실은 밖으로 나가서 거지든, 도쿄에 끓어 넘치는 양아치든 한 명을 잡고 실험해도 좋았지만 이왕 하는 거 능력자인 자신의 몸에 해 보고 유우리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 바로 앞에서 뿌렸을 때, 서우는 거의 5분 동안 눈을 뜨지 못하고 괴로워 하다가 겨우겨우 눈을 뜰 수가 있었다. 위력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유우리가 괴로워 하는 동안 제압해서, 거기에서 바로 납치할 수만 있다면....
서우의 목적은 유우리를 당장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죽음보다 더 괴로운 굴욕을, 그리고 그 전에 에리가 있는 곳을 알아내는 것이 목적이였다. 그래서 서우는 유우리를 반드시 산 채로 납치해야만 했다. 그 다음 서우가 준비한 것은 테이저 건이었다.
테이저 건은 5만 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기총으로 주로 시위 진압용에 사용되었다. 하지만 크기가 꽤나 커서 휴대하기는 그닥 좋지 않았다. 하지만 테이져건에서 나오는 탐침에 맞으면 중추신경계가 마비되고,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었고,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어 능력자 정도의 괴물을 잡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오히려 몇 번은 쏴야할지도? 상대는 자기와 동등한, 아니 자신 이상의 괴물이었다.
서우는 빠르게, 하지만 너무 서두르지는 않고 완벽하게 준비를 맞춰가며 알 수 있는 한에서 유우리의 모든 동선과 스케줄을 전해 들었다. 자신이 직접 유우리의 근처에 갈 수는 없었다. 서우가 능력자를 감지하는 만큼, 그녀 또한 그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다 유우리의 오늘 일정은 늘 군부 내에 있다가 잠시 밖으로 나와 그 근처에 있는 병원에 가서 하네다를 만나고 곧바로 귀가하는 것이었습니다. 3일 후에는 스즈키의 조에도 차례가 온다고 합니다."
그러니 직접 나서지는 않고 신도들에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서우는 사쿠라와 함께 집회에도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집회에서 그다지 서우가 하는 말은 없었다. 사쿠라는 타고난 언변가였고, 서우조차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어질해지며 눈앞이 황홀해지는 것 같았다.
'이건 내가 중딩 때 옆집에 살던 형이 나한테 교회 다니라고 설득할 때의 그.....'
딱히 그것을 노리는 것 같지는 않고, 사쿠라의 경우에는 거의 하늘이 준 재능에 가까웠다.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그냥 본능적으로 그것을 아는 것 같았다.
좀비 사태에 대한 사람의 불안감을 적절히 이용하여, 거기에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나에게 기대라- 그럼 길이 열릴 것이라는 식으로 사람들을 사로 잡았고 그런 사쿠라를 보며 옆에 있기만 해도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어느 새 바뀐 종교의 이름, 헨타이 센빠이에서 짐승[케모노]으로 바뀐 그것을 목이 터져라 외쳐대며 엉엉 울기까지 하며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케모노! 케모노! 우어어어어어!"
"우리를 구원해 주소서!!!!!"
"헨타이센빠이이이이이이!!"
.....왠지 한국에서 종교를 까는 동영상에서 많이 본 느낌이라고 할까.
'...서양 사람들도 이러나?..... 아니면 동양 광신도의 종특인가.'
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질린다는 듯한 표정을 애써 숨긴 채 그 광경을 보다가, 새롭게 받은 핸드폰으로 달력으로 달력을 보았다.
이제 내일이다. 내일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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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시에 업뎃함니당.
투베가구싶네요, 젠장.
서퀴벌레 별명 감사합니다. 글쓰다가 웃겨죽는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