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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백탁의 조교.

유우리는 아침에 언제나와 같이 쏟아지는 서류들을 정리하다가, 무사히 하네다가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하네다는 심각한 부상을 입어 상당히 힘들어 했고, 그 이후 내내 입원해 있었는데 다행이 능력자 특유의 치유력으로 빠르게 회복된 듯 싶었다.

"다행이군, 그래서 현장 복귀는 언제 한다고 하던가?"

"내일부터 바로 복귀하시겠다고 합니다."

"역시나 성실하군... 알았으니 이만 나가 보아. 아, 가는 길에 비서에게 하네다에게 괜찮은 선물이라도 하나 골라서 보내라고 말도 전해주고."

"알겠습니다, 그럼."

뒤돌아 나가는 사람을 보다가 유우리는 고개를 돌렸다. 하네다가 다시 복귀한다면, 그녀가 쉬는 동안 잠시 주춤했던 일이 더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었다. 유우리는 그에 따른 계획을 다시금 세웠다.

오후에는 이번에 서우를 제거한 일과 무시히메인 에리를 다시 안전히 회수했다는 성과로 자신의 입지가 더욱 커졌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편지를 받았다. 거기에 따른 포상도 차후 지급할 것이라고 편지에 쓰여 있는 것을 보며 유우리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렇게 모든 일은 순탄하게, 유우리의 예상대로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유우리는 어느 순간 펜을 세게 쥐고 저도 모르게 종이를 긁으며 가슴을 짓누르는 불쾌한 기분에 입술을 실룩였다.

"...아무런 일도 없는데 기분이 왜 이렇게 이상하지.....?"

"네?"

"아니, 그냥 혼잣말이니 신경쓰지 마."

"아.. 예....."

당황하며 다시 제 할일을 하는 비서관을 보고 유우리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어 드렸다. 정말인지 불쾌한 기분.... 결국 펜을 내려놓은 유우리는 다리를 꼰 채로 창 밖을 내다 보며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 바깥에 보이는 높은 건물들은 죄다 회색, 그래서 거리는 밝은 색 하나 없는 무채색이었지만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맑아, 둘이 확실하게 대조가 되는 참 묘한 날이었다.

'대체 왜 이런 거지......'

헌재 유우리가 있는 곳은 정부에서 유우리가 2 능력자로서 인정 받게 되었을 때 개인적으로 사용하라고 정부에서 준 초고층 빌딩이었다. 능력자인 자신을 누가 지켜주겠나 싶었지만 밑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쫘악 깔려 있었으며 보안 또한 철저했다. 그렇게 자신은 안전하다. 스스로가 강하고 자신을 호위하는 부대 또한 있다. 

그런데... 엊그제부터 시작해서 술렁이기 시작한 마음은 쉽사리 가라앉지를 않았다. 불쾌하기도 하고, 혐오에 가까운 불편한 기분도 들고 조금은... 아주 조금은........

     

"......."

서우의 눈빛이 떠올랐다. 제가 목을 뚫기 전까지 노려보고 있던 그 얼굴, 피투성이가 되어 속눈썹까지 피가 질척하게 묻어나 제대로 눈을 뜰 수도 없으면서도 그렇게 핏발이 선 눈으로 저를 올려다 보고 있던 짐승의 눈.. 거칠게 귀에서 들려오는 녀석의 숨소리. 

하지만 이미 녀석은 죽었다. 그 정도의 중상을 입고 살아날 리가 없었다.

하네다가 중상을 입은 것을 보고, 예상 외로 녀석이 강한 것을 보며 봐주지 않고 상대했더니, 실험에 제대로 견딜 수도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지지 않았던가.

유우리는 전직 부검의였기에 사람의 신체에 대해서는 이미 통달한 유우리는 서우를 공격할 때 급소만을 정확하게 찌르며 공격했고, 그렇기에 서우가 살아날 가능성은 0% 수렴했다. 운 좋게 숨이 붙어 있었다고 해도  돌연변이나 좀비에게 뜯어 먹혔다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래야 했다. 그것이 마땅했다. 그것이 맞을 것이다. 자신이 틀릴 리가 없었다!

유우리는 불쾌한 기분을 누르며 앞에 있는 서류를 훑어 보았다. 주로 실험실에서 올라온 보고서가 많았고, 저번에 실험실로 들어간 좀비가 거의 사멸했으니 좀비를 더 보내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일본은 좀비로 하여금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실험 뿐만이 아니라 의료 실험 또한 진행하여, 좀비 사태 이후 자국 의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으로 보면 좀비는 죽여도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고 잔인하다고 말하지 않는 최고의 재료였다. 유우리는 그 서류를 승인하며 가까운 시일 내에 좀비 포획에 나서자고 비서에게 말한 후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유우리의 하루는 이처럼 칼로 잰 듯 정확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프라이드 높은 그녀는 자신이 일정 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가지는 것이나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으며, 게으름은 혐오할 정도였다. 거기에 모든 것은 딱딱 떨어지게 들어 맞고 자기의 의도대로 흘러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기에, 오늘도 유우리는 10분 이상의 쉬는 시간을 가지지 않고서 수 많은 일을 끝내려 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계속해서 그 불쾌함이 마음속에서 꿈틀 거리고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아서, 짐작이 가서 유우리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그것을 부정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후우......"

유우리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몸을 뒤로 젖혔다. 완전히 누울 수 있을 정도까지 뒤로 넘어가는 최고급 의자 위에서 유우리의 긴 머리카락이 길게 흩어졌다. 오늘은 평소처럼 높게 올려 묶지 않고 풀었는데, 지금 마음이 왠지 모르게 복잡하다 보니 그것마저 신경이 쓰여 유우리는 신경질적으로 자기 머리를 위로 묶었다.

          

다행이 그런 와중에도 일은 착실히 해결해, 그날 일곱 시. 유우리는 평소와 같이 퇴근하려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탔다. 그렇게 그녀가 중앙에 있는 차에 올라타면 앞에 있는 차와 뒤에 있는 차가 유우리와 함께 그녀의 집까지 동행했다. 그런데..

"앞에 차가 안 움직이는데?"

"예?.... 왜 저러지? 아, 가는군요."

"........"

조금 느리게 움직이는 차를 보며 유우리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유우리는 눈을 감고 집까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유우리의 집은 도시 외곽에 있었고 건물에서 20분 정도 걸렸다.

15분 정도 차에 타고 있을 떄에, 언제나처럼 앞에 있는 차가 먼저 앞으로 향했다. 먼저 가서 유우리가 온다는 것을 알리며 미리 준비를 하기 떄문이었다. 그렇게 앞에 있는 차가 먼저 가고.. 이후 유우리가 탄 차가 도착했다. 하지만 유우리는 왠지 모를 긴장감에 쉽사리 차에서 내리질 못했다.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유우리님?"

"어?"

"어디 안 좋으십니까? 아침부터 안색이 많이 안 좋으시던데......"

그 말에 유우리는 세게 자기 입술을 깨물었다. 자기가 내내 숨기고 있던 것을 확 들춰내는 기분이라니, 자신이 결국 '서우' 그 녀석이 살아 있을까 불안해 한다는 것을 들킨 것처럼 기분이 나빠, 유우리는 옆에 앉아 있던 비서를 노려보다가 신경질 적으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읏?!"

눈 바로 앞에 무언가가 뿌려졌다. 그것 한 번으로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는데, 연달아 눈앞에서 그것이 터지자 유우리는 눈을 감싸쥐며 비명을 지르다가, 배에 정확하게 서우의 니킥이 먹혀들자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순간에 이미 서우는 와이어로 비서와 운전수의 숨을 끊어 버렸고, 뒷 차에 타고 있던 군인들이 튀어나오자 서우는 제대로 능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유우리의 목을 잡고 일으켰다.

"안녕? 에다 유우리."

"크...으으....?!"

이 목소리, 이 목소리는 분명.....! 하지만 그런 생각도 얼마가지 못했다. 서우는 유우리를 방패막이로 쓰며 군인들을 향해 내밀었다. 그러자 군인들을 결코 서우를 향해 총을 발사하지 못했고,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유... 유우리님....! 크윽!"

"윽!"

그 틈을 노려 서우는 바로 그들의 머리를 와이어로 꿰뚫어 버렸다. 전보다 훨씬 깔끔하고 예리해진 서우의 와이어가 그들의 머리를 반으로 갈라 버리자, 피가 분수처럼 솟음과 동시에.... 이제 유우리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유우리 또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해도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꼈다.

"후......"

잠시 만족스레, 그 장면을 보던 서우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앞 차에서 시체를 꺼내 밖으로 던졌다. 이미 서우는 앞 차에 탔을 때 운전수를 제외한 전원을 죽이고, 그 차를 탈취해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 그럼 드라이브 준비가 다 되었군."

서우는 느긋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냥감을 천천히 몰아가듯 아직까지 앞이 보이지 않아 눈을 감싸쥐며 버둥이고 있는 유우리를 끌어당겨, 제 가까이로 가져갔다. 그 순간 반항하는 유우리의 악력도 상당했지만, 아무래도 남녀의 차로 서우가 좀 더 우세했다.

"네.... 네 녀석...! 어떻게.."

"난 사실 서퀴벌레거든, 그 정도로는 안 죽어서 말이야..!"

"큭!"

유우리는 다시금 다른 감각에 의존해 반항을 하려 했지만 시각이 차단 당한 그녀가 서우를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일반인이라면 다른 감각으로, 난투극을 벌여서라도 이길 수 있었겠지만 능력자인데다가 시각이 온전한 서우를 이길 수 있을 리가, 결국 그 반항은 서우가 유우리의 손을 와이어로, 그녀가 그랬듯이 꿰뚫는 것과 동시에 끝났다. 

"반항하면 여기서 한쪽 손 정도는 잘라버리고 갈 줄 알아."

"...!"

"너랑은 할 일이 많으니까 왠만하면 여기서 힘빼기 싫단 말이지.. 그러니 네 집에서 네 경호원이 나오기 전에 빨리 가자구, 추격자들을 적당히 따돌려야 하니까 드라이브도 꽤 해야할 거야."

"뭐...?! 윽...!"

서우가 유우리를 잡아 일으키는 순간 그녀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온몸에 전기가 올라 악- 하는 소리도 제대로 낼 수가 없었고, 다음 순간 다시금 똑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두 발 가지고는 어림도 없나?"

"크하...아앗!"

"그럼 한 발 더."

서우는 테이저 건으로 유우리를 기절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유우리의 신체능력이 되려 독이 되어 이미 세 발을 맞았는데도 정신을 놓지 못하고 끔찍하게 괴로워 하게 만들고 있었다.

"크흐윽...!..... 우.........."

결국 다섯 발을 맞았을 때야 유우리는 거품을 물며 앞으로 쓰러졌고, 서우는 그런 유우리의 눈을 안대로 가린 후, 혹시나 풀릴까 자물쇠로 단단하게 고정했다.

그 다음에는 준비한 수갑을 유우리에 손에 채웠고, 마찬가지로 다리에도 그리 한 다음 차 안에 아주 곱게 눕혀 놓아주었다. 유우리는 복수의 대상이자, 동시에 최고의 사냥감이었다. 그러니 반드시 에리가 있는 곳을 불게 해주마, 만약 불지 않는다면 생각도 못할 일을 벌여주지..

서우는 반쯤 벌려져 있는 유우리의 입술을 툭툭 건드리며 씨익 웃었다.

"...지금 실컷 자 둬, 다시 일어나면 정신 없을 테니."

서우가 살아 있을 리 없다, 살아 있을 수가 없다.

이제까지 자신의 계산이 틀린 적은 없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한 커다란 자신감이 독이 되어 유우리의 목을 조르고 커다란 위기에 빠뜨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눈앞에 닥쳐온 불행도 모르고 기절해 눈을 뜰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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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Goksd : 작가가진다에내쿠폰 12장과 손가락을골겟다쫄리면 뒤지시던가 이러면 더많이해주겟지 흐흐흐흐 

열두 장 주시고 천국가시죠, 저의 승리입니다. 후후후후후후. 가서 확인해 보십시오.

+) 연참대전에서 저에게 한쪽 손모가지를 잘리신 노쓰우드님, 한쪽 손으로 글 쓰시는 의지의 노쓰우드님의 내가 이능력자다... 오늘 40kb 연참을 하신다고 합니다. 정말 슈퍼하지 않습니까, 티아라 버금가는 의지로 글을 쓰시는 노쓰우드님의 내가 이능력자다를 슈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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