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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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부미

하네다는 한참 뒤에야 겨우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표면적으로의 평정심에 가까웠지만 하네다는 그것을 찾기까지 엄청난 공과 시간을 들여야 했다. 일단 하네다는 그 사진을 철저히 숨겼다. 

자신마저 치욕스러워 지는 듯한 기분을 참으며 살펴본 그 사진에는, 딱히 증거가 될 만한 것이 없었다. 일단 하네다는 그것을 숨기고 마음을 다스린 뒤, 자신이 던졌던 기계로 다가갔다. 벽에 세게 던지기는 했지만 완전히 부숴지지는 않아서, 일단 하네다는 그것을 증거로 삼을까 하다가 결국 그러지 못했다.

차라리 다른 사진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 안에 녹음된 음성은....

"후......"

하네다는 낮게 신음하며 눈을 감았다 떴다. 안 돼, 지금 무너져서는 안 돼... 이를 악물고서 하네다는 밖에 대기하고 있는 자기 비서를 불렀다.

"1 능력자님을 제외하고 다른 능력자들 전원에게 연락을 넣어줘, 지금 당장."

"전원에게요..? 알겠습니다."

"꼭 전해, 유우리님을 납치한 녀석을 찾았다고..... 그 녀석은 무시히메, 에리의 탈환을 노리고 있어."

*

서우는 하네다에게 그런 협박성의 사진을 보냈지만, 사실 지금 바로 하네다를 어찌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서우는 하네다에게는 그다지 큰 원한이 없었다. 아무래도 저와 싸울 때 하네다는 거의 반죽음 상태까지 갔었고, 일방적으로 당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서우는 그때도 사실 즐기면서 미쳐 날뛰는 기분이었다. 그런 탓에 결국 그런 결과를 불러오고는 말았지만..

그럼에도 하네다에게 유우리의 사진을 보낸 것은, 유우리가 줄줄 설명해준 하네다에 대한 정보와 자신이 따로 조사한 하네다에 대한 정보로 볼 때, 유우리가 범해지는 사진을 보낸다면 차마 그녀는 그 사진을 공개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일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과연 그 예상이 맞았는지, 일본 정부의 반응은 크게 변함이 없었다. 

 뭐 어쨌든, 서우는 지금 당장 유우리를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에리의 구출이었고, 복수의 대상도 하네다라기 보다는 유우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대상이었던 유우리도 지금은 자신의 충실한 개가 되어 있었다. 하루 정도 에리를 구출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유우리는 서우의 기분을 맞추겠다고 기어와서 자기 발 밑에 엎드리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마지막 날의 일이 그녀의 머리속에 완벽하게 치욕과 복종이라는 낙인을 찍은 것 같았다.

 이제와서 완전히 제 것이 된 것을 타인의 눈에 보여주었던 적이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조금 아까워지기도 했지만, 그것 덕에 확실히 교육이 되었으니 서우는 좋다고 생각하며 유우리가 설명해준 연구소의 내부와, 신도들이 알아온 연구소의 외부 모습을 보았다.

 유우리가 길이 들었다고는 하나, 그리고 완벽하게 복종하고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걸 제대로 확인한 적이 없기에 아직까지 서우의 마음속에서는 약간의 의심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엄밀하게 따지면 서우의 힘은 정면으로 싸웠을 때 유우리 보다 강하지 않았다. 그러니 언제라도 목이 물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유우리를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때 같은 일은 쓸데없이 다시는 겪고 싶지 않군.'

사육하는 개의 충성심을 확인하고 확실하게 복종이 되었다고 생각할 때 사용하자, 서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혼자 움직일 계획을 짰다. 어차피 신도들을 데려간다고 해도 잡히면 거슬리기만 할 뿐이었으니까, 다른 때에 그랬던 것처럼.

'차라리 장비를 더 좋은 것으로 챙기고 말지..'

서우는 한숨을 쉬며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았다. 유우리의 말로는 그 주변에는 철통 같은 보안이 되어 있어, 바로 CCTV로 모든 장면이 찍히고, 그걸 24시간 감시하는데다 대기 무장병력이 500이 넘는 숫자라고 하였다. 그러니 정면으로 뚫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서우가 생각한 것은 공중으로 잠복해서 그나마 감시가 허술한 새벽에 침투하는 것인데.. 이것도 걱정이 되는 것이, 혼자 빠져나온다면 몰라도 에리를 데리고 빠져나올 수 있을까? 였다.

.........아예 흔적을 없애기 위해 그쪽에서 폭탄을 터뜨린다거나 한다면... 서우는 어렵기는 해도 그쪽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자료를 살펴 보았다. 하지만 에리의 생각이 드니 마음이 무거웠다.

"에리..."

대체 에리는 어쩌고 있는 것일까. 서우는 후지야마가 말했던 떠올렸다. 에리는 좀비를 끌어들이고, 좀비에게 공격받지 않는... 어찌 보면 능력자라고 봐도 좋은 존재였다. 아마 좀비를 먹는 이유도 그와 연관이 있겠지, 유우리에게 물어본 바로는 후지야마가 서우가 자기 집에 있다고 신고를 했다고 한다. 후지야마는 분명, 에리가 자신과 아는 사이라고 하자 저를 노리고 츠부미를 시켜 그 집으로 유인한 것이겠지.

'...후지야마, 네 놈은 찾기만 하면 발목부터 자르고 시작해주마.'

서우는 무심코 이를 바득바득 갈다가 한숨을 내쉬고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 흥분해도 되는 것은 없다. 예전에는 무턱대고 움직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유우리를 잡았던 때처럼, 아니 그때보다 훨씬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바빠서 다른 일을 살피지는 못하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사쿠라는 큰 힘이 되었다. 그거 한번 도와준 것치고는 사쿠라는 정말 커다란 수익이었다.

신도 관리, 지역 관리, 재정 관리, 거기에 최근에는 유우리 관리[?] 까지.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사근사근해서 좋은데, 그것이 유우리의 앞에 가면 여왕님 스타일로 변해서 나름대로 서우에게 그 점이 매력적으로 비췄다. 

필드에서 토끼 잡다가 전설의 아이템을 얻은 격이랄까. 여러 문제가 겹쳐 만나지 못하는 아키오도 섬세하게 신경을 써주는 것을 보니 이제는 되려 그녀의 존재가 고마울 정도였다.

그러니, 그것에 나름대로의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서우는 교주로서 하는 일에 나름대로 책임감 비슷한 것을 가져 보려 했다. 원체 막 살아서 가진다고 해봤자 다른 사람 눈에는 티도 나지 않겠지만, 서우 자신에게는 나름대로 굉장한 일이었다.

다른 사람은 다 눈치채지 못했지만 서우는 그리 생각하며, 여러 가지 일을 병행했다. 짐승은 현재 일본 정부가 쥐 잡듯이 찾고 있을 것이 뻔하니 최대한 신도들에게 얌전히 있을 것을 명령하고, 그 사이에 세력이 침범 당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을 중요시 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짐승은 완전히 잠적하며 군의 사정을 옅보았다. 하네다에게 보낸 사진과 음성, 과연 공개적으로 알려지거나 사람들에게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능력자들이 속속 도쿄로 모이고 있다는 정보가 들렸고, 사쿠라는 그 시점에 맞추어 서우가 요청했던 물건을 구해 주었다.

수류탄과 특수제작된 폭탄. 수류탄은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서우가 말했던 조건에 정확히 들어 맞는 폭탄은 찾기가 힘들었고, 찾았지만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후자의 경우에는 오사카에 있던 비밀 군사기지가 좀비의 습격으로 인해 마비되었을 때, 유출 되었던 것을 신도들을 통해 비밀스럽게 구하게 되어 결국 서우의 계획을 늦추는 꼴이 되었다. 물론 구하기가 어려웠던 만큼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사쿠라는 무척이나 미안한 기색을 비추었다.

"죄송해요, 서우님은 지금 마음이 급하실 텐데..... 최대한 빨리 구한다고 하긴 했지만....."

"아니, 사쿠라 씨가 노력했을 거 알아요."

"예?....아..... 뭐, 저는...헤헷......"

그 말에 사쿠라는 얼굴을 붉히며 몸을 베베 꼬며 웃었다. 서우는 속으로 짐짓 자기가 이런 말도 할 줄 알았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기 것에는- 그리고 유능하기까지 한 것에는 얼마든지 친절하고 관용을 베풀 이유가 있었다. 사쿠라는 충성스러운데가 유능하기까지 한 좋은 부하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네, 넷!! 열심히 서우님을 보좌하겠습니다!"

유우리의 앞에서는 한 없이 잔혹하고 냉정하면서도 이런 모습은 못 견디게 귀엽다. 서우는 웃어주는 김에 좀 더 잘해주자 싶어, 내친 김에 손까지 뻗었다. 어깨나 두드려줄 생각이었는데 유우리는 서우의 손에 머리를 부비며 헤실헤실 웃음을 터뜨렸다.

....어떤 의미로 보면 정말 아키오 같은 이중성을 가진 여자였다.

"서우님은 정말 헨타이센빠이님의 기운으로 충만하세요....."

아직도 손에 머리를 부비는 채로 사쿠라가 눈만 귀엽게 올려서 헤실, 웃었다. 웃을 때마다 보이는 그녀의 덧니가 귀엽다. 왠지 모르게 건드리고 싶다고 생각하며 서우는 가볍게 어깨를 들썩였다.

"어떻길래요?"

"어 그러니까요. 그러니까아아...."

"?"

"서우님은....크고....."

".....?"

"크고 아름다우세요! 서우님한테는 그런 빛이 나요!"

"......"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왠지 알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며 서우는 마저 사쿠라의 보들보들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사쿠라는 내심 자신을 유혹하는 것 같기도 했고, 원한다면 언제든지 서우의 침대로 뛰어들 듯한 느낌이었지만.... 에리가 무슨 짓을 당하고 있는지 모르는데, 딱히 이유없이 뭔가를 하고 싶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에리는 어떻게 지내는 것일까, 실험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후지야마의 지하실에서 보았던 여자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에리가 그 꼴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피가 바짝바짝 마를 지경이었다. 

물론 그 화는 응당 유우리에게 돌아가야 마땅한 것이었지만..... 이미 어느정도 사육된 개에게 이유없는 매질은 오히려 반감만 사게 하는 것일 뿐, 그닥 필요가 없었다. 개처럼 바닥을 기고 서우의 물건이 없으면 못 산다는 듯 빨고 있는 유우리를 보면 그런 생각도 사라지고..

"으흑..!"

서우는 유우리의 목줄을 잡아 당겼다. 만약 강제로 풀려고 하면 그 즉시 전원을 켰을 때의 수십 배에 달하는 전기가 흘러나와, 아마 유우리는 이것을 풀기도 전에 기절해 버리겠지. 서우는 낄낄 웃으며 테이블 옆에 놓여 있던 사진기를 들었다. 

"유우리 씨, 당신의 역은 뭐죠?"

"에, 에다 유우리는.... 서우님의 정액받이입니다. 아, 암퇘지예요."

유우리의 입 주변은 허여멀건한 액체로 희게 물들어 있었다. 서우는 그 모습을 카메라 너머로 보며 촛점을 맞췄다.

"자, 그럼 그것에 맞춰 웃어야 겠죠? 당신의 친구.. 는 아니고 부하였던 하네다 씨한테 다시 한 번 보낼 거니까, 활짝 웃으세요. 찍습니다.... 하나, 둘."

*

============================ 작품 후기 ============================

3연참씩 하겠다구 했는데 글이 너무 안 써져서 새벽까지 짜내다가 겨우 오늘 편 올렸네요ㅠ_ㅠ;

갑자기 왜 이러나 모르겠습니다, 바로 추스르고 내용 좀 짜서 3, 3 연참 하겠습니다!

이번달 비율금액이 9.5여서 빨리 10만으로 만들고 싶다능. 헉헉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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