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7 / 0198 ----------------------------------------------
츠부미
하네다는 다시금 자신에게 보내진 소포를 보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번에는 사진 한 장이었지만 그것은 다른 사진들보다 더 심한 충격을 하네다에게 안겨주었다. 웃고 있는 유우리라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하네다는 입술을 꽉 깨물며 가까스로 평정을 유지했다.
"약이라도 썼을 거야, 유우리님이... 유우리님이 그럴 리가 없는 걸. 유우리님이신데...."
그렇지 않으면 유우리가 그럴 리가 없다. 겨우 저 한국의 능력자에게 에다 유우리가 굴복할 리가.... 늘 강하고 냉정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고, 한없이 완벽했던 유우리가.. 분명 약을 썼을 것이다. 약을 쓰지 않으면 저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하네다는 다시금 냉정을 되찾았다. 그렇게 일단 그 사진을 서랍에 넣어 숨기는데.. 갑자기 문이 쾅! 하고 열렸다.
"뭐야..?"
"잠시만요! 하네다님은 지금..."
"쓰읍, 괜찮다니까 그러네..... 하네다 누나, 안녕?"
"아, 호타루... 너였구나."
"오사카 휴양지에서 달려왔습니다. 아이구 삭신이야."
그의 이름은 사가와 호타루, 일본의 능력자 중에서 가장 어린 20살이었지만 전투기술이 타고난 것처럼 훌륭했다. 다만 그가 가진 능력은 순간이동에 가깝게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어서, 좀비를 죽이는 것에는 적합했지만 능력자와의 싸움에는 좋지 못하여 계급이 제일 낮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능력자와는 고루 친한 편이었고, 그 중 하네다와는 자주 연락도 주고 받을 정도로 친했기에, 하네다에게 있어서는 든든한 우방이었다.
"그나저나 연락 보고 기겁했어, 이게 무슨 말이야? 유우리님이 정말 납치야...? 정말, 그 사람을?"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아.... 아니, 확실해."
"누군데? 역시 능력자겠지? 증거는 있는 거고?"
"한국의 능력자인 서우야."
"그 놈이 유우리님을 납치해?! 한국 정부가 개입된 거야? 그쪽은 자기들 일만 해도 바쁠 텐데, 북한이 쌀 달라고 꿀꿀대서......"
"그 녀석이 움직이는 이유는 한국 정부랑은 상관 없는 것 같아."
호타루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일단 하네다의 테이블 맞은 편에 앉았다. 그제야 하네다도 자리에 앉아서 천천히 숨을 내쉬고,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겨우 포획한 무시히메, 에리가 있어."
"아... 어, 들어본 것 같아. 내쪽에도 보고서가 왔어."
"녀석은 그걸 노리고 있어. 일단 이것 좀 봐. 그 녀석에 대한 데이터야. "
서우의 능력과 공격 방식 그리고 최대 능력 가동 시간까지 다 적혀 있는 서류였다. 호타루는 그 서류를 차분하게 읽어내렸다.
"..흐음."
"그 녀석은 에리를 탈환할 생각인가봐."
"무시히메를 탈환한다고? 역시 그 녀석 한국 정부에서 보낸 거 아니야?"
하네다는 차분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녀석이 그걸 탈환하려고 하는 이유는 에리랑 연인관계라고 해. 녀석이 있는 곳을 제보한 후지야마가 그러더라, 에리를 위해 좀비까지 썰어다 바칠 정도였다고. 그리고 대피소에 있을 때도 꽤나 친했어, 그때 옆에는 다른 여자를 하나 끼고 있었으면서."
"특이하네, 능력자면 자기 나라에 예쁜 여자들로 하렘 하나 차릴 수 있었을 텐데. 한국은 인구 수가 적어서 그런지 더 적잖아?"
".....그 녀석은 진짜 이상한 녀석이야... 심지어 한국에서도 반쯤은 포기하고 있다고 들었어. 없어지니까 찾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필이면 무시히메랑 눈이 맞는다는 게 신기해서. 어쩄든 그걸 찾으려고 이러고 있다는 거구만.... 아, 이 녀석. 유우리님한테 당한 적 있어?!"
서류를 넘겨보던 호타루가 크게 당황해서는 하네다와 서류를 번갈아 보았다. 하네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아.. 뭐 아니겠지."
"......."
호타루가 짓는 표정의 이유, 하네다는 그 표정의 의미를 알 것만 같아 무심코 손을 세게 쥐었다. 그 변화를 읽고 머쓱해 하던 호타루는 분위기를 전환할 셈으로 다른 이야기 거리를 찾다가, 다시 서류를 읽었다. 그렇게 무거운 침묵이 내려 앉은지 몇 분 정도가 그냥 지났을 때, 호타루는 갑자기 마악-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맞다-"
"뭐야..?"
"있지, 다른 사람들이 없으니까 하는 말인데... 유우리님 말야. 내가 예전에 싸워봤잖아?"
"어, 그건 왜?"
하네다는 호타루와 유우리가 싸웠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유우리의 능력은 투명한 촉수, 호타루의 능력은 순간 이동에 가까운 스피드여서 그는 빠르게 유우리의 공격을 피하면서 근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사실 그때 유우리는 상당히 버거워 했었다. 호타루가 공격력이 없는 능력이라고 해도, 그 속도를 따라잡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물론 결과는 당연히 유우리의 승리였고, 호타루는 다른 능력자들에게도 연속으로 밀리긴 했지만 그 장면은 하네다의 기억에 확실히 남아 있었다.
유우리가 버거워 하는 능력, 그렇기에 하네다가 호타루를 제일 먼저 연락한 것이었다. 서우와 유우리의 능력은 상당히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점이 있었다. 그러니 호타루를 앞세워 공격하면서 뒤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좌한다면? 이건 불 보듯 뻔한 싸움, 이쪽의 승리였다.
"그게 말이야, 혹시 유우리님... 시야가 일시적으로 차단 당하면 촉수를 사용 못 하시는 게 아닐까, 했어. 눈을 깜빡이는 것 정도는 말구..."
"뭐어? 그게 무슨 소리야? 능력을 사용 못하신다고?"
"어, 내가 그때 그 실험소에서 준 나이프 있잖아. 유우리님이 날 촉수로 잡으면 유우리님의 승리였고, 내가 그 접히는 플라스틱 나이프로 유우리님을 찌르면 내가 이기는 거였구... 근데 그때 어쩌다 보니 그걸로 유우리님 눈 근처를 스친 거야."
"...."
"그랬더니 갑자기 촉수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내 생각은 말이야, 혹시 녀석이 그걸 알고서 어떤 방법으로 유우리님의 시야를 차단한 다음, 일을 저지른 게 아닌가 싶어서."
"아....."
...하네다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던 것이었다. 그녀는 능력도 능력이었지만 전투기술이 너무나도 부족했기에 일방적으로 그녀에게 밀렸기 때문이었다. 하네다는 잠시 말을 삼키며 고민했다. 만약 그게 맞다면... 그리고 서우가 저번 전투 때 그것을 눈치채고서 유우리의 시각을 차단했다면? 그랬다면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였다.
"네 말, 확실히 일리가 있어.."
"그렇지? 그렇지 않고는 어떻게 유우리님을, 그것도 근처 건물 하나 부숴지지 않고 끌고 가겠어?"
하네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내심 안도했다. 유우리가 결코 서우에게 능력으로 밀리지 않았다는 것을... 하네다는 느리게 한숨을 쉬고서, 호타루와 몇 마디를 더 나누었다. 이후 비서가 들어와 다른 능력자들이 다 모였다는 이야기를 했고, 하네다는 호타루와 함께 밑으로 내려갔다.
서우는 언제 이쪽을 습격하려고 할지 모른다. 그러니 그에 따른 방어대책을 제대로 세워놓아야 했다.
'녀석이 어디에서 어떻게 올지는 모르지만 그놈은 이쪽에 대해서는 제대로 뭐 하나 아는 게 없을 거야. 앞으로 있는 일은 철저하게 극비에 붙힐 테고, 그 녀석은 에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까.... 여차하면 에리를 미끼로 그 녀석을 끌어내도 되겠군.'
하지만 하네다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라면, 유우리가 자신의 힘을 너무나도 믿은 바람에 서우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여 결과적으로 서우에게 패했던 것처럼, 하네다도 유우리를 너무나 믿은 나머지 그녀가 기밀 사항을 서우에게 말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서우는 디데이를 3일 앞두고 있었다. 이미 준비는 완벽했고, 방법 또한 완벽했다. 그 쪽에서는 서우가 에리가 있는 그 위치를 알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확실히 보안에는 신경쓰고 있었지만 CCTV에도 사각이 꽤나 있어, 군데군데 허술한 점이 많았다. 즉 지상에서의 보안은 신경쓰고 있었지만, 공중에서 습격을 하는 것에는 무방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서우가 아무리 좋은 도약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10층짜리 건물의 위까지 뛰어올라 습격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서우는 한참 그 부분에서 막혀 있었는데, 사쿠라가 좋은 의견을 냈다. 무려 교단의 최상층에는 헬기가 격납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요? 헬기가?"
"예, 물론이죠! 예전에 군사기지가 마비되었을 때 저만의 고유하고 신박한 방법으로 몰래 빼돌렸었답니다. 군의 마크도 그래서 아직 붙어 있어요."
허어- 서우는 저도 모르게 기가 막히다는 듯 숨을 내쉬다가, 사이비 종교가 진짜 돈을 많이 벌기는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빼돌렸다고는 하나 단체로 가서 훔쳐왔을 것 같지는 않고 왠지 뒷돈 주고 얻어왔을 느낌이랄까. 예전에 한국에서 IMF 빚 다 갚아줄 테니 정식 종교로 인정해줘, 라고 정부에 당당하게 요구한 사이비 종교가 있다고 들었었는데- 그게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서우는 진심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아무튼 종교의 버프를 받아[?] 서우는 디데이를 앞당겨 두고서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저와 단신으로 대련할 사람을 찾는 것은 물론 불가능한 일이어서, 서우가 생각한 것은 자신에게 부족한 근력과 순발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근력의 목표는 노스카와였지만, 노스카와는 그 무시무시한 근력이 능력인만큼 그 경지에 이르기는 무리일 것이다. 그러니 다만, 근접전으로 붙었을 때 밀리지 않을만큼의 힘이 필요했다.
서우는 유우리를 납치한 이후부터 잠을 자는 시간마저 줄이며 필사적으로 수련을 하고 있었다. 대련은 불가능 하니 자동으로 빠르게 가시가 달린 공이 발사되는 기계를 여러 개 준비해, 자신을 향해 날아오도록 했다. 그냥 공도 아니고, 가시가 달렸다는 점에서 사쿠라는 무척 걱정했지만 되려 그런 스릴을 즐기는 서우였기에 사쿠라의 반대를 간단하게 눌러 버렸다.
기계가 하나라면 모를까, 여러 개인 만큼 공에 맞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공을 피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럴 때면 서우는 기계를 늘이고, 날아오는 공을 와이어로 베는 숫자를 점차 늘이고 있었다.
그 성과는 이따금, 조심스레 도쿄를 빠져 나가서 벽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돌연변이를 베었을 때 빛을 발휘했다. 예전과 비슷한 돌연변이와의 싸움에서도 서우는 그닥 시간도 걸리지 않고, 별로 공격 당하지도 않은 채 녀석을 제거한 것이다.
"괜찮은데...?"
서우는 돌연변이의 몸에서 튀어, 피로 범벅이 되어 버린 앞머리를 위로 넘겨 올리며 와이어를 거두었다. 그런 서우의 주변에는 돌연변이 시체 투성이, 최근에 돌연변이 시체들이 담 근처에 쌓이는 것을 보며 이상하게 생각은 하겠지만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수상한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서우는 키득키득 웃으며 기지개를 주욱 피고, 저 너머에서 넘실거리며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보았다.
돌연변이의 사체를 밟으며 시작하는, 정말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 작품 후기 ============================
올린 다음 2 분 뒤에 수정하다가 졸려가지고 실수해서 그대로 삭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