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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vs능력자
소라.. 소라. 아카이 소라. 푸른 하늘의 짝퉁 같지만 나름대로 아닌 아카이 소라..
[후아...앙! 자, 잠깐만요..... 그렇게 계속하면...]
[계속하면, 뭐요?]
[가버려, 흐읏... 자꾸 그렇게 만지면.. 히익, 후웅!]
처음에는 왠지 히로인일 것 같다가 어느샌가 공기 이하의 존재감이 되어 버린 소라.... 새삼 소라를 생각하며, 소라와의 달달한 추억을 반추하며 서우는 후우, 한숨을 쉬었다. 소라는 정말 좋은 소라였다.
스타킹을 꼭 입혀 보고 싶어서, 직접 공수해서 입혔을 때는 정말인지... 하아, 서우는 아련해지는 기분으로 하늘[일본어로 하늘=소라]을 올려다 보며 소라를 추억했다. 왠지 밤하늘이 불그스름한 것이 붉은 하늘이라는 소라의 이름, 아카이 소라를 떠올리게 하는 밤이었다. 왠지 모르게 통통 튀는 성격도 귀여웠지. 살짝은 츤데레 같은 부분도 있었고..
"...소라 이름이..... 아, 맞아. 아카이 소라였지."
"..남의 누나 이름은 왜 갑자기 씨부려?"
"뭐?"
왠 누나? 살려고 수 쓰는 건가? 하지만 그래 보이지는 않는 것이, 서우는 호타루의 표정을 좀 더 관찰하려 살짝 몸을 움직이다가 그의 복부를 더 세게 질겅질겅 밟는 꼴이 되었다.
"악, 끄아악!"
"소라가 너희 누나냐?"
"병신, 개새... 아악. 억!"
"야, 비명만 지르지 말고 말해봐. 소라가 너희 누나냐?"
"미친, 놈아, 배.. 배에서 발 떼..으헉."
"어 그래, 뗐으니까 말해봐. 얼굴 조금 동글동글하고, 눈 크고. 안경은 안 쓰고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뭐야?"
호타루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네 놈이 그걸 어떻게 알아?' 라는 글자를 얼굴에 붙혀 놓은 것 같은 모습..... 서우는 결정타를 날렸다.
"흐으음... 그럼 너는 사가와인데 소라는 아카이인 것은 부모님의 이혼 뭐 그런 거겠군? 아아, 그리고 덧붙이자면 사실은 쓰리 헤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머리가 가슴에 달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슴도 크고, 키는 별로 안 큰데 다리도 예쁘고."
"!"
"솔직히 예쁜 얼굴은 아닌데, 그 가슴이랑... 스타킹 신은 다리만 보면.......... 하아."
"너, 뭐... 뭐야?!"
"존나 좋군."
"윽..!"
서우의 말에 호타루가 확, 얼굴을 붉혔다. 서우는 입꼬리를 실룩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렇군. 너 왠지 한 번.. 아니 서너 번 쯔음은 세탁물 안에 놓여 있던 누나의 새하얀 속옷을 보면서.... 하드는 정리했냐?"
"아악, 그만 둬, 악, 악! 아아아악! 개소리 하지 마!"
"맞구만."
"으아아, 너 이 새끼 뭐야! 누나랑 무슨 사이야?!"
"그나저나 소라가 혼혈이었군, 넌 한국인인 아버지 쪽과 한국 가서 좀 살다가 일본에 다시 돌아온 것 같고, 소라는 일본인인 어머니랑 그냥 일본에서만 있었나 보지? 왠지 견적이 나오네....... 뭐, 나로 말하자면 너희 누나한테 스타킹 신기고 이런 짓 저런 짓 좀 한 사이라고 할까."
서우는 말해 놓고서도 호타루의 얼굴을 보며 소라와 남매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긴, 아니면 이렇게 닮을 리가 없지. 이렇게 보니 호타루는 소라에게서 있을 거 없고 없을 거 있고, 거기서 길이만 쭈욱 늘려 놓은 모습이라고 할까? 서우는 일단 날뛰는 호타루를 다시 꾸욱 즈려 밟았다.
"쯧즈, 분명 하드에는 [누나와 함께 H][누나가 좋아!] 같은 이름의 근친상간 망가가 가득할 텐데...."
"아니거든?! 절대 아니라고!"
"후후 그것 참, 하드도 깨끗하게 정리 못하시고 여기서 죽으시면 그것 참 유감이시겠습니다?"
"악, 이 새끼야 다메요!!! 이런 짓은 모오 야메룽다!!"
"호오, 공격력이 상승했군요?"
그래봤자 이미 제대로 치유도 덜 되어서 해파리가 움직이는 것과 같을 뿐. 콰오카왘와코와캉쾅쾅! 다시 발버둥치는 호타루를 꾸욱 밟으면서, 서우는 꽤나 오래간만의 아주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가져 보았다.
왜 하필 이 녀석은 소라의 동생인가. 왜 하필이면 아카이 소라. 아오이 소라, 무라사키 소라도 쿠로이 소라도 아카히 소라도 아가이 소라도 아닌 아카이 소라란 말인가....
"아, 젠장."
소라의 동생이라니, 이건 좀 난감해지는데... 아무리 못 만났다고 해도.. 게다가 마지막에 소라와 헤어질 적에-
'전화 번호 적어 드릴게요...!'
'아, 아. 그런 거면 방금 핸드폰 받았으니까 여기다... 여기다가 저장해요.'
'나중에라도 좋으니까, 꼭... 연락해 주세요.'
'알았어요.'
'꼭이요, 꼭..!'
'꼭 연락해 주셔야 돼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울먹이면서 꼭 연락하라고 했던 소라, 그런데 어쩌다 보니 핸드폰은 잃어 버려서.... 아니, 핸드폰을 가지고 있을 때도 연락하지 못했다. 소라는 눈물을 글썽 거리면서 꼭 연락하라고까지 했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락도 못하고, 게다가 소라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다가 코멘트를 보고...
아니, 호타루의 얼굴을 보고 기억난지라 서우도 나름대로 마음이 좀 좋지 않았다. 게다가 그 소라가 자기를 보고 저주의 소리를 버럭버럭 쏟아낼 것이라고 생각하니,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음이 불편한 것도 있고, 막상 소라가 생각나니, 그 좋은 여자가 제 것이 아니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쓰리달까.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 분명히 유우리를 납치한 것도 이쪽의 일로 계산하고 있을 테니 호타루가 사라진다면 당연히 서우가 죽였다고 생각할 것이 뻔하지 않은가. 서우는 지끈거리는 제 머리를 눌렀다. 머릿속에서 울고 있는 소라의 얼굴이 연상 되었다.
'거, 거짓말... 어떻게.......서우님, 거짓말이죠? 어떻게, 제 동생을..!'
'당신 같은 건 정말 최악이야! 죽어 버려!'
'용서 못해!.. 어떻게, 어떻게 내 동생을....!'
마음이 쓰리다. 아깝다. 아쉽다. 한 번 더, 스타킹을 신은 소라의 다리를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된다니! 아무래도 꽤 붙어다닌 정이 있어, 소라의 눈물을 보면 그날.. 아니 한참은 밤이 뒤숭숭할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끙."
...나는 차가운 도시 능력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친절하겠지.
길게 한숨을 쉰 서우는 바닥에 널부러진 호타루를 내려다 보다가, 그대로 그의 뒷목을 향해 킥을 날렸다.
"크억!"
일반인이라면 목뼈가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능력자니 어떻게 되겠지, 서우의 예상대로 호타루는 병든 닭처럼 기절했고, 서우는 일단은 원래 세웠던 계획대로 호타루를 교단으로 끌고 가기로 마음 먹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번 털어봐야지."
다른 능력자를 털어 보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리고 이렇게 호타루가 당했으니 더더욱 어려워져서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고..
서우는 미리 준비한 차량에 호타루를 대충 구겨 넣다가 그래도 혹시 몰라서 가져온 구속구로 호타루를 열심히 묶었다. 긜고는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면서 흘긋흘긋 호타루가 깨어나지 않을까 뒤를 돌아 보았다. 깨어나면 곧바로 기절을 시켜야 피곤한 일이 생기지 않으니까.
그렇게 얼마쯤 갔을까, 30분 정도 지나 거진 도착했을 때였다. 호타루가 조금 꿈질거린다 싶었더니,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여, 여긴 어디..."
콰앙!!
"어억!"
"...?!"
"으......"
강력하게 몸을 일으킨 호타루, 달리고 있던 차가 크게 흔들릴 정도로 세게 머리를 천장에 박았다. 서우도 드물게 정말 깜짝 놀라 운전대를 세게 잡았는데, 그는 그대로 다시 몸을 앞으로 고꾸라 뜨리며 쓰러졌다. 그리고는 완전히 기절한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병신..........."
차의 윗 부분이 찌그러진 것을 보면서 서우는 혀를 내둘렀다. 자세히 보니 연하게 탈색한 호타루의 머리에서부터 피가 질질 새어나오고 있었다. 두개골에 금이 갔을지도 모르겠지만 능력자니까 대충 혼자 붙지 않을까.
모든 능력자를 다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하면서, 서우는 교단의 비밀스러운 톨로로 차를 몰았다. 그곳에는 이미 사쿠라와 다른 신도들이 몇몇 기다리고 있었는데, 서우는 호타루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녀석은 자기 몸을 마구 변화시킬 수 있어요, 거의 면봉 굵기로 줄어들게 하는 것 같던데... 그래서 묶어두기가 좀 그런데... 게다가 능력자다 보니까 아무래도 위험하고. 이 녀석의 능력은 스피드라서 눈에 보이지도 않아요, 거기에 싸움 실력도 장난 아니고.. 첫 타에 부상을 못 입혔으면 역관광 당했을지도 몰라요."
서우의 설명을 침착하게 다 들은 사쿠라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어, 그러면 그냥 몸의 전체를 다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지요? 부분부분 변화하는 건가요?"
"그렇긴 한데....."
"그럼, 캡슐룸에 가둬두는 게 어떨까요."
"캡슐룸?"
"예에, 예전 도쿄에 있던 아쿠아리움이 폐장하면서 버려진 건데, 식인 상어 관광용으로 특수 아크릴로 만든 캡슐룸이 있어요."
말하면서 사쿠라는 그 아크릴 판을 설명하려는 듯 손을 쫙 피고는 한 바퀴 돌았다.
"이 정도 크기인데요, 저만의 고유한 빼돌리기 기술로 몰래 꿍쳐 놓았답니다. 거기에 넣으면 괜찮을 거예요!"
"...그러면 확실히......."
"네네, 엄청 튼튼해요!"
식인 상어 관광용으로 만들어 놓았다니, 그렇다면 녀석이 부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흐음- 서우가 기분 좋은 표정을 짓자 사쿠라가 눈을 빛내며 앞으로 다가왔다. 이 자세는, 사쿠라 특유의 전형적인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기 바랍니다.' 포즈였다.
"그래요, 잘했어요."
"꺄아아아! 감사합니다!"
사쿠라의 보들보들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서우는 왠지 엉덩이까지 토닥여 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주변의 신도들이 있으니 적당히 생략하고 신도들의 안내를 받아 호타루를 들고는 교단의 건물 내에 있는 방의 캡슐룸에 집어 넣었다.
크기는 말 그대로 사쿠라가 손을 쫙 피고 한 바퀴 돌았을 때 정도의 크기여서, 그닥 크지는 않았지만. 호타루가 쭈그려 앉을 정도는 되었다. 서우는 그 앞에 서서 톡톡, 캡슐룸을 두드려 보았다.
뭐, 이 정도면 감지덕지지 않은가.
유우리가 여기 왔을 때는......
"..서우님?"
"아, 좀 그냥... 웃겨서."
서우는 큭큭 웃다가, 문득 캡슐을 타고 주르르륵 흐르는 피를 보았다. 그제야 서우는 깨달았다. 나름대로 호타루의 부상이 심했다는 것을.... 하지만 서우에게는 관심 밖의 일. 서우는 길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폈다. 그제야 옆에 있던 사쿠라는 뒤 늦게 그 피를 보고는, 어머- 소리를 내며 입을 가렸다.
"치료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 사람 깨지는 않겠지요?"
"능력자니까 어떻게 되겠죠."
"네?"
"저도 예전에 좀비한테 맞아서 갈비뼈 부러지고 내장파열 되고도 한 이틀 자니까 나았습니다. 대충 될 거예요."
"그래두, 그건 서우님이고 혹시 이 사람은.. 모르니까.....?"
"아, 그럼 대충 마이신이나, 그라목손이라도 하나 던져주면 되잖아요?"
서우님, 마이신은 그렇다 쳐도 그라목손은 농약....
하지만 사쿠라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서우는 피곤하다는 듯, 사쿠라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가, 나가기 전에 멈칫하고는 사쿠라를 돌아 보았다.
"참, 사쿠라 씨."
"예?"
"도쿄에서 소라라는 여자 좀 찾아줄래요? 아카이 소라."
"아카이 소라님 말씀이시지요? 알겠습니다. 바로 찾아볼게요."
"고마워요."
소라를 인질로 쓰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어쩔 수 없지, 가능한 소라에게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서우는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그렇게 생각하다가, 후지야마를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일본 정부에 딱히 해를 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에리만 돌려 받으면 그걸로 족하다..... 하지만, 후지야마.
후지야마만은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서우는 다시 미소지으며 엘레베이터의 문을 닫았다.
============================ 작품 후기 ============================
코멘을 막았는데.
코멘을 달고 있어?
대체 어떤 수를 쓰신 겁니까. ㄷㄷ해.
그리고 덧글 보고 더 놀랐습니다.
천겁혈신천무존 : 소라가누구더라....?ㄷㄷㄷ것보다저넘도그냥따묵죠?
플라스마 : Bl로 장르 전환? 잘 봤어요.
설문조사에 여자 분이 7명이나 있었........ 하긴, 뭐 제가 여자인 것보다 놀랍기야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