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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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vs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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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응."

소라는 아침에 일어난 순간부터 왠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왠지 묘하게 두근거리기도 하고, 뭔가 이유없이 멍해지기도 하고... 혼자인 집에서 아침을 우물우물 거리면서 소라는 시계를 올려다 보았다. 11시, 8시 즈음에 아버지는 소라의 방문을 두드리고는 새어머니와 함께-

[소라, 갑자기 급하게 연락이 와서 사치코랑 다녀오마.]

[..우웅, 어디에서요?]

[정부쪽 기관이라고 하는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다녀오마. 아침 잘 챙겨 먹고.]

[네에, 다녀오세요오....]

그렇게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아침에 정부에서 걸려왔다는 전화를 받고 나가 버렸다. 소라의 동생인 호타루가 능력자인 탓에 배급 문제는 없으니 [능력자의 가족에게는 최상품의 배급이 지급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있다는 배급 문제는 아닐 텐데...

"으음......"

소라는 거실에 있는 액자에 끼워진 호타루의 사진을 보며 입술을 삐죽였다. 호타루도 원래 성은 아카이 호타루였으나, 한국인이었던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하고 사가와라는 남자와 결혼함과 동시에 호타루를 데려가 버렸고, 바람을 핀 어머니의 상대가 정부의 높은 사람이었던 덕에 호타루의 성은 어느샌가 사가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는 그 남자가 병으로 죽자마자 호타루를 데리고 한국으로 가 버렸기에 소라는 혼혈임에도 불구하고, 우익 성향이 되어 한국을 무척이나 싫어하게 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2개 국어를 하는 호타루와는 다르게 한국말은 전혀 몰랐다. 이후 좀비 사태로 인해 그쪽의 부모가 죽었을 때, 그제야 능력을 발휘하게 된 호타루가 바로 일본에 온 이유도 소라와 친아버지 때문이었다.

[누나! 글쎄 내가 능력자래, 우하하하하하하하하-]

"호타루 일 때문은 아니겠지?"

배급이 아니라면 짐작가는 곳은 호타루 밖에는 없었다. 

학생도 아니고 능력자이니까, 학교에서 잘못했을 때처럼 부모님을 불러가는 것은 아닐 텐데.. 아무래도 하나 뿐인 동생이고, 뭐 훌륭한 군인 어쩌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방정 맞은 녀석이어서 소라는 적잖히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아버지랑 누나 지키겠다고 한국에서 여기로 바로 날아온데다가 나름대로 잘 하고 있다니 다행이긴 했지만..

예전에 좀비 사태가 일어났을 때, 지방에서 살고 있던 소라는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도움의 손길만을 바라면서 아주 가끔 전해지는 배급과, 미리 사두었던 식량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었다. 연락 수단인 전화도 끊기고, 인터넷도 끊기니 아버지에게 연락도 할 수 없고.. 원룸 안에서 근근히 버티며 빨리 정부의 구원차량이 오기만을 바랐다.

그때, 호타루가 일본의 능력자가 되면서, 조건으로 가족의 보호를 원했기에 소라를 데리러 군대가 내려왔지만..... 그 차를 타고 도쿄로 가는 도중에 도중에 돌연변이의 습격을 받았고, 어떻게 겨우 혼자 살아서 도망치던 소라는... 서우를 만났다.

"......"

기승전결이 아닌 기승전서우.

소라는 흥! 하는 소리를 내며 욕실로 들어가서 신경질적으로 욕조에 거품을 풀기 시작했다. 연락도 없는 남자 따위 알 게 뭐람, 빠르게 기분전환이나 하자며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근 소라는 흐으으- 괴상한 소리를 내며 그 안에서 몸을 풀었다. 뜨거운 물이 소라의 매끈매끈한 몸을 감사는 게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하지만 서우의 일을 떠올리니 계속 마음에 걸려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흐, 흥. 한국인이면서 쓸데없이...."

잘생긴데다가, 저를 두 번이나 구해준 은인이었다. 성격은 좀 이상한 것 같지만... 그래도 선은 넘지 않는 브레이크도 나름대로 달려 있고....... 그럼 뭐하는가, 연락도 없는데. 소라는 입술을 삐죽이다가 의미없이 앞에 동동 떠다니던 오리를 공격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개운하게 몸을 씻고서 밖으로 나왔는데..

"기분 탓인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집안에서 뭔가 위화감이 든다고 할까?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소라는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혼자 중얼거리던 소라는, 길게 하품을 하고는 살짝 흘러내려 있던 가운을 다시 끌어당기면서 방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 순간-

"흐악?!"

뒤에서 뻗어온 단단한 팔이 소라의 목과 가슴 윗부분을, 배를 끌어 당겼다. 결국 그대로 넘어지듯 뒤로 안기게 된 소라는 깜짝 놀라 발버둥쳤다. 강도라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발버둥치면서 연신 팔꿈치로 뒤를 퍽퍽 찍었지만, 그것이 서우에게 유효할 리가, 오히려 간지러운 수준이어서 소라보다 한참이나 큰 서우는 소라의 머리 위에 턱을 대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

그 웃음소리에 소라는 그제야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챘다. 그렇게 반항이 줄어들자 서우는 손을 풀었다. 소라가 멍하니 뒤를 돌자, 몇 달만에 만나는 서우가 그 앞에 있었다. 그렇게 누나가 간만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는 사이, 호타루는 아크릴 판 안에서 공책처럼 찢겨진 배를 부여잡고 분노의 발차기를 시전하고 있었다.

"돌겠네, 이거 왜 이래? 대체 뭘로 만들었길래! 아오아아아악!"

고통속에 눈을 떠 보니 대 사이즈의 훌라우프 크기 만한 원통 안에 호타루는 갇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어이 없는 일이었는데, 얼마 뒤에 왠 예쁜 여자가 나타나서 그 통 위의 관에 약과 음식을 집어 넣는 게 아닌가?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그냥 빵이랑 초코우유 준비했거든요. 그리고 항생제도 거기 넣었으니까 꼭 드세요. 거기 있는 약도 배에 바르시고, 파스도 붙히시고요."

게다가 이미 호타루가 몸을 면봉 굵기 정도 사이즈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통 안에 약과 음식을 넣고는 관을 빼 버린 다음에야 음식을 잡을 수 있게 해 놓는 교묘함을 발휘했다.

"이봐, 잠깐만..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음... 설명을 해드려두 되나....."

여자는 잠시 덧니를 입술 밖으로 내밀고서 버릇처럼 입술을 꾹꾹 깨물다가, 선심 쓰겠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사가와 호타루님을... 서우님이 잡아 오셨습니다."

"서우님? 아, 그.... 젠장, 너 일본인 아니야?"

"예, 맞지요."

"그런데 그놈 편을 들어? 제 정신이냐?"

"저는 일본인이기 이전에 신을 모시는 사람이랍니다! 호타루님도 믿으시고 천국 가세요!"

그리 말하는 사쿠라의 눈은 광신도의 눈 그 자체였다. 호타루는 이런 사람의 눈을 잘 알고 있었다. 종교에 빠져서 자기 신념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종류... 생긴 건 안 그렇게 생겨서 그런가 보다. 호타루에게는 이런 부류를 설득할 능력이 없었고, 자기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체념의 한숨을 푹 쉬었다.

"자기 나라 능력자 둘을 납치한 놈한테 무슨...."

"아, 유우리 씨요?... 흐음, 맞다! 호타루님 심심하실 것 같은데 좋은 거 보여 드릴까요?"

"?!"

"잠시만요, 잠시만요-"

사근사근한 사쿠라의 목소리와 말빨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연스러웠고, 어느샌가 호타루는 자연스레 사쿠라의 핸드폰을 보았다. 그리고....

"끄아아아악, 치워- 이게 뭐야?!"

"에이, 왜 그러세요. 이런 거 보기 힘들어요? 초초초초초 SSSSSS 레전드 동영상이라구요."

"치워, 치우라니까?! 으학.....!"

호타루는 귀 밑까지 시뻘개진 채로 미친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 안에 재생되는 것은 무려 유우리의, 유우리의 촉수물이었던 것이다. 괴상한 비명소리를 내며 호타루는 몸을 비틀었지만 기껏해야 그 좁은 공가 안, 보지 않으려 일어서면 사쿠라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그 눈앞에 들이 밀었고, 눈을 감으면 소리를 키웠다. 그러면서 재밌는지 깔깔깔깔! 호타루는 결국 쭈그려 앉아 앞섬을 가렸다.

그렇게 사쿠라는 한참 뒤에야 사라졌고, 호타루는 화가 난 아들을 진정시킨 다음에 자리에 앉아 일단 빵을 먹고 약을 발랐다. 능력자의 치유력 덕에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와이어가 상당히 깊숙히 들어갔기에 숨을 쉴 때마다 배가 은근히 뻐근했다. 그래도 호타루는 내심, 

남자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조금 했다. 유우리 스스로 촉수로 쑤셨을 리는 없으니 약이라도 먹여서 미치게 만든 것 같은데... 왠지 그런 일을 당했다면 충분히 멘탈 붕괴가 되고도 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호타루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남자라서 행복해요.

우유를 전부 마신 호타루는 다시 아크릴 판을 두드리다가, 이 안의 산소가 바닥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혹시 모를 구멍이 없나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숨이 막히지 않는다면 분명 여기에 구멍이 있을 텐데... 하지만 어디를 보아도 그런 구멍이나 숨을 쉴 수 있게 해 놓은 장치는 보이지 않았고, 호타루는 결국 다시 아크릴 판을 두드렸다. 그렇게 한참을 두드리고 있는 순간이었다. 뒤에서 쾅- 하는 소리가 났다.

"찰지구나."

"억!"

호타루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서우가 입꼬리를 한쪽만 올리고 씩 웃고 있었다.

"왜? 등짝 좀 보자구, 등짝. 등짝을 보자."

"야, 이 병신... 사람을 이런 곳에 가둬두냐? 가둬두기를?!"

"특별대우 해줘도 지랄이네."

서우는 그 앞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오래간만에 소라를 만난지라 꽤나 몸이 나른했다. 왠지 모를 흐뭇함에 픽픽 웃던 서우는 호타루를 자극하려 더 웃음을 터뜨렸다.

"유우리는 처음 만나자마자 안대에, 사지를 묶어서 매달아 놨다고?"

"그럼 나도 그렇게 하던가!"

"넌 몸 사이즈 줄어들잖아. 게다가 유우리는 만난 첫날에....."

"헐."

"너도?"

"미친놈아. 혀 깨물고 뒤질 거야."

"나도 너랑 할바엔 좆 자르고 고자되고 만다."

그리 말하면서도 서우는 호타루의 얼굴이 사색이 되는 것을 보며, 엄청난 재미를 느꼈다. 게이 드립 한번 칠 때마다 저런 표정이라니. 입술을 실룩이던 서우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간만의 한국어여서 꽤나 입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네가 들어가 있는 곳은 특수 아크릴로 만든 통이라서, 식인 상어 관람에 아쿠아리움에서 사용하던 건데, 우리 교단만의 고유한 전통으로 빼돌려서 공수한 거라서 네 힘으로는 어림도 없을걸?"

"뭐?!"

"나도 와이어로 자르려고 했는데 한참 걸렸거든. 그러니까 니가 자를 수 있을 리가 없지. 넌 안 돼, 난 되는데."

"너 이거 깨면 두고 보자."

"일본 능력자 중에 최약체라며."

"아오, 그 여자 어디까지 말한 거야?!"

쿵, 쿵, 유우리 욕을 하면서 신경질 적으로 호타루가 아크릴 관을 발로 찰 때였다. 서우는 핸드폰을 꺼내서 호타루의 앞에 들이 밀었다. 또 유우리의 그렇고 그런 것인가 싶어 눈을 돌리려던 호타루는, 눈앞에 있는 소라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확히는 소라의 방 침실, 소라의 얼굴과 어깨까지가 찍혀 있었다. 그리고 호타루는 그것이 무슨 사진인지 반사적으로 눈치챘다.

"너, 이 새끼......"

"난 너희 누나를 두 번이나 구해준 은인이고, 너희 누나가 좋아하는 사람이란다. 안녕, 처남."

"뭐? 이 미친...? 뭔 개소리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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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허용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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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를 무즙에 찍어서 흑미밥이랑 같이 먹고 싶네요. 진짜 맛있어요. 와사비 푼 간장이 있으면 더 최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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