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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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vs능력자

"다른 사진도 보여줄까? 잠깐만."

"....!"

"좀 많아, 잘 나온 사진도 많고..... 음, 이거 잘 나왔다. 씻고 나왔을 때 사진이지, 같이 씻자고 했더니 소라가 내 팔을 팡, 때리고는 얼굴을 붉히면서 욕실 안으로 들어갔어."

다음 사진은 막 샤워를 했는지, 가운을 입고 수건으로 머리를 부비고 있는 소라였다. 서우가 핸드폰을 들자 거기에 맞추어 웃은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 다음 사진은 소라를 끌어 안고서 입꼬리를 한쪽 픽, 올리고 있는 서우. 그리고 좀 더 진한 자세, 해사하게 웃고 있는 소라.....

"아. 하하.."

호타루는 정신이 매우 혼미해짐을 느꼈다. 저를 이런 곳에 가두어 둔 놈이 누나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니?

"소, 소라 누나...... 아 젠장 맙소사 아, 신이시여. 아. 아............아오아아아악! 시스터 다메요!"

쾅콰왘와콰옹쾅코아쾅! 호타루는 벽을 두드리며 울부짖었다.

"하하하, 처남."

"그 처남드립 좀 치지 마!! 아, 누나. 누나아아악! 왜 이런 새끼랑!!!"

절규하는 호타루를 보며 낄낄거리던 서우는, 느긋하게 다시 담배를 꺼내다가 장난스레 통 안에 담배 하나를 대었다.

"너도 피워."

호타루는 벽에 머리를 쿵쿵 박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다시 큭큭거리던 서우는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 사이 좋게 윈윈하자. 에리의 위치만 불어라. 에리만 구하면 난 볼 일 없다. 넌 바로 풀어줄게."

"미친놈아, 그걸 내가 어떻게 믿냐?"

"너 안 죽이고 데려왔잖아, 소라 동생이라서. 소라가 너 죽으면 펑펑 울고 나 미워할 것 같아서 안 죽이고 데려온 거다."

"미친놈."

"나는 차가운 도시 능력자, 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우리는 이미 이런 갈때까지 간 사이다."

"사이다? 칠성 사이다? 저도 칠성사이다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 보겠습니히히, 흐히히히히. 하하하하하하핫."

".....미쳤냐?"

"아오 씨발, 씨발. 씨발. 시발...............흐... 흐흑...... 누나, 왜 이런 새끼랑... 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구."

"시스터 콤플렉스 돋네. 너 어렸을 때 애니메이션처럼 난 커서 누나랑 결혼할 거야, 누나가 제일 좋아!  같은 소리 지껄이고 다녔지? 부모님 손발이 남아나질 않았겠어, 오글오글~"

서우의 도발에도 호타루는 대답이 없었다. 정말 완전히 멘탈이 붕괴되어 버렸는지 그의 눈밑은 왠지 모르게 쾡하게 보였다. 그렇게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던 호타루는 아주 진지하게,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에리."

"음?"

"그 무시히메는 왜 찾으려고 하는데? 그 이유나 좀 들어 보자."

"..........."

서우는 말이 없었다. 그 대신 묘하게 찔린다는 표정.. 호타루는 잠시 침묵하다가 벽을 세게 내리쳤다.

"오 시발 깜짝놀랐다데쓰."

"미친놈이 어디서 약을 팔어, 우리 누나를 두고 딴 년을 구하겠다고 이러는 거 아녀? 여자 빼기냐 새끼야. 좆 날라가는 수가 있어."

"처남, 그것은 오해야."

"지랄."

"그러니까....."

"......뭐냐."

"......너희 누나는 누나고, 에리는... 에리고....?"

"뭐 이런 개..?!"

"아, 닥치고 에리가 있는 위치나 불어, 우리 스겜하자고."

뭔 놈의 스겜?! 분노한 호타루는 마구 벽을 발로 찼고, 서우는 그 앞에 다시 앉았다.

"난 일본 정부에 해를 끼칠 생각이 없어, 그냥 에리만 돌려주면 그걸로 족해. 그냥 여기 교단에 눌러 앉아서 조용- 히 살 거야. 그냥 존나 조용히 살 거라고."

"내가 미쳤다고 그걸 믿냐."

호타루는 서우를 매섭게 노려 보다가, 자기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다. 그리고는 씹어 뱉듯 조용히 말했다.

"......일단 누나나 좀 보게 해줘. 분명히 데리고 왔을 거 아냐."

"뭐, 그렇지...... 잠깐 기다려."

만나게 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서우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호타루가 괴로워하는 그때, 하네다는 정부의 고위 관리들에게 다른 능력자들을 대표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호타루가 사라진지 하루째, 부모를 불러 혹시 호타루가 어디로 갔는지 짐작이 가느냐, 연락을 했느냐를 물었지만 그 둘도 모른다는 답변 뿐이었다.

호타루는 나름대로 가족에게는 언제 어디로 간다고 다 말했기 때문에 그나마 믿고 있었는데... 그들도 호타루가 간 곳을 모른다니, 하네다와 다른 능력자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벌써 두 명이나 그 서우라는 녀석에게 납치 되었다. 

그 사실에 유우리의 납치를 믿지 못하던 능력자들도 심하게 동요하며 긴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유우리를 대표로 하여, 그녀는 지금 군의 높은 인사들, 정계의 주요인물들에게 1 능력자의 필요성에 대해 소리 높여 외치고 있었다,

"지금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의 능력자가 들어와서 우리나라의 능력자를 납치해 무슨 일을 벌이는지 모른다구요! 절대적으로 1 능력자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 분이 아니면...... 그 분이 아니면 안 돼요! 이제 2명의 능력자가 납치 되었다구요, 언제 1 능력자님을 나서게 할 생각이십니까!"

그들도 이미 1 능력자의 필요성, 그리고 서우의 위험성을 충분히 느끼고 있는 듯했다. 외국의 능력자가 나라에 이유도 없이 들어와,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더니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되고 나서는 능력자를 납치했다. 구원과도 같은 존재인 능력자를 납치한 것부터가, 이미 테러와 같은 상황이었다.

"더 이상의 손실은 있어선 안 됩니다!"

하네다가 그렇게 외치는 순간이었다. 하네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의원 한 명이 하네다에게 가만히 말을 걸었다.

"하네다님의 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아니, 여기서 하네다 씨에게 누가 동의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이쯤 되면, 저번 임무도 끝나고 했으니... 좀 움직여 주실 때가 되었는데..."

"되었는데....?"

"요즘 1 능력자님께서는 그게... 많이 지치시는 모양입니다. 저번 일이 너무 힘드셨는지.........."

".........."

"하네다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 분의 모습을. 게다가 그 능력이 능력이고 상태가 상태인지라 어떻게... 강요도 할 수 없는 것이....."

그 의원의 말은 맞았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1 능력자가 나서면 분명히 서우는 잡힌다. 하지만.... 그 1 능력자가 나서질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래도 이쯤되면 혹시 좀 괜찮을지도 모른다며, 1 능력자를 나서게 하자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되었고, 1 능력자가 있는 곳으로 연락이 바로 가게 되었다.

그것이 그나마 다행인지라 하네다는 한숨을 길게 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그때 보았던 충격적인 1 능력자의 모습..... 하네다는 문을 열고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그 안은 무척이나 넓어서, 하네다가 들어간다고 해도 안에 있는 두 사람은 하네다가 온지 알지도 못했다. 물론 둘 다 바쁘기[?] 때문이었지만.

"하아, 어째서....."

하네다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그나마 시간이 흘러 익숙해졌다고 할까, 무뎌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싫어요! 이제 그것만 하면 놀아도 된다고 했잖아요! 싫어싫어싫어싫어."

"마리코님, 그러지 마시구요. 또 어른들이 곤란한 일이 생겨서 꼭 마리코님이 나가주셔야 돼요."

"마리코가 왜요오오오! 왜 자꾸 어려운 일만 마리코한테 시키는 거예요?!"

마리코의 나이 15세. 하지만 그녀의 정신연령은 나이보다 10살 정도 낮다. 25살 즈음이 되어야 15살의 정신상태를 가지고 35살이 되어야 25의 정신상태를 가진다고 보면 되었다. 그런데다가 키는 150 밖에 되지 않아서, 완전히 아이 그 자체인 마리코는 얇은 팔다리를 공중에 붕붕 휘저었다. 

"마리코님, 그러지 마시구요. 마리코님이 가지고 싶은 선물 다 사드릴게요."

"마리코 가지고 싶은 거 없다구요, 뭐."

삐졌다는 듯 옆에서 마리코를 토닥이는 유모는 땀을 뻘뻘 흘렸다. 그런 마리코의 옆에서는 수십, 수백 개의 장난감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마리코님, 그.. 그 구체관절인형 가지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예?"

"구체관절인형이요! 왜, 엄청 예쁜 그 인형! 책 보다가 가지고 싶다구 하셨잖아요!" 

"....가, 가지고 싶, 싶긴 하지만..."

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유모는 속사포로 마리코를 밀어 붙히기 시작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이, 이제까지도 이런 방식으로 어르고 달래며 마리코를 일하게 했나 보다. 하네다는 그 모습을 보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렀다. 지금에야 저렇게 어르고 달래면 그만이겠지만...

앞으로 마리코가 크게 되면, 성숙해지면 그때는 어떡해야 하는가? 아이는 막고, 또 막으려고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자라 어른이 된다. 선물로 어르고 달래는 레벨로 해결할 수 없을 때가 반드시 오게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준 선물이 쌓이면 쌓일 수록 그것이 하찮게 여겨질 테니까.

그때는 아이를 어떻게 설득하여 이용할까? 거기에 아이는 능력자 중 최강이었다. 아이를 계속해서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 없는 이상에야, 어쩌면....

'이쪽에서 계속 떠 받들게 될지도....'

유우리가 몹시도 그리워진다. 유우리가 마리코 같은 능력을 가지고, 마리코가 유우리의 능력을 가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네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예전에 했던 화장, 또 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죠? 그것두 하고 사진 찍어드릴게요."

"정말요? 진짜죠! 피부 상한다고 또 안해주기 없기, 세 번은 해 주셔야 돼요?"

"예, 예. 그렇게 하구 말고요!"

"그럼 할래요!"

마리코의 능력은 염력, 나이가 어리고 정신연령도 낮아서 세계적인 능력자 배틀에 내보내 능력을 확인시켜 본 적은 없지만 게다가 그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며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마리코가 지금 원한다면 이 건물을 산산조각 내는 것 또한 가능했다. 거기에 자신의 '영역'을 만들 수 있어, 만약 그 영역 밖에서 누군가 총을 쏜다고 해도 마리코가 제 능력을 발휘한다면 그 10m 안은 전부 마리코의 영역이 되어, 그 어느것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으음, 언제. 언제 가요? 그럼 빨리 하고 빨리 할래요."

"알겠습니다. 빨리 준비할게요."

"우히히. 신난당! 우왕, 우왕!"

그랬기에 그 유우리마저 능력을 제대로 능력을 사용도 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적어도 마리코의 영역 안에서 마리코는 완벽한 지배자이자 신이었다. 

물론 자신의 영역을 지정하는 것은 30분 정도 밖에 가지 못하고, 염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10M 안이라지만 마리코는 단 1분 안에 제 범위로 몰려든 좀비를 모두 찢어 죽이고, 돌연변이들을 닥치는대로 제거했다.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절대적인 방어를 하고, 건물마저도 순식간에 붕괴시킬 정도의 파괴력이니 마리코는 말 그대로 무적, 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마리코의 정신 연령이 좀 높아지면, 바로 그녀를 우상화 시키고 철저히 여신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어 분열하는 국민들을 붙잡을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유우리가 그 정도였으니 마리코는 어떻겠는가. 마리코는 일본의 희망이었다.

그리고, 지금 하네다의 희망이기도 했다.

"...부디, 마리코님... 제발........"

두 손을 기도하듯 붙잡으며, 하네다는 타는 듯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

*

============================ 작품 후기 ============================

코멘트란은 그냥 허용했습니다.

어차피 비허용 해도 모바일에선 뚫리더라구요. 난 햄복할 수 없어. 이제 하차 덧글 같은 게 달리면 저의 멘탈은 산산조각 나겠죠? 그렇게 하루를 쉬는 거.................... 아닙니다.

그리고 지적해 주신 분 감사합니다'ㅅ' 하지만 [서우는 제 mp3를 손에 들었다]... 맞나? 아무튼 자신을 저라고 지칭하는 것은 나의 예스런 표현입니다. 낮추는 말 말구요, 서우는 자기의 mp3를 손에 들었다를 고친 거니까 된다고 합니다.

...사실 이제까지 써놓고도 맞는 말인가? 하는 생각은 딱히 안 했기에 물어봤습니다. 맞춤법으로 사람을 구별할 정도로 꼼꼼하시고 일일히 다 신경쓰시는 섬세한 분의 답변이니 맞을 겁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뾰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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