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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vs능력자
다가온다, 같은 능력자가 다가오고 있어. 이리로 오고 있다구!
"마, 마리코님...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능력자라뇨?"
옆에 있던 유모가 덜덜 떨면서도 조심스럽게 마리코에게 물어 보았다. 마리코는 모르지만 그녀가 늘 차고 있는 팔찌에는 녹음기가 달려 있었다. 마리코는 다섯 살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이기에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녀는 항시 반지에는 언제든지 사람을 호출할 수 있는 기계를 부착해 두었으며, 유사 시에는 그 녹음을 계속 듣고 있는 사람들이 방 안에 수면가스를 뿌릴 수 있도록 설계한 상태였다.
"마리코님...?"
유모는 조심스레 물었다. 반지에 있는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위험을 알리는 암호인 '마리코 안 돼.' 를 외칠 준비를 하면서-
"후히히, 아니예요."
"예?"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라구요. 아니예요, 유모."
"....정말요?"
"네에, 네에. 그보다 마리코 사진 찍을래요, 마리코 찍어주세요, 네?"
"..예....."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마리코는 천진하게 미소지어, 유모는 그제야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게 아니였다.
마리코는 어른들에게 부러 그 사실, 서우가 오고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빨리 끝내고 놀고 싶다. 어른들은 마리코에게 평소처럼 하면 된다- 고 말했고, 마리코에게 있어 평소 하는 일은 종이로 찢듯이 그 대상을 찢는 일이었다.
'빨리, 빨리, 빨리!'
조금이라도 빨리 서우를 찢어 죽이고 놀고 싶었다. 밖으로도 나가서 놀고, 달콤한 케이크도 마음껏 먹으며 예전에 갔었던 놀이공원에 다시 가고 싶었다.
회전목마. 관람차. 롤러코스터.
물론 마리코 자신이 원하면 제 힘으로 그 정도의 스릴은 얼마든지 느낄 수 있었지만 그래도 마리코는 그것들이 너무 타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른들이 일을 했을 때에만 대가로 주는 것이었다.
물론 마리코가 아는 '어른들'의 목적은 서우를 죽이는 게 아니였다. 유우리의 뜻대로 실험하고 싶었고, 된다면 세뇌해서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리코에게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기에 그녀는 빨리 서우를 죽이고 놀 생각으로 들떠 있었다.
원피스, 보석, 인형, 놀이공원, 귀여운 동물들, 포장되어 있는 무엇인지 모르는 깜짝 선물!.... 서서히 질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마리코에게 굉장히 매력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리코는, 유모가 제 방에서 나갔을 무렵에 살살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는 침대에 누운 상태로 방 이곳저곳을 돌아보다가 눈을 감았다. 확실히 다가오고 있구나, 그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제 그는 제가 있는 연구기지의 바로 근처에 있다. 그 앞을 서성이지는 못하고 높은 곳에서 올려다 보고 있다. 그리고는 움직임을 멈춘다.
움직이려나?
아니다.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 움직이지 않더니, 그대로 멀어진다.
".....안 오는 건가....?"
마리코는 그가 빨리 오기를 바라며 꾸물 거렸다. 빨리 와서 빨리 찢어 죽여야 마리코가 노는데..... 소녀는 힘없이 중얼거리다가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예쁜 리본이 잔뜩 달린 공주풍의 커튼을 밀었다. 겉만 예쁘게 꾸며 놓은 멋없는 창문을 밀었다.
"그럼 마리코가 가면 되지, 뭐."
그리고는 곱게 자기 치마를 잡다가... 자신에게는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영역을 만듬과 동시에 뛰어 내렸다. 마리코의 치마는 바람에 휘날리지도 않고 차분하게 내려와 있었고, 그 안에서 마리코는 마치 천사 같은 모습을 한채, 무시무시한 속도로 서우를 향해 있었다.
한편, 잠시 정탐을 왔었던 서우는 연구소를 망원경으로 훔쳐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저기 최상층에 있는 것이 분명 1 능력자. 1 능력자와 얽히게 되면 이쪽이 귀찮아지니 그쪽은 피해야 하는데....... 어디를 보아도 지상기지에는 빈틈이 없었다.
일단 척 보기에도 무척이나 견고해 보였으며 그곳에 있는 높은 탑 다섯 개에는 유우리의 말대로 스나이퍼가 숨어 있고, 그 외에도 곳곳에 스나이퍼가 대기 중이어서 절대로 숨어들 수 없는 곳이라고 한다. 거기엔 에리 뿐만이 아니라 1 능력자..... 거기에 일본의 모든 극비사항이 있는 곳이니 만큼 말 그대로 철통 보안이었다.
"오늘은 일단 돌아갈까....."
마음 같아서는 기지로 쳐들어 가고 싶지만 그랬다간 스나이퍼한테 벌집이 되고,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지뢰에 온몸이 박살날 것이다. 아무리 서우라고 한들 마땅한 방법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저번처럼 신나게 폭탄 놀이를 하다간, 자칫 잘못하면 에리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해서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그리 생각한 서우는 갑자기 온몸에 돋는 소름에 주변을 둘러 보았다.
"이게 뭐야...?"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느낌. 무언가 거대한 것이 날아오는 것 같은 기분에 서우는 잠시 주춤해, 그게 어떤 것인지도 깨닫지 못한 채 멍한 상태였다. 그렇게 몇 초 정도를 멍하니 보내고 나서야 서우는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능력자가 온다는 것을, 그것도 유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런 능력자가- 그 위압감에 서우는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그리고는 망원경을 들어 정신없이 주변을 살폈다.
'뭐지? 대체 어디서 오는 거야..?! 어디서!'
그때였다. 서우의 망원경에 무언가가 잡혓다. 멀리서... 무언가가 날아오고 있었다.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그렇게 생각했더니 그것은 어느 순간 바로, 그 앞까지 날아와 있었다. 그리고는 활짝, 해사하게 웃으며 멀리, 옥상 위에서 걸어오고 있었고.. 서우는 그 모습을 보며 그 위압감도 잊고 저도 모르게 중얼 거렸다.
"진짜 어린애네...."
다섯 살의 지능이라고 했던가, 리본이 잔뜩 달린데다 촌스럽기 그지없는 잠옷을 열 다섯의 여자 아이가 입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에 그 외모가 빼어나기 때문인지, 양갈래로 느슨하게 묶은 머리도 그곳의 핑크리본도 다 얼굴로 커버하고 있었다.
그래봤자 어린애지만, 서우는 입꼬리를 실룩이면서 뒤로 물러났다. 10m 안은 마리코의 영역, 그 안으로 들어가면 끝장이었다.
어린애한테는 미안하지만 말이지.. 서우는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소녀는 혼자온 것인지 군인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면 단독행동이라는 것인데.... 귀한 1 능력자를 혼자 보낼 리도 없고.
하지만 그럼에도 서우는 묘한 두근거림에 섞여 약간의 두려움이 심장을 떨리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그 기묘한 위압감. 분명히 저쪽은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지금은 아니다. 정면대결을 하면 반드시 진다. 그렇게 서우가 느낀 순간이었다. 마리코는 단숨에 염력을 사용하여 서우의 바로 앞까지 날아왔다.
"미친?!"
그 엄청난 속도에 서우는 저도 모르게 와이어를 뻗어 사용했다. 그런데.. 와이어는 마리코의 앞에 가자마자 마치 엿가락이 꺾이듯 부드럽게 휘더니...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서우는 기가 막혔지만 재빨리 땅을 발로 차고 뒤로 빠지려 했다. 허나, 사람이 뒤로 가는 속도 보다 마리코가 주변에 자신의 영역을 만드는 것이 훨씬 빨랐다.
서우는 다시금 와이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그것은 서우의 손에서만 머물 뿐 벗어나질 못했고, 길게 뻗어야 할 와이어가 잔뜩 뭉쳐서 손에 둥글게 말려 있엇다. 게다가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서우는 공중에 둥 떠올라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
마리코의 영역안에 완전히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벗어날 수가 없다. 서우는 열심히 제 몸을 움직여 보았지만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서우의 팔다리를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사정없이 꽉 조여왔다- 벌려진 입에서 신음 소리가 훅- 하고 튀어 나왔다. 그 소리에 밑에서 서우를 올려다 보는 마리코는 웃으며 짝짝-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럼 아저씨, 안녕."
서우의 눈앞에, 자기 몸에서 튀어나온 피가 사정없이 튀는 것이 보였다.
짐승 完
이제까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협찬: 카페베네.
고마운 분들.
민영모 작가님. 노쓰우드 작가님. 소이정 작가님. 로유진 작가님. 로노에 작가님.
and you.
는 만우절에 해 보고 싶었던 훼이크. 하지만 시간에 쫒겨 하지 못했던 훼이크...... 서우는 몸이 둥 떠오른 상태로 한 바퀴 몸이 빙글 도나 싶더니, 손을 그대로 마리코의 앞에 대게 되었다. 이게 지금 뭐하자는 거죠? 의아하다 못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때, 마리코의 손이 슉- 뻗어왔다.
"우, 우와아아아아....!"
"...?!"
마리코는 서우의 손을 보면서 활짝 웃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자리에서 방방 뛰며 서우의 손을 그 고사리 같이 작은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돌려 보는데, 딱 어린아이의 눈이었다. 어쩄든 지금 자기를 해칠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서우는 열심히 몸을 움직이려했으나, 마리코의 영역 안에 들어온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서우의 손을 잡고 방방 뛰던 마리코가 서우를 올려다 보며 물었다.
"아저씨, 아저씨, 이거 어떻게 했어요? 어디서 팔아요? 마리코, 마리코도 가지고 싶어요!"
"...뭐?"
아저씨도 삶은 달걀을 좋아하우? 금방이라도 이리 물을 것 같은 말투에 서우는 순간 당황하여 말을 이을 수 없었지만, 계속되는 마리코의 물음에 일단 입을 열었다.
"일단 날 내려 놓아주고 움직이게 해 주면 알려줄게."
"네!"
마리코는 그 말대로 바로 서우를 내려 놓아 주었다. 서우는 곧바로 물러날까 하다가, 일단은 마리코를 자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와이어를 쭉 뻗었다. 그것이 마냥 신기하다는 듯 이리저리 둘러 보더니, 겁 없이 서우의 팔에 매달렸다.
"이건 내 능력이야. 너도 능력이 있지? 그래서 너한테는 못 주는 거야?"
"저.. 정말요....? 그럼 보여주세요, 네? 좀 더 보여주세......어?"
서우와 눈이 마주친 후 갑자기 마리코의 표정이 변했다. 서우는 그런 마리코의 행동에 짐짓 당황했는데, 제 얼굴을 올려다 보는 마리코를 보며 더욱 더 놀랐다.
마리코의 표정이..... 그러니까......
"화아아아아.."
".......왜 그러니?"
"아, 아저씨!"
아저씨라니, 이 나이에 아저씨라니? 하지만 그것도 아예 제 품에 쏙 안기는 마리코를 보며 서우는 기함할 수 밖에 없었다.
"아저씨 너무 예뻐요!"
"?!"
서우가 버둥이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마리코의 영역에 아직 서우는 있었고, 서우는 저도 모르게 제 의지와는 상관 없이 마리코를 끌어 안고 말았다.
"히히, 좋다. 아저씨. 아저씨도 제가 어른들한테 말하면 괜찮을 거예요. 마리코한테 선물로 달라고 해야지?"
소녀는 볼을 발그레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서우는 그제야 얼떨결에 제가 일본의 1 능력자를 반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거, 일이 쉽게 풀릴지도?
"그럼 마리코, 나랑 놀래?"
"네? 네! 놀래요! 아저씨랑 놀래요!"
"아저씨 말고 오빠라고 불러."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도 노는 거 좋아해요? 후힛!"
"...아니 오빠라고.."
"아저씨!"
들을 분위기가 아니다. 게다가 다섯 살. 다들 오냐오냐하며 곱게 길러서 고집불통. 서우는 안 되는 건 그냥 일찌감치 포기하자고 생각하며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작가가 아청법을 언제 어디서나 잘 지킨다는 게 사실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아저씨 하니까 생각나는데, 초딩 때 군인 아저씨라고 불렀거든요. 그런데 어느새 군인 아저씨가 군인 오빠가 되고 군인 동기가 되더니 군인 후...후배........ 야메로;ㅂ;!!! 더 이상은 모 야메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