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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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vs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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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

처음에는 그게 그저 피가 튄 것인줄 알았다. 그래서 조금 더 다가갔을 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여자는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렸고, 남자는 겨우겨우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 둘의 뒤로 다른 연구원들이 빠르게 들어와, 미쳐 날뛰고 있는 무시히메들을 붙잡아 넣었다.  그 중 가장 계급이 높은 둘은 일단 상황을 파악하다가 후지야마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니, 그것은 이미 후지야마였던 단순한 고깃덩어리일 뿐이었다.

"이.. 이렇게 끔찍할 데가......."

"후지야마 씨....."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은 연구원들로서도 이 광경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후지야마는 말 그대로 찢겨 죽어져 있었다. 녀석은 후지야마에게 원한이 있다고 하더니, 그를 말 그대로 갈기갈기 찢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입.... 아마도 얼굴로 추정되는 부분에 있는... 그것은 마치 몹시도 즐겁다는 듯이 잔뜩 말려 올라가 있었다. 이미 이빨도 다 빠져 있는데도 말이다. 

배에서는 무엇인지 모를 장기들이 튀어나와 옷 위로 불룩하게 올라와 있었고, 다리는 햄처럼 잘려 있어 더 이상은 볼 수 없었다. 정말인지 보는 쪽이 괴로울 정도로 끔찍했다.

"더, 더 이상 못 보겠어."

"나도. 일단 좀 가리고 있다가 수습하자, 천 좀 가져다 줘."

"예, 옛...!"

다른 이가 가져다 주는 천으로 후지야마의 시체를 덮고서, 두 명은 일단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마에 흥건하게 배어나오는 땀을 닦다가, 서로를 돌아 보았다.

"....후지야마 씨, 웃고 있었지?"

"어어... 웃고 있었지. 그거 아닐까?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몸에서 엔돌핀을 내보내서......... 그런 거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왠지 오싹하네. 그런데 거기 있는 건 뭐야?"

"후지야마 씨 연구기록이야. 무시히메 연구기록인데...."

여자가 남자에게 연구기록을 전해주자, 남자는 그것을 펼쳐 읽어 보았다.

[[no 7: 에리.]]

[[생식능력 없음. 개조 필요.- 생식능력 부여. 정신붕괴.]]

사진도 몇 장 붙어 있었다. 눈을 감은 에리의 얼굴, 그리고 어느 부위인지 모를 길고 긴 수술 자국.

"수술한 적이 있었나?"

"무슨 소리야...? 좀 보자."

"....뭔지 알겠어?"

"잘 모르겠는데, 이건 뭐야. 생식능력?"

"응....... 이게 무슨 소리지?"

"..글쎄, 후지야마 씨. 원래 실없는 소리 자주하고 그러셨잖아, 좀 음침하기도 했고.. 뜻 모를 말 중얼거리기도 하셨고."

"그렇긴 했지. 그럼 이것도 그냥 별 거 없는 소린가........"

"그런가 봐."

둘은 한숨을 푸욱 내쉰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후지야마의 시체를 천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어차피 사망 요인을 살펴 볼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한국의 능력잦 최서우, 그가 그저 찢어 죽였다. 그의 능력인 빛을 이용한 그 와이어로 말이다..... 그것 뿐이니 과다출혈이든, 아니면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든 조사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후지야마는 죽었다. 그저 죽어 버렸다.

쭉 찢어진 듯이 올라간 그 입의 웃음만이 불쾌한 기분을 남기고서.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분노하며, 한국에 대한 항의와 정식 사과, 서우를 처리할 인력과 피해보상을 요청할 것을 결심했다. 연구소도 모잘라 도쿄 지상기지에 침입해 멋대로 기밀사항인 무시히메를 빼돌린데다가 기계를 파괴하고, 수 많은 사람을 죽고 다치게 만들었다. 

게다가 능력자의 납치까지...! 정부의 분노는 최고조로 치닫고 있었다. 거기에 일본 고위 인사들 사이에 원래부터 존재하던 우익들의 반한 감정이 있는대로 들끓어, 그에 따른 보상, 서우의 목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 만만치가 않다. 아니, 한 치 앞도 종 잡을 수가 없다. 그들은 -

"싫어요."

진정한 적은 안에 있었다.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입을 우물거리던 마리코는 다시 서우의 어깨에 얼굴을 부비적 거렸다.

"안 갈 거예요, 마리코님은 서우님이랑 있을래요."

-마리코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몰라, 마리코는 이제 몰라요. 여기에 있을래."

먼저 접촉해 온 것은 서우, 영상 통화에서 서우는 마치 강아지처럼 마리코를 제 무릎에 앉혀 놓고 쓰다 듬고 있었다. 마리코는 서우의 무릎 위에서 가르릉 거리며 대체 뭐하는 것이냐고 소리지르는 어른들의 말에 귀를 막았다.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저 고집불통 마리코가 저렇게 되었단 말인가! 아아아아! 정부의 의원들은 절망하며 그 앞에 쓰러지고 말았다.

마리코의 정신 상태는 다섯 살이다. 나라의 위기, 서우로 인한 피해, 그로 인한 모욕과 분노........ 같은 어려운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마리코는 지금도 시끄럽다며 서우에게 빨리 이 전화나 끊자고 하지 않는가.

-마리코님! 제발 저희 말 좀 들어 주세요!

"아저씨, 이 전화 빨리 끊고 우리 다시 술래잡기 해요. 네?

"그럴까, 마리코? 난 상관 없는데...

마음 같아선 이 정신 나간 년아!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어린데다가 정신 연령도 낮은 여자애에게 소리쳐봤자, 득이 있을 리가. 거기에 소녀는 지금 완전히 눈이 멀었다. 뭐에? 사랑에!

"아저씨~"

볼을 발그레 하기 붉히고는 아저씨, 아저씨, 사근사근하게 말하며 웃는 마리코의 눈은 [난 커서 아저씨한테 시집 갈 거야!] 라는 문구가 붙혀져 있는 것만 같았다. 서우는 화면 너머에서 정부 인사들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야메로, 더 이상은 모 야메룽다!! 이런 짓은 다메!!..... 서우는 귀를 후비적 거렸다.

-이런 바보 같은...!

차라리 마리코에게 어머니라도 있으면 그걸 구실로 어떻게 꼬셔 보겠는데, 마리코는 좀비들로 인해 열 살 즈음에 가족을 다 잃었고, 그때부터 이미 정신 상태가 이 모양이었기 때문에 제 가족의 얼굴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고로 방법이 없었다.

마리코는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리코는 앞으로 세울 계획에도, 그리고 능력자로서도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었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자원! 그런데.

그런데. 그 마리코가 서우를 좋아하다니....

"이제 이야기 할 기분이 좀 드셨습니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오.

갑자기 말투 부터가 달라졌다. 훨씬 공손해진 말투를 기분 좋게 들으며 서우는 승자의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인생은 실전이야 좆밥아.

마리코와 호타루의 석방[?]을 앞세운 서우의 요구. 일본 정부는 결국 그것을 다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눈물을 흩뿌리며 서우가 제시한 조건을 들어야 했다. 조건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일본 능력자와 더 이상 트러블은 없을 테니, 향후 다시는 자신이 벌이는 일에 끼어들지 말 것. 또한 에리의 소유를 이쪽으로 넘기고 다시는 이 일에 대해 이야기 하지 말 것. 그것 하나 뿐이었으니까.

일본 정부로서는 차라리 다행인 일이었지만, 당연히 일본 정부는 호타루와 마리코 뿐만이 아니라 유우리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는데, 서우는 호타루와 마리코는 되어도 유우리의 경우에는 유우리가 원하면 그리 하겠노라고 대답했다.

물론 유우리가 원한다면.

서우는 정부의 사람들과 하네다, 유우리가 만날 자리를 기꺼이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유우리 씨, 좋죠?"

"예?"

무엇이라고는 말하지도 않고 서우는 그렇게 툭 말을 던지며 나타났다. 그렇게 서우가 나타나기 전까지 유우리는 평소처럼 제 방 안에서 앉아 있었다. 여전히 안대와 목걸이를 하고 있었고, 그 주변엔 신도인 여자들이 그녀를 돌 보고 있었다. 서우는 평소처럼 예쁘게 꾸며진 유우리를 가만히 보다가, 여자들을 물리고 유우리의 안대를 풀어 주었다.

"유우리 씨."

"예...?"

안대를 풀어주었던 것은 이제 자주 있는 일, 유우리는 멍하니 서우를 올려다 보았다. 안대를 풀어주었을 때, 거의 그 뒤에 있던 일은 같았다.  그걸 알고 있기에 유우리는 반사적으로 뭔가를 기다리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흠...?"

다리를 은근슬쩍 모으고 비비는 듯한 몸짓, 서우는 큭큭 웃다가 유우리에게 옷을 입으라고 말했다. 명령이 아닌 권유하는 말이었다. 이제까지 이곳에 있으며 유우리는 거의 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기에, 입어 봤자 기껏해야 슬립 같은 것이었는데 지금 주워지는 옷은 가끔 사쿠라가 입고 오는 의상과 상당히 비슷했다.

“어울릴 것 같아서 골랐어요. 입어요.”

“...감사합니다.”

“뭐, 감사할 것까지야.”

그렇게 어설프게 옷을 들어 보았다. 옷은 하이 웨스트 치마에 하얀 셔츠.. 거기에 준비된 적당한 높이의 구두. 유우리는 어색하게 그것을 입고는 서우를 따라 나갔다. 지금 어디에 가는 걸까, 머리가 어질한 느낌이었다. 왠지 이렇게 걷는 것도 오랜만이다. 이런 복장으로, 이런 모습으로.

"저어."

"네."

"서우님...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어디로 갈 것 같아요?"

서우가 되려 묻는다. 유우리는 전혀 예상할 수가 없어 입을 다물었고 서우는 웃으면서 앞장 서 걸었다. 저도 모르게 걸음을 늦추는 유우리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까지 하면서, 그렇게 긴 복도를 걸으며 유우리는 생각해 보았다.

대체 이렇게 걷는 게 얼마만인가?

이런 옷을 입은 건? 

이렇게 옷을 입고 있으니, 목걸이만 없으면 왠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아무 일도 없이........ 그렇게 유우리가 생각한 순간, 서우의 목소리가 들려, 유우리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마리코는 참 귀엽더라구요. 엊그제야 겨우 돌아갔어요."

"마리코요? 아..."

잠시 마리코가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던 유우리였다. 물론 마리코가 여기에 왔을 때, 유우리도 얼핏 그 모습을 보았다. 서우가 무슨 수를 썼는지 마리코를 제게 푹 빠지게 만들어서.. 그래서 일본 정부에서도 어쩔 수 없이, 서우와 협상하기를 바란다고.. 멍하니 생각하던 유우리는 서우의 등에 부딪쳤다. 그가 멈춰섰기 때문이었다.

"아...?"

"뒤 돌아요."

"예?"

"어서."

뒤를 돌으라고?

유우리는 멍하니 뒤를 돌았다. 서우의 손이 어깨에 닿더니, 목에 닿아 있던 목걸이에 손을 대었다. 거기까지도 유우리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목걸이가 목에서 풀려져 나갔다.

"하-"

유우리는 뭐라고 대답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랐다. 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입을 뻐끔뻐끔 거리다가 서우의 손에 이끌려 놀랄 틈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그 안에, 하네다와 자신과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일어서는 게 아닌가?

"유우리님!"

"유우리님, 무사 하셨군요..!"

그렇게 소리를 들어본 것이 얼마만이던가? 유우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서우의 손에 다시금 이끌려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잠시 왠지, 유우리 자신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그들 사이에 오갔다. 

대체 이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유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책상 위에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유우리 씨가 결정하세요. 그럼 그렇게 해 드릴 테니까.”

그렇게나 오랫동안 제 목에 걸려 있어서, 이제 제 몸처럼 느껴지던 목걸이였다. 유우리는 그것을 보고 서우를 번갈아 보았다.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자길 풀어 주겠다는 건가? 풀어 주겠다고?

자유? 자유를 주겠다고? 이제와서....? 이제와서 자유라니, 유우리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기묘한 감각이 몸에 들끓고 있었다. 이제까지 느꼈던 그 무수한 고통, 그리고 그것을 넘었을 때의 쾌감. 유우리는 지그시 제 가슴을 잡았다.

생각해 보니, 그곳에 새겨진 문자는 어느샌가 능력자의 치유력 때문인지 서서히 작아지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샤워할 때 보았던 기억으로는 흐릿해진 상태였다. 문신은 흐릿해져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아무도 모른다. 사진을 보냈다고는 하지만... 이제 구속은 사라졌다.

....유우리는 서우를 쳐다 보았다. 서우는 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유우리에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앞에 있던 정부의 대표들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떡 하실래요? 유우리 씨.”

이것은 선택지였다.

여기에 남아서 계속 복종할 것인가. 아니면 그 기억을 가진채로 자유가 될 것인가. 그리고 서우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유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 알고 있기에, 저렇게 자신만만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고 있었다.

“.......”

유우리는 부들부들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금방이라도 꺾일 것 같다. 굽이 낮은데도 왠지 모르게 높은 것 같고 머리도 빙글빙글 도는 것이, 묘한 현기증이 느껴졌다. 현기증, 현기증...... 하아- 유우리가 낮게 숨을 들이키는 순간, 옆에서 하네다의 높은 목소리가 들렸다.

“같이 가요, 유우리님!”

“유우리님, 어서 이쪽으로 오십시오..! 함께 돌아가요!”

“유우리님!”

....하네다의 표정이 절박하다.

그러고 보니 서우가 사진을 찍었었던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되었을까. 유우리는 다시 하네다를 돌아 보았다.

“우.....으........”

왠지 하네다는 그 사진을 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 본 것이다. 그 추한 모습을, 하지만 그렇게 추한 모습을 만든 것은 누구지? 제 2 능력자인 에다 유우리를, 그 긍지 높고 아름다운. 일본 최고의 여자라고 불리던 에다 유우리를. 누가 이렇게.

이렇게..... 

유우리는 서우를 내려다 보았다. 서우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표정이었고, 그 표정에 유우리는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 작품 후기 ============================

새로운 달입니다.

8월이 됩니다. 이번 달 수익은 딱 40만원 대. 하지만 세금을 떼면 39만원 대겠지? ;ㅂ; 다음 달에는 50~60선을 노려 봅니다. 그래야 복학했을 때 우아하게.....

..........아무튼 그래서, 4월 초에 연참을 했던 것처럼 네임드의 밍자까님이랑 연참대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뭐 제가 이길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누구 또 쿠폰 걸어주실 분?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NTR아닙니다. 왜 그러세여 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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