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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사쿠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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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코와 함께 놀이공원에 이어 하루를 더 보낸 서우, 그렇게 2일을 마리코와 보내고 다시금 교단으로 돌아오자, 교단은 이제 더 이상 숨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다시 양지로 드러나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일에는 서우도 앞장 서서 교단 확장에 힘을 썼고, 이따금 ‘사이비 종교 탈퇴 카운슬러’들이 이리저리 설치고 다니면서 신도들을 흐트러 뜨리면....
“누구냐, 넌..... 넌 누구냐고! 젠장, 대체 어떤 곳의 사주를 받고 온 거야!”
“교주다 잡놈아.”
“이 새끼...!”
이렇게 직접 나서서 제거해 주기도 했다. 서우는 양 옆에서 덤벼드는 경호원들을 가볍게 제압해서 일격에 기절시켜 버리고는 도망치려고 하는 카운슬러를 잡았다.
“카운슬러님이 요기잉네.”
“악, 으아악!!!”
나의 손에는 자비가 없지. 서우는 인정사정없이 남자의 머리를 잡고 벽에 박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바닥에 박을 때 코가 내려 앉았는데도 서우는 다시 남자의 머리를 박더니 피로 떡이 된 남자의 머리를 들었다.
그렇게 남자가 도망치지 못할 상태가 되자 서우는 와이어의 강도를 약하게 해, 채찍마냥 몸을 내리쳤다. 강도가 약하다 한들 이미 그 자체가 흉기인 와이어였기에 남자는 한 대 맞을 때마다 갓 잡은 장어마냥 몸을 뒤틀었다.
“다시는 이쪽에 어슬렁 거리지 마. 괜히 문제 만들기 싫어서 이렇게 살려주는데, 다음에도 또 네 친구들이랑 설치고 다니면 넌 일단 바로 바다에 던져 버릴 거예요. 아시겠어요?”
“어억, 어어어억! 억! 그만, 그만.... 헉!”
“네 살을 뜯어 먹은 물고기들의 살로 만든 초밥을 네 친구들이 먹는 거라고요.”
“죄, 죄송. 헉.... 자....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카운슬러가 발버둥치자 서우는 영 좋지 못한, 남자의 아들을 걷어 참으로써 피날레를 아름답게 장식한 뒤에 저 멀리로 카운슬러를 던져 버렸다. 카운슬링 해서 새 인간 만들려면 다른 종교 놈들이나 하지, 쯧즈. 왠만하면 서우도 사고 안 치고 조용히 지낼 생각이었다.
이제 일본 정부랑 문제 생기는 건 귀찮으니까. 슈퍼하게 귀찮으니까. 하지만 워낙 떼거지로 모여 다니면서 설치니 사쿠라가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게 눈에 보여서 이렇게 대신 나와 주었다. 서우는 꽁무니가 빠지도록 도망치는 카운슬러를 보다가 길게 하품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름대로 재밌고 바쁘게 보내던 서우는 하루 빨리 에리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의사들은 에리의 잘린 팔 부분의 제대로 봉합되지 않은 상처를 치료하고, 다친 곳이 없나 몸을 검사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이 팔과 무수히 많은 상처를 제외 하고는 크게 다친 곳이 없다고 했다.
서우는 그것에 몹시도 안도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사쿠라의 연락을 받고 지하에 있던 의무실로 급하게 내려갔다.
‘드디어.. 드디어!’
계속 기다리고 있던, 에리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연락이었다. 한쪽 손이 의수면 어떤가, 서우에게 그런 건 아무런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그저 예전처럼 ‘에리’면 되었다. 하지만 막상 서우가 만난 에리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이게.. 무슨.......”
정말인지 그저 인형 같았다. 거기에 숨을 쉴 뿐인.. 인형. 에리는 의자에 앉아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따금 눈을 깜빡이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게 에리의 모습이었다.
“에리는 어떻게 된 거죠? 왜 아무 말도 없는 거냐구요..!”
“그게.... 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환자는 깨어난 상태입니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 말문을 닫고, 움직이지도 않는 거예요.”
의사는 덜덜 떨면서 그렇게 말하다가 히익,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섰다. 서우는 눈앞이 분노로 핑- 도는 것을 느꼈다.
무슨 개 소리를 하는 거야, 서우는 누구에게라도 화내고 싶었다. 아무에게라도 좋으니 따지고 싶었다. 이미 찢어 죽인 후지야마를 다시 죽이고 싶었다. 대체 에리한테, 에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왜 에리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서우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다간 쓸데없이 추한 모습만 보일 것 같아, 에리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에리.”
불러도 에리는 대답하지 않는다. 지푸라기를 붙잡는 심정으로 서우는 에리의 앞으로 다가갔다. 손을 잡아 보았더니 에리의 한쪽 손은 뼈가 잡힐 정도로 말라서 사람의 것 같지가 않았다. 잡아도 잡은 것 같지가 않았다. 그저 가벼웠다. 꽉 쥐면 부숴져 버릴 것만 같아 안쓰러운 그게.. 에리의 손이었다.
“나야.”
예쁘게 생기 돌던 뺨은 그저 무서울 정도로 창백했으며, 반짝이는 눈매는 어두웠고.. 발그레한 뺨과 같은 빛으로 붉던 입술에서는 붉은기를 찾아 볼 수도 없었다. 그렇게 뭔가 가라앉은 것 같은 사이에서 살랑이는 머리카락은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에리, 나라구.”
에리, 에리. 몇 번 서우는 더 그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에리는 그저 눈꺼풀을 몇 번 깜빡일 뿐, 서우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몸은 이제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런데...
“대답 좀 해..!”
에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속으로 수십 번 수백 번 욕을 씹어 삼킨 서우는 무거운 눈앞을 가리며 밖으로 나왔다.
제 것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화가났다. 에리가 저렇게 되어 버렸다는 것이 화가 나는데, 정작 그 대상이 이미 죽었다는 것이 화가 났다. 역시 그 정도로는 부족했어, 좀 더 잔인하게 죽여야 했다. 끌고 와서라도. 더 잔인하게. 직성이 풀릴 때까지. 에리가 눈을 뜰 때까지... 더 괴롭혔어야 했는데...!
“.........”
“아......”
제대로 앞도 보지 못하고 복도를 걸어 방으로 걸어 가고 있던 서우를 무언가가 잡았다. 서우는 저도 모르게 매섭게 그것을 내려 보다가, 츠부미라는 것을 깨닫고 겨우 표정을 풀었다. 하지만 츠부미는 이미 그 표정을 보았기 때문인지, 뭐라고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벌렸다.
“저기 서우 오빠....”
“미안 츠부미, 나 지금 피곤해서 그런데 나중에 얘기해.”
“.....아......... 네..”
하지만 서우는 그것을 들어줄만한 기분이 아니었다. 미치기 일보직전, 마음 같아서는 물건이라도 집어 던지고, 부수고 화를 내고 싶을 정도였다. 결국 츠부미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있다가, 축 고개를 떨어 뜨리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고, 서우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지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사쿠라는 한참 에리 옆에 있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뒤돌아 나가는 서우를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놀란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저 서우가 저렇게 괴로워 하고 있다니... 에리를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설마 저렇게 힘들어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떡하지...?”
사쿠라는 한숨을 푹 쉬고는 서우가 있는 방문 앞에 서서, 차마 그 문을 열지도 못하고 서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은.. 아니다.
“서우님.........”
사쿠라는 제 아랫입술을 지그시 사리 물었다.
*
술이라도 마셔서 자 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예전에 나름대로 안 좋은 일, 여자와 헤어져서 꽤나 속상한 기분이 들면 서우는 술을 마셔서 그냥 빠르게 잠들어 버리곤 했다. 하지만 능력자가 된 이후에는 그것도 할 수가 없었다. 비정상적인 신체능력, 술 몇 병을 마셔도 배만 부를 뿐 당췌 취하지를 않았던 것이다. 애시당초 약빨도 잘 안 듣는데 술이라고 잘 들을 리가.
“능력자도 이럴 땐 못해 먹겠네.”
서우는 느리게, 타는 듯한 한숨을 내쉬다가 이리저리 뒤척였다. 이렇게 축축 늘어지는 기분이라니, 속에 있는 게 전부 쏠릴 정도로 끔찍했다.
이후 서우는 며칠 동안 제대로 방에서 나오는 날이 없었다. 이따금 에리를 만나러 갈 뿐, 바깥 활동은 거의 하지 않은 것이었다. 좋아하는 여자가 그렇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상실감과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에 대한 실망이었다. 에리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건만, 결국 돌아온 건 인형처럼 앉아 움직이지 않는.... 에리. 에리가 아닌 것 같은 에리.
서우는 자리에서 저도 모르게 와이어를 뻗었다. 그러다가 다시 와이어를 거두고는 그냥 누워 버렸다. 참 한심한 꼴 아닌가. 서우는 다시 침대에 누워 몸을 웅크렸다.
그렇게 서우가 바깥 활동을 하지 않은지 딱 일주일 째, 서우의 여자들이라고 불러도 될 그녀들은 모두 서우를 걱정했지만, 쉽사리 그 옆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다만 사쿠라만이 서우에게 식사를 가져다 주고 옆에서 그를 돌보며 어떻게든 힘을 주려 애썼다.
“서우님, 식사 가져 왔어요.”
술병이 몇 개 있었다. 상당히 독한 술 뿐이었는데 그런 것들이 바닥에 굴러 다니고 있음에도 서우는 별로 취한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독한 술이다 보니 서우는 상당히 취기가 오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얼굴도 붉었고, 표정도 취기 때문인지 상당히 풀려 있었다.
“아, 고마워요. 고마워.”
“좀 취하신 것 같아요, 서우님.”
“...음. 그렇네요.”
왠지 제 입으로 막상 말하고 나면 더 취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처럼, 서우도 그런 것 같았다. 서우는 배시시- 웃으며 테이블에 앉았다. 술을 마시고 있을 것 같아서 안주가 될만한 것으로 가져 왔는데 사쿠라는 자연스레 테이블에 앉았다. 서우를 위로해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 서우는 사쿠라를 거부하지 않았다.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정상적인 사람에서 나사 수백 개는 머리에서 빠진 서우라도 결국은 사람인지라 힘들 때는 제 옆에 누군가 있어 주기를 바랄 때가 있다, 그리고 사쿠라는 기가 막히게 그것을 캐치해낸 것이다. 사쿠라는 특유의 사근사근한 미소를 지었다.
“왜 혼자 드시고 계셨어요? 누구라도 부르시지. 서우님이 불러주시기만 하면 올 사람이 몇 명인데요.”
“....그러게요, 혼자 뻘짓하고 있었네. 누가 따라줬음 기분 좋았을 텐데.”
“다들 서우님이 힘들어 하셔서 걱정하고 있어요. 서우님을 못 뵈서 안달인 걸요.”
“하하.”
서우는 픽 웃으며 술잔을 사쿠라에게 쥐어 주고는 가득 술을 따라 주었다. 이내 사쿠라도 서우의 잔을 가득 채워주자, 짠- 하고 잔이 맞부딪쳤다. 물론 사쿠라가 하고 싶은 것은 서우의 위로. 이쪽이 취하면 안 되니 사쿠라는 조금 술을 마시는 척하다가 입을 바로 뗐다.
그렇게 몇 번, 사쿠라는 그저 서우에게 술을 따라주고 그가 하는 말을 받아 주었다. 이제까지 서우에 대해 생각하고, 그에 대해 완벽하게 맞춰 주었던 평소 사쿠라의 행동이 여기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사쿠라와 이야기 하면 할수록 서우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소라는 그 특유의 통통 튀는 것 같은 분위기로 사람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유리는 그 성숙함 덕에 함께 있는 게 편하다. 에리는 왠지 모르게 함께 있을 때 즐겁고, 모모와 나나는 귀엽다. 아키오와 있을 때는 편안한 여자와 농염한 여자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사쿠라는 서우에게 맞춰주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그녀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며 그에 능동적으로 맞추어 주는데, 그런 것이 지금 서우에게는 몹시도 필요했다. 마음을 위로해 주고 이해해 주는 여자.
사쿠라는 지금 그 존재만으로도 서우를 위로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계속해서 서우의 잔에 열심히 술을 부어주고 있었다. 물론 이쪽은 제대로 한 입도 먹지 않고서 은근히. 그래서 결국 취해가는 것은 서우. 점점 서우의 얼굴은 붉어지고 있었다.
“...진짜 취하네요. 그러고 보니 이런 건 원래 적당히 물에 타 먹어야 되는데.”
하지만 서우는 한 번에 원샷을 해 버렸기 때문인지 눈앞을 비비기 시작했다. 아마 이제까지도 계속 원샷을 했을 테고, 첫 번째 병 정도는 왠지 병나발을 그대로 불었을 것 같은 모양새 였기에 이제 제 아무리 능력자라고 해도 취할 때가 온 것이다.
‘이제 슬슬 결정타를 날려 볼까?’
사쿠라는 부러 독한 술을 꺼낸 다음, 독한 술이 아닌 척 서우의 잔에 가득 따라 주었다. 서우는 이번에도 몇 번 이야기를 하다가 그것을 원샷해 버렸고.... 그대로 취해 버렸다.
“취하시는 것 같으세요?”
“예예....”
얼굴이 붉다. 서우의 눈도 거의 풀려 있었다.
“물 좀 줄래요?”
“네네, 여기 있습니다.”
서우는 사쿠라가 바로 주는 물을 들이키긴 했지만 그것으로 금방 술이 깰 리는 없었다. 게다가 용의주도하게 사쿠라는 서우가 마시고 있는 물에는 탄산을 섞은 물을 건네었고, 서우는 되려 마실 수록 더 취해가고 있었다.
“잠시만요, 머리 좀 다듬어 드릴게요. 전부 흘러 내렸어요.”
그 틈을 타서 사쿠라는 은근슬쩍 서우의 옆으로 다가갔다. 서우도 그것을 알았지만 딱히 밀어내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았다. 사쿠라는 부드러운 자신의 몸을 서우에게 은근히 부비면서 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서우의 머리에 댄 손으로 상냥하게 그의 흐트러진 머리를 넘겨주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힘들어 보이세요, 서우니임...”
“.....위로해 주려고요?”
“제가 그럴 수 있으면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린 서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쿠라는 은근히 서우의 몸에 매달리면서 그와 함께 방 한쪽에 있던 커다란 침대로 걸어갔다.
============================ 작품 후기 ============================
저번에 후기를 살짝 애매하게 적어 놓았었군요.
서우가 한국에 놀러 가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그떄 같이 갈 여자 캐릭터를 투표해 주세요!
공기소라를 지적해 주셨는데, 저도 마음이 아프네여. 하지만 그보다 더 가벼운 나미에 비할 바가 되겠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
^ㅂ^
네임드와 짐승의 연참대결! 아핳핳핳 아하하하하핳 나의 승리다 부와앙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