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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서우는 사쿠라의 위로[라고 쓰고 사쿠라의 기를 다 빨아 먹었다고 쓴다]를 받고 기운을 회복했다.
그리고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한 몫 했다. 가만히 있는다고 에리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자신은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이쪽도 같이 가라앉아 있으면 뭐가 되겠는가?
서우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기로 결심하고서, 의사가 권한대로 하루에 몇 번씩 에리의 산책을 담당했다.
에리가 저렇게 된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휠체어에 태워서라도 이것저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면 그게 자극이 되어 에리에게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서우는 나름대로 그것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꼈다. 서우가 바쁠 때는 다른 여자들이 대신 산책을 도맡아 주었고, 그리고 그렇게 날이 거듭되면 될 수록 에리에게서는 약하게나마 반응이 왔다.
그 전에는 주사를 놓아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면, 이제 주사를 놓으면 그래도 움찔하는 것이라던가 미약하게 좋은 표정을 짓는 것 같다고 할까.... 한참 부족했지만 그 미약하지만 확실한 변화에 서우도, 주변 사람들도 만족했다.
단 한 사람. 츠부미를 제외하고서. 츠부미는 에리의 산책을 시켜주는 일마저 피했다. 츠부미가 하지 않는다고 해도 할 사람은 넘치고, 서우가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몰랐지만 츠부미는 에리를 질투하고 있었다. 에리에게 가는 것을 명백하게 싫어하고 있었다.
"......."
게다가, 츠부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느샌가 등장한 마리코, 마리코는 당당하게 서우를 차지하고 있었고 마리코가 이따금 교단 내로 올 때면 그 누구도 주변에 다가가지 않았다. 마리코가 1 능력자이기 때문이라고, 츠부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있는 모모는 대답해 주었다. 마리코가 1 능력자여서, 모두 대우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1 능력자여서.
1 능력자라는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츠부미는 알고 있었다. 능력자라고만 해도 영웅 대접을 받는데, 그것도 일본 최고의 능력자라니? 하지만... 서우는 그것 때문에 마리코와 자주 만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서우는 마리코가 오는 것을 반가워 했으며, 귀여워 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아무리 봐도 제 또래인데, 서우는 츠부미와 마리코를 구분하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귀여운 동생과, 그리고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의 차이. 서우가 어떤 대상으로 대하느냐에 대한 것을 츠부미는 본능적으로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아무리 봐도, 그저 제 또래처럼 보이는데! 그것도 츠부미가 마리코보다 못 생겼는가? 그건 아니었다. 두 소녀는 객관적으로 얼굴만 보자면 누구를 더 좋다고 할 수 없을만큼 막상막하였다. 만약 츠부미가 크면서, 젖살이 빠져 얼굴이 갸름해진다는 가정하에라면 츠부미가 좀 더 우세일 정도라고 할까.
다만 어린 애는 끝까지 어린애로만 보는 서우의 시선 차이 때문이었다. 마리코는 얼굴도, 정신 상태도 심하게 어리다고는 하지만 신체나 아무래도 나이가 있었고, 츠부미는 그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어리고 귀여운 동생일 뿐이었다. 게다가 서우의 취향은 로리콘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저씨, 아저씨! 마리코 왔어요! 서우 아저씨이-"
츠부미는 보란듯이 로비에서부터 달려오고 있는 마리코가 서우에게 와락 안기는 것을 보면서 방으로 돌아갔다.
"다 싫어."
하지만 서우는 그런 츠부미의 마음을 알 리 없이, 마리코를 안아 들었다. 그렇게 서우는 오전에는 교단으로 찾아온 마리코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이제 평소처럼 에리를 산책시켜 주려 했는데, 일본 정부를 통해,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서우에게 할 말이 있다나 뭐라나?
".........."
미쳤다고 왜 한국을 가냐.
여기에 자기 취향별로, 종류별로[?] 좋은 여자들이 있는데다가 이렇게 큰 기반까지 잡았다. 호의호식, 한국의 능력자로 지낼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호화로웠고 편한데 돌아갈 이유나, 한국과 딱히 연락을 할 이유는 없었다.
서우는 제 여자들한테나 자비로울 뿐, 자기 이익에 관계 없는 일에는 악역이라고 해도 좋았다. 제 정신이 박힌 인간이었다면, 아니 그냥 보통 수준의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일본에 오지도 않고, 한국에서 열심히 좀비나 잡고 있었겠지.
"안 갑니다."
"예?"
"안 가요. 돌아 가세요."
"저, 서.. 서우님!"
"절대 안 갑니다. 헛수고예요."
저를 만나러 교단 앞까지 찾아온 파견인들을 보며 서우는 뻑뻑 담배를 피웠다. 서우가 여자를 심각하게 좋아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파견인들 사이에 예쁜 여자가 쏙쏙 끼어 있는 것이 보였지만, 안 그래도 차고 넘치는데 뭘. 서우는 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 가라는 식으로 담배를 피우며, 시덥잖은 소리 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서우님, 부디 이쪽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 주십시오. 서우님께서는 한국의 능력자지 않으십니까."
"후우."
"한국은 지금 서우님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
한국의 능력자고 뭐고, 그런 거 애시당초 관심없는 서우였다. 하지만 왠지 포스로 보아 서우가 제가 원하는 답을 줄 때까지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모양새여서, 서우는 무슨 말을 하는지나 들어보자고 생각해, 일단 주변 사람들을 안으로 보내고 앞에 앉았다.
"부탁할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들어나 보죠."
그제야 그들은 안도하는 듯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들어보고 주옥 같으면 바로 차 버릴 건데? 서우는 입술을 비죽이다가 그늘이 내미는 파일 하나를 들었다. 읽어 보라는 건가? 서우는 그것을 잡아 들다가 상대방을 쳐다 보았다.
"한국 갔는데 허튼 수작 부리는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요. 일본에서 서우님이 하신 일은...... 잘 들었습니다."
그들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서우 때문에 잠시 동안 일본의 위협을 받으며 헬 게이트가 펼쳐졌기 때문. 표정에 '너 때문에 뒤지는 줄 알았다 새끼야' 라고 적혀 있는 듯하지만 서우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러나 마나, 상관않고 눈앞의 파일을 펼쳤다.
"...!"
첫 장부터 넘겼을 때, 서우는 바로 혹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거대 돌연변이 좀비의 등장이라니....? 허- 서우는 사진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표정을 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앞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도 핀다. 아마도, 아니 분명히 이들은 서우에 대해 조사를 하고 왔을 것이다.
최서우라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완벽한 미끼를 가져올 수 잇을 리 없었다. 서우는 거대한 돌연번이의 사진을 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전투본능을 자극하는 것 같은 강함이, 고작 사진을 보는데도 느껴졌다.
게다가 한국의 능력자들이 모두 모였는데도 잡지 못할 정도라니! 이 얼마나 끌리는 알찬 구성이란 말인가. 서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설명 좀 해 주실래요?"
"예, 이 좀비는 한국 좀비의 근원지인 부산에서 등장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위쪽으로 진격 중이죠. 군대에서 나서서 제압을 하려고 했지만 총이 몸에 박히지도 않고, 폭탄을 사용해도 다치기만 하다가 다시 원래대로 몸을 재생합니다. 현재 돌연변이는 대전까지 올라와 있고.대전에는 임시 기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좀비에게 점령 당한 지역을 회복하려고 세운 기지지요."
"흐음..."
"헌데, 이 돌연변이는 사람이 있는 위치를 알고 그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냄새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임시기지의 위치를 알고, 그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최고 시속은 40km. 게다가 혼자 오는 게 아니라 주변의 좀비를 같이 몰고 오기 때문에 큰 위험입니다."
"같이 몰고 오기까지.... 가지가지하네."
그래도 재미 있다. 서우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돌연변이의 사진을 내려다 보았고, 거기까지 말한 여자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명찰에 새겨진 이름 [김미영]이라는 이름이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름이 김미영?"
"예, 돌연변이 대책 위원회의 김미영 팀장입니다."
"......그렇군요... 마저 이야기나 해 주시죠."
"네. 돌연변이의 세로 길이는 무려 11m 가로 길이는 4m 정도 되는 말 그대로 괴물입니다."
그런 것 같다. 인간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11 M 모형탑 크기에 死M 라니. 정말 엄청 나군, 서우는 다른 사진을 넘겨 보았다. 튀어나온 근육은 근육이라기 보다는 바위 같은 것을 떡떡, 붙혀 놓은 것 같았고 이빨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몸의 뼈를 뾰족하게 갈아서 이에 끼운 것 같다고 할까?
...서우는 예전, 돌연변이가 좀비를 흡수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이것도 그때의 돌연변이와 같은 종류라고 생각하면 그닥 어렵지 않았다. 아마 좀비를 흡수했으리라....
확실히 좀비는 진화하고 있다. 사람이 진화를 했던 것처럼...... 서우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몹시도 기분이 좋아졌다.
"능력자 분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계시고.... 현재 북한의 잔재 세력이 곳곳에서 활동 중이기 때문에, 그들의 처리로 군의 인원이 심각하게 부족해서, 돌연변이의 처리는 능력자 님들이 맡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싸움에서 1 능력자님도 큰 부상을 입으셔서..."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 서우는 파일을 접고 여자를 쳐다 보았다. 김미영은 서우를 똑바로 쳐다 보고 있었다. 느낌이 이상했다. 왠지 김미영이 제시하는 조건을 수락하면 잣될 것 같은.......... 하지만 이 앞에 펼쳐진 내용은 서우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것이었다.
이렇게 좋은 걸 가져와서야..
"하아."
거절할 수가 없지 않은가? 서우는 한숨을 푹 쉬고는 파일을 돌려 주었다. 뭐, 당분간은 할 일도 없고.... 이 정도 유희는 즐겨도 되지 않을까. 아니, 사실은 그냥 자기가 하고 싶었다. 이런 꿀을 놓칠 수야 없지. 오래간만에, 그 마음속에 언제나 자리 잡고 있던 파괴욕이 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가겠습니다. 언제 가면 됩니까?"
"저.. 정말이시죠?"
김미영 팀장이 반색하자, 뒤에 있던 사람들도 크게 기뻐하기 시작했다. 나름 침착한 얼굴 하고 있더니, 서우가 처음 만나자마자 단박에 거절할 때는 분명 마음속으로 엉엉 울고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서우는 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만의 귀국이니 제대로 된 비행기나 보내 주시죠. 여기로 올 때 배 타고 왔는데, 영 기분이 나빠서. 그리고 행여나, 날 잡으려는 생각 마세요. 난 이쪽에 아예 살림 차렸으니까..... 뭐, 이런 일 있으면 가끔은 괜찮겠네."
"예, 그렇게 하고 말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서우는 회장 밖으로 나오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쿠라에게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러저러 해서, 잠시 한국에 다녀올까 한다. 사쿠라는 순간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서우의 의견에 따랐고, 서우는 그렇게 몇 개월만에 한국으로 가게 되었다.
물론 아주 잠깐, 돌연변이만 잡고 바로 돌아올 생각이지만. 그나저나.... 만약 간다면, 혼자서 한국으로? 그건 조금 싫었다. 혼자 심심하게스리... 전부는 못 데려가도한두 명 정도 여자를 데려가고 싶었다. 가서 죽어라 돌연변이랑 싸울 것도 아니고. 간 김에 나름대로 쓱 훑어보고 오고 싶은데, 이쪽에 있는 여자랑 함께 가고 싶었다.
자, 그럼. 어떤 여자를 데려 갈까?
============================ 작품 후기 ============================
오늘 기분이 내내 안 좋았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ㅇㅇ 내용
엄마 저 기분이 안 좋아요.
-왜.
걍 꿀꿀하네여. 기분도 안 좋고.
-그럼 목욕이라도 갔다 오던지.
갈 테니까 돈 좀... 만원만 보내주시면..
-헐.
...?
-3만원 보내줄게. 니가 목욕을 간다고? 헐. 대박. 헐. 엄마 감격
..!!!!!!!!!!!
절대로 제가 잘 안 씻거나 하는 게 아니라 곰팡이처럼 살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방 안에서 그림 그리고 소설 쓰고 아주 이따금 꾸미고 밖에 나가고..... ;ㅂ;.. 노블+사과박스 수익이 이번 달에 들어 오니까 이제 사람처럼 살 수 있겠죠? 동물원 다녀와야지. 앟핳핳하핳.
+)투표수가 누가 제일 많았는지 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