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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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서우는 찬찬히 고민해 보았다. 유리나 모모를 선택하면 둘은 한 세트이기 때문에 같이 가자고 할 테니, 나쁘지 않지만..... 왠지 한 명만 데려가고 싶은 느낌이랄까. 그럼 누구를 데려 갈까? 소라? 예전, 소라와 함께 다녔던 것도 떠오르고 소라와 너무 오랜만에 만났다는 생각에 서우는 소라를 데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소라는 최근 호타루의 엄중한 감시와 단속 때문에..... 이쪽에 잘 오지 못했다.

'그땐 어쩔 수 없었지만 너 같은 새끼한테 누나는 과분해!'

'죄.. 죄송해요, 서우 씨. 서우 씨한테 가고 싶은데 호타루가 자꾸 막아서 나갈 수가 없어요.'

언젠가 호타루를 확실히, 뒤에서 몰래 조질 필요가 있다. 골치 아프게스리..

그럼 누구를 데려가야 하나, 유우리? 일본 2 능력자를 귀국하면서 옆에 끼고 가다니! 이것이 바로 애국... 은 개뿔, 일본 정부가 난리를 치겠지. 지금은 유우리가 그러고 싶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유우리를 이쪽에 넘기고 있지만 해외로 데리고 나간다고 하면 난리 법석일 것이다. 이제 귀찮은 일은 사양이고...... 모처럼의 재미 있는 일을 공유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 대체 누구를 데려 갈까, 아키오? 나미? 나나..... 사쿠라.

"......"

진짜 사쿠라나 데려 갈까?

문득 든 생각이었지만 서우는 꽤 좋은 생각이었다. 하긴 , 사쿠라가 싹싹해서 편하기는 하다.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도 않고.

그렇게 생각한 서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생각을 굳히고 사쿠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사쿠라는 마침 서우가 있는 방 근처에서 머물고  있어서, 그저 좀 걷다가 모퉁이만 돌면 사쿠라의 방이 나왔다. 사쿠라는 마악 방 안에 있던 사람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었는데, 서우를 보자마자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쩐 일이세요!"

"할 말이 있어서요. 지금 바빠요?"

"안 바쁩니다! 전혀 안 바빠요!"

본지 얼마나 되었다고 기뻐하는 것을 보니 왠지 우습기도 하고 귀엽다. 서우는 교단의 사람을 내보낸 다음 자리에 앉았다. 사쿠라는 얼른 그 맞은 편에 앉았는데, 서우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서우는 사쿠라를 놀려 볼까? 잠깐 생각했지만 귀찮으니, 그냥 본론부터 말하자고 생각했다.

"사쿠라 시, 저랑 같이 한국 다녀올래요?"

"네엣?!"

안 그래도 무지하게 커다란데다가 깊은 쌍커풀이 졌고, 속눈썹까지 길어서 더 커 보이는 사쿠라의 눈은, 마치 얼굴의 반을 차지할 것마냥 커졌다. 

'..어디까지 저 눈은 커지는 걸까.'

문득 서우는 그게 진지하게 궁금해졌다가, 일단 말을 이었다. 이번에 한국에 혼자 가면 심심할 것 같으니 같지 가지 않겠느냐고. 거기까지 들은 서우는 입을 크게 벌리고서 헉. 헉. 숨 넘어갈 것처럼 눈을 꿈뻑이며 입을 벌리다가, 뒤로 넘어갈 뻔한 위기를 서우 덕에 넘기고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사쿠라 씨, 좀 진정하시고요."

"예.... 예, 우, 우헛....! 혹시 두. 둘만인가요?!"

둘이 아니라고 하면 아쉬워 할 것 같은 표정. 서우는 큭큭 웃다가 그렇다고 말했고, 사쿠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짤깍짤깍 박수까지 치면서 좋아했다. 정말인지 안 데려가겠다고 했으면 큰일날 뻔했다.

"세.. 세상에, 언제. 언제 가는 건가요, 언제요?!"

"2일 뒤에 가기로 했는데, 그쪽에서 비행기를 보낸다고 하니까 그거 타고 같이 가면 되겠네요."

"으아아, 어떡해. 서. 서우님이랑. 그. 미. 밀월. 여행. 으하아아앗! 해냈다. 해냈다. 사쿠라가 해냈어!"

자리에서 깡총깡총 뛰는 사쿠라는 토끼처럼 보였다. 서우는 지나치게 흥분해서 이리저리 뛰다가 깔깔거리는 사쿠라를 귀엽게 쳐다 보다가, 적당히 밖으로 나왔다. 정말 데려가기를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우는 남은 2일 동안은 평소처럼 하는 일을 하면서 보냈다. 사실 뭔가 준비해 볼까도 했지만 그 정도는 한국 정부에서 챙겨줄 테니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편하게 2일을 보내고는 그 뒤에 한국에서 보낸 비행기에 사쿠라와 함께 올랐다.

"동행하시는 분은....?"

"뭐, 제 여자친구라고 생각하세요."

"아... 예."

...정확히 말하자면 여자친구 중에 한 명이겠지만. 

서우는 참 묘한 기분이라고 생각하며 사쿠라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는 과연, 서우가 부탁했던대로 무척이나 호화스러웠다. 사실 이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한국에서 일본까지 얼마나 걸린다고.. 그냥 대충 타면 되는 걸, 서우는 허허- 하고 웃으며 자리를 뒤로 눕혔다.

"비행기 되게 오랜만에 타 봐요. 좀비 사태 이후에는 공항이 다 마비가 되었으니까."

"그렇죠."

서우는 이번에 비행기를 타는 것이 두 번째였다. 부웅, 뜨는 느낌이 썩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서우는 안전벨트를 쳐다 보았다.

...어차피 사고 나면 비행기가 추락하니까 다 죽을 텐데, 왜 영화에선 사고날 때 안전벨트를..... 대충 생각하며, 서우는 사쿠라에게 조금 피곤하니 눈을 붙히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거의 평평하게 의자를 뒤로 눕히고는 잠에 들었다. 비행기가 착륙한 곳은 현재 유일하게 운행하고 있는 인천 공항. 

서우는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이제 그만 내리자고 말하는 사쿠라와 함께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우는 그제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정신을 차렸다. 주변에 능력자가 다가오는것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능력자긴 능력잔데, 좀 약한 느낌인데....?'

밖에 나갔던 능력자가 돌아온다고 하니, 마중 오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능력자의 마중이라.. 게다가 마리코나 유우리에게서 느껴졌던 강한 능력자의 기운이나, 호타루에 비하면 정말 우스울 정도로 약한 파장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능력자는 능력자, 어떤 얼굴인지 궁금했던 서우는 사쿠라의 앞에 제가 먼저 나서 밖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계단 밑으로 내려가자, 그 앞에 다른 군인들과 함께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이쪽에서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서우는 가만히 그들 사이에 있는 능력자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숨기고 있는 거지?... 가만히 생각하다가 서우가 내린 결론은, 저쪽은 감지 능력이 없다- 였다. 감지 능력이 없지 않은 이상 왜 저기에 그냥 숨어 있겠는가? 게다가 남자들 사이에 여자 둘이면 둘이라고 해도 튀는 구성 아닌가.

"흐음."

서우는 픽 웃으며 그 앞으로 걸어갔다. 앞에 나와 있던, 그때 보았던 김미영 팀장이 서우에게 다가왔지만 서우는 그녀를 지나쳐, 여자 능력자 앞에 가서 섰다.

"저기."

"....!"

"감지능력 없어? 그 사이에 숨어 있어도 다 알거든."

서우는 그녀가 걸고 있는 사원증 같은 것을 보았다. 본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적혀 있는 이름은 김성희. 다섯 명 중에 두 명 있다는 여자 능력자였다. 서우는 공식적으로 1순위가 남자라는 것만 알고 있어서. 여자가 몇 순위의 능력자인지는 몰랐다.

"없나 보네."

하지만 감지 능력조차 없다면 제일 낫겠지. 서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서우가 감지 능력을 각성한 것은 일본에서 능력자들과 자주 한 공간에 있다 보니 각성한 것이었다. 감지 능력이라는 것 자체가, 능력자와 있으면 있을 수록 쉽게 터득할 수 있는 것인데, 서우는 한국에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능력자들과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능력자들과 만남을 갖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능력자들을 감지하게 된 것에 비해, 성희는 분명 한국의 다른 능력자들과 많이 부대꼈을 텐데도 감지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5순위 말고 더 있나.

"후."

김성희는 주변 사람들을 물리며 앞으로 나섰다. 검은 포니테일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고 있는 김성희는 예쁘지만 굉장히 날카로운 인상을 주었는데, 생긴 것만큼 한 성깔하는지 서우와 눈을 똑바로 맞추며 그를 노려 보았다.

"여자를 밝힌다고 하더니, 돌연변이 때문에 이 모양인데 여자를 데려와? 듣던대로 정말 엄청나시군."

"뭐 그렇게 됐어, 이제 헤어져서 살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할 수도 없는 사이들 뿐이라서. 뭐 그깟 돌연변이 잡으면 그만 아닌가? 그것도 못 잡아서 일본에서 열심히 항일운동 하는 사람 불러온 쪽이 대단한 거지."

"미친놈."

"서.. 성희님!"

처음 보는데도 김성희는 서우에 대한 반감이 무시무시한 것 같았다. 초면에 욕이라니. 그것 보는 김미영 팀장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지만 서우는 반대로 재밌다는 표정이었다. 저한테 욕을 하는데도 되려 그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고 할까. 서우는 낄낄 웃으며 사쿠라를 데리고 그녀를 지나쳐, 미리 준비되어 있는 차로 들어갔다.

간만에 온 한국, 재미 있기는 정말 재미 있을 것 같다. 서우는 입술 끝을 슬슬 이로 문지르면서 왠지 모를 흥분감에 전율했다. 무시무시하게 강한 돌연변이에 괜찮은 여자까지, 서우는 제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사쿠라의 몸에 얼굴을 묻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렇게 사쿠라는 호텔에 머물고, 서우는 밑으로 내려갔는데 그곳에는 김미영 팀장이 대기해서 서우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1 능력자는 현재 큰 부상을 입었고, 다른 능력자들도 비슷해서 현재 방어벽을 쳐 놓고 있지만 돌연변이가 워낙 날뛰는지라 언제 망가질지 모른다고 한다. 

그러니 그들의 치료가 끝나는 2일 뒤로 세워진 계획에 따라 돌연변이를 제거하러 갈 예정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말한 김미영 팀장은 서우에게 한국 정부에서 개발한 특수 슈트를 내밀었다.

이미 한국 정부에 서우의 신체 정보는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만들어, 서우의 몸에 대체로 꼭 맞았다. 능력자를 위한 슈트로써, 신소재로 만들었기에 움직임이 편한 것은 물론이고 온갖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슈트였다. 

"마음에 드네요."

"그러시다니 다행입니다. 아, 그리고 정확히 2일 뒤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 돌연변이가 다시 잠복을 해서.."

"잠복이요?"

"녀석은 땅 밑, 5M 깊이까지 파고 들어 숨을 수 있어요. 그리고는 거기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숨으면 찾기가 힘들 거든요. 지금 위치를 다시 파악하고 있습니다."

...골치 아픈 녀석이네, 좀비 주제에 두더지처럼.. 서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슈트를 받아 들고는 다시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사쿠라는 최고급 호텔 안에 있는 와인이 마음에 든다며 이것저것 꺼내고 있었는데, 결국 그것은 그날 밤 고스란히 사쿠라의 몸 위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첫날 밤이 지나갔다.

두 번째의 밤부터, 사쿠라는 한국이 신기하다며 이리저리 둘러 보고 싶어 했고, 서우는 저에게 붙은 경호 인력을 사쿠라에게 붙혀준 다음 자기는 혼자 오래간만에 서울을 둘러 보았다. 능력자에게 왜 경호원이 필요 하겠는가? 거추장 스러울 뿐이었다. 

"..진짜 오랜만인데......."

강남은 여전히 빌딩숲, 물론 불이 켜져 있는 곳은 얼마 없고 대부분 대피소처럼 활용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돌아 다니는 걸 보면 그나마 도쿄 보다는 나은 모양새였다.  그때였다. 서우의 어깨를 누군가 끌어 당겼다.

"너 최서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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