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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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문드문, 가까이 다가갈 수록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안에 있는 한 사람은 남자인가 보다. 

"그래도 그 분이 참가하시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성희 씨도 좀 마음을 돌리시는 게 어떻겠어요?"

"하지만 주원 씨, 그 사람은.."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이번 일을 같이 해야 할 분입니다. 다 같이 합동해야 일을 빨리 끝내지 않겠어요?"

막 그렇게 말하고 있는 조용조용한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서우는 벌컥- 문을 열었다. 커다란 홀 중앙에 있는 테이블 앞에 남자 한 명과, 김성희가 앉아 있었다. 김성희는 서우가 들어온 것을 보며 확 인상을 찌푸렸고, 다른 남자는 누군가 오고 있는줄 알았다는 듯, 웃으면서 서우쪽을 돌아 보았다.

"흥."

김성희가 서우를 보자마자 이를 가는 것 같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적당히 앉으려고 그쪽으로 걸어가는데, 한주원이 서우의 앞으로 걸어왔다. 귀찮은 인사치레는 사양인데... 적당히 서우가 몸을 피하려는데, 남자가 서우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최서우 씨, 한주원이라고 합니다."

한주원? 한주원이라면1위 능력자다. 하지만 서우는 그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남자가 내미는 손을 잡고 악수하고 말았다. 

"어, 음... 안녕하세요."

능력자라기엔 체구도 심하게 왜소하고 마른데다가, 인상도 왠지 모르게 흐릿한 주원은 뭔가 상대방이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서우는 무심코 그 손을 잡고 흔들다가 떼었다. 

남자랑 손 잡는 취미는 없는데. 저도 모르게 제 손을 내려다 보자, 주원이 상냥하게 말을 붙혀왔다.

"일본에서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나라 버리고 튄 새끼예요, 그냥."

"성희 씨."

책망하듯 주원이 말하자 소희는 고개를 홱 돌렸다. 

"....맞는 말이잖아요."

"어, 이런... 죄송합니다."

"대충 맞는 말이라고 치죠 뭐."

주원이 사과하고 서우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한 자세를 보이자, 고개를 돌렸던 소희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인상을 확 찌푸린다. 아니 그럼 뭐 어쩌라고 이년아? 성희는 서우에 대한 격한 반감 때문에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였다. 대형사고 친 걸그룹이 방송에 나오기만 하면, 그 기사는 악플만 달리는 것처럼...  

그래서 사실 서우는 마음속으로 조금 놀라고 있었다. 김성희는 처음 볼 때부터 서우에게 반말을 찍찍 날려서, 다른 능력자들도, 그리고 한주원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주원은 예의 있게 저를 맞이해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한국 능력자들은 거의 다 약점을 잡혔을 거라 생각했다. 해서, 지극히 자유로운 자신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있는 건지, 없는 척하는 건지. 서우는 가만히 주원의 얼굴을 살펴 보았다. 

"....."

능력자가 되면 기본적으로 신체가 강해진다. 그래서 유우리도 보통 여자라면 몇 번이고 탈진할 일을 받아들이고도 멀쩡했던 거고, 그 뿐 아니라 돌고래 이상의 자가치유 능력을 얻는다.

'..다이어트 하나?' 

서우가 그러했고, 다른 능력자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주원은 마른 것도 마른 것이지만 키도 서우의 한 뼘 이상 작고, 얼굴은 창백한데다가 눈밑에는 흐릿한 그늘이 져 있었다. 즉, 능력자가 아니라 그냥 환자 같아 보인다. 누가 보면 병실에서 탈출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번 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뭐어."

서우는 시선을 돌리고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자 주원도 자리에 앉았는데, 서우는 문득 그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쪽을 돌아보게 되자, 주원이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어떤 능력을 가지셨는지 궁금해서요."

"아."

한주원이 약하게 웃으면서 자기 손을 쭉 뻗었다. 그러자 그 손에서 가시가 쭈욱 뻗어나왔다. 엄지 손가락에서는 굵은 가시가, 다른 손가락에서는 작지만 각기 길이가 다른 가시들이 튀어나오고, 손바닥에서는 주먹 크기의 가시가 쭈욱 튀어 나오더니 허공으로 떠올랐다. 허- 서우는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무심코 손을 댈 뻔했다.

"건드리면 위험합니다. 독이 있으니까."

아아. 그렇군. 서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손을 접었다. 이상하게도 왠지 제 능력과 조금 닮은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독이라...

"....신기하네요."

주원이 손을 접자 마술처럼 그게 녹아 사라져 버렸다. 이걸로 마술이라고 한 다음에 사기쳤으면 꽤 돈 벌었을 텐데.... 뜬금없는 생각을 하면서 서우는 고개를 돌렸다. 저게 어떤식으로 공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튀어나오는데다 손에서 분리가 되고,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것을 보니 저것으로 장거리 공격을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거기에 이렇게 병약해 보이는 몸으로는, 돌연변이한테 한 대 맞으면 그냥 엿가락 휘어지듯이 꺾일 것 같고, 아니 그냥 즉사할 것 같다고 할까, 몸이 고무처럼 질기지 않는 한에야.. 

그러고 보니 큰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딱히 겉으로 보기엔 다친 곳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1위 능력자이니 만큼 주원의 자가치유도 서우를 웃돌 수도 있다는 말인데... 재미를 뺏어가지나 않았음 좋겠다. 그저 잡고 늘어지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서우는 한쪽 벽면을 완전히 차지한 유리에 비추는 주원을 쭉 훑어 보다가 성희를 훑어 보았다. 

.....성격은 더러워도, 성희의 라인은 숭배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을 정도였다.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허리부터, 엉벅지라고 불리는 곳, 그리고 쭉 뻑은 다리.

'개 쩌네.'

역시나 오늘도 눈이 즐거운 의상이다. 좀비의 명중률을 떨어뜨리기 위함인가. 굴곡진 라인이 훌륭하다. 딱히 노출이 있다기 보다는 편하게 움직이기 위해 살짝 달라 붙는 의상일 뿐인데... 이미 일본에서 온갖 몸매 좋은 여자를 보고, 안기까지 한데다, 2 능력자인 유우리를 제 것으로 만들기까지 했지만 여자 능력자를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동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날카로운 이빨을 잔뜩 세운 악어의 입에 머리를 넣는 것 같은 스릴이라고 할까.. 특별한 묘미가 있었다. 서우는 흐릿하게 비추는 것으로 성희를 감상하다가 핸드폰을 키고 적당히 시간을 떼웠다. 일본에서 그새 잔뜩 연락이 와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자, 홀 안으로 다른 능력자들이 들어왔다. 실질적인 리더, 3위인 독고 진과 2위의 능력자인 이주희. 독고 진은 근육파인 것이 일본의 노쓰카와를 생각하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성격은 영 딴판인 듯했다. 차분한 느낌으로 안으로 들어온 진은,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부탁하더니, 테이블의 상석에 섰다.

'다들 왜 상석으로 안 가나 했더니, 저쪽은 3위 자리인가 보군......'

그가 테이블의 정면에 있는 화면의 전원을 키자, 영상 하나가 바로 틀어졌다. 헬기에 타, 공중에서 촬영중인 듯한데.. 카메라가 찍고 있는 것은, 키가 11M 정도라는 그 거대한 돌연변이였다. 하지만 서우가 화면으로만 보기에도, 왠지 그것보다 더 커 보이는 느낌이었다. 

"돌연변이의 공격패턴은 대강 아시겠지만, 저번 일과 새로 밝혀진 일, 이번에 새로 오신 분과, 저번에 참여하지 못하셨던 분들도 있으니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고, 작전을 짠 뒤에 바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작전을 짠 뒤에 모의도 없이 바로? 너무 성급하긴 한데, 하긴... 저에게마저 도움을 요청했는데, 얼마나 급하겠는가. 거기에 빨리 끝나면 이쪽으로는 되려 좋다고 생각하며, 설명을 들었다. 애초부터 말 한 마디 없었던 홀이었지만 진의 발표가 시작되자 좀 더 싸늘한 분위기가 되었다. 마치 미대 수업의 누드 크로키 시간마냥.

"예전의 좀비는 머리만 맞추면 그대로 죽었던 것에 비해, 머리를 목에서 완전히 떼어내거나, 몸을 말 그대로 조각내지 않으면 움직임을 계속하기 시작했습니다. 본능적으로 인간을 찾아내기까지 하고.... 그리고 좀비가 소리를 지르면, 그 주변의 좀비들이 그곳으로 몰려오는 등, 좀비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건 서우로서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좀비의 진화라? 그런 건 관찰할 생각 없이 좀비를 보면 그냥 썰어 버리기만 급급했던 서우. 하지만 생각해 보니.. 돌연변이를 공격할 때, 갑자기 돌연변이가 크게 허공에 대고 짖어대면 다른 좀비가 몰려왔긴 했는데... 그냥 별 생각 없이 회치기만 했더니, 전혀 몰랐다. 

그런데 그건 그렇고 진화라니... 남이 들으면 긴장할 말이었지만 서우에게는 꽤나 기쁜 말이었다. 살육의 대상이 강해진다면, 그것 이상으로 기쁜 일은 없었다.

"그런데 동물원이나, 혹은 농장 같은 곳에서 풀려난 동물들은 좀비를 습격하지 않고, 좀비도 동물들을 습격하지 않습니다. 해서 좀비를 없애는 건 결국 좀비들을 다 없애는 방법 뿐이죠. 그래서 우리는 좀비 완전 말소를 계획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한 분 빼고 아실 겁니다."

대놓고 서우를 저격하는 독고 진, 하지만 서우는 별 감흥없이 그 말을 들으며 좀비 완전 말소에 대해 생각했다. 예전엔 범죄자 인격도 지켜주는 인권단체 같은 곳에서 좀비도 어쩌구 저쩌구, 백신을 만들자. 제 가족이 좀비가 되자 죽인 놈을 처벌하자 어쩌고 하더니, 한국도 많이 시원해진 것 같아서 꽤 기분이 좋았다. 서우는 흥미롭게 독고 진의 발표를 들었다.

"거기서 방해되는 것이, 좀비의 돌연변이들. 특히 이번 돌연변이는 저번에 있던 일도 있다시피, 세 가지의 전체 공격 패턴을 보입니다. 산 같은 액체를 뿜어내고, 일정한 주기 없이 귀로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좀비를 부릅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 돌연변이들이 점점 더 변이를 거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가장 막강한 변이를 거친 게 이 돌연변이 1호. 이제까지의 다른 돌연변이들은 능력자 분들께서도 거든히 해치울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다릅니다."

다음 영상을 틀었다. 지직거리는 화면과 함께, 모래폭풍이 불고 있었다.

"녀석의 힘을 과소평가 했을 때, 처음 주원 씨가 나섰을 때의 영상입니다. 그때 당시에는 단순한 돌연변이, 그저 비정상적으로 거대할 것이라고만 생각해서 약간의 군대 지원과 함께 나서고, 기록을 위해 촬영했던 것인데요.. 보시죠."

그럼 다른 녀석들은 딱히 경험이 없고, 1 능력자만이 좀비와 직접 대전했다는 것, 다른 능력자들은 또 여기저기서 일하고 있던 모양이니, 한국은 어지간히 능력자들을 부려 먹는 모양이다. 역시 직장인을 태워서 아름다운 야경을 만드는 곳 능력자들에게도 가차없지! 뜬금없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영상을 보고 있던 서우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뭐예요, 저게...?"

이주희가 부르르, 떨면서 화면을 가리켰다. 그리고 서우 또한 크게 당황해 그 화면을 바라 보았다. 완전히 뭉게져 있던 좀비가 마치 찰흙이 뭉치는 것처럼 다시 구성되어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돌고래 하니까 고래고기가 먹고 싶네요.

돼지야 그만 쳐먹어라고 해도 어쩔 수가 없는 게 전 돼지거든요. 꿀꿀.

그러니 님들은 제가 잔망스러운 여동생을 버리고 어머니 아버지와 고래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꼬박꼬박 짐승의 조회수를 올려 주시면 됩니다. 요즘 후기가 더 재밌으시다는 말이 많아서.... 후기를 길게 써볼까 하는데.

예전에 어떤 일이 있어서 어디에서 통화를 했는데요.

"어쩌고 자시고 [email protected]$ㅆ[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필명이 어떻게 되세요?"

"자베트요. 소설 이름은 짐승이구요."

"....여자셨어요?"

네, 그렇습니다. 

후기는 차후 폭파됩니다. 후.. 후후, 이상하게 마시고 있는 물에서 약 맛이 나는 것 같네요.

+)뜬금없지만 일본애들 이름만 쓰다가 한국애들 이름 쓰니까 조금은 생소하고 익숙해서 기분이 좋네요. ^ㅅ^ 연참으로 뵙겠습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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