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112 / 0198 (112/198)

0112 / 0198 ----------------------------------------------

한국

화면이 크게 순간적으로 지직거린다. 그러더니 화면속에서 모래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좀비가 갑자기 그래도 인간의 형태였던 몸을 우그러 뜨리고, 꾸물거리면서 팔을 위협적으로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더니, 이내 등쪽에서 다른 팔 하나가 쑤욱, 튀어 나왔다. 동시에 좀비의 울음소리가 길게 울렸다. 하지만 화면속의 좀비는 돌연변이 하나, 카메라가 돌연변이를 클로즈업 했다.

'...세, 세상에...! 저게 뭐야!'

카메라맨의 절규, 가까이서 확인한 돌연변이는 좀비로 이루어져 있었고, 아직도 돌연변이의 몸에 붙어 있는 돌연변이는 살아서, 그 몸에 박혀 꿈틀거리고 있던 것이다. 거기에 악취도 심했는지 멀리 떨어져 있던 주원이 입을 가렸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충분히 파괴적인 모습이었다.

"우욱..."

강한 이미지의 김성희와는 다르게, 조금 작고 여려 보이는 이주희는 내내 눈살을 찌푸리다가 속이 울렁 거리는지 입을 가렸다. 카메라에는 그 장면이 여과없이 담겨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흉측한 장면이 그대로 보였기 때문이다. 돌연변이의 허리에서 좀비의 손이, 그리고 어쨌거나 사람의 얼굴이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은 모습, 살이 녹아서 흡수되는 것인지 허연 뼈와 덩굴처럼 말라붙은 핏줄이 툭툭, 튀어나온 팔 다리가 등에 튀어 나왔지만 서서히 녹아 들어간다. 하지만 그 순간 돌연변이가 모습을 변형해, 그들은 다른 부분에 묻혀 버렸다.

'캬아아아악. 캭! 크햐아아....!'

다시 비명소리, 제대로 된 비명도 아니다. 모래를 한 움큼 삼킨 듯 부글거리는 소리는 수십, 수백 개가 되어 지옥의 소리를 만들고 있었다. 다른 능력자들도 보기 힘들어 했지만, 그래도 봐야 하니 억지로 보고 있는 듯했는데... 서우는 혐오감 대신 파리 끈끈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파리 끈끈이.. 시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파리 끈끈이 말이다. 가끔 거기에 자비를 베풀고자 약을 뿌리면 지글지글 거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파리가 끓어오르는, 어쩌다가 다른 곤충들도 붙기도 하고, 실수로 그걸 밟기라도 하면.. 아, 아아아. 아아아. 서우는 옛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쿠르르르그.....크어어어어!'

'조심하세요, 주원님!'

아니, 그런데 돌연변이가 무슨 레고 합체 세트도 아니고, 저렇게 찰지게 서로서로 달라 붙는단 말인가. 쩍쩍, 쫀득 거릴 것 같은 모습으로 달라 붙는 돌연변이는 기괴하다 못해, 서우의 눈에는 조금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곧이어 차곡차곡 원래의 크기와 비슷한 형태가 되는 돌연변이를 보면서 서우는 혀를 내둘렀다. 아무래도 손상된 부분이 있다 보니 다소 크기는 줄은것 같았지만 문제는 폭격으로 완전히 찢기고도 제 모습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저건 자가치유 수준을 뛰어 넘다 못해 짓밟았다.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 세상의 어떤 생물이 제 몸이 완전히 다 짓이겨지고도 재생한단 말인가?

"사기네."

장난스럽게 중얼거리자 다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던 능력자들이 서우를 쳐다 본다. 

"밸런스 패치 좀 하지.. 쯧."

".........."

 하지만 저 정도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서우는 즐겁기도 했다. 더럽게 질기긴 하겠지만... 이때까지 보았던 그 어떤 돌연변이와도 다르다. 이제까지 나왔던 돌연변이의 최고라고 해도 좋을 정도. 

저 정도면 1 능력자가 부상을 당할만도 하게 생겼다. 게다가 병약하게 생겨서 한 대만 맞아도 벼와 쌀이 분리될 것 같은데.... 서우는 다시금 융합된 돌연변이가 1 능력자에게 찢어지다가도, 다시 붙는 것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동공이 위로 쭉 올라가고, 입을 크게 벌린 채 혀를 낼름 거리는 돌연변이의 얼굴을 보고 중얼거렸다.

"그러니 여기서 돌파구는...."

"표정 좀 봐.. 아헤가오네."

"......저.."

"아, 죄송합니다. 계속 말씀하세요."

회장이 싹 조용해졌지만 서우는 딱히 게의치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허, 허- 하고 어이없다는 듯 웃고 있었고, 주원만이 그 뻘쭘한 분위기를 무마하고자 했지만 정작 그 당사자인 서우는 관심 하나도 없다는 듯이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때 김성희가 확,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런 새끼랑 왜 우리가 협력해야 하는 거죠?! 다른 능력자 분들도 다 모였는데, 돌연변이 하나 못 해치우겠어요?!"

"성희 씨!"

예상했던 모습이다. 화를 참고 있던 사람들을 대표해, 김성희는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저런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고, 그리고 또 뭐 어쩌고 쏼라쏼라 하는 것 같은데 화내던가 말던가, 서우는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나라가 이런데, 저 혼자 살곘다고 도망가는 녀석 따위...!"

도망이 아니라, 도착인데?

귀찮아서 답하지 않았더니 그게 되려 그녀를 화나게 만들어 버린 듯했다. 저번 엘레베이터 일도 있고, 원래부터 가지던 반감도 있고, 그것들이 잔뜩 쌓인 성희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그제야 독고 진이 성희를 말렸다.

"소희 씨, 마음은 알겠지만 좀 진정해 주세요."

"......."

하지만 말리는 진 또한 마음은 알겠지만, 이라고 말하며 서우를 은근히 비꼬고 있었다. 하지만 듣는 장본인은 그러거나 말거나, 앞에 놓아진 서류와 새로운 사진을 슬슬 넘겼다. 

처음 보았던 사진보다 더 커진 것을 보니, 그새 좀비나 사람을 우적우적 먹으며 크기를 키웠나 보다. 그래 그래, 쑥쑥 먹고 커라. 그래야 재밌지. 커져 버린 돌연변이의 사진을 보면서, 서우는 좋은 걸 자식에게 먹여 쑥쑥 크게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깨달았다. 해서, 능력자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열심히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보던 서우는 작전을 짠다고 할 때가 되서야 관심을 가졌다.

"그럼 이제부터 작전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모두 가능한 이것에 맞추어 움직여 주시고,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에는 일단 피해 주세요. 능력자들의 인명피해는 큰 손실이니까요."

하지만 독고 진이 설명하는 작전은 딱히 작전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었다. 적어도 서우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이것저것 많이 말하고, 사실 유익하고 잘 짜여진 작전이긴 했지만 제 귀에는 기껏해야 좀비에게 피해를 입히면 그때, 다시 합쳐지지 못하도록, 혹은 합쳐진다고 해도 문제가 생기도록 주원이 가시를 박아, 다시 합쳐질 때 피해를 주라는 것.

그리고 공격을 위주로 하는 서우는 그냥 잘 공격....[사실은 네 개의 팔을 휘두르는 것이 무척 위협적이니 계속해서 그것을 잘라 달라는 식이었지만, 서우는 흘려 들었다.]

"그럼 곧바로 그쪽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이 건물 위에는 헬기가 격납되어 있으니 곧장 위로 올라가면 됩니다.

간단하군? 서우는 지원해준 장비와 슈트를 착용했다. 몸에 달라 붙는데, 방어력도 꽤나 괜찮은 것 같아 쓸만해 보였다. 그리고 지원해준 무기... 서우가 보지 못한 새로운 무기들이 들어 있었다. 원래 전쟁이 일어나면 인간의 문명은 발전하는 법. 서우는 앞에 놓여진 수십 개의 무기의 설명을 꼼꼼히 들으며, 서우는 폭탄 외에도 제 팔뚝만한 레이져 건을 들었다.

"이거 실험해 봐도 됩니까?"

"예? 안... 으악!"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구석에 있던 의자가 박살났다. 크기는 실용성이 좀 떨어지지만 거대한 돌연변이를 충분하겠다 싶어 서우는 그것을 들었다. 당연히 서우의 기행에 다른 능력자들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역시나 게의치 않고 다른 무기들을 열심히 테스트 해보고 챙긴 뒤에 옥상으로 향했다. 헬기는 총 세 대가 움직였는데, 서우와 주원은 같은 헬기에 올라 타게 되었다.

'..이 참에 싸울 때 어땠냐고 한번 물어볼까?'

그 생각에 서우가 운을 떼려는 순간, 주원이 먼저 서우에게 말을 걸었다.

"일본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그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사이비 종교가 판치고, 거리에 부랑자들은 비둘기보다 많죠. 한국이 그나마 사정이 나은 거예요."

"그렇군요.."

그리고 거기에서 사이비 종교의 교주를 하고 있습니다. 서우는 왠지 그게 우스웠다. 한국에서 일본에 갈 때는 나 꼴리는대로 살 테다. 가서 열심히 이 여자 저 여자 후리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갔더니, 정신 차려 보니......

그래도 뭐 나쁘지는 않다. 아니, 되려 감사할 정도지. 아주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다가 주원을 쳐다 보았더니, 뭔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쨌든 이야기에 한 번 답해줬으니, 이쪽도 좀 물어 보자는 생각으로 서우는 어땠느냐고 돌연변이에 대해 물어 보았다. 

"돌연변이가 처음에 나타났을 때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없애야 했는데, 좀비가 그런식으로 몸을 재구성 할지 몰랐던 것도 있고, 하필이면 발작까지 일어나서 공격을 제대로 맞는 바람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능력자 분들은 너무 바빠서 초기에 잡지 못해 일이 커진 거죠."

"아, 북한의 잔재세력이 난리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발작이요?"

"아, 그게... 제가 암이라서. 말기 암이어서 암 센터에 입원해 있을 때, 능력을 각성 했습니다."

"예?"

무슨 암. 너무 쉽게 말해서 서우는 제 귀가 잘못 되었나 순간 생각할 정도였다. 사실은 제가 자베트라서, 사실 제가 여자라서 같은 것도 아니고.... 서우가 나름 당황하자, 주원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암세포도 열심히 늘어나고 있고, 그것에 맞춰서 몸도 자기치유를 하고 있죠. 그래서 몸 상태가 늘 이렇지만, 그래도 죽지는 않습니다."

"어.. 그거, 다행이네요."

"예, 다행이죠."

.......이 무슨 좀비 같은.

서우가 저도 모르게 이상한 표정을 짓자, 주원은 웃음을 터뜨렸다. 어찌 되었든 그후 한 시간 정도 헬기를 타고 가면서 이어지던 둘의 대화는, 헬기에 설치된 무전기에서 흘러나온 독고 진의 일방적인 통보에 끊겼다.

<<잠시 들릴 곳이 있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기지와 대피소로 돌연변이들이 향하고 있다는 말이 있어서, 거기로 가서 돌연변이들을 제거하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이것도 문제지만 그쪽도 습격 당하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요.>>

잠깐, 뭐라고?

<<다만, 곧바로 저쪽.. 강화된 돌연변이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하니, 가능한 능력은 쓰지 말아주세요.>>

왜 갑자기 귀찮은 일? 내가 왜? 서우의 머리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동시에 떠올랐다. 돌연변이 떼라고 해봤자, 일본에서 어차피 실컷 봤는데 뭔 씨발...... 하지만 얼떨결에 서우는 헬기에서 내려 돌연변이 떼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럼 수고 하십시오, 서우 씨. 저는 저쪽으로 가 보겠습니다!"

그래도 막상 돌연변이를 보니, 게임 폐인은 귀찮아도 PC방 못 지나친다고, 서우는 짜증섞인 숨을 푹 쉬었지만 저 멀리서 오는 좀비들을 보며 길이 20cm 가량의 통 같은 것을 꺼냈다. 하지만 그것은 잡아 당기면 해머 같은 형태로 변해,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휘두르는 맛도 있고.

서우가 서 있는 곳은 대피소의 앞, 졸지에 이 앞의 방비를 맡게된 것이다. 그때,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던 좀비들이 서우를 향해 달려 들었다. 서우는 당연히 해머로, 두더지 잡기를 하듯 머리를 내리쳤는데- 뒤에서 비명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여자라면 좀 들을만 한데, 하필 남자다. 서우가 짜증섞인 표정으로 돌아보자 대피소 2층 창문, 어떤 남자가 말리며 안으로 끌어 당기는 사람들을 뿌리치며 서우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그, 그만.. 안 돼요, 안 돼, 저희 형이라구요!"

"형?"

"제.. 제발...! 제발 그러지 말아주세요! 어흐윽흑흑! 흥엉이!"

다리가 언제 부러졌는지 절뚝이면서 좀비가 걸어오고 있다. 녀석은 저 좀비를 죽이지 말라고 질질 짜고 있는 것이었다.

'거참, 저런 새끼가 꼭 영화에서 자기 가족 좀비 됐을 때 숨기고 있다가 팀킬하지.'

혀를 차며 서우는 앞에 있는 형을 향해 해머를 날렸다. 하지만 별로 세게 휘두르지 않아서 인지 머리가 함몰 되고도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귀찮아서 또 때렸더니, 엇나갔다. 호빵맨처럼 찌그러진 것을 보고 서우는 혀를 찼다.

"아아악, 안 돼애애애애!"

"왜 자꾸 속세에 미련을 가지세요, 형! 그냥 꺼져!"

서우는 들고 있던 봉을 목으로 휘둘렀다. 뒤에서 아아악! 하는 긴 비명이 들렸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떼거지로 몰려오는 돌연변이들을 보며 서우는 가볍게 몸을 풀었다.

"날씨 한번 좋네."

============================ 작품 후기 ============================

재미있는 덧글이 달렸더군요. 보고 설마설마 하다가 검색해 봤는데, 오호라.

그래서요~? 깔깔깔깔.

작가노 멘탈와 튼튼데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사람 세컨와 야다요. 그러하다. 아무튼 이 글을 올릴 즈음이면 새벽 네 시겠군요. 

그나저나 파리 끈끈이 하니까, 예전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 어떤 애가 자기 시골집 같이 가자고 해서 미쳤다고 거기 내려갔다가 개고생만 하고 다시 돌아온 기억이 있습니다. 엄빠가 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가겠다고 난리쳐서 간 건데... 어른 말은 잘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것을 깨달았을 때 사람은 어른이 되어 있다고 하고 전 어른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장미칼 하나를 친구한테 써서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역시 장미칼리버, 냉동육이 썩썪썪 썰리네요. 대다나다! 덕분에 아버지가 회사에서 공짜로 얻어오신 냉동 삼겹살을 밤마다 썪썪썪썪썪 썰어서 제 입으로 냠냠 ^ㅂ^ 고마워 장미칼리버!

어쨌든 재생한단 말인가? 까지 써놓고 후기부터 쓰는 건 미덕입니다. 선추코쿠조회수 많이많이 감사합니다. 

+)루즈하다는 지적을 받아서 빨리 진도를 빼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럼 뒤에 쓸 내용이 없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