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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흑, 흐으어엉.."
서우가 가 버린 후에 사쿠라는 끄흑, 끄흑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서우님 다치시기라도 하면, 흐윽, 어떡. 어떡해. 흐어엉. 혹시 큰일이라도 생기시면, 흐윽. 난 할복하고 말 거야. 흑. 으흑."
여기에 돌연변이를 사냥하러 왔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 키운[?] 서우님인데! 엉엉, 흐어어엉. 야메로, 이런 싸움은 모오 야메룽다! 울면서 코를 찍찍 풀고 있던 사쿠라는 한참 뒤에아 팅팅 부어오른 얼굴을 보고 경악하며 차가운 팩을 올렸다.
"서우님이 오셨을 때 예쁜 얼굴로 맞이해야지 호빵맨으로 맞이하면 안 돼! 그럼, 그렇구 말구!"
사쿠라, 내가 돌아왔을 때 너는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해 주었으면 좋겠어..!
라는 말은 들어본 적 없는데다, 그런 건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오는 말이지만 사쿠라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꼭 그렇게 하겠노라고 결심했다. 그러니 일본에서 양껏 챙겨온 팩과 화장품을 전부 꺼낸 사쿠라는 피부관리, 머리관리. 피부에는 팩을 머리에는 영양제를 듬뿍 바른 뒤에 헤어캡을 씌웠다.
"가만, 또 뭘하지?....."
그것들을 풀러낸 뒤에는 할 것이 없자, 사쿠라는 손톱을 반듯하게 정리하고 큐티클까지 곱게 정리하면서 시계를 보고 있었다.
서우가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그 전까지 최고로 예쁘게 하고 있어야지! 사쿠라는 중세시대 여자들이 입에서 장시간 악취를 사라지게 하고, 향기만 나게 하기 위해서 향수를 입에 머금고 뱉었던 것처럼 향수를 입에 물고, 양치하듯 우물거리다가 뱉는 행동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사쿠라는 요가 패드를 펼쳐 놓고, 준비해 놓은 요가 강의 CD를 틀어 놓고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땀을 뻘뻘 흘리던 사쿠라가, 이제 좀 씻을까 하고 욕실에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한국에 온 후로 거의 울리지 않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음...?"
서우와의 무려 '밀월여행'이니 급한 일이 아니면 전화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터였다. 그러니 왠만하면 전화할 리 없는데, 대체 무슨? 사쿠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교단의 사쿠라 직속 비서가 한 전화였다.
"무슨 일이야?"
"사쿠라님, 그게...!"
사실 그때까지도 사쿠라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별 것 아닌 전화일 것이라고.... 그런 생각으로 전화를 받은 사쿠라의 얼굴은, 이내 사색이 되었다.
"뭐어? 대체, 대체... 무슨 소리야? 똑바로 이야기 해!"
사쿠라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하는 순간, 서우의 얼굴은, 겨울이 다가 오고 있음에도 열로 시뻘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흐아.. 미친......."
한국이 저를 부려 먹으려고, 조금이라도 더 쓰려고 작정을 하고 계획을 잡았구나. 아니면 능력자들이 그렇게 해놨던가, 다시 언제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니 아예 단물을 쪽쪽 빨아 먹자고 생각하지 않은 이상, 서우와 다른 능력자들이 이렇게 차이가 날 리 없었다.
"크....."
서우는 헉헉 거리며 짜증스럽게 앞쪽 지퍼를 죽, 내렸다. 땀이 가득차서 끈적끈적해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목 뒤에서는 땀이 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혼자서 대체 얼마나 돌연변이를 해치운 것인지, 정육점에 차곡차곡 쌓인 고기마냥 접혀져 있는 돌연변이들의 위에 서서, 서우는 망가진 무기를 던져 버렸다. 뭐 새 것으로 알아서 가져다 주겠지, 그렇게 일단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움직이던 서우는 저와 달리 멀쩡해 보이는 다른 능력자들을 보았다.
"........"
멀쩡해 보인다. 아침 운동이랍시고 공원 몇 바퀴 걷다 온 아저씨 아줌마들처럼 보인다. 하, 하. 서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이쪽에만 어려운 것을 던져 주셨구만?
'이렇게 커다란 엿을 날려 주셨으니 이쪽에서도 빅엿을 날리고 튀어줄 수도 있다는 건 생각 안 했나 보지? 이대로 내가 도망가면 에로사항이 폭발할 텐데?'
그냥 여기서 일본으로 날라 버릴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어른어른 거리는 강화된 돌연변이를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치킨집에 왔으면 치킨을 먹어야지, 강냉이만 먹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 꼴로 뭔 돌연변이 사냥이야."
서우는 머리에 쓰고 있던 보호구를 집어 던지고, 땀으로 젖어 미역처럼 쭈글쭈글해진 머리를 마구 문질렀다. 그런 서우의 옆에는 서포터들이 있었는데, 다른 서포터들이 옆에서 능력자들을 열심히 보좌하는 것에 비해 서우의 서포터들은 다들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옆으로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그때, 서우가 손을 쑥 내밀었다.
"헛!"
"물 좀 주시죠. 수건도."
"아, 예에.. 여기.....!"
서우는 냅다 그 물을 머리에 들이 붓고 수건으로 몸을 마구 털었다. 그러자 그나마 열이 좀 식혀지는 것 같아, 옷을 좀 더 내렸는데 하필이면 마악 옆에 있던 서포터들이 챙겨주는 물을 마시며 지나가고 있던 이주희와 눈이 마주쳤다.
".......?"
"흐앗......."
2위 능력자인 이주희, 키는 기껏해야 마리코보다 조금 큰 정도로 척 보기에도 150 후반 라인. 그녀는 얼굴을 확 붉히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뭐야, 저건..."
뜬금없다고 생각하면서 서우는 머리를 탁탁 털고, 몸을 닦은 다음 수건을 바닥에 그냥 아무렇게나 던진 후에 다시 헬기에 올랐다. 안에 들어가자 그나마 시원해져서, 서우는 좀 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내 헬기 안으로 다른 곳에 있던 주원도 들어왔다.
"고생하셨습니다. 다친 곳은 없으세요?"
"다친 곳은 없는데, 돌연변이를 무기로 때려 잡기는 처음이네요. 맨손으로 좀비 잡아본 적은 있어도."
"맨손으로요?"
서우는 시덥잖은 일이라는 듯 아직도 젖은 머리를 헝크러 뜨렸다.
"일본에 있을 때 강체술을 가진 능력자를 보고, 한번 해 보고 싶었거든요."
"강체술이라면... 그냥 맨 몸으로 좀비를...?"
"김치 찢듯 쭉쭉 찢어 버린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 그거 참......"
노스카와의 그 가공할만한 괴력, 아마 서우가 그에게 잡히게 된다면 어쩄거나 기본적으로는 사람의 몸이니 쭉, 찢어져 버리지 않을까. 물론 잡히기 전에 끝내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언젠가는 노스카와와 싸워보고 싶다. 아니, 이기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서우는 본능적으로 안주머니의 담배를 꺼내려다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상을 찌푸렸다.
"담배 찾으세요?"
그런 서우의 마음을 읽었는지, 주원이 담배를 내밀었다. 비록 저가 피우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없는 것보단 낫다. 가뜩이나 짜증났는데 담배도 없어 더 짜증나던 서우는, 담배가 입에 물리자 그나마 인상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헬기에 처음 올랐을 때처럼 주원과 몇 마디를 나누게 되었다.
"아 맞다. 다른 사람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궁금하네요. 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아는 게 딱히 없어서요."
"주희 씨는 얼음폭풍.. 하지만 사람에게는 사용하지 못하십니다. 좀비에게 밖에 사용이 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예? 사람한테는 사용을 못한다고요?"
...딱히 사람한테 쓰는 건 아니지만, 안 쓰는 것과 못 쓰는 것은 다르다. 이주희인가 뭔가 하는 여자, 생긴 것도 여리게 생겼다 싶었더니 한 술 더 뜨네.
"그리고 성희 씨는 몸의 일부분이 단단한 물질로 변합니다. 주로 근접전 형이시고 그 부분이 최고 200도까지 가열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라면 끓일 때 좋겠네요."
"네?.. 하하."
우리 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
.....그런 날카로운, 빠릿한 얼굴을 가진 여자가 그렇게 말한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며 서우는 큭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진 씨는 파동을 이용해 공격하시는데.. 사실 잘은 모릅니다. 일본은 능력자들끼리 대전해서 순위를 매긴다지만 한국은 그게 아니잖아요. 거기에 능력자들은 따로 움직이고 같이 움직인 적은 거의 없어요. 그나마 성희 씨와 함께 일해본 적이 있을 뿐이죠."
하긴, 무슨 홀로그램 같은 것에 헛질하게 만들었었다. 그리고 날아오는 빛을 피하게 하면서 능력을 측정했지... 당시 정부가 귀찮게 들러 붙은 것도 있었지만, 능력자들과 한번 싸울 수 있을 것 같아 갔던 것이었는데 왠 두터운 옷만 입고.. 서우는 쯧, 혀를 찼다.
"그럼 능력자들끼리 싸워본 적은 없겠네요?"
"서우 씨는 싸우는 걸 좋아하십니까?"
뜬금없기는 하지만 맞는 말이긴 하다. 그게 표정에 티가 났나? 하지만 제 얼굴을 거울 없이 그 자신이 볼 수도 없는 일이라 서우는 어깨를 들썩이다가 그렇다고 수긍했다.
싸우는 건 좋았다. 여자 외에 흥분이 되는 것은 단 하나, 싸움이었다. 그것도 강한 적과의 싸움.
"돌연변이 사냥이라는 말을 듣고 바로 오셨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 했거든요...."
"..재밌잖아요."
간단하지만 제대로 된 심경고백. 서우는 잠시 그렇게 말하고 가만히 있다가 주원을 흘긋 쳐다 보았다.
"그쪽은 싸우는 게 싫어요?"
주원은 잠시 말을 멈추다가 입을 열었다.
"싫었으면 도망쳤을 걸요. 저는 다른 분들처럼 크게 얽매인 게 아니라서... 싫었으면 애시당초 도망갔을 겁니다."
차분하지만 왠지 저와 비슷해 보인다고 생각해, 서우는 주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 작품 후기 ============================
덧글 보고 놀랐습니다. ㅇ0ㅇ
뭐지? 했는데...... 제가 실수를 했더군요. 크큭.. 이런, 들켜 버렸으니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면 독자분들을 모두 없애는 수 밖엔......
..?
??????
안녕하세요, 사이코패스 페미니스트 여성체 자베트입니다..
는 농담입니다. 써서가 아니라 받아서 였는데 제가 새벽에 연참을 하다 보니 피곤해서 그랬나 봐요.
그런 의미로 오늘은 연참 없이 꿀잠을 자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친구가 성우학원 시험 보러 간다길래 구경 갔더니 피곤하네요[?] 친구가 시험 보는데 친구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저도 긴장해 버려서 피곤하군요. 껄껄껄.
+)언제나 이분 저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쪽박해 분량이 적은 것 죄송합니다! 바로 연참 준비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