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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허윽, 허억.......헉.. 크허....어.."
입에서 군침이 줄줄 새었다. 쩌어억- 입을 벌리고 뭔가를 안에 넣으려 해 보았지만 혀에 닿는 것은 모래 뿐이었다. 그렇게 손을 휘젓다 보니 무언가가 닿는 것 같기도 하다. 입에 넣었다. 아무런 맛도 나지 않지만 그래도 잠시라도 배가 덜 고플 것이라는 생각에 쑤셔 넣는다. 잠깐 허기가 사라진다. 하지만 이내 배고파진다.
바닷물.
바닷물을 먹으면 목이 마르다. 목이 말라 바닷물을 마시면 계속 목이 말라져서, 바닷물? 바다? 뭐지? 무슨 개소리야. 하나도 모르겠어.
[이번 여름 바캉스는 바다로 가자. 산은 벌레가 많아서 싫어.]
[그래, 그럼 이번에는 바다로 가자.]
왠지 귀가 간질간질한 목소리. 까르르, 웃는 것 같다. 아마도 웃는 건 저런 목소리일 것이다.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저 다시 배가 고팠다. 눈앞이 시뻘겋다. 아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뭔가 머릿속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아마도 앞에 있는 모습이 사진 한 장 한 장이 되어 찍혀, 머릿속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머릿속? 머리? 손을 들어 머리 부분을 만져 보았다. 뭔가가 젤리처럼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뭉텅뭉텅, 묻어나와 손에서 쭈욱- 떨어진다.
"우우, 우..."
머리가 흘러서 녹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끄흐, 끄흐. 괴상한 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온다. 입을 움직여 보았더니 칠판을 긁는 것 같은 끔찍한 소리가 나온다. 거친 숨을 내쉬다가 머리에서 새 나온 것을 보았다. 이게 뭐지? 뭐지? 시뻘개진 눈앞을 뒤흔들었다. 자세히 보았더니 눈앞에 있던 것은 사람의 머리였다. 내 손이 사람의 머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아, 자세히 보니 손에서 다른 손과 발들이 튀어나와 있다.
사람이라니? 사람. 나는 사람이 아닌가? 나는 사람이다. 사람인데, 왜. 내 손이. 발이. 머리가. 이빨이 아니다. 이를 가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비명소리다. 내가 이를 갈 때마다 제 뼈가 갈리고 부숴져, 울부짖는 사람들의 소리다.
나는 누구지? 난 뭐지? 내가, 왜 이렇게 됐지?
[Jabeth 32살. 캐나다 혼혈의 영국인. 남자.]
[인간이 너무 죄를 많이 지어서.]
[속죄양은 없다.]
[속죄는 인간이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 싫어! 살려줘, 쾅, 쾅, 날 내보내 줘! 내보내 줘! 내보내 달라고, 꺼내줘! 여기에서 날 꺼내달라고!
[이런... 아쉽게도 이건 실패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꺼내줘, 싫어! 꺼내달라구! 꺼내달란 말이야!!
[한국으로 보내라. 거기에 짐승이 있다. 짐승의 먹이로 던져주자.]
..제발, 제발 꺼내줘. 꺼내 주세요.... 제발 여기서.. 꺼내줘... 여기서 나가고 싶어.
[내가 보니 바다에서 한 짐승이 나오는데 뿔이 열이요, 머리가 일곱이라. 그 뿔에는 열 면류관이 있고 그 머리들에는 참람된 이름들이 있더라. 내가 본 짐승는 표범과 비슷하고 그 발은 곰의 발 같고 그 입은 사자의 입 같은데, 용이 자기의 능력과 보좌와 큰 권세를 그에게 주었더라.]
[그의 머리 하나가 상하여 죽게된 것 같더니, 그 죽게 되었던 상처가 나으매. 온 땅이 이상히 여겨 짐승을 따르고, 용이 짐승에게 권세를 주므로 용에게 경배하며 짐승에게 경배하며 짐승에게 경배하여 가로되 누가 이 짐승과 같으뇨. 누가 능히 이로 더불어 싸우리요 하더라.]
.......나가고 싶어. 아니.
[가라, 속죄양. 배고플 테니 양껏 먹어치워라.]
나는 너무 배가 고파. 나는 계속 잡아 먹어야 해. 나는 먹어야만 해.
"크아, 캬....캬아아아아악!!!"
돌연변이가 울부짖었다. 동시에 그의 몸에 달린 수백 수천 개의 머리가 동시에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 내는 지옥의 오페라. 귀가 유독 좋았던 능력자들은 귀를 틀어 곧바로 틀어 막았지만, 그 소리는 몸속으로 스며들어 전신을 쩌엉- 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큭!"
"시끄러워...!"
주원과 서우는 동시에 귀를 틀어 막았지만 무시무시한 압력에 온몸이 떨렸다. 몸이 약한 주원은 피마저 토해낼 정도로 무시무시한 소리- 하지만 문제는 조종사 들이었다. 능력자들은 몸이 순식간에 상처를 아물게 했고, 워낙 몸이 강해 버틸 수 있었지만 조종사들은 그게 아니었다.
"유진 씨, 종건 씨!"
주원이 앞으로 뛰쳐나갔지만 조종사와 그 옆의 서포터는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 미친 것처럼 몸을 부르르르 떨고 있었다. 완전히 넋이 나간 듯한 그들의 눈엔 흰자만 보일 뿐, 제 정신으로 돌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아 그와 함께 헬기는 이리저리 휘고 있었고, 다른 헬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가면 헬기와 헬기들이 부딪칠지도 모른다. 게다가 돌연변이가 코 앞에 있는데..!
"....헬기 조종할 줄 알아요?"
헬기가 미친듯이 휘둘려, 안전바 없이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것 같은 흔들림 속에서도 서우는 태연하게 그리 물었다. 그때까지 거품을 물고 있던 서포터들의 뺨을 두드리던 주원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뇨... 모릅니다."
"하긴, 아는 게 이상하죠."
서우는 밑을 슬쩍 내려다 보았다. 아직까지 돌연변이와 떨어져 있고, 다소 다들 탈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헬기는 비틀거리긴 하지만 움직이고 있기는 하다. 일단 위치가 높고, 돌연변이와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언제 어디로 추락하거나, 폐건물에 부딪칠지 모르는 일. 서우는 주원을 슥 쳐다 보았다. 주원도 마찬가지로 서우를 쳐다 보았다.
"....그들은 좋은 서포터들이었습니다.
적당히 땅에 가까워 졌을 때, 서우와 주원은 바로 탈출했다. 이내 폐건물에 쳐박힌 헬기는 찌그러지며 기울었고, 둘은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그때, 둘의 허리에 있던 소형 무전기에서 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서포터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모두 서포터들의 역까지 살덩이가 다시 합체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많이 부수고 살덩이를 완전히 파괴해 주십시오. 그리고 녀석의 공격 패턴은 모두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각별히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저와 성희 씨부터 먼저 나서겠습니다.>
<크르륵!>
"저기 있네요, 전 자리를 잡으러 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주원의 역할은 최대한 먼곳에서 상황을 보고, 전달하며 지원사격을 하는 것. 해서 높은 폐건물을 찾아서 주원은 거미줄 같은 로프를 매달로 빠르게 올라갔다.
"괜찮잖아? 나도 저거 고를 걸........"
<서우 씨! 지원 해 주세요!>
<흐악!>
<소희 씨!>
"거참, 시끄럽네....."
무전기에서 뭐라고 하던 말던, 저의 목소리도 무전기에 들리던 말던, 멍하니 보고 있던 서우는 양손에서 와이어를 쭉 뻗었다. 능력자들이 덤벼들자마자 돌연변이는 폭발해 버렸고, 그로인해 상당히 전열이 흐트러진 상태였다. 즉, 서우가 날 뛰기는 아주 좋은 상태였다.
"기다려라, 아빠가 간다."
건물 하나가 통쨰로 움직이는 것마냥 거대한 좀비, 서우는 일단 가볍게 강도나 시험해 보자는 생각으로 와이어의 강도를 최고조로 올렸다. 마침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서우의 힘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우의 팔은 그대로 돌연변이의 팔 하나를 베었다.
그곳으로 순식간에 수백 개의 가시가 박히기 시작했고, 서우는 그 팔을 향해 와이어를 뻗었다. 잘려봤자 몸이 합쳐진다고 들었기 때문에 떨어진 팔을 멀리 떨어뜨리고서 합쳐지지 못하도록 완전히 작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모래폭풍입니다!>
"?!"
돌연변이가 날뛰기 시작하니 주변에 모래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덕분에 팔을 잡아 당기려던 서우의 와이어는 이상한 곳으로 가기 시작했고 결국 서우가 잡아 당긴 건 뜬금없는 성희였다. 거기에 와이어는 손에 있다 보니, 얼떨결에 그녀를 품에 덥석 끌어 안았더니 성희의 표정은 아주 가관이었다.
게다가 손의 위치도 위치, 얼떨결에 성희를 성희롱해 버렸다.
"개새끼야! 놔!"
성희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는데, 와이어가 성희의 몸에 칭칭 감겨 있었다. 세게 뺐다가는 괜히 상처가 날 수도 있어서 나름 천천히 없애면서 풀러줄려고 했더니, 돌연변이의 샤우팅 수준으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쪽도 네가 왜 걸린지 모르겠으니 좀 닥쳐, 반반해서 봐줄만 하던 얼굴도 지금은 다 엉망인데 미쳤다고 널 살려주냐?"
"뭐어어?"
하지만 서우의 말 그대로였다. 돌연변이가 터질 때 제대로 얻어 터졌는지, 성희의 반쪽 얼굴엔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고, 입안은 터졌는지 입 근처에 피가 말라 붙어 있었다. 한 마디로 눈에 담을만한 몰골이 아니었다.
"당장 놔!"
"그래."
서우는 성희를 안고 있던 손에 바로 힘을 풀었고, 성희는 그대로 추락할 뻔한 줄 알고 눈을 꽉 감았지만, 서우의 장난이었다. 단단한 팔은 여전히 성희를 붙잡고 있었다.
"야!"
"네가 놓으라며. 아무튼 얼굴 좀 닦고 마저 싸워, 보기 추하다."
"젠장, 너 같은 놈한테...!"
"왜 날 그렇게 싫어하지? 이유가 너무 많아서 모르겠네."
서우는 그제야 와이어를 다 풀고는 성희를 내려 놓았다. 하지만 모래폭풍이 너무 심해서 한 치 앞도 볼 수가 없었다. 무전기에서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시 후퇴- 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서우와 성희는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벽을 방패삼아 물러나 있었다.
"넌 나라를 버린 쓰레기에, 실력은 개뿔도 없는 병신 새끼니까!"
앞에는 대충 넘겨도 뒤는 못 참겠다. 뭐라고? 서우가 반박하자 성희는 조금 당황했다.
이제까지는 무슨 욕을 해도 어, 그래. 그래. 그러던 놈이 갑자기 눈이 확 달라졌으니까, 성희는 그제야 엘레베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지만 겁 먹은 개가 더 크게 짖는다고, 빽 소리를 질렀다. 그 눈에는 여전히 독기와 반감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럼 네가 뭐?!지금도 뭐 하나 하는 것도 없으면서!"
"얻어 터진 너 보다는 낫지...."
서우는 흘긋, 벽 너머를 쳐다 보았다. 아까보다는 조금 가라앉은 것 같다. 여전히 잘 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쪽은 잘 보입니까?"
<위쪽에서 보는데, 서서히 걷히고 있습니다. 돌연변이의 위치는 아까 그 자리 그대로입니다. 움직이지 않고 웅크리고 있는.. 폭발합니다!>
그 순간 고기가 으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서우와 성희의 머리 위로 서너 개 정도, 검붉은 덩어리가 빠르게 스쳐 지나가더니 벽에 꽂혔다. 그러자 벽에 액체가 착색되기 시작했고, 천천히 벽을 녹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시야가 확보될 정도로 모래가 가라앉았다.
<저와 주희 씨가 좌우에서 함께 공격하겠습니다. 지원 부탁드립니다!>
주원의 무전을 들으며 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희는 여전히 돌연변이 노려보듯 서우를 노려 보고 있었고, 서우는 그 눈을 보며 묘한 도전의식과 정복감을 느꼈다.
'..그렇게 보면 이쪽은 되려 더 타오른단 말이지......'
아마 유우리도 처음에 이런 눈이 아니었을까. 뭐, 처음에 유우리의 눈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서우는 저도 모르게 웃으며 성희에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실력 없다고 생각하면 내기라도 하던가."
"뭐, 내기?"
"내가 저 좀비 잡으면, 넌 내가 하라는대로 하고, 반대로 못 잡거나 다른 사람이 저 놈 목 따면 난 네가 하라는대로 하지."
기가 막히다는 듯 하, 하, 웃음을 터뜨린 김성희는 서우를 똑바로 쳐다 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씹어뱉듯이 말했다.
"어디 해 봐, 너 따위가 잡을 수 있나."
============================ 작품 후기 ============================
내일 할 일을 후기에다가 적어야지.
가발 택배로 보내고, 바지 택배로 보내고..... 손 두 개와 새 하나를 택배로 보내고, 크큭..... 'ㅇ' 주먹밥 두 개를 사서 어머니께로 갑니다.
그나저나 어버이날이네요.
조아라는 왜 하필 5월 17일날 정산이죠. 거지 휴학생은 웁니다. 엉엉엉엉. 엉엉엉엉.
피부가 거지가 되고 있어. 엉엉엉엉. 시간 좀 보세요. 엉엉엉엉.
엉엉엉엉엉.
오늘 리브로에 갔는데, 좋아하는 만화가 나와 있었습니다.
비엘 만화였는데.
은행 ATM 가서 돈 꺼내기 귀찮아서 안 샀는데,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엉엉엉엉. 과일 얼린 걸 새벽 2시에 먹었는데. 엉엉엉엉 12시에 두 개 얼릴 걸, 하나만 얼려서......
뒤늦게 후회중입니다. 역시 먹을 것을 먹을 땐 세 개죠. 하나, 두 개는 너무 적습니다. 여러분은 먹을 걸 준비할 때는 꼭 세 개 정도를 준비하세요.
하하. 그럼 20000. 사이코패스이자 페미니스트인 자베트는 사라집니당 ^ㅅ^ㅋ 요즘 봄이라 그런지 봄향기가 물씬나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