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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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높게 올라가 이글거리는 그 매서운 눈이 가슴 한 구석을 누군가 세게 쥐는 것 같다. 동시에 그와 함께 피어오르는 고양감, 스릴... 서우가 보는 김성희의 눈 안에는 예전에 유우리에게 보았던 것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없는 것. 능력자로서의 긍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능력자인 여자를 정복할 때의 쾌감은 아찔해질 정도로 좋았다.

그 높디 높은 탑 , 공고한 그것이 쓰러질 때, 쓰러뜨릴 때의 그 쾌감... 그것이야 말로, 진짜 즐거운 게 아니던가.

저 도도하게 맞물린 입술을 강제로 벌리고, 손가락을 쑤셔넣어 부드러울 혀 밑을 짓누르고 싶다. 그러다가 침이 질질 새어 번들거리며 입 주변을 적시면 강제로 저의 것을 쑤셔 넣는 것이다. 저 눈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러 내릴 정도로 깊숙히.

'그래, 계속 그렇게 봐라. 아니... 더 나를 경멸해도 좋아.'

그래야 더 꺾을 때 재미 있지. 서우는 입가를 실룩이다가, 제 입에 고인 피를 퉤- 하고 뱉어내는 김성희를 내려다 보았다. 서우의 시선을 느꼈는지 김성희는 그제야 눈을 치켜 들었다. 여전히 도전적인 시선, 도발하는 것 같은 눈빛.... 정말 저것을 꺾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서우는 성희를 보며 씩 웃었다.

"로리웹이라는 사이트의 명대사가 있지."

"뭔 개소리야?"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목욕재계하고 DNA파티할 준비나 해라."

이 미친새끼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입이 험한지라 버럭버럭, 욕을 섞어 중얼거리는 성희의 목소리를 간단하게 무시하며, 서우는 고개를 돌리고 저 멀리서 발광하고 있는 돌연변이를 보다가 양손의 와이어를 길게 뽑았다. 이내 돌연변이가 크게 포효하자 주변에 있던 능력자들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쿠르르, 후으.....크.....흐욱! 훅!"

쾅, 쾅! 바닥을 내리치던 돌연변이를 보며 서우는 제 와이어를 내려다 보았다. 평소의 금색과는 다르게, 독을 흘려 보내면 보랏빛으로 언뜻 변한다. 하지만 와이어의 독이 저렇게 무한적으로 재생하는 녀석에게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안 쓰는 것보다는 낫겠지, 강도는 비슷하니까.

서우는 와이어를 뻗은 채, 돌연변이를 쳐다 보았다. 우둘투둘, 왠지 예전에 촉수처럼 달라 붙었던 좀비 같아 보인다. 달라 붙으면 한 마디로 주옥 되는 거, 서우는 그 앞으로 튀어나가며 와이어를 휘둘렀다.

팔은 여전히 네 개, 하지만 서우가 한 번 잘랐던 팔은 다른 팔에 비해 조금 작다. 다시금 저 팔을 잘라내고, 위협적으로 흔들리는 팔을 모두 제거하자는 생각으로 서우는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여러갈래로 뻗어진 와이어, 서우가 뛰어오름과 동시에 이주희가 눈치를 채고 좀비의 팔을 얼렸다.

하지만 워낙 조직이 두꺼워 완전히 얼릴 수 없었고 겉부분 밖에 얼지 못했다. 허나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서우는 돌연변이의 팔을 자르자마자, 그것을 하늘 위로 높게 던졌다.

"주원 씨!"

<알겠습니다!>

돌연변이의 팔 부분에서 시뻘건 피가 튀어 오른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기둥처럼 승천해서 팔을 복구하려는 듯 따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잘린 부분은 와이어에 흐르고 있는 독 떄문에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주원의 가시가 정확하게 박혔고, 주희가 팔을 따라가던 조직을 얼려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호...?'

나름대로 괜찮은데?

이렇게 하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정확하게 저를 서포트한다. 서우는 꽤 만족스러워 하면서 제 발을 붙잡고 늘어지는 조직을 레이져건으로 날렸다. 이제 남은 팔은 세 개. 하지만 돌연변이의 몸에는 자잘한 촉수가 꿈틀거리고 있어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좀비 가까이로 가지 마세요, 자칫 잘못하면 안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어요! 촉수는 잘라도 바로 다시 자라나 버려요!>

<모두 조심 하십시오!>

무전기에서 들리는 이주희의 말은 사실이었다. 바리깡으로 머리밀 듯 싹, 밀어도 금세 다시 꼬물꼬물 자라나니까 상당히 골칫 덩어리인 부분. 뭐, 결국은 촉수도 몸의 한 부분이니 계속 잘라내면 좀비의 몸에서 그 부분이 계속 충당되어 사라지긴 하겠지만, 사포로 문질러서 돌연변이를 잡는 것도 아니고... 죽이려면 뭉턱문턱 잘라내야지, 북북 갈아서 어느 세월에 저 11M 짜리를 잡겠는가.

"큭!"

서우는 앞으로 휙, 날아오는 거대한 팔을 피하며 와이어를 그 안에 박아 넣었다. 하지만 그 순간 돌연변이가 팔을 미친듯이 휘둘렀고, 와이어를 꼽고 있던 서우도 얼떨결에 같이 하늘로 승천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건물에 박혀 쾅! 다행이 우둘투둘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아니라, 평평한 부분에 박긴 했지만 온몸이 얼얼할 정도였다. 

하지만 쉴 틈 없이 돌연변이는 그 큰몸을 빠르게 이끌어 서우에게로 달려갔다. 최고 시속 40km, 눈 깜짝할 새에 서우에게 다가온 돌연변이는 네 개의 팔과 동시에 꿈틀거리는 촉수를 마구 휘둘렀다. 녀석의 집중 공격 대상은 서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서우는 연속적으로 제게 뻗어오는 촉수와 주먹을 요리조리 피했다. 하지만 달려오는 속도 만큼이나 공격하는 속도도 무시무시했다.

다시금 좀비의 팔이 날아온다. 용케 피했더니 바로 옆에서 다른 팔이 서우를 내리쳤다. 사방에서 능력자들이 덤비고는 있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원한이라도 있다는 듯 서우 하나만을 노렸다.

숨 좀 돌리자 미친놈아, 딜컷할 테니 누가 어그로 좀 끌어! 게임이라면 이렇게라도 말할 수 있겠는데, 이건 게임도 아니다. 그리고 게임보다 재밌다. 제대로 한 대를 얻어 맞아 뼈가 뒤틀린 듯한 느낌이 드는데도, 서우는 잠시 가슴을 부여잡다가 와이어를 팔 넓이로 만들고 그대로 뛰어 올랐다!

<조심하세요, 서우 씨!>

촉수가 서우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자력으로 박차오르고 뛰어오르는 쪽보다는 제 멋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 촉수쪽이 더 빨랐다. 이윽고 서우의 다리 한쪽이 촉수에게 잡혔지만, 서우는 그것을 이용해 다시 왼쪽 다리로 촉수를 박차고, 오른쪽 다리가 촉수에게 빨려 타들어 가고 있는데도 앞으로 뛰어나갔다. 

무려 11M나 되는 무시무시한 크기, 인간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높이! 서우는 돌연변이의 머리 위에 올라타자마자, 와이어를 돌연변이의 목에 걸고 뛰어내렸다. 그러자 결국 촉수도 뚝 끊어지고 말았고, 자유 낙하를 한 서우의 와이어에 돌연변이의 머리가 잘렸다. 당연히 조직이 따라오기 시작했지만 진이 발사한 정체불명의 커다란 포탄이, 따라가던 조직을 끊었다.

<최대한 멀리 던져 버리세요, 서우 씨!>

"안 그래도 그럴 겁니다!"

와이어에 매단 채, 서우는 있는 힘껏 거대한 머리를 빙빙 돌려 던져 버렸다. 족히 200kg이상은 될 것 같은 무시무시한 무게, 팔 근육에서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어차피 능력자라 금방 낫는데 뭐, 거대한 머리는 서우의 손에서 투포환이 되어 멀리로 날아가 버렸다.

"크에, 으케에.....켁, 쿠르르르르륵!"

"큭, 크흑. 그크그그그... 그그."

머리가 잘린 부분에서부터 물집이 마구 생기기 시작하더니 머리 모양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 주황색의 피를 터뜨리며 사라져 버렸고, 그 부분은 보라색으로 서서히 변색되어 가고 있었다. 서우의 독이 정확히 먹힌 것이다.

하지만 머리가 없음에도 몸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돌연변이는 어차피 좀비들로 이루어진 것, 저 몸 자체가 머리이자 몸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방향감각을 제대로 잡지 못하게 되었는지 마구잡이로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서우는 일단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부상당한 곳을 붙잡고는 주변을 살폈다.

다들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서우가 언뜻 보니, 어느샌가 다시 돌연변이 앞으로 온 성희는 고전 중이다 못해 벅차 보일 지경이었다.

"끝이 없잖아, 빌어먹을! 좀 꺼지라고!"

돌연변이의 공격이 있을까 그쪽을 살펴 보면서도 다른 능력자들이 좀비에게 통수를 맞지 않도록 좀비들 또한 해치워야 한다. 본래라면 자잘한 좀비들을 서포터들이 해치워야 하는데, 서포터들이 대부분 큰 부상을 입어 서로를 돕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서포터들이 해야 할 일은 고스란히 김성희의 몫이 되었다. 

<피하세요! 돌연변이가 폭발합니다!>

게다가 다시 만난 돌연변이의 몸엔 촉수가 위협적으로 번뜩이고 있어, 근접전을 펼쳐야 하는 그녀로서는 상당히 나서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해서 열심히 좀비들을 썰면서도 돌연변이의 몸에서 터져나오는 독을 피하며 어렵게 싸우고 있었다.

'입만 산 줄 알았더니 그래도 할 건 하는군, 뭐 그러면 더 좋지....'

거기에 서우의 말을 듣고 화난 것인지, 싸움 중에 피로 시야가 가려지면 그대로 끝이라는 걸 알아서 좀 닦은 것인지 성희의 얼굴은 깨끗했고, 팅팅 부어올라 보라돌이가 되어 있던 얼굴도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

워워, 진정해 존슨. 여기서는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서우는 오랜 친구를 다스리면서 머리가 잘린 돌연변이에게로 달려갔다. 끄르르. 큭, 크흡. 괴상한 소리를 내는 좀비는 머리가 없음에도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온몸을 구성한 그 좀비들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귀가 좋은 능력자들로서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듣기 싫은 소리였다.

"즛, 초코파이 같은 새끼들."

제발 꿈에는 나오지 말아 주었으면, 그럼 무척 화가날 거야. 서우가 다시금 앞으로 뛰어 나가려는데, 조각에 맞았는지 바닥에서 끙끙거리고 있는 이주희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주희를 찾는 듯, 무전기에서 주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희 씨, 제 말 들립니까? 어디 계세요?!>

"으, 으우... 주원 씨.. 저........"

"이주희 씨, 저랑 계십니다. 폭발에 다치신 것 같아요."

"어, 어어.. 서, 서우 씨...?"

일일히 챙겨줄 마음은 없지만, 서우는 바닥에서 뒹굴고 있던 주희를 안아 일으키고는 벽 뒤에 밀어 넣었다. 곧이어 위에서 지원사격 중인 주원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돌연변이가 변이하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나오지 않던 모습이에요!>

============================ 작품 후기 ============================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하지만 저는 돈이 없죠, 해서 정산 받는 날에 꼭 챙겨 드리곘다고 했더니 그러지 말고 돈 아껴서 학비나 모으라고 두 분 다 그러셨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버이날 당일에는 뭐라고 챙겨 드려야죠^ㅅ^.

그런데 하필 아부지는 격일로 회사를 나가시는데 오늘이 하필 회사가는 날이셨고, 엄니 밥 못 드시고 있을까봐 엄마 가게로 엄마가 좋아하는 매운 주먹밥 사서 가려고 했더니 택배를 세 개나 보내야 했습니다. 하나는 박스가 있어서 편의점에서 보낼 수 있었으나, 택배 두 개 중에 하나는 수작업으로 만들어 보내야 하는 것인데 미처 완성하지 못하여 집으로 다시 돌아와 택배 보낼 물건을 만들고 택배를 또 보내려 밖으로 나간 후에 주먹밥을 사서 나가니 어언 다섯 시, 청양고추 주먹밥을 샀으니 엄마가 기뻐할 거라 생각하고 갔더니

"ㅇㅇ야 엄마 살 빼는 중이야. 요즘 아침만 먹어." 

..아, 네.....

가게가서 일이라도 도와드리려고 했더니, 엄마가 할머니나 챙겨드리라구 하셔서 넹, 그러겠사옵니다. 하고 약간의 용돈을 받아서 버스타고 다시 집에 가면서, 뭘 사갈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전화를 안 받으시더라구요. 그래서 뭐지? 하는데 아부지가 "큰집에서 할머니 모셔가서 외식한데. 너도 밥 먹고 들어가."

.....

................ ;) ㅋ.. 챙겨드리는 걸 모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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